[편집자 이야기] 똑같은 얼굴

혼자가 아니야

분명 친구가 있는데도 없는 것만 같은 기분을 청소년 시절에 자주 느꼈습니다. 친구들이 열광하는 가수와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이 다를 때, 야자를 안 하고 간 날 어제저녁에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는 친구들 사이에 있을 때, 친구들이 부르는 애칭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지금 생각하면 쉬이 웃어넘길 수 있는 일들이지만 당시에는 깨나 마음이 쓰였고, 북적북적한 교실 안에서 괜스레 홀로 고립된 것만 같았지요. 이 책에 나오는 ‘우리는 교실 안에서 (…) 엉뚱한 곳에 찍힌 두 개의 점이었다.’라는 문장처럼요.

또래 사이에서 동떨어진 기분을 한 번이라도 느껴 본 적 있다면 『똑같은 얼굴』 속 이야기에 훅 빠져들 수 있을 겁니다. 제가 학창 시절에 느꼈었던 고민뿐만 아니라 지금의 청소년들 또한 느끼고 있을 관계의 어려움이 작품 곳곳에 담겨 있거든요. 새 학기부터 무리가 나뉘고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얼토당토않은 소문들이 퍼지고, 심한 괴롭힘을 당하는 듯한 친구를 지켜만 봐야 하는 상황에 놓이기도 하고, 사소한 말 한마디로 인해 어색한 기류가 감도는 무리에서 꿋꿋이 견뎌야 하기도 하지요.

하지만 이 책은 홀로 있는 아이들을 그대로 내버려 두지만은 않습니다. 다정하고도 서늘한 악수를 청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비단 사람만이 아닌, 마치 수호천사 같은 미지의 존재부터 음악과 운동같이 마음을 기댈 수 있는 취미 대상까지요. 똑같은 얼굴로, 똑같은 위치에 있던 친구들이 하루아침에 다른 사람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찾아올 때도 있겠지만, 그럴 때 이 책이 아이들에게 다시금 주변을 둘러보게 하는 용기를 선사해 주기를 바라 봅니다.

-편집자 최경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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