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을 바꾸는 정치 공부] 1강 - 강한 리더의 빠른 결정이 최선일까?

보육대란, 테러방지법, 선거구 획정, 북핵문제 등등 해결해야 할 수많은 문제들이 매일같이 뉴스를 장식합니다. 각각의 문제에 대한 서로 다른 견해들로 정치인이나 행정당국뿐만 아니라 보통의 국민들도 고민에 빠지거나 갈등을 겪습니다. 무엇이 문제인지, 누가 옳은지, 이렇게 결정을 내리면 누구에게 어떤 이익이나 피해가 있는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 얘기도 맞는 것 같고, 저 얘기도 맞는 것 같고 머릿속이 복잡합니다. 누군가 강력한 힘을 가진 리더가 나와 화끈하게 결정을 내리고 추진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고개를 듭니다. 강한 리더십, 단호한 결정, 신속한 추진력에 대한 요구는 대개 이런 기대 심리에서 나옵니다. 그러나 우리는 역사 속에서 그런 요구들이 얼마나 참혹한 결과를 빚었는지를 수없이 보았습니다.
 
 
 
신속하게 결정하고, 그 결정을 실행에 옮기는 것이 곧 정치라고 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그러나 '결정'이라는 것은 그렇게 간단하게 볼 일이 아닙니다. 결정한다는 것은 곧 버린다는 뜻입니다. 국경선을 긋는 순간 그 안쪽은 ‘우리’가 되고, 바깥쪽은 배제됩니다. 또 어떤 제도를 도입하는 순간 그 전과 후는 다른 시간이 됩니다. 혜택을 받는 사람이 나오고, 동시에 피해를 입는 사람도 나옵니다.
 
정치는 이런 모든 가능성을 전제로 하고, 모든 사람과 관련된 사항을 결정하는 행위입니다. 따라서 누가, 언제, 무엇을, 어떻게 결정하는가가 늘 쟁점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국경을 넘어서고 후세대까지 이어지는 많은 문제들이 발생하고, 기업의 피라미드형 조직과 결정 방식이 각광받는 요즘 주권국가의 국민이, 당대의 문제를, 민주적인 방식으로 결정한다는 기존의 전제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모두가 만족하는 결정을 내리기란 불가능에 가깝고, 결정 과정 자체도 지난한 싸움이 되기 십상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결정하지 못하는 정치’를 비난하며 강한 리더의 신속한 결정을 바라는 게 옳을까요? 민주정치를 포기하고도 우리는 자신의 의사를 정치적 결정에 반영할 수 있을까요? 쉽고 편안한 정치 입문서 <정치는 뉴스가 아니라 삶이다: 내 삶을 바꾸는 정치 공부> 가운데 난폭한 결단주의를 경계하는 1장 '결정'의 일부를 함께 읽어볼까요? 
 
'강한 리더십'을 추구하며 특정한 정치인을 추대하거나 새롭게 탄생한 정당에 큰 기대를 걸지만, 그 한계를 보자마자 끌어내리고 이번에는 다른 정치인이나 정당에 기대합니다. 그러나 또다시 배신을 당하고, 이어서 또 정치인이나 정당을 빈번하게 교체합니다. 물론 정권 교체가 소중한 부분이기는 합니다만, 동시에 특정 정치인이나 정당을 꾸준히 지지해 권력을 안정시킬 필요도 있기 때문에 그 사이에서 균형이 요구됩니다. ‘강한 리더십’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환멸의 연쇄를 통해 정치 자체에 대한 부정으로 이어질지 모릅니다. (중략) 최종적인 결정 주체로서의 주권이 성립하기 힘든 상황이 되어가는 가운데, 정치에 과도하게 부하를 거는 일은 정치의 상실로 이어질 것입니다. _ 36쪽
 
신속하게 결정해서 추진하는 게 정치가 아니라면, 과연 정치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실은 빠른 흐름에 저항하는 것 자체에 의의가 있지 않을까요? 경제나 정보의 흐름은 그때그때 즉각 대응을 해야 합니다. 거기에는 과거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없습니다. 현재 자신이 하고 있는 행위가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멈춰 서서 생각할 여유가 없습니다. 그렇게 경제적인 합리성만을 추구하며 눈앞의 이익이나 편리함만을 좇으면, 우리는 터무니없는 실수를 저지를지 모릅니다.
 
이러한 추세 자체를 바꿀 수는 없더라도, 한편으로 과거와 미래 사이로서의 현재에 버티고 서서 자신의 행동이 초래할 영향을 두루 생각해보는 일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시대의 흐름을 타고 빨리 결정해야 한다거나 정치도 더욱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생각은 정치의 부정으로 이어집니다. 정치의 커다란 존재 의의는 그러한 흐름을 거슬러 나아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_ 37~3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