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돌 던지는 아이



 
차별 없는 세상을 꿈꾼 사람들
 
황은희_서울 창림초 교사, 『그림으로 보는 한국사』 공저자
 
 
교과서에 나오는 ‘만적의 봉기’ 이야기는 간단하다. ‘무신정권기 최고의 권력자였던 최충헌의 노비 만적이 중심이 되어 봉기를 일으켰다 실패해 많은 천민과 함께 죽임을 당했다.’ 그리고 ‘고려 시대의 신분 해방 운동’이라는 내용 정도이다. 고려 시대 사람들의 삶은 구체적으로 어땠는지, 만적이 어떤 아픔으로 봉기를 일으켰는지, 당시 사람들은 만적의 봉기를 어떻게 생각했는지, 이런 내용은 어디에도 없다. 실제로 수업 시간에 들려주어야 할 이야기인데도 말이다.
『돌 던지는 아이』는 어린 몽개의 시선으로 본 고려 시대 사람들의 소소한 이야기와 만적의 봉기 과정을 풀어내며 아이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를 담아냈다.
비록 역사적 사실에 상상을 더한 창작 동화이지만, 차별 없는 세상을 꿈꾸었던 몽개와 만적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달해 주고 있다. ‘만적의 마음이 이랬을 거야.’ ‘몽개처럼 영특한 아이가 정말 만적을 도왔을 거야.’ ‘만적을 이끌어 주었던 스승님 같은 그 누군가가 있었을지도 몰라.’ 이런 상상도 가능하게 한다.
아픈 동생이 죽어가는데도 신분 높은 도령에게 밀려나 의원의 손길을 기대할 수 없던 세상, 하나밖에 없는 누이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팔려 가야 했던 세상, 귀족 집에는 곡식이 남아도는데도 일반 백성들의 집에선 밥 짓는 연기조차 나지 않던 세상. 이런 세상 속에 살았던 만적은 봉기를 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속에 어린 몽개도 같이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어린이인 몽개가 방을 붙이고, 글을 배워 만적과 같이 봉기를 일으키려는 효삼의 입이 되고, 서찰을 전하고, 관군과 맞서며 돌을 던지는 등 그 역할을 톡톡히 하는 모습이 뭉클하면서도 대견스러웠다. 만적의 봉기라는 큰 역사적 사건에 어린이도 자신의 몫을 해내며 그 시대를 헤쳐 나갔음을 보여 주었다. ‘어린아이가 대단하네!’가 아닌 ‘어린이도 당당히 제 몫을 해내고 있는 모습’ 말이다. 이 책을 읽는 어린이들도 몽개를 통해 자신도 역사의 주인공임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될 것이다.
마지막 장면은 참 인상적이었다. 남아 있는 기록에서 만적은 다른 천민들과 함께 강물에 던져져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몽개에 의해 다시 살아났다. 무엇보다 몽개를 살리고 만적을 살린 것은 바로 귀족 도령인 지상이 준 조각도였다. 이 조각도는 비록 신분이 다르지만 뜻을 함께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지를 보여 주고 있다.
마지막 장면은 우리 모두의 바람이었는지도 모른다. 만적의 봉기가 일어난 해로부터 2년 뒤, 진주에서 노비들이 봉기를 일으켰을 때 키가 훌쩍 크고 발이 유난히 큰 한 남자와 손에 돌을 쥐고 다니는 소년이 함께 있다. 그들은 우리가 짐작하는 그들이다. 두 사람은 여전히 사람 사는 세상을 꿈꾸며 잘 살고 있었다.
책을 덮고 나면 만적이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모두가 더불어 잘사는 세상이냐고.
또 몽개가 돌을 쥐여 준다. 세상을 향해 돌을 던지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