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인터뷰] 『내 친구의 집』 우미옥 작가



사계절 중학년문고 36
『내 친구의 집』
우미옥 글, 차상미 그림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고,
아이들의 고민들을 살피고 마음을 보듬어 주는
다섯 편의 이야기를 담은 『내 친구의 집』 우미옥 작가 인터뷰입니다.




1. 오랜만에 단편동화집을 선보이셨어요.

그동안 앤솔러지 작업을 주로 해 왔어요. 보통은 의뢰가 들어와서 하는 경우가 많아요. 한 주제로 여러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과 함께 한 책에 실린다는 게 재미있어요. 앤솔러지 작업을 할 때는 다른 작가들과 달라 보이게, 나만의 이야기를 어떻게 독창적으로 만들어 낼까를 생각하는 게 즐거운 과정이에요. 저는 단편을 읽고 쓰는 것을 좋아할 뿐더러 동화나 소설도 단편집을 좋아해요. 단편집은 마치 선물 세트 같거든요. 단편집을 읽을 때는 다음에 어떤 게 나올지 모르는 채, 기대감으로 하나씩 새로운 걸 열어 보는 기분이 들어요. 단편을 하나씩 읽어 갈수록 그 작가만의 어떤 독특한 무늬 같은 게 그려져요. 그래서 오 헨리의 단편집이나, SF단편집, 하루키 단편집, 안데르센 동화집 등을 좋아합니다. 단편동화는 짧아서 한 호흡에 써 내려갈 수 있어 몰입하고 집중하여 쓸 때 쾌감도 있지요. 물론 발상부터 완성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요. 그리고 작품들이 모이는 것도 재미있어요. 어떤 작품들을 모아 놓는지, 조합은 어떤 지에 따라 한 권의 책의 느낌이 달라지기도 하거든요. 내 친구의 집은 오랜 시간 동안 모아 둔 수집품처럼 만들어졌어요. 작품마다 필요한 시간이 있다고 생각해요. 어떤 작품은 십 년을 묵어야 하고, 어떤 작품은 몇 달을 묵어야 하고……. 각 작품마다 쓰인 시기는 다르지만 발효되고 익어야 하는 시간이 서로 달라서 함께 묶이기 위해서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2. 내 친구의 집은 어떤 책인가요?

내 친구의 집의 단편들을 모아 보니 모두 친구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더라고요. 의도한 것은 아닌데 그렇게 모여서 신기했어요. 크거나 엄청난 사건은 일어나지 않고 누구나 겪었을 법한, 겪고 있을 법한 일상의 소소하고 작은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요. 하지만 그 일을 겪는 주인공 아이들에게는 엄청나게 큰일들이지요. 그리고 아이들에게 큰 영향을 줘요. 친구와 가족, 학교생활 등 여러 관계들 속에서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고, 즐거움을 찾으며 성장의 과정을 나름의 방법으로 통과해 가요. 무엇보다 차상미 화가님의 그림 덕분에 더 따듯하고 아기자기하고 예쁘고 사랑스러운 이야기가 된 것 같아서 참 고마워요. 읽기 전에는 그림이 예뻐서 손이 가면 좋겠고, 읽을 때는 쓸쓸함과 외로움이 아련하게 느껴졌으면 좋겠고, 다 읽고 나서는 온실에서 나왔을 때처럼 온기가 남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3. 캐릭터는 어떻게 만드나요?

캐릭터를 만들 때는 내 안에 있는 어린 아이의 여러 모습들에서 시작해요. 나의 어린 시절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주인공 아이가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그때의 소심함, 발랄함, 엉뚱함, 사랑스러움, 솔직함 등이 이야기에 따라서 어느 부분이 더 커지거나 작아지거나 하면서 캐릭터가 형성되는 것 같아요. 주인공을 설정하면 그 아이에게 감정 이입하면서 아이가 느낄 만한 감정들을 떠올려 봐요. 사실 대부분의 아이들은 공간이나 사건이란 게 그리 대단하지 않지요. 항상 비슷한 장소에서 비슷한 일을 반복하며 겪으니까요. 하지만 제한된 공간에서 살고 있지만 그 안에서 느끼는 감정은 무한하죠. 그리고 아이들은 현실보다 훨씬 더 큰 상상과 생각을 할 수 있어요. 저는 그것들에 주목해서 캐릭터를 만들고 이야기를 꾸려 가요. 아이들이 겪고 있는 최대치의 감정과, 아이들이 가능한 최대치의 상상이 무엇일까 생각해요. 그리고 그것이 현실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고, 현실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현실의 단조로움과 지루함을 어떻게 이겨 내게 할 수 있을까 생각해요. 이번 이야기에서 친구 캐릭터를 만드는 게 재미있었어요. 주인공에게 친구는 도움을 주기도 하고, 방해가 되기도 하고, 비밀을 공유하기도 하죠. 친구는 주인공이 바라볼 때는 미스터리한 존재이기도 해요. 나랑 비슷하지만 어느 부분은 완전히 다르고, 친한 친구라 다 이해할 것 같지만 어느 부분은 이해되지 않기도 하지요. 그래서 주인공의 입장에서 보면 친구들을 좀 신기하게 바라보다가 차츰 받아들이게 돼요. 그리고 동화에 등장하는 어른 캐릭터 만드는 것도 재미있어요. 아이들에게는 엄마, 아빠가 아닌 낯선 어른이야말로 판타지적인 존재가 아닐까 싶어요. 엉뚱하고 이해하기 힘들고, 이상한 행동이나 말을 하는 등요. 그래서 동화의 어른 캐릭터는 종종 위협적이고 위험한 존재라기보다는 관찰하고 싶은 희한한 존재로 그리게 되더라고요.


4. 다 경험에서 나온 이야기인가요? 마음이 가는 단편은 무엇인가요?

이야기를 만들고 나서 보면 한 편 안에 저의 경험이 열 가지 이상이 들어 있는 것 같아요. 조각조각 섞이고 변화되어서요. 그래서 이야기를 뜯어보면 신기하고 재미있어요. 어릴 때의 경험도 있고, 어른이 되어서의 경험도 있고, 거기에 상상력이 보태지면서 디테일이 생기게 돼요. 때로는 이야기를 쓰고 나서 그 뒤에 경험하는 경우도 있어요. 멸치 인어는 상추 뒤에 붙은 민달팽이를 키우려다가 죽인 일 때문에 쓰게 되었어요. 그리고 거기에 반 건조 멸치 상자와 멸치 똥 따던 일, 바다 여행, 회사 다녔을 때의 일, 조카가 좋아하던 놀이동산 등의 이야기가 섞여 있어요. 이야기를 쓰고 난 뒤 속초에 놀러가서 저녁에 바다에 앉아 있는데 실제로 멸치 떼가 몰려오더니 발아래에서 모두 다 죽은 일이 있었어요. 참 신기한 경험이에요. 그래서인지 가장 마음이 가는 단편도 멸치 인어예요. 다른 이야기들은 대부분 이야기가 끝이 나면서 마무리가 되는 기분이 드는데 멸치 인어는 그 다음 상황이 어떻게 펼쳐질지 잘 모르겠어요. 주인공은 멸치 인어를 바다에 데려다 주었지만, 아직 아빠와 엄마는 어떤 문제가 있는지 잘 모르고, 아빠가 어떤 상황인지도 모르고, 그리고 친한 친구와의 문제도 아직 해결이 안 되었으니, 주인공이 자기 힘으로 스스로 바다까지 왔다는 건 이제 자기 문제를 자기가 해결할 수 있을 만큼 성장해 나가고 있다는, 나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뜻이지만 그래도 그 아이의 다음 행보가 좀 걱정이 되네요. 뒷이야기를 좀 더 쓰지 않고 남겨 둔 기분도 들고요. 그리고 멸치 인어가 나름 매력적인 캐릭터인데 너무 금방 사라져서 좀 아쉬워서, 나중에 뒷이야기를 더 쓰게 될 지도 모르겠어요.


5. 
내 친구의 집을 읽을 독자들에게 한 마디

자극적이고 변화무쌍한 것들에 익숙해져서 이제는 조용히 집중하여 책을 읽는 일은 점점 희귀하고 이상한 일이 되어 가는 것 같아요. 종이책이 사라지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아마 점점 없어져 가고 다른 것이 그 자리를 차지하겠죠. 어쩌면 미래에는 종이책을 읽는다고 하면 별종 취급을 받을 지도 몰라요. 하지만 장인이 손으로 직접 만든 하나밖에 없는 물건이 훨씬 더 귀하게 여겨지고, 그것을 알아보고 사용하는 사람들은 뭔가 좀 특별하고, 삶을 더 진지하게 대하고,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여기는 것처럼 책을 읽는 사람 역시 비슷한 사람들이 되어 갈 거예요.

일상에서 작고 소소한 행복을 자주 느끼는 사람이 진짜 행복한 사람이라고 해요. 아침에 눈을 떴는데 아침 햇살이 반짝일 때, 잃어버린 작은 핀 하나를 찾았을 때, 가로수에 앉아 있는 예쁜 새를 발견했을 때, 라디오에서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 흘러나올 때……. 아주 작은 반짝이는 걸 일상 속에서 발견할 수 있다면,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사실은 엄청나게 재미있고 즐거운 일이라는 걸 깨닫는다면 행복할 거예요. 이 책을 읽고서도 그런 기분이 들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고, 일상 속에 숨은 재미를 찾아서 지루하고 평범한 일상을 생기 있게 변화시켜 보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