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청소년 교양원고 공모전 우수상 한기호 작가를 만나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매콤달콤 맛있는 우리 고전 시가』를 출간한 한기호 작가를 만났다. 한기호 작가는 2015년 사계절 청소년 교양도서 원고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하였다. ‘이거 한글 맞아.’ 싶게 외계어 같은 고전 문학을 청소년 눈높이에 맞에 매콤달콤 요리해 준 저자에게서 책 이야기를 들어 본다. 


 
 
청소년 자녀에게 들려주는 고전 시가 이야기로 원고 공모전(사계절청소년 교양 원고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으셨어요. 축하드립니다. 기분이 어떠셨나요?
 
- 거의 기대하지 않은 소식이어서 정말 반가웠습니다. 사실 이 원고를 출판하고 싶어서 아는 출판사에 의뢰를 해봤는데 청소년도서를 전문적으로 출판하는 곳이 아니어서 그랬는지 긍정적인 답변을 듣지 못했거든요. 이대로 묻어두기엔 너무 아깝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사계절 청소년 교양원고 공모전 소식을 들었어요. 이 원고가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잘 맞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응모했는데 우수상으로 선정되어 무척 기뻤습니다. 심사해 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원고를 쓰시게 된 배경이 있나요? 그 계기는 무엇인가요?
 
- 제가 학교에서 교사로 일할 때였어요. 그때 우리 아이들은 학교에 보내지 않고 홈스쿨링을 하고 있었거든요. 제가 아침마다 출근을 하니까 아이들이 묻더군요. 아빠는 매일 어딜 가서 뭘 하느냐고요. 제가 학교에 가서 수업을 한다고 하니까 아빠가 하는 일이 궁금하다고 하는 겁니다. 아빠는 교사인데 정작 아이들은 아빠의 수업을 한 번도 듣지 못하는구나 생각하니까 무척 아쉽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그래서 제가 하는 수업을 우리 아이들에게도 들려주자는 심정으로 이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넷에 우리 가족 카페를 만들었어요. 그곳에 틈틈이 글을 썼습니다. 아이들에게 들려준 원고가 이렇게 책으로 나와서 많은 독자들을 만나게 된다고 생각하니 퍽 설레네요.
 
 
아빠에게서 문학을 배우다니 흔치않은 일인데요. 원고를 읽은 자녀분들 반응은 어땠나요?
 
- 처음에는 우리 아이들이 제 원고에 댓글도 쓰고 퇴근한 뒤에는 글 내용에 대해 질문도 하고 그랬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한 가지에 오래 집중하지 못하는 특성이 있지요.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시간이 흐르면서는 저 혼자 흥에 겨워 원고를 썼던 것 같습니다. 일종의 사명감으로 쓰기도 했지요. 지금 이걸 써두면 언젠가는 우리 아이들이 관심을 갖고 읽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요.
사실 글을 쓰는 일은 시간이 좀 걸리는 일입니다. 저는 아이들과 평소에 대화를 많이 하는 편입니다. 고전시가는 시간을 두고 글로 썼지만 영화나 소설이나 시 등에 대해서는 아이들과 굉장히 많은 대화를 했습니다. 제가 나중에 이런 쪽으로 글을 쓰게 된다면 그것은 아마도 아이들과 함께 나누었던 이런 대화들이 중요한 자산이 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고전문학을 연구하신 분답게 우리 고대 시가와 신화학, 인류학을 엮어서 설명하신 부분이 특히 재미있고 탁월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게다가 꽤 난이도가 높은 내용인데도 청소년 눈높이에 맞춘 친절한 설명이 돋보입니다. 그 비결은 무엇인가요?
 
- 저는 사실 소설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실제로 소설을 쓰려고도 해봤고 아직도 그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어요. 대학원에서 현대소설을 공부하려다 보니 제가 고소설에 대해서도 아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고소설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고소설을 공부하다 보니 그 근원이 되는 설화나 신화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설화와 신화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홈스쿨링을 했더니 아이들이 아빠의 논문에 관심을 보이더군요. 저는 기본적으로 모든 학문은 누구나 알아듣기 쉬운 언어로 표현이 가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사실은 제가 쓴 논문을 우리 아이들도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말로 쓰고 싶었지요. 아이들에게 제가 알고 있는 내용을 가능한 쉬운 말로 표현하고 들려주려는 노력이 습관이 되어서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는 글을 쓸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물론 오랜 교사 생활을 통해서 그런 말하기 습관이 몸에 익은 탓도 있겠지요.
 
 
사실 고전문학은 우리 학생들에게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 이상의 의미를 갖기 어렵잖아요? 그런데 선생님 원고와 선생님이 제시해 놓은 <더 생각해 볼 문제>를 보면 아주 옛날 사람들의 정서와 생활을 반영한 작품인데도 거기서 지금의 삶과 연결지어 생각해볼 문제들을 잘 뽑아 놓으셨어요. 그래서 ‘아, 이 작품에서 이런 문제도 생각해 볼 수 있구나’ 하는 새로운 발상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고전 문학을 현재 우리들이 더욱 의미 있게 향유할 수 있는 방법을 조금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 대단한 비결이 있지는 않습니다. 문학이 현실과 유리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만 기억하면 될 것 같아요. 고전문학이든 현대문학이든 그것은 현실에서 분리되어 따로 존재하는 환상이나 비현실이 아닙니다. 모든 문학은 현실을 바탕으로 발생한 것이고 현실과 끝없이 소통하는 것입니다. 고전도 역시 예외는 아니겠지요. 어떤 시대에 어떤 상황에서 누가 이런 문학을 만들었는지를 생각해보면 지금 우리가 사는 현실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과거와 현재가 문학을 통해 연결되는 신비하고 재미있는 체험을 하게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구지가’든 ‘서동요’든 그것이 한때 존재하고 지금은 죽어버린 낡은 유물이 아니라 지금도 동일하게 우리와 호흡하는 문화라는 생각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 문학의 뿌리이자 역사인 고전문학을 어려워하는 학생들이 많잖아요. 그런 학생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 고전문학은 어렵고 지루하다는 선입견을 버리면 좋겠어요. 인터넷 소설이나 만화 등과 비교하면 지루하고 재미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 깊이를 조금만 알게 되면 색다른 재미와 매력을 느낄 수 있답니다. 옛날 사람들도 현대인들과 다를 것 없는 똑같은 인간입니다. 그분들에게 재미있고 의미 있는 것이었다면 지금 우리에게도 비슷하지 않을까요?
 
이건 좀 벗어난 질문이긴 한데요. 지금 입학사정관으로 일하고 계시잖아요. 학생들을 뽑을 때 어떤 점을 눈여겨보시는지, 학생들이 자신의 능력과 열정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은지 독자들을 위해 잠깐 팁을 주실 수 있을까요?
 
- 예전에는 입학사정관 전형이었지만 지금은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명칭이 바뀌었습니다. 글자 그대로 학생부를 종합적으로 평가해서 학생을 선발하겠다는 뜻이지요. 학생들의 능력과 열정은 이미 학생부에 객관적 자료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학생들은 그 중에 특별히 자신의 능력을 드러내고 싶은 부분을 중심으로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면 되겠지요. 학교생활기록부를 토대로 자기소개서 쓰기 연습을 할 수 있는 책 『나를 발견하는 자소서』를 작년에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다음 집필 계획이 있으신가요?
 
- 매주 한 편씩 <유주얼미디어>라는 웹사이트에 만화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대부분이 우리 아이들과 함께 본 만화입니다. 이 작업이 어느 정도 축적되어 예쁜 책으로 출간되기를 바라고 있어요. 또 제 논문을 쉽게 풀어서 들려주는 형식의 설화 관련 원고도 쓰고 있습니다. 성경을 기독교적 관점뿐 아니라 인문학적 관점에서 아이들과 함께 생각해볼 수 있는 글도 쓰고 있고요. 장기적으로는 소설, 시, 영화, 문법 등에 대해 우리 아이들과 함께 읽고 생각해볼 수 있는 평범하고 쉬운 책을 지속적으로 쓰고 싶습니다.
 
선생님 말씀을 들으니 학생들을 생각하는 마음, 그리고 문학을 생각하는 마음이 남다르신 것 같아요. 계속 좋은 글 써 주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매콤달콤 맛있는 우리 고전 시가』는 ‘이거 한글 맞아.’ 싶게 외계어 같은 고전 문학을 청소년 눈높이에 맞에 매콤달콤 요리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