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인터뷰 : 『삐뚤빼뚤 가도 좋아』이남석 작가

삐뚤삐뚤 날면서도 꽃에 앉는 나비처럼,
진정한 도전과 용기를 찾아
 
이남석
심리학자.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엮는 하이브리드형 작가로
 자아 정체성, 사랑, 폭력, 진로 등을 주제로 지식소설을 썼습니다.
 
 
청소년 시기는 자신과 세상에 대한 고민과 걱정이 많은 때입니다. ‘나는 정말 나에 대해 알고 있는 걸까?’, ‘상처 받지 않는 성숙한 사랑은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것이 대체 뭘까?’, ‘두려운 세상에 용기 있게 나설 수 있을까?’ 등등. 이렇게 고민과 걱정이 많은 청소년들에게 적절한 조언과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심리학자인 이남석 작가는 청소년들이 스스로 움직이며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책들을 써 온 ‘청소년 멘토’입니다.
 
이남석 작가는 이미 청소년들이 꿈과 진로를 찾아 나가는 이야기를 담은 『뭘 해도 괜찮아』로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이 책은 하고 싶은 것도 좋아하는 것도 딱히 없는 주인공 태섭이 선생님의 조언과 응원으로 꿈을 찾아가는 모습을 담은 지식소설입니다. 청소년들의 고민 1순위인 진로 문제에 대해 그들의 생생한 고민과 현실을 담아 인상적으로 풀어냈습니다. 무엇보다 청소년들을 삶의 주인공으로 세워 스스로 행동하게끔 격려한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죠.
 
이남석 작가는 『뭘 해도 괜찮아』 외에도 청소년들이 궁금해 하고 풀고 싶은 문제들에 대해 그들의 눈높이에서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써 왔습니다. 자아 정체성, 연애와 사랑, 학교 폭력과 평화 만들기를 주제로 한 『자아 놀이 공원』, 『사랑을 물어봐도 되나요?』, 『주먹을 꼭 써야 할까?』가 그것입니다. 이 책들은 교사들의 독서운동 단체인 책으로따뜻한세상만드는교사들 추천도서로 선정되기도 하고, 문화체육관광부 최우수도서로 뽑히기도 하는 등 작품마다 호평을 받았습니다.
 
이남석 작가가 이번에는 ‘도전’과 ‘용기’를 주제로 책을 냈습니다. 바로 『삐뚤빼뚤 가도 좋아』입니다. 신작을 들고 온 이남석 작가를 만나 이번 책을 쓰게 된 동기와 과정에 대해 얘기를 나눠 보았습니다.
 
 
▶▶ 새로 나온 책이 ‘도전과 용기’를 주제로 합니다. 왜 도전과 용기를 다루게 되었습니까? 
 
감사하게도 전작인 『뭘 해도 괜찮아』가 독자의 큰 사랑을 받았고, 해마다 150곳이 넘는 학교에서 강연 요청이 들어와 많은 청소년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강연회를 할 때 반복해서 나오는 질문이 있더라고요. 『뭘 해도 괜찮아』를 읽은 아이들이 “내 꿈과 진로를 찾아 나서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어떻게 하면 실제로 도전 의식을 가지고 용기 있게 나설 수 있습니까?” 하고 묻더라고요.

그런 질문에서 청소년들이 도전 자체를 두려워하는 마음이 크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요즘 청소년들이 무엇이 되었든 쉽사리 용기를 내서 나서지 못하는 배경에는 워낙 주변 어른들에게서 부정적인 시각이나 생각을 자주 접하는 현실이 있다는 것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이 문제를 풀어야겠다는 문제의식이 생겼습니다.

한편, 『뭘 해도 괜찮아』 책의 메시지를 ‘막 해도 괜찮아’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욕심을 내서 마구 하다 보면 어찌해서 성공한다고 해도 자신의 삶이 행복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번 책에서 이 문제도 아이들이 간접 체험해 볼 수 있게 써 보자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 선생님은 그동안 칼럼니스트, 공무원, 연구원 등 여러 가지 일들을 하면서 다양한 도전을 했습니다. 그런 경험들이 삶에 어떤 도움이 되었습니까?
 
11개 직업을 전전하면서 내가 더 좋아하고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무엇을 포기해야 하는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내가 어느 정도 하는 것은 확실하게 포기하고 더 잘하는 것을 찾기 위해서 다양하게 시도해 보았던 것 같습니다. 사람마다 이런저런 재능이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더 좋아하고 더 잘할 수 있는 것, 그래서 더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찾기 위한 과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지금은 작가로 파고들고 있네요. 그동안의 여러 도전 과정이 없었다면, 지금도 계속 헤매고 있을지 모릅니다.
 
관련해서 이번 책을 통해서 무엇이든 열정을 갖고 도전하면 성공할 거라는 식의 동화와 같은 얘기를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용기를 내서 직접 도전했을 때 내가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을 알 수 있게 되고, 한 발짝 한 발짝 행복으로 다가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습니다.
 
워싱턴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인 키스 소여는 창의성은 어떤 천재에게 어느 날 갑자기 솟아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지그재그, 즉 삐뚤빼뚤 가다 보면 어느덧 뜻밖의 깨달음에 다가선다고 말했습니다(지그재그 이론). 삶에서 도전도 마찬가지입니다. 목적지를 향해 직선으로 내달리는 것은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일입니다. 실패를 맞닥뜨리고 새롭게 다시 도전하며 삐뚤빼뚤 가는 것이 진정한 용기이자 도전의 자세가 아닐까 합니다.
 
 
▶▶ 이남석 선생님의 지식소설은 청소년 주인공을 내세워 오늘날의 현실과 그들의 고민을 생생하게 담아내고, 그것을 풀 수 있는 인문학적 성찰과 조언을 준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런 글쓰기를 어떻게 하게 되었나요?
 
독자가 주인공이 되어 생각해 보는 간접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청소년 주인공을 내세워 1인칭 시점에서 씁니다. 이것은 내 자신의 독서 경험과 관계가 있습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책을 많이 읽었습니다. 그렇지만 지식만 쌓는 ‘헛똑똑이’로 살았을 뿐, 책 속의 지혜로 내 삶을 가꾸지는 못했습니다.
 
한동안 힘든 시절을 보낼 때가 있었는데, 내가 그동안 읽은 책을 질문하면서 다시 읽게 되었습니다. 그랬더니 모든 게 다르게 보였습니다. ‘3인칭’이 아닌 ‘1인칭’ 시점으로, 그리고 ‘관찰자’가 아닌 ‘주인공’ 시점으로 책의 내용을 바라보고 생각하니, 전혀 다르게 보이더라고요. 비로소 ‘나의 문제’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1인칭 독서’, ‘1인칭 사고’가 필요하다고 깨닫게 되었고, 독자 또한 주인공이 되어 생각해 볼 수 있게 쓰게 되었죠.
 
 
▶▶ 청소년들을 상대로 여러 권의 책을 썼는데, 계속 쓸 수 있는 동력은 무엇인가요?
 
글쓰기는 내 자신을 치유하는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마음속에 어린아이가 있습니다. 내 마음 속에 어린 시절의 내가 해결되지 않은 문제를 잔뜩 안고서 웅크리고 있는 것이죠. 우리나라는 청소년 시기의 자아 성장이 대학 입학 이후, 취업 이후로 계속 연기되어서 이 문제가 심각합니다.
 
저 역시 자아 정체성도 없었고, 사랑도 하지 못했고……. 왜 내가 하지 못했는지를 돌이켜 볼 수밖에 없었죠. 어린 시절에 내가 하지 못했던 성장과 누리지 못했던 행복을 이제라도 이루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책을 계속 쓰게 되었네요. 내 자신의 청소년 시절을 돌아보는, 나 자신의 성찰과 행복을 위한 책이기도 합니다. 
 
내가 누군지 알아야(『자아 놀이 공원』), 나에게 어울리는 사랑을 할 수 있고(『사랑을 물어봐도 되나요?』), 그래야 폭력적이지 않을 수 있게 되며(『주먹을 꼭 써야 할까?』), 내 꿈과 미래의 자아를 찾을 수 있죠(『뭘 해도 괜찮아』). 그리고 용기를 갖고 도전할 수 있게 됩니다(『삐뚤빼뚤 가도 좋아』).

물론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저보다 적게 시행착오를 겪기를 바라는 마음에 책을 계속 쓰게 됩니다. 이것은 사춘기를 보내고 있는 제 두 딸에게 바라는 것이기도 하죠.
 
인터뷰에 시간 내 주시고 좋은 얘기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책도 독자의 많은 사랑을 받기 바랍니다.
 
 
 
인터뷰와 정리 : 서상일(사계절출판사 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