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가족] 꿈꾸는 나, 꿈꾸는 너를 위해


처음 책을 받아들고 아이들도 나도 처음 내뱉은 말이 "와 예쁘다!"였다.
시원한 색감에 은은한 빛을 내는 표지, 거기에 줄 위에 올라선 여인의 모습까지 우리의 마음을 홀리기엔 충분했다.
초등 5학년 딸이 이 책을 자기가 가장 먼저 보겠노라 외치고는 책상 앞에 앉아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고개를 갸우뚱하며 읽고 있었다.  한참 뒤.. 어려워서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내가 다시 책을 받아들었다. 뒷표지의 "만약 그 여름에 그들이 만나지 못했더라면 어땠을까."라는 문구가 마음을 설레게 했다.
혼례를 앞두고 실종된 아씨... 그리고 없어지는 그네줄... 담장을 해보는 사내아이... 
신선하고도 재미있는 이야기에 한참 빠져들고 있을때, 딸아이가 뒤에서 지켜보더니 자기가 다시 읽고 싶다고 했다.
그날 오후, 하교후 아이가 책가방에서 책을 꺼내더니 '다 읽었다'며 신나했다.
처음에 실종된 아씨 이야기에서 이야기가 뚝 끊긴거 같아 어려웠는데, 다시 읽어보니 뒷부분과 연결된다며 기뻐했다.
그리고 학교 친구들에게도 마치 TV 본 이야기를 하듯 초옥의 이야기를 했더랜다.
친구들도 흥미진진하게 듣더니 서로 빌려달라며 줄을 서는데 엄마가 덜 읽었으니 엄마가 다 읽고 빌려줘도 되냐고 물었다.
아이들에게도, 어른인 나에게도 많은 울림을 준 책임에 틀림없다.

양반의 신분이지만 기질적으로 활달한 아씨 초옥,
사당패 줄타기꾼의 아들이지만 죽은 엄마를 닮아 담장을 하고픈 사내아이 이해,
가정형편 때문에 기방에 들어갔지만 거문고 예인이라는 꿈을 꾸게된 홍단.
이 세 아이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했다.
줄타기를 하는 자신을 꿈꾸며 그네줄을 끊어다가 밤중 서낭당에서 연습해보는 양반아씨 초옥의 모습에서 간절함을 보았고,
사내아이지만 담장을 하고파 숨어서 연지를 찍어보는 이해의 모습에서 안타까움을 느꼈고,
어쩔 수 없이 들어간 기방에서 자포자기하는 것이 아닌 거문고를 배우며 꿈을 꾸는 홍단의 모습에서 희망을 보았다.

우리가 살아가다보면 선입견이라는 큰 벽에 부딪히곤 한다.
그것이 성별의 선입견일수도, 직업의 선입견일수도, 아직도 잔존하는 신분(태생)의 선입견일 수도 있다.
지금으로 말할 것 같으면 금수저를 타고난 아이가 밥벌이도 안되는 미천한 꿈을 꾸는 것, 
다른 성별이 대다수인 직업에 대한 꿈을 꾸는 것, 볕이 들지 않는 단칸방에서 희망의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보일 수 있을 것이다.
나도 지나가는 이야기로 이들의 상황을 들었다면 쯧쯧이라며 한심하게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들의 꿈이 분명하고, 그 꿈을 향한 결심이 확고하다는 것이다.
타인의 시선이나 타인의 생각보다 내 마음의 소리에 귀기울이고,
내가 진짜하고 싶은 일을 드러내고 꿈꾼다는 것이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한 것인지 알아서일까?
나는 이들이 참 부럽기도 했다.
그리고 이들의 꿈을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주모와 고씨부인, 운산댁, 이해의 아버지...
먼저 삶을 걸어간 이들이기에 아이들이 겪게 될 수많은 일들을 짐작할 수 있었지만 
아이들의 꿈을 응원하고 지지해주는 그 마음이 크게 다가왔다.
나도 그런 어른이 되기를 꿈꾸며...

한창 꿈을 꾸는 열두살의 딸에게도, 
마흔이 넘어서도 계속해서 꿈을 꾸는 나에게도,
그리고 그 꿈들을 지지하고 이뤄나가는 길을 터줄 엄마인 나에게도
힘이되고 응원이되는 멋진 책, [윤초옥 실종 사건]에게 전여울 작가님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