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가족] 기소영의 친구들- 13살의 애도일기

[기소영의 친구들] 13살의 애도일기

처음에 제목만 보고 기소영이 주인공일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책 한 권을 다 읽을 때까지 기소영은 보이지 않았다. 기소영은 죽었기 때문이다. 죽은 사람은 말이 없다. 독자는 그저 기소영의 친구들이 저마다 간직한 기소영에 대한 기억들로 퍼즐을 맞추듯 기소영을 상상할 뿐이다. 갑작스런 지인의 죽음, 더욱이 어제까지 하하호호 수다를 떨며 하교길을 함께 하던 친구가 별안간 세상에서 사라진다면 어떤 느낌일까? 책을 읽으며 세월호를 떠올렸다. 믿기지 않아 눈물도 나지 않을지 모른다. 친구가 앉았던 책상, 그 책상 위에 놓인 국화를 언제 치워야할지 막막할 지 모른다. 애도의 기간은 언제까지일까? 13살 기소영의 친구들은 어른들이 외면한 애도의 시간을 함께 갖는다.

세월호 이후 배를 탈 수 없게 되었다. 어깨를 부딪힌다는 표현은 내게 정겨운 친구들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몸인사였다. 그러나 이제 나는 그런 표현을 차마 쓸 수 없게 되었다. 원래도 즐기지 않던 서양에서 온 그 행사를 생각만 해도 무섭고 아찔해진다. 우리는 올해에도 친구들을 잃었다. 사회는 이 상실을, 이 결핍을 어떻게 치유할 수 있을까? 우리 주변의 기소영들을 지우는 것만이 능사일까?

우리는 기소영들을 상상해야 한다. 그리고 기소영의 친구들이 마음껏 친구를 그리워할 수 있도록 기다려야 한다. 아무리 기다려도 그들의 마음을 치유할 수 없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그 시간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곁을 지키는 것은 어떤가. 애도는 시간을 정하지 않고 우리 곁을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