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사계절 문학상 심사평

제4회 사계절 문학상 심사평

본심에 오른 다섯 편의 작품들은 우리 청소년소설이 주제의 확장과 작품의 완성도에서 많은 진전을 이루어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런 만큼, 이번 본심에서는 예심위원 두 분(김경연, 박상률)도 참여하여 폭넓은 논의와 의견교환을 가졌다.

최정원의 「창호, 푸른 하늘」은 ‘소년감별소’에서 나와 갈 곳이 없는 두 소년이 젊은 여성 ‘조사관’과 함께 살아가며 제 길을 찾아가는 과정을 주축으로 삼고 있다. 법망에 걸려들었던 소년들을 인간적인 삶과 관계를 통해 건강한 심성을 회복할 수 있는 길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사회적 윤리의식을 강하게 표출하고 있다. 그런데 주요 서술자로 등장하는 여성의 행위가 올바름을 향해 올곧게 나아갈 뿐 심리적·사회적 현실성을 담보하지 못함으로써 온정주의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였다.

윤수민의 「만 번의 덕―김만덕」은 풍부한 자료섭렵과 현장답사를 통해 청소년소설의 지평을 역사 쪽으로 한껏 넓혀놓았다. 군더더기 없는 문장과 절제된 표현이 돋보였지만, 사실 확인과 설명에 치우친 나머지 서술의 활력이 떨어져 소설적 감동을 빚어내는 데에는 이르지 못하였다. 소설은 전기(傳記) 이상의 것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확인시켜줄 만큼 작가의식이 치열하게 발휘되지 못한 탓으로 보인다. 자료섭렵과 현장답사는 작가에게 요구되는 필수적인 사항이지만, 그 한계를 뛰어넘는 상상력 또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다.

강병철의 「부지깽이나무」는 간결하면서도 자연스러운 문장으로 농촌의 생활풍경을 정감 있게 그려가고 있다. 그런데 가끔 상투적 표현과 부정확한 문장, 그리고 적절하지 못한 삽화가 독서를 방해한다. 이 아이들이 보고 듣고 싸우고 느끼는 수많은 에피소드들이 하나의 소설적 맥락에서 엮여들지 못하고 나열되어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주요 등장인물들이 초등학생들이어서 청소년소설에 걸맞지 않은 것도 아쉬움을 남겼다.

정유정의 「쉿! 비밀」은 재미있게 읽히는 로드로망이다. 이 작품은 우연히 한 트럭에 내던져진 중학생들이 재치 있는 말잔치와 파란만장한 활극을 펼치며 남쪽의 외딴섬을 찾아가는 이야기이다(이 일행 속에는 사납고 교활한 개와 사연 많은 할아버지도 들어 있다). 그런데 전체적으로 재미를 위해 다양한 요소들을 한데 모아놓은 듯한 인상을 준다. 길 위에서 펼쳐가는 수많은 사건들은 우발적인 만큼 모두 새로운 것들이지만, 발단과 해결이 반복되는 패턴이 뒷부분의 지루함을 낳고 있다.

신여랑의 「몽구스 크루―우리는 춤을 원한다!」는 깔끔하고 탄력 있는 문체로 브레이크댄스에 매료된 고등학생들의 고뇌와 열정을 그들 자신의 눈높이에서 실감 있게 그려놓았다. 이 작품은 춤을 향한 참을 수 없는 욕망을 전면화하면서도 과장된 표현이나 구성상의 흐트러짐을 드러내지 않았다. 어른들의 눈에 철없는 행동으로 비칠 수도 있는 이들의 행위에는 그들 나름의 진지함과 대상에 대한 처절한 자기헌신이 깃들여 있다. 온몸을 내던지는 끊임없는 수련을 통해 최고의 경지에 이르는 과정이 다른 길을 가는 청소년들에게도 감동적일 수 있다는 데 합의하여 우리는 이 작품을 ‘대상’으로 뽑았다.

(오정희·현기영·황광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