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인터뷰] <빨강은 아름다워> 루시아 자몰로 작가

생리를 처음 시작하는 아이들을 위한 생리 그림책 『빨강은 아름다워』를 출간하면서 루시아 자몰로 작가와 인터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 책은 디자인과 일러스트를 전공한 작가의 졸업 논문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한국에는 방문한 적도, 한국 친구도 없지만, 누구보다 『빨강은 아름다워』의 출간 소식을 반기고 좋아했어요.

이번 인터뷰를 통해서 이 책이 나오기까지의 과정도 이야기도 나누고, 한국 독자에게 첫 인사도 담았습니다. 그럼 작가의 인터뷰를 만나 볼까요?

 

 

작가님을 소개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빨강은 아름다워』를 쓰고 그린 루시아 자몰로입니다. 저는 독일의 작은 도시에서 살고 있고, 디자인과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했어요. 그리고 책상에 앉아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항상 머릿속을 복잡하게 하고 혼란스럽게 하는 것들을 글로 쓰고 그림을 그려요. 주말에는 화창하고 맑은 날에 빨간 경주용 자전거를 타고, 마트에 가서 꽃을 사고 친구들과 커피를 마시기도 해요.

 

 

 

『빨강은 아름다워』는 어떻게 구상했나요?

아파트에서 룸메이트들과 함께 살 때였어요. 그중 한 명이 이사를 가고 여자들만 남게 되자, 우리의 행동이 바뀌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우리는 부엌에서 아침식사를 하는 동안 생리통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화장실에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잘 보이는 곳에 탐폰 박스를 두기도 했지요.

처음에 저는 스스로에게 많이 화가 났습니다. 왜냐하면 남자아이들 앞이나 공공장소에서 ‘생리’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생리’를 금기시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제 행동에 의문을 품고 설명할 이유를 찾기 시작했어요. 시간이 흐르면서 이 모든 비밀이 점점 더 제멋대로이고, 불필요하며, 잘못된 것 같았어요. 이때를 계기로 제가 변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 그림을 그리고 쓰기 시작했어요. 저를 표현한 거예요.

 

 

일러스트가 아름다워요. 그림 작업 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음……. 검은색, 남색, 분홍색 그리고 빨간색 연필과 빨간색 크레용, 분홍색 크레용, 검은색 구아슈와 검은색 펠트펜을 사용했어요.

사실 이 일러스트는 불완전해요. 저는 이 불완전함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야 했습니다. 공부하는 동안, 일러스트는 일종의 그림(작품)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이 책을 작업할 때 빈 종이를 마주하면서 위협을 느꼈어요. 왜냐하면 저는 생리가 개인적이고, 감정적이며, 인간적이기 때문에 전혀 완벽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이해할 때까지, 학사 논문이 완벽하기를 원했거든요. 그런데 작업 기간이 길수록 더 지루해진다는 경험을 했어요.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 너무 과도하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썼고 더욱 속도를 낼 수 있었어요.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도록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빨강은 아름다워』로 출간되었어요.

 




손글씨로 작업한 이유가 있을까요?

저는 손글씨와 선을 그리며 그것들이 어울리게 만드는 걸 정말 좋아해요. 손으로 쓴 편지로 훨씬 더 많은 감정을 표현할 수 있거든요. 그리고 몇몇 오류와 결함, 즉 으깨진 단어나 썼다 지운 부분을 표현함으로써 몇몇 오류와 결함이 정직하고 진실되게 다가가기를 바랐어요. 한편으로는 제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메모한 책이길 원했어요.


 


작업을 하면서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생리는 부끄럽거나, 감춰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하는 게 가장 중요했어요. 왜 우리가 그동안 생리를 부끄러워하거나 감춰 왔는지 그 행동을 설명하기 위해 역사부터 아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과거 이야기들을 살펴보다 보니 제 눈에는 여성들이 생리하는 사실을 모두 숨기고

싶어 하는 게 너무 당연해 보였어요. 질 것이 뻔한 싸움에서 그 누가 ― 심지어는 화형을 당할지도 모르는데 ― 생리한다는 사실을 드러내고 싶어 하겠어요! 이 책의 가장 중요한 주제이자 저의 궁극적인 목표는 생리에 대한 금기를 깨는 용기를 갖는 것이에요.
 

 

특별히 마음에 드는 장면이 있으세요?

“자궁은 서배양를 거꾸로 놓은 것처럼 생긴 속이 빈 공간이야.”입니다. 이 장면은 독자의 머릿속에도 바로 그림이 그려지는 귀엽고 아름다운 설명이라서요.

 


 

아리스토텔레스를 비롯해서 여러 철학자들의 생리에 대한 생각을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책에 담지 못한 다른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저는 세계 여러 나라에 존재하는 많은 이상한 이론을 발견했어요! 어떤 원주민 부족은 생리를 하는 여성이 누군가를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사람을 나무로 바꿔 버릴 수 있다고 믿기도 했어요. 그리고 많은 이론이 생리 중인 여성이 모든 것에 불운하다는 생각을 다루고 있었어요. 그러나 연구를 하다 보니까, 어떤 미국 원주민과 게르만 부족은 생식력을 지닌 여성을 숭배하기도 하고, 생리 중인 여성을 신과 인간 사이의 매개자로 묘사하기도 했다는 걸 알아내기도 했답니다.

 

 




한국
에서는 초등학교 때부터 성교육을 많이 하고 있지만, 여전히 ‘생리’에 대한 이야기는 편안하게 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비슷한 상황 속에서 만들어진 책일 거라는 생각이 들지만, 독일의 상황이 궁금합니다. 한국은 마법, 그날, 빨간 날 등으로 생리를 표현하는데요. 독일에서는 생리를 뭐라고 표현하는지도 궁금해요.

저는 생리 교육이 모든 학교 교과과정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솔직하게 표현해야 합니다. 돌려 말할 필요가 없어요! 생리를 생리라고 말한다고 해서 그 누구도 상처받아서는 안 됩니다.

물론 때로는 은유적인 표현이 웃기기도 하고, 창의력에 경의를 표할 때도 있어요.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저는 사람들이 왜 아직까지도 사람의 몸에서 일어나는 일을 부끄럼 없이 솔직히 말하는 걸 힘들어하는지 이해할 수 없어요.

독일에서 ‘생리’를 부르는 표현으로 이런 표현도 있어요. “내 지하 차고에 페라리가 있어.” 제일 흔히 부르는 말로는 “딸기 주간” “아줌마 장미가 방문했다.” “주말을 잃다.” 이런 식의 표현이 생리를 금기시하는 현상을 더 강화시키는 것 같아요.

 


 

여러 나라에서 출간되었는데, 기억에 남는 반응이나 독자에 대한 이야기 들려주세요.

솔직히 말해서 이미 13개 언어로 번역된다는 소식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제 인생에서 이런 경험을 하게 되어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제 학사 논문이 전 세계에 퍼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거든요. 많은 사람들이 책을 좋아하고 저에게 메시지를 보내오고, 친구나 가족에게 선물하거나 심지어 학교에 수업 자료로 가져간다는 소식을 들으면 너무 좋습니다.

 

 

다음에는 어떤 작품을 쓰고 싶으신가요?

사실 지난 1월에 저의 두 번째 책이 독일에서 출판되었습니다. 마음이 아픈 것, 몸에서 일어나는 일, 세상이 끝나는 것처럼 느끼지 않기 위해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자신과 인생에서 다른 모든 중요한 사람들을 잊지 않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글을 쓰고 그렸습니다!

 

 

 

한국 독자들에게도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한국판 『빨강은 아름다워』가 출간되어 너무 기뻐요. 저는 한국에 가 본 적도 없고 한국 친구도 없지만, 이 주제에 관심을 가져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 책이 생리를 하는 사람에 대한 차별을 막고 자부심을 갖도록 격려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요. 기억하세요. 스스로에게 너무 심하게 굴지 마세요. 모든 것은 과정이고, 한순간에 바뀌지 않아요! 조급해하지 마시고 천천히 여러분의 시간을 즐기세요!


루시아 자몰로

1991년 독일 뮌스터에서 태어났다. 뮌스터 디자인 스쿨에서 일러스트레이션과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했다. 출판사에서 프리랜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했고, 온라인 잡지 『퍼스펙티브 데일리』에 일러스트를 그렸다. 지금은 대학에서 영문학과 교양학을 공부하고 있다. 『빨강은 아름다워』는 처음 쓰고 그린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