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사계절문학상 심사 결과

제5회 사계절문학상 예심이 끝났습니다. 예심은 김경연(청소년문학평론가·번역가), 박상률(소설가·시인) 선생님이 수고해주셨습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훨씬 적은 편수인 20여 편의 작품이 응모되었고, 아쉽게도 대상작이 나오지 못했습니다. 사계절문학상에 좀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쏟아주시기 바라며 예심위원들의 심사평을 싣습니다.

<제5회 사계절 문학상 예심평>

불모지나 다름없던 청소년문학 분야에 새로운 장을 열어젖힌 사계절문학상이 어느덧 5회를 맞이하였다. 그런데 아쉽게도, 그간의 수상작들이 좋은 평을 받은 것에 비해 올해는 눈길을 확 끄는 작품이 보이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응모 작품 대부분이 청소년에 대해 ‘말 걸기’ 수준을 넘지 못했다. 청소년문학이라고 해서 아이들의 삶을 이해하고 보여주려는 의욕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기성 관점을 교조적으로 주입하려는 태도는 더욱 곤란하다.
올해 응모한 작품들은 청소년에 대한 진지한 성찰보다는 글쓴이 자신의 체험담을 적당히 버무리거나 아이들의 일탈을 그럴싸하게 포장한 ‘날것’ 상태가 많았다. 치밀한 구성을 바탕으로 이야기의 내용과 형식이 조화를 이룬, 그야말로 문학적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어야 한다.
문학의 큰 역할 가운데 하나는 "낯설게 하기"이다. 독자는 문학을 통해 친숙한 것, 익히 알았던 것에 물음을 던지며 인식의 지평을 확대한다. 이를 위해서는 작가가 삶을 진지하게 성찰하는 안목이 필요하다. 좀더 근본적인 문제에 질문을 던지는 태도가 필요한 것이다. 또 청소년이라는 독자에 대한 배려가 소재의 제한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흥미 위주의 접근이어서는 곤란하다. 만약 독자의 호기심에 호소하여 흥미만을 추구하는 ‘황색 지식’ 관점이 날것으로 드러나 있다면 더욱 곤란하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응모 편수가 적었다. 20여편의 작품 가운데 그나마 나은 작품을 꼽자면 ‘브람스와 브람스’이다. 이 작품은 주인공 캐릭터가 독특하게 살아 있고, 여러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이 있지만 그 이상을 보여주는 게 없다. 특히 장애로 인한 초능력은 흥미로운 소재임에는 분명하나, 단순한 추리를 넘어서는 무엇인가가 필요하다고 본다.
두 말 할 것 없이 청소년소설 역시 소설이다. 따라서 성격, 플롯, 서술방식 등 소설이 갖추어야 할 기본을 두루 갖추어야 할 것이다. 일상에서 일어난 일을 두서없는 경험담 내지 회고담 식으로 쓰는 기록에 그친다면 소설이 되기 어렵다.


사계절문학상 예심위원 김경연·박상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