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인터뷰] 『기소영의 친구들』, 정은주 작가



제2회 사계절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기소영의 친구들』은 열세 살 채린이가 태어나 처음으로 누군가와 영원히 이별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그 과정은 마냥 슬프거나 무겁지 않습니다. 채린이를 비롯한 열세 살 친구들이 슬픔에 머물러 있는 게 아니라, 친구에게 제대로 된 인사를 건넬 방법을 열심히 찾아나서기 때문입니다. 곁에 있는 친구와 손을 맞잡고, 슬픔도 위로도 솔직하게 마주하는 어린이들의 치유와 성장이 따뜻한 감동을 전합니다.
 
 『기소영의 친구들』은 어떤 이야기인가요?
어제까지만 해도 어울려 신나게 놀기도 하고, 사소한 일로 치열하게 다투기도 했던 친구가 갑작스런 사고로 떠나고, 남은 친구들이 처음엔 어쩔 줄 몰라 하다가, 자기들 나름대로 먼저 간 친구를 애도하고 추모하는 이야기입니다
 
어떻게 탄생한 이야기인가요?
몇 년 전 우연히 어떤 다큐멘터리를 보게 되었어요. 세월호 희생 학생들의 친구들에 관한 것이었죠. 그러고 얼마 뒤에 우연히 들른 곳에서 희생 학생들의 많은 친구, 선후배가 남긴 손 편지들을 보게 되었어요. 영상와 편지들을 보며 제 가슴 한가운데에 구멍이 뻥 뚫린 것처럼 멍해지고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일까'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주 중요한 걸 놓치고 있는 느낌이랄까? 그때부터, 자기 삶과 긴밀하게 얽혀 있던 가까운 이의 죽음을 가르쳐 주지 않는 어른들 사이에서 자기들 나름대로 방법을 찾으려는 아이들 이야기를 해 보고 싶었어요. 저는 무겁고 어려운 주제는 잘 얘기하지도 못하고 차분히 쓰지도 못하는 편인데, 첫 장편 동화가 어린이의 죽음을 다룬 것이어서 저 스스로도 신기하게 느껴집니다.

주인공 '채린'이는 친구의 죽음을 알고 슬퍼하기보다 당황스러워해요. 그 모습이 오히려 현실적으로 느껴졌어요.
가까운 누군가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했던 저의 개인적 경험을 떠올려 보았어요. 제 경우엔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의 경험이었죠. 그때 저는 성인이었고, 어머니는 몇 개월간 투병하시다 돌아가셨는데도, 막상 돌아가시니 그 상황이 정말 낯설고 당황스럽기만 하더라고요. 성인인 저도 그랬는데, 아이들이라면 어떨까 생각해 보니 당황하고 어찌할 줄 몰라 하는 게 오히려 당연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신의 슬픔을 인식하는 데도 시간이 걸리는 법이라는 걸 얘기하고 싶었어요.
 
이야기는 세상을 떠난 아이가 아닌, 남은 아이들의 우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가장 각별하게 생각한 인물은 누구일까요?
저 나름대로 동화 작가를 ‘스토리형 작가’와 ‘캐릭터형 작가’로 분류하는데, 스스로를 ‘캐릭터형 작가가 되고 싶은 스토리형 작가’라고 생각해요. 아직은 캐릭터를 만드는 일이 제일 힘들어요. 그래서 제 갈비뼈를 하나씩 떼어 주는 방식으로 캐릭터를 만들지요. 채린이, 연화, 나리, 영진이 모두에게 저랑 닮은 면이 있어요. 원고 수정 단계에서 담당 편집자가 아이들 대사가 누구 대사인지 구분이 잘 안 된다고 했을 때 얼마나 뜨끔했는지 몰라요. 편법을 들킨 것처럼……. 가장 공들인 캐릭터는 채린이예요. 채린이를 주인공으로 삼은 이유는, 소영이 친구들 중에서 가장 많이 성장하고 변화하는 인물이기 때문이에요. 채린이는 소영이랑 친구 관계뿐만 아니라 학급 임원이라는 역할 관계로 맺어진 사이예요. 평소에는 소영이를 반장, 부반장이란 역할 관계로만 생각했지요. 그 관계에서 소영이는 탐탁지 않은 부반장이에요. 그러다 소영이의 죽음을 계기로, 친구로서 소영이를 바라보게 되죠. 똑같은 행위와 말이 다르게 인식되는 순간을 맞이해요. 그 깨달음으로 채린이는 친구에 대한 인식의 폭을 넓혀 가요. 작품 방향을 그렇게 잡고 나서는, 채린이 아닌 다른 인물이 주인공이 될 수는 없겠다 싶었어요.
 
채린이와 친구들이 소영이에게 인사를 전할 방법을 스스로 고민하고 찾아나서는 과정이 의미 있게 느껴졌어요. 거기에는 어린이라고 해서 친구와 이별할 방법조차 어른들이 정하는 데 대한 문제의식도 느껴졌고요.
저는 동화를 쓰면 쓸수록 믿을 건 아이들뿐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모든 아이들은 내면에 스스로 성장하는 힘을 가지고 있어요. 그건 동화 작가로서 저의 신앙 같은 것이죠. 이야기를 쓸 땐 그 힘이 발휘되도록 하는 요인들은 뭘까 고민해요. 어른들은 어린 시절의 슬픔이나 상처는 그저 빨리 벗어나고 잊어야 할 것으로 치부해 버리는데, 슬픔이나 상처야말로 아이들을 성장시키는 강력한 힘이 있다고 봐요. 물론 잘 헤아려 주고, 위로해 줄 때 말이지요. 그런데 저를 포함해 지금의 많은 어른들은 그걸 참 잘 못해요. 어린 시절 그런 위로를 받아 본 경험이 적어서일까요? 현실의 그런 면들이 답답해서 문학 작품을 통해서라도 어른도 아이들도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기소영의 친구들』을 쓰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무엇이었나요?
이 이야기가 어린이의 죽음을 바라보는 통상적인 고정관념—안타깝다, 불쌍하다 등—에 물들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러기 위해선 어른들의 시각을 배제할 필요가 있었죠. 아이들이 누군가의 간섭도 받지 않은 채 좌충우돌하면서 애도의 길을 찾긴 하지만, 가장 보편적이고 기본적인 것에 도달하기를 바랐어요. 진심으로 유족을 위로하고, 사건의 진실을 마주하고, 고인의 명복을 빌어 주는 것. 우리 아이들이라면 어른이 알려 주지 않아도 충분히 그 길에 도달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어요.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앞으로 꼭 쓰고 싶은 이야기는 장애를 가진 어린이와 그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예요. 그런데 오히려 죽음에 대한 이야기보다 저에게는 더 어렵고 조심스러운 주제여서 고민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사 놓고 아직 못 읽은 책들 꾸준히 열심히 읽고, 미루지 말고 바로바로 독후 활동을 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