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인도 김씨 김수로』 윤혜숙 작가와의 만남



뜨거울 만큼 쨍쨍한 봄볕이 비추던 날, 『나는 인도 김씨 김수로』를 쓴 윤혜숙 작가를 만났습니다. 『나는 인도 김씨 김수로』는 윤혜숙 작가의 두 번째 작품입니다. 이 책은 작가의 전작 『뽀이들이 온다』와 조금 다른 축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어요. 작가가 『뽀이들이 온다』를 통해 일제 강점기 전기수 소년들을 우리 시대로 불러냈다면, 『나는 인도 김씨 김수로』에서는 지금 여기, 아이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지요.
작품에 대한 이야기, 작가의 일상과 관심사, 독자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등 여러 얘깃거리가 즐겁게 오간 윤혜숙 작가와의 만남을 지금부터 소개합니다.

 
원고의 첫인상이 잊히지 않습니다. 무척 신선했어요. ‘인도 김씨 2대손 남자아이’라는 독특한 설정이 흥미를 불러일으켰지요. 한창 책을 진행하다 후반 즈음 ‘글쓴이의 말’을 보내 주셨을 때 그제야 알았습니다. 민서라는 아이와의 만남이 작품 구상에 뜻깊은 계기가 되었음을 말이지요. 작품 구상에서부터 집필까지의 과정을 좀 더 들려주시겠어요?
 
민서를 오랫동안 잊고 있다가 고향 선배의 회사에 다니게 되었어요. 회사가 구로 근처였는데, 자주 가던 식당에 늘 생글생글 웃어서 눈에 띄는 아주머니가 있었어요. 그 근처 식당의 홀 서빙 아주머니가 그렇듯이 그분 역시 필리핀 분이셨어요. 하루는 좀 늦은 시간에 밥을 먹으러 갔는데, 그날따라 아주머니의 얼굴이 유난히 어두웠어요.
주인아주머니 말로는 학부모 회의가 있는데, 아이가 제발 학교에 오지 말라고 했다는 거예요. 아이의 짝꿍이 누군지, 선생님은 어떤 분인지, 제대로 수업은 따라가는지 궁금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닌데 엄마 오면 아이들한테 더 놀림당할 거라면서, 학교 오면 가출하겠다고 했다는 거예요. 그때 민서가 떠올랐어요. 제일 먼저 쓴 장편동화가 이 이야기인 것을 보면 어쩌면 그 일이 계속 마음에 남아 있었나 봐요. 그 후 ‘구로 김씨’의 시조가 된 이주 노동자에 관한 기사를 보았고, 아는 후배로부터 중학생 아들의 교실에서 그 당시 인기 절정이었던 ‘패밀리가 떴다’를 패러디한 놀이가 유행한다는 말도 들었지요.
자료 조사 때문에 근처의 다문화센터를 들른 적이 있는데, 그곳에서 만난 대부분의 아주머니가 자기들이 차별받고, 이방인 취급당하는 것은 견딜 수 있는데, 엄연히 한국 땅에서 한국인으로 태어났는데도 자식들이 외국사람 취급받고, 다문화라며 따돌림을 받는 것은 참을 수 없이 억울하다고 했어요. 그분들 말씀을 듣는데 할 말이 없더라고요.
직접 인도인을 만난 건 이대 앞 인도 음식점에서예요. 순전히 간판에 적힌 가게 이름 때문에 들어갔지요. 그곳 주인장도 “아이 교육이 제일 걱정”이라고 하더군요. 그분도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 부당한 대접을 받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나 보더라고요. 부인이 한국인이었거든요. 그러다가 옛날 이곳에 시집온 인도 공주 허황옥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주인장은 조금 안심이 되었다며 요플레 같은 음료(라씨라고 하더라고요.)와 양고기 볶음밥을 차려 내왔어요. 카레를 못 먹는 저는 눈앞이 깜깜하더라고요. 음료는 질끈 눈 감고 한 번에 털어 넣으면 되는데, 볶음밥은 정말 자신 없더라고요. 배가 부르다며 자꾸 사양했더니 눈치 빠른 사장님이 얼른 싸 주시더라고요. 카레 좋아하는 남편이 그날 저녁에 먹었어요. (웃음)
그러고 보니 호주인, 프랑스인, 일본인과 결혼한 친구들이 있는데요, 한 번도 그들을 다문화 가정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친구들이 그곳에서 받는 인종차별에 대해 얘기할 때는 부당하고 비상식적이라며 열을 올리면서 분노를 터뜨리기도 했지요. 지금 생각하면 낯 뜨거운 일이에요. 재외동포에 대해서는 같이 아파해 주지 못하는 것을 미안해하면서도, 바로 옆집에 다문화 아이들의 억울한 심정에 대해 헤아렸던 기억은 없으니까요.
그래서 아마 이 이야기를 쓰면서 수로와 설희에게 더 미안했고, 더 잘 써야겠다, 마음을 다잡았던 것 같아요. 많은 아이들이 읽으면서 옆에 있는 친구들의 마음을 헤아려 볼 수 있게 말이지요.

    
아무래도 전작과 연관하여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어요. 『뽀이들이 온다』는 청소년소설이고, 『나는 인도 김씨 김수로』는 동화이지요. 어린이 책을 쓸 때와 청소년소설을 쓸 때, 집필에 있어 어떠한 차이가 있으셨는지 궁금해요.
 
동화다, 청소년소설이다 가려 쓸 만한 역량이 되는 건 아니고요. 아직은 누가 책 내 준다 하면 감지덕지해야 하는 처지지요. 어떤 소재와 주제가 머릿속에 떠올랐을 때 이 이야기가 어린이들이 듣고 싶어 하는 것인지, 청소년들이 듣기를 원하는 것인지를 먼저 생각합니다. 어린이든 청소년이든 공동체 안에 살아가는 사회적 존재이고, 어떤 식으로든 현실에서 자유롭지 못하지요. 비상식적이고, 답답하고, 경제력이 인격보다 우선시되는, 정말 재미없는 세상을 어떻게 들려주어야 할까……, 고민은 언제나 발목을 잡지요.
그래서 동화를 쓸 때는 최대한 재미있게 쓰려고 노력해요. 아무리 좋은 주제이고, 아이들이 꼭 들어야 할 이야기라고 해도, 서너 장 넘기기 어려울 만큼 재미없고 지루하다면 무용지물일 테니까요.
청소년 시기는 무엇보다 역사의식, 시대를 보는 시각이 필요한 나이지요. 저는 지금의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많은 문제의 원인이 잘못된 교육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해요. 아이는 아이답고, 어른은 어른답고, 정치가는 정치가다울 때 사회가 바로 선다고 믿거든요. 그런 ‘다움’의 자세는 선조들의 삶을 알아가면서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는 삶의 지혜, 처세라고 생각하고요. 더구나 요즘처럼 ‘롤 모델’로 삼고 싶은 어른이 없는 시대에는 더욱 그렇지요. 제가 역사소설을 선택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에요.
점수 따기 위주의 독서와 자극적인 매체에 길들여진 아이들에게 다소 무겁고, 지루하고, 분통까지 느끼게 할지도 모르는 역사 속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어 내게 하려면 무엇보다 끝까지 읽어 갈 만큼 흡인력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제 능력 안에서 감당할 수 있는 한도 안에서, 추리, 로맨스 같은 장르적 요소를 끌어다 쓰는 거지요. 『뽀이들이 온다』 이후 그런 생각이 더 확고해졌어요.
  

 
  
 
인도 김씨 시조이자 수로의 아빠이기도 한 ‘김하산’ 캐릭터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평화주의자 같으면서도, 부당한 일에는 자신의 목소리를 소신 있게 내세울 줄도 알고요. 수로가 앞으로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자랄 거라는 든든한 믿음 또한 수로 아빠 덕분인 것 같아요.
 
아이 눈에 아빠는 영웅이지요. 돈을 많이 벌어서, 높은 자리에 있어서 그런 게 아닙니다. 아빠 엄마를 보면서 아이들은 세상을 배우니까요. 겉으로만 보면 김하산 씨는 모든 면에서 많이 부족한 아빠지요. 실업자이고, 인도인이고, 하고 싶은 목수 일은 몰래 숨어서 해야 하고……. 그런 열악한 상황에서도 김하산 씨는 기죽지 않고, 매번 최선의 선택을 하려고 고민하지만, 그의 행동은 번번이 어이없을 정도로 낙천적이고 긍정적이지요. 그건 저랑 좀 닮은 것 같아요. (웃음)
가난하지만 당당하고, 잘못된 일을 보면 눈 감지 않는, 강한 척 내숭 떨지 않고, 힘들면 힘들다 엄살 부리기도 하지만, 아들의 속상한 마음에 같이 아파해 주는 공감력 풍부한 아빠, ‘돈 많고 높은 자리가 성공적인 삶’이라는 잘못된 사회적 잣대 때문에 의기소침해하지 않는 아빠, 꿈을 포기하지 않고 한 걸음씩 꿋꿋하게, 최선의 선택을 위해 늘 공부하는 아빠……. 우리가 오랫동안 잊고 있었고, 또 잃어버렸던 우리 아버지의 모습을 되살리려고 애썼는데 잘 그려졌는지에 대한 평가는 독자들의 몫이겠죠?
 
수로 할아버지와 김하산의 관계 또한 놓칠 수 없습니다. 그러고 보면 대목(大木) 할아버지 또한 만만치 않은 인물이거든요. 김하산의 따스하고 성실한 심성을 잘 알면서도 외국인 사위가 마냥 반가울 수 없는 현실성도 잘 느껴지고요. 할아버지와 아버지 관계를 설정할 때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이었나요?

‘할아버지와 아빠가 어떻게 서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것인가?’ 이 부분은 작품의 주제와 연결되기 때문에, 무엇보다 설득력이 있어야 하고 외부가 아니라 가족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이었어요. 대목 할아버지가 김하산 씨에게 갖는 선입견은 우리가 갖고 있는 것이기도 하니까요.
하고 많은 직업 가운데 수로 할아버지의 직업을 목수로 선택한 이유도 ‘집’은 가족을 담는 최소 기본 단위이기 때문이에요. 대목 할아버지는 다른 사람들의 집을 지어 주기 위해 평생을 떠돌아다녔고, 자기 직업에 대한 자부심 또한 대단한 인물입니다. 더불어 원칙과 전통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기도 하고요. 그러니 외국인 사위에 대해 당연히 선입견을 가질 수밖에 없지요.
그런 선입견을 깨기 위해서 할아버지가 받아들일 수 있는 확실한 근거를 제시하는 데 중점을 두었어요. 사위인 김하산 씨가 시조 할머니 허황옥의 후손이니 자기와 다르지 않다는 것, 목수가 되고 싶은 이유가 한국인으로 인정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도 어머니의 집을 지어 드리기 위해서이며, 그것이 낯선 땅에서 따뜻한 가족을 갖고 싶은 하산 씨의 바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할아버지는 해묵은 편견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용기 있는 설복은, 인정할 것은 군소리 없이 받아들이고, 인정한 사실에 대해서는 다시 번복하지 않는 거죠. 수로 할아버지처럼요.
 
 
작품에서 애정이 가는 부분이 있는지요.

『나는 인도 김씨 김수로』는 초고를 쓸 때보다 수정하면서 더 즐거웠어요. 수로가, 김하산 씨가, 할아버지가 마치 오랫동안 알고 지냈던 사람처럼 느껴져서 그랬던 것 같아요.
가장 애정이 가는 곳은, 역시 대목 할아버지와 아빠가 서로를 받아들이는 부분이지요. 쓰러진 할아버지를 일으키기 위해 일부러 눈 밖에 날 짓을 하면서까지 애쓰는 아빠, 그런 아빠를 감싸 주려는 수로, 김하산 씨가 목수가 되려는 속내를 알고 조금씩 마음을 여는 할아버지, 문화의 교집합을 이루는 초가집과 깟차, 수로왕릉과 인도 신전의 쌍어무늬 뭐 이런 것들도요.
수로가 아빠 김하산 씨를 소개하는 부분에서 “바구완 두 마리……”에서 “밖에는 두 마리” 어쩌고 하는 말로 엄마가 오해하는 부분과 아빠의 가야 여행 부분은 지금 생각해도 꽤 괜찮은 설정이었다고 여겨져요. 김하산 씨가 구청 직원에게 잘못된 조처에 대해 따지는 부분은 쓰면서 속이 후련했고요. 김하산 씨와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늘 피해자로, 힘없는 시민으로 그려지는 게 좀 싫기도 했거든요.
외사촌 종수가 할아버지에게 수로를 한국 사람 아니라고 하는 부분에서 수로가 울분을 터뜨리면서 뛰쳐나가는 부분은 수로의 마음이 읽히는 것 같아서 애정이 가고요.
“공부가 인생 전부가 아니다. 공부했다는 놈들 때문에 세상이 더 엉망이 된 걸 모르냐? 옛날 어른들도 그랬다. 먼저 사람이 돼야 하고, 공부는 그다음인 게야.” 할아버지의 이 말은 돈 많은 사람이 공부의 기회가 더 많고, 더 높은 자리에서 모든 기득권을 누리는 잘못된 세상에 대한 제 마음을 그대로 담은 것 같아서 좋고요.
마지막, 설희와 아이들의 화해, 종수가 수로에게 화해의 제스처를 보내는 부분, 금강송 군락지로 가는 버스 안에서 엄마와 수로의 대화와 다문화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이미지화 한 연리지 부분도 마음에 들어요. 그러고 보니 전부 다인 것 같네요. (웃음)

 

 
‘다문화’라는 키워드가 제일 먼저 들어오기는 하지만 결국 이 책을 통해 깨닫게 되는 건 ‘함께 산다는 것’에 대한 의미인 듯합니다. ‘다문화’라는 단어 자체가 우리 사회에 던지는 한계와 편견을 뛰어넘을 때 비로소 ‘다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네, 그럼요. 가끔 우리는 번연히 드러난 사실조차 받아들이지 않기 위해 우리 안에 벽을 쌓지요. 우리나라는 ‘단일민족’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도 그 중 하나고요.
‘단일민족’이라는 말은 중국의 대표 민족인 한족의 나라 명이 그들이 오랑캐라고 업신여겼던 청에 무너지자, 송시열 중심의 성리학자들이 ‘조선은 명의 한족과 같은 민족이고 명이 망했으니 우리 조선이 소중(작은 중국)화되어야 한다’는 명분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하네요. 그렇다면 ‘단일민족’을 고집하는 것이 오히려 창피하고 부끄러운 일이 되겠지요.
우리나라 성씨 중 80퍼센트가 외국에서 온 성씨입니다. 그중 인구의 10퍼센트에 가까운 4백만 명이나 되는 김해 김씨는 인도인 허황옥의 후손입니다. 고조선을 멸망시킨 기자부터, 임진왜란 때 투항한 일본 장수 김충선, 신라의 처용은 아라비아인으로 알려져 있고, 남해 지방에 자리 잡은 박연 일가는 네덜란드인 후손입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 땅에는 외국인들이 우리 이웃으로 살아왔던 거지요.
이주 노동자, 귀화인들과 그 가족들의 인권과 복지 향상을 목적으로 탄생한 ‘다문화’라는 말이 처음 시작할 때의 선한 의도는 퇴색하고, 요즘은 베트남, 필리핀, 파키스탄 같은 동남아 이주인들과 그 후손을 지칭하는 말로 축소되고 왜곡된 것은 참으로 안타깝고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해요.
현재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외국인은 전체 인구의 2.8퍼센트로 광주광역시 인구인 146만 명과 맞먹고, 다문화가정의 학생 수도 5만 명에 이릅니다. 이런 추세라면 2020년에는 청소년의 20퍼센트에 달할 거라고 합니다. 이렇듯 당면한 현실 앞에서 아직도 혼혈아, 다문화, 단일민족 이렇게 구분하는 게 얼마나 시대착오적인 일인지요.
 

 

 
장르나 독자층에 고정되지 않고 자유롭게 이야기를 짓는 느낌이 듭니다. 실제로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눌 때도 관심사가 무궁무진하다는 데 놀랄 때가 많아요. ‘나는 어떤 작가가 되고 싶다’는 기준점이 있으신지요?
 
책 한 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진득하게 보지 못할 만큼 산만하고 정신없고, 만성적인 ADHD 증상이 다분한데, 그렇게 봐 주셨다니 고맙네요. (웃음) 나이 탓인지, 기억 용량 탓인지 번연히 읽었는데도 대부분의 책이 제목과 지은이 정도만 생각나고 내용이나 주인공 이름은 가물가물해요. 나이 탓이겠죠? 그래도 수긍하진 말아 주세요, 서러워지니까요. (웃음)
그런 머리로도 로알드 달이라든가 린드그렌, 로이스 로리 같은 작가들의 작품은 잘 잊히지 않아요. 하나같이 선명한 캐릭터, 분명한 이야기, 강렬한 메시지 등이 돋보이는 작품들이지요.
어떤 작가가 되고 싶은가 하는 물음을 ‘어떤 작품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은가’로 해석해서 답을 하자면요……, 대부분의 작가가 그렇듯 저 역시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가 되는 그런 작품을 쓰고 싶지요. 여러 결을 가진 작품, 은유하는 바가 많은 작품, 읽을 때마다 새롭게 해석되지만, 지금과 여기를 반영한 그런 이야기를 짓고 싶어요. 다문화 이야기이면서 가족에 대한 이야기이고, 역사 이야기이면서 현재가 읽히는 작품, 그냥 재미있게 읽었는데,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가슴 깊은 곳에서 뭔가 뭉클 솟아오르고, 아니면 뒤통수가 뜨끔뜨끔한! 그런 작품을 쓰고 싶어요.
 

 

 
2013년 『뽀이들이 온다』, 2014년 『나는 인도 김씨 김수로』, 한 해 한 해 꾸준히 작품을 출간하고 계신 셈입니다. 다음 작품은 어떤 이야기일지,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
 
이제 겨우 2편 나왔을 뿐인데, 꾸준하게 쓰라는 격려의 말씀으로 듣겠습니다.
꼼짝 않고 앉아서 하루 50쪽씩 쓰는 작가들을 보면 그저 놀랍고 존경스러워요. 작가는 엉덩이가 무거워야 한다는데, 그런 기준으로 본다면 전 작가에 안 어울리는 족속이지요. 바깥 지향적 성격이라 대여섯 개 되는 모임과 도서관의 강좌를 쫓아다녀야 하고, 책도 읽어야 하고, 드라마와 다큐멘터리도 봐야 하고, 틈틈이 타이핑 봉사도 해야 하고……. 또 밥도 해야 하고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죠. 그래서 두 가지를 한꺼번에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나 자꾸 머리를 쓰게 돼요.
선택과 집중이 대세라는데 저는 아무래도 시대를 역행하는 유형이라고나 할까요. 늘 두서없고, 어수선하고, 일단 부딪치고 보자는 ‘좌충우돌식’ 기질이 저를 움직이는 힘인 것 같아요. 깊이보다 너비, 공상보다는 몸의 경험에 더 이끌리는 스타일이랄까요? 또 하나는 불치병에 가까운 ‘지적 허영심’(호기심이라고 해 주면 더 고맙겠지만)인데요, 새로운 것을 알게 되면 더 공부하게 돼요. 새로운 장소, 새로운 사람, 새로운 음식……. 그냥 새롭고 낯선 것에 대한 호기심이라고 해 두죠.

 
 
마지막으로, 독자 여러분에게 한마디 부탁드려요.
 
세상에 독불장군은 없지요. 풀꽃이 아름다운 건 억센 잡초 옆이어서 그렇고, 잡초가 강해 보이는 건 여린 야생화가 있어서 그런 거지요. 세상에 특별하고 소중하지 않은 존재는 없습니다. 저마다 존중받고 사랑받을 권리가 있는 거지요.
수로와 설희가 피부색, 언어, 경제력 등 그 어떤 기준으로도 잴 수 없는 우리들의 아이이고 우리들의 후손이고, 우리들의 친구이고, 우리들의 이웃이듯이 말입니다. 혹시 이후에라도 주위에서 수로와 설희 같은 아이를 만나면, “미안해. 사랑해”라는 말과 함께 힘껏 안아 주셨으면 해요.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인터뷰 및 사진 : 사계절출판사 아동청소년문학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