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가족] 기소영의 친구들

작가는 우연히 들린 쉼터에서 벽면 가득 메운 손편지들을 보았다고 한다. 그것은 세월호 희생 학생들의 친구들이 쓴 메시지가 대부분이었다. 그곳에서 울림을 받은 작가는 <기소영의 친구들>을 탄생시켰고, 어딘가에서 상실을 마주하고 있을 아이들에게 울림이 될 것이다.

『대부분 세월호 희생 학생들의 친구들이 쓴 메시지였습니다. 아이들은 하나같이 자기 삶에 남은 죽은 친구의 흔적을 어쩌지 못해 울부짖고 있었습니다. 이 아이들이 죽은 친구와 함께한 신나고 재미있던 한때라도 눈물 없이 떠올릴 수 있을까?』(p.143)

이 책을 읽기 전, 아이와 함께 죽음에 대한 감정 단어들을 떠올려 보았다.
슬픔, 외로움, 두려움, 화남(부재로 인한) 등 대부분 부정적인 감정들이다. 피할 수 있다면 겪고 싶지 않다는 것이 우리 공통의 의견이었다.
그리고 그림책 <바람이 멈출 때>를 같이 읽고, 떠오르는 생각을 물어보았다.
죽음은 언젠가 생기는 일이고 당연하게 여겨진다며, 죽은 뒤에는 하늘나라가 있을 것 같고
처음보다는 두려운 감정이 적어졌다고 한다.
죽음이라는 주제로 아이와 어떻게 말해야 할까 하는 염려로 시작했지만, 곧 이 책에 등장하는 교장선생님과 다를 바가 없었다는 생각에 미안함이 들었다.

『“하지만 낮이 끝나면 해는 어디로 가나요?” 아이가 물었어요.
“낮은 끝나지 않아. 어딘가 다른 곳에서 시작하지. 이곳에서 밤이 시작되면, 다른 곳에서 해가 빛나기 시작한단다. 이 세상에는 완전히 끝나는 건 없단다.”<바람이 멈출 때>』

『선생님은 집에 아기가 있어서 장례식에 못 가고, 교장 선생님이 학생들은 소영이 장례식에 가지 않도록 방침을 정했다고. 학교에서는 소영이 장례식 참석을 위한 체험 학습 신청서는 승인해 주지 않을 예정이라고 했다.(p.19)』

이렇듯 어른들의 염려와 여러 가지 이유로 충분한 애도를 가지지 못했지만, ‘어쩌지 못해 울부짖음’을 선택하지 않은 기소영의 친구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죽음을 받아들이려 한다.
또한 친구들의 모습에서 소영이의 빈자리를 발견하기도 하지만, 여러 면의 소영이를 만나기도 한다. 그러면서 부재를 인정하고, 충분히 이야기 나누고, 충분히 슬퍼하며 아이들 스스로 애도를 마치게 되는 것이다.
소영이의 할아버지 댁에서 돌아오는 아이들은 더이상 소영이를 떠올리며 슬픔에 잠기지 않는다. 소영이 그대로를 기억할 수 있고, 언제고 이야기할 수 있는 상태가 됨을 느낀다.

『“와! 진짜 독하다. 소영이 방귀 냄새보다 더 심해.” 나는 참지 못하고 풋 웃을 뻔했다. 한동안 소영이 이야기라면 슬프거나 아름다운 것들뿐이었는데, 왠지 현실로 돌아온 것 같았다.』(p.135)

『죽음은 소영이의 부재로 다가온다. 무엇보다도 함께 어울렸던 친구들 사이에 더 이상 소영이가 없고, 남은 친구들은 서로서로 상대방에게서 소영이의 빈자리를 발견한다. 이제 소영이는 어디에도 없고, 어디에나 있다.』(p.148)


가족 구성원의 한마디 :
죽음은 피하고 싶은, 부정하고 싶은 단어였다면, 언젠가는 맞이해야 할 또 다른 시작이라고 생각하니 한 번쯤은 미래의 일을 상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하루하루 충실히 살아갈 힘이 생길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아이에게 실컷 울어도 좋다고, 아이의 감정을 충분히 표현하게 도와줄 수 있는 부모가 되기를 노력해야겠다.

나도 소영이의 친구들과 같은 생각을 할 것 같다. 가장 친하고 소중한 사람이라면 어른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장례식에 갈 것이다.
그리고 죽음은 잊지 않아야 한다. 내 생각 속에서 살아야 하니까. 해와 달이 뜨는 것처럼.
너희들은 진정한 친구들이야. 소영이가 외롭지 않고 너무 좋아할 것 같다.

사계절출판사에서 책을 제공 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