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사계절어린이문학상 수상작 발표

2회 사계절어린이문학상 수상작 발표

 

정은주, 기소영의 친구들

제2회 사계절어린이문학상 예·본심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제2회 사계절어린이문학상에는 모두 110편의 작품이 접수되었으며, 심사는 최나미(아동청소년문학 작가), 김민령(아동청소년문학 평론가), 김혜정(아동청소년문학 작가) 선생님이 맡아 주셨습니다. 본심에 오른 모든 작품에 대한 애정 어린 심사평을 아래에 공개합니다.
수상작가님께 축하를 전하며, 사계절어린이문학상에 응모해 주신 모든 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수상작은 2022년 8월, 책으로 만나실 수 있습니다.


 


 

2회 사계절어린이문학상 심사평

 햇수로 3년째, 코로나와 함께하는 삶이 지속되고 있다. 처음에는 이 낯선 감염병이 일시적인 상황일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사람들 사이의 거리두기와 고립은 어느새 일상이 되어 있다. 문학은 늘 예외적 사건에서 모두의 이해와 공감을 이끌어내고자 한다. 어린이들에게 2년이란 어른에 비해 훨씬 길고 중요한 시간이리라. 우리 아동문학이 그 어느 때보다 무거운 책임의식과 사명감을 지니는 까닭이다. 좋은 동화는 어린이들이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도록 돕고 인간과 세상을 이해하도록 도울 뿐 아니라 불안과 두려움, 외로움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극복할 수 있도록 손을 내밀어 준다. 코로나가 좋은 동화의 기준을 흔들어 놓지는 못하겠지만 좋은 동화가 더욱 긴요한 때인 것만은 분명하다.

제2회 사계절어린이문학상 심사위원들은 아동문학의 근본을 되새기며 좋은 작품을 만나리라는 기대감을 갖고 응모작들을 읽어 나갔다. 총 110편의 응모작들을 세 명의 심사위원이 나누어 읽고 5편의 작품을 본심에 올렸다. 본심에 오른 작품은 「두껍앱: 헌 집 줄게, 새 날 다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림자 낚시꾼」 「코 없는 코끼리」 「기소영의 친구들」이다.

「두껍앱:헌 집 줄게, 새 날 다오」는 옛이야기 ‘은혜 갚은 두꺼비’를 모티브로 하여 시간을 되돌리는 모바일 앱이 등장하는 판타지 작품이다. 친구 사귀는 일에 곤란을 겪는 주인공이 ‘두껍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한편 미스터리한 친구를 만나 우정을 쌓는 이야기다. 타임리프 서사를 과학기술과 접목시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지만 판타지, SF, 옛이야기, 역사까지 지나치게 많은 요소를 뒤섞어 도리어 성격이 모호해졌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친구 사귀기라는 일상의 문제가 이만한 판타지를 요청할 정도인가 하는 의문도 제기되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도 설 명절을 맞아 할머니댁에 갔던 주인공이 조선시대로 미끄러져 들어가는 타임슬립물이다. 예술과 자기실현의 욕망을 지닌 광대를 등장시키고 왜란 이후 양민들의 궁핍한 삶에 대한 관심도 담겨 있어 기대감을 갖게 하는 작품이다. 인물과 장면의 묘사에서 독자를 끌어당기고 매력적인 문장들도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후반부에 이르러 의인화된 명절신이 등장하면서 이야기를 종잡을 수 없어졌다. 현실의 문제점이 과거로 연결된 지점이 조화롭지 못해, 전체적인 이야기에서 작가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림자 사냥꾼」은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미심쩍은 존재와 위험한 거래를 한다는 익숙한 판타지 서사에 어린이들이 현실에서 겪는 다양한 결핍의 문제를 결합했다. 구성과 플롯이 분명해서 이해하기 쉽고 ‘그림자 사냥꾼’이 등장하는 첫 장면은 눈을 번쩍 뜨게 하지만 이후의 이야기에서는 결말이 너무 쉽게 예측되었다. 또한 어린이 인물들의 욕망을 외모, 인기, 성적 등으로 단순화하거나 여자 어린이가 끊임없이 외모에 대해 발화하는 등 부적절한 설정도 적지 않았다.

본심작뿐 아니라 예심작 중에도 판타지와 SF들이 장르적 기준을 충족하기보다는 그때그때 상상력을 뒷받침하기 위해 로봇이나 판타지 세계를 동원하는 방식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았다. 어쩌면 동화에 있어서 장르 구분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장르 문법을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하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서사의 완결성과 문학적 완성도를 갖추는 데 중요한 요건일 수 있다. 전반적으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 대목이었다.

「코 없는 코끼리」는 악어의 공격으로 짧은 코를 갖게 된 수컷 코끼리의 성장 이야기를 다룬다. 무리에서 쫓겨난 주인공 코끼리가 현명한 수컷 코끼리를 만나 삶의 지혜를 터득해 나가며 황무지를 통과하는 줄거리다. 다양한 야생동물의 역동적인 묘사와 세심한 관찰이 돋보인다. 그러나 서사가 지나치게 단조롭고 익히 알려진 동물 성장담의 공식을 되풀이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무엇보다도 신체적 핸디캡을 가진 주인공을 통해 장애 서사의 가능성을 펼쳐 놓고 그대로 덮어 버린 데 대해서는 큰 안타까움을 느꼈다.


「기소영의 친구들」은 어느 날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친구 기소영을 둘러싸고 죽음과 애도의 문제를 다룬다. 친구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충격과 슬픔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남은 친구들이 떠나간 친구의 빈자리를 기억하며 단단해진 우정을 확인하게 되는 성장담이다. 친구의 죽음, 혹은 어린이의 때 이른 죽음이라는 껄끄러운 소재를 너무 무겁지 않게, 그러면서도 경박하지 않게, 중요한 문제를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대면하며 잘 다루었다. 다만, 초반부에 슬픔과 놀라움, 당황스러움 같은 죽음에서 파생될 만한 자연스러운 감정들이 소거되어 있어 의아한 부분이 있다. 그런데 어쩌면 이것이 어린이가 죽음을 맞닥뜨렸을 때 나올 법한 자연스러운 반응일지 모른다는 의견을 나누었다. 어른들이 타당하다고 여기는 방법이 아닌, 어린이들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방법으로 친구를 애도하고 성장을 이루는 과정을 그리는 것도 의미 있을 것이다.

심사위원들은 모두들 신중하게 숙고하였지만 생각을 모으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만장일치로 「기소영의 친구들」을 수상작으로 결정하였다. 「기소영의 친구들」은 죽음과 고통, 상실감이 어른거리는 현재 상황에 가장 필요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죽음은 피할 수 없는 보편적인 문제이며, 어린이 역시 언젠가는 맞닥뜨려야 할 현실이다. 부재하는 인물을 기억하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고 성장해 나가는 어린이 인물들이 믿음직스럽게 그려졌다는 것도 반갑다. 수상자에게 축하와 함께 고마움도 전한다.

수상자는 한 명이지만 훨씬 많은 응모자들이 고배를 마시고 고개를 떨굴 것이다. 하지만 장편을 완성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대단한 일이다. 원고를 한 자 한 자 써 나가면서 느꼈던 즐거움과 성취감을 바탕으로 다시 출발선에 설 여러분들에게 깊은 존경과 응원을 보낸다.

심사위원: 최나미, 김혜정, 김민령(대표집필)

흰머리앤 2022-01-28 19:28:51 2

너무 감사합니다. ^^ 편집자님께 연락을 받고도 실감이 나질 않았는데, 이렇게 감동적인 심사평까지 보니 더 실감이 나질 않네요. 제 작품의 의도를 너무나도 잘 알아봐 주신 심사위원님들과 편집팀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