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 가파도에 가다 (사계절 지식소설 18) (비움과 낮춤의 지혜를 배우는 노자 철학 소설)
- 372
• 지은이 : 김경윤
• 가격 : 15,000원
• 책꼴/쪽수 :
145x220mm, 192쪽
• 펴낸날 : 2025-08-22
• ISBN : 979-11-6981-387-7 (44150), 978-89-5828-570-0(세트)
• 십진분류 : 철학 > 동양철학, 사상 (150)
• 도서상태 : 정상
• 태그 : #노자 #철학소설 #청소년 #사계절 지식소설
저자소개
지은이 : 김경윤
책 읽고 책 쓰고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가입니다. 서울에서 태어나 40년, 고양에서 아이들과 함께 20년, 가파도에서 고양이와 함께 3년째 삽니다. 매표소에서 표를 팔고, 매표소 안에 ‘가파도 고양이 도서관’을 작게 차려 놓았습니다. 청소년과 함께 읽기 위해 지은 책으로 『장자, 아파트 경비원이 되다』, 『스피노자, 퍼즐을 맞추다』, 『박지원, 열하로 배낭여행 가다』, 『묵자·양주, 로봇이 되다』, 『허균, 서울대 가다』, 『예수, 신의 아들이 되다』, 『소크라테스는 왜 우리 집 벨을 눌렀을까?』, 『장자에게 잘 놀고 먹는 법을 배우다』 등이 있습니다.
책정보 및 내용요약
섬과 바다, 이웃과 고양이에게 배우는 노자의 철학
이야기로 만나는 『도덕경』의 지혜!
사계절 지식소설 시리즈 18권. 인공지능과 기후 위기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좋은 삶’의 열쇠를 제시하는 노자 철학 소설이다. 춘추 전국 시대라는 혼란의 시대를 살았던 노자는 억지로 하지 않고, 자연의 질서를 따르는 ‘무위자연’의 철학을 역설했다. 저자는 제주도 남쪽의 작은 섬 가파도로 떠난 백양(노자의 자子도 백양이었다)의 여정을 통해 노자의 오래된 지혜가 ‘지금, 여기’와 호흡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2500년 전 중국에 살았던 노자가 지금 한국에 살고 있다면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사람과 사람, 사람과 동물,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지는 섬 가파도에서 백양은 노자의 철학을 마주한다. 섬이 가르쳐 주는 소국과민, 고양이가 보여주는 무위자연, 바다가 일러 주는 상선약수…… 인공지능부터 기후 위기까지, 급변하는 시대에도 변치 않는 노자의 유연한 삶의 지혜를 소설 속 이야기에 녹여 냈다.
오랫동안 청소년들의 인문학 전달자로서 강연과 집필을 해 온 인문학자 김경윤이 전작 『장자, 아파트 경비원이 되다』에 이어 이번에는 노자의 철학을 담은 소설로 돌아왔다. 각 장의 끝에는 저자가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말로 직접 번역한 『도덕경』과 풀이를 실었고, 노자의 생애와 『도덕경』의 핵심 메시지를 안내하는 ‘지식 노트’를 함께 수록했다.
이야기로 만나는 『도덕경』의 지혜!
사계절 지식소설 시리즈 18권. 인공지능과 기후 위기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좋은 삶’의 열쇠를 제시하는 노자 철학 소설이다. 춘추 전국 시대라는 혼란의 시대를 살았던 노자는 억지로 하지 않고, 자연의 질서를 따르는 ‘무위자연’의 철학을 역설했다. 저자는 제주도 남쪽의 작은 섬 가파도로 떠난 백양(노자의 자子도 백양이었다)의 여정을 통해 노자의 오래된 지혜가 ‘지금, 여기’와 호흡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2500년 전 중국에 살았던 노자가 지금 한국에 살고 있다면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사람과 사람, 사람과 동물,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지는 섬 가파도에서 백양은 노자의 철학을 마주한다. 섬이 가르쳐 주는 소국과민, 고양이가 보여주는 무위자연, 바다가 일러 주는 상선약수…… 인공지능부터 기후 위기까지, 급변하는 시대에도 변치 않는 노자의 유연한 삶의 지혜를 소설 속 이야기에 녹여 냈다.
오랫동안 청소년들의 인문학 전달자로서 강연과 집필을 해 온 인문학자 김경윤이 전작 『장자, 아파트 경비원이 되다』에 이어 이번에는 노자의 철학을 담은 소설로 돌아왔다. 각 장의 끝에는 저자가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말로 직접 번역한 『도덕경』과 풀이를 실었고, 노자의 생애와 『도덕경』의 핵심 메시지를 안내하는 ‘지식 노트’를 함께 수록했다.
목차
프롤로그
1장 가파도로 가다
『도덕경』 일기 1 소국과민(小國寡民), 작은 나라 적은 인구
2장 고양이의 가르침
『도덕경』 일기 2 불언지교 무위지익(不言之敎 無爲之益), 말 없는 가르침과 함 없음의 유익함
3장 천천히 살다
『도덕경』 일기 3 천리지행 시어족하(千里之行 始於足下),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4장 무지개다리를 건너다
『도덕경』 일기 4 출생입사(出生入死), 누구나 태어나 죽는다
5장 고양이 청년을 만나다
『도덕경』 일기 5 지족불욕(知足不辱), 만족을 알아야 욕되지 않는다
6장 쓰레기를 줍다
『도덕경』 일기 6 상선약수(上善若水),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
7장 고양이도서관을 만들다
『도덕경』 일기 7 공수신퇴(功遂身退), 공을 세우면 물러나라
8장 노자를 강의하다
『도덕경』 일기 8 지인자지 자지자명(知人者智 自知者明), 남을 아는 것은 지혜, 자신을 아는 것은 밝음
9장 사랑하며, 아끼며, 물러나며
『도덕경』 일기 9 부유불거 시이불거(夫唯不居 是以不去), 머물지 않으니 떠남도 없다
10장 마지막 수업
『도덕경』 일기 10 아유삼보(我有三寶), 나는 세 가지 보물을 지니고 있다
에필로그
지식 노트
작가의 말
1장 가파도로 가다
『도덕경』 일기 1 소국과민(小國寡民), 작은 나라 적은 인구
2장 고양이의 가르침
『도덕경』 일기 2 불언지교 무위지익(不言之敎 無爲之益), 말 없는 가르침과 함 없음의 유익함
3장 천천히 살다
『도덕경』 일기 3 천리지행 시어족하(千里之行 始於足下),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4장 무지개다리를 건너다
『도덕경』 일기 4 출생입사(出生入死), 누구나 태어나 죽는다
5장 고양이 청년을 만나다
『도덕경』 일기 5 지족불욕(知足不辱), 만족을 알아야 욕되지 않는다
6장 쓰레기를 줍다
『도덕경』 일기 6 상선약수(上善若水),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
7장 고양이도서관을 만들다
『도덕경』 일기 7 공수신퇴(功遂身退), 공을 세우면 물러나라
8장 노자를 강의하다
『도덕경』 일기 8 지인자지 자지자명(知人者智 自知者明), 남을 아는 것은 지혜, 자신을 아는 것은 밝음
9장 사랑하며, 아끼며, 물러나며
『도덕경』 일기 9 부유불거 시이불거(夫唯不居 是以不去), 머물지 않으니 떠남도 없다
10장 마지막 수업
『도덕경』 일기 10 아유삼보(我有三寶), 나는 세 가지 보물을 지니고 있다
에필로그
지식 노트
작가의 말
편집자 추천글
인공지능과 기후 위기의 시대에도 변치 않는 유연한 삶의 지혜,
노자의 철학을 소설로 만난다!
2028년, 인공지능과 디지털 교육이 보편화되고 종이책의 자리가 사라지며 도서관장 백양은 이제 자신의 시간이 끝났음을 직감한다. 은퇴 후 책에만 파묻혀 지내던 어느 날, 백양에게 옛 친구 미경의 전화가 걸려 온다. 백양은 미경의 초대를 받아 제주도 남쪽 작은 섬 가파도로 뜻밖의 여행을 떠난다.
그렇게 도착한 제주도 남쪽의 작은 섬 가파도. 사람과 사람, 사람과 동물,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지는 그곳에서 백양은 고양이를 돌보고, 자동차를 타는 대신 걷거나 자전거를 타며 삶의 속도를 늦추고, 친구를 떠나보내고, 쓰레기를 줍고, 매표소에서 일하고, 작은 도서관을 차리고, 『도덕경』을 읽고 이야기하며 노자의 철학을 삶 속에 담아낸다.
섬이 가르쳐주는 소국과민, 고양이가 보여주는 무위자연, 바다가 일러주는 상선약수까지…… 서쪽이 아닌 남쪽으로 간 노자가 발견한 삶의 지혜를 만나 보자.
시공간을 뛰어넘어 ‘지금, 여기’와 호흡하는 『도덕경』
노자는 주나라가 쇠퇴하면서 여러 제후국이 중원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다투던 춘추 전국 시대(기원전 770~기원전 221)에 살았던 철학자로, 도가(道家) 사상의 시조이다. 전쟁이 끊이지 않고, 사람들의 삶은 피폐해져만 가던 난세 속에 인간과 사회의 새로운 길을 모색한 사상가들이 등장했으니, 이들이 바로 공자, 맹자, 묵자, 한비자, 장자 등을 아우르는 제자백가다. 그중에서도 노자는 평화로운 삶과 사회에 이르기 위해서는 인위적인 노력이 아니라, 만물의 질서인 ‘도(道)’를 따르는 ‘덕(德)’을 실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런 노자의 사상이 집약된 말이 바로 ‘무위자연(無爲自然)’이었다.
주나라가 쇠퇴하자, 노자는 마침내 은둔하기로 결심하고 서쪽으로 떠났고, 이후 자취를 감췄다고 전해진다. 세상을 향해 나서지 않고 은둔했던 탓에 오랫동안 노자의 철학은 소극적이고 현실 도피적인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노자는 누구보다도 평화로운 세상을 꿈꾸며, 자연의 근본 원리를 현실에 적용할 방법을 치열하게 고민한 선구적인 사상가였다. 그의 유일한 저서이자 불과 5천 자 남짓한 짧은 글인 『도덕경』이 2500년이 넘는 세월을 뛰어넘어 끊임없이 사랑받고, 동서의 장벽을 넘어 서양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동양 고전으로 자리 잡은 것은 바로 그 때문일 것이다.
나아가 기후 위기와 전쟁이 뭇 생명을 위협하고, 부와 지위를 향한 욕망과 경쟁이 극에 달한 오늘날은, 노자가 살았던 혼돈의 시기와 많은 부분 닮아 있다. 기원전 6세기경 노자가 제시한 삶과 우주에 대한 통찰이 지금 이곳의 우리에게 변함없이 깊은 울림을 주는 까닭이다.
이 책은 제주도와 마라도 사이에 있는 가파도로 향한 백양이 섬에서 이웃, 자연, 고양이와 관계 맺으며 노자의 철학을 마주하고, 노자의 사상을 삶으로 실천해 내는 모습을 그린다. 그런 점에서 백양은 오늘날 우리 곁에 살아 돌아온 노자와 다름 아니다.
소국과민小國寡民 * 가파도에서 만난 노자의 이상향
“나라를 작게 하고 인구를 적게 하십시오.
아무리 좋은 무기가 있더라도 쓰지 마십시오.”
―『도덕경』 80장 중에서
미경의 초대를 받고 가파도로 향한 백양은 낮은 돌담과 작은 집들, 푸른 청보리밭이 펼쳐지는 풍경을 바라보며 노자의 이상향을 떠올린다. 나라는 작고 사람은 적은 소국과민의 땅. 사람을 죽이는 무기도 없고 이사 가는 사람도 거의 없는 곳. 간결하게 말하고, 소박하게 살아가는 곳. 풍속이 즐거워 이웃 나라를 탐하지 않는 곳. 자신이 태어난 곳에서 안전하고 편안하게 살다가 죽을 수 있는 곳. 노자는 이런 나라라면 사람들이 몸과 마음을 다치지 않고,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노자에게 ‘부국강병’은 평화의 반대편에 있는 말이었다.
그리고 노자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삶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노자는 ‘채움’이 아니라 ‘비움’을, ‘높임’이 아니라 ‘낮춤’을 이야기했다. 노자는 집 안을 금은보화로 가득 채우면 행복이 가득 차는 게 아니라, 금은보화를 지키려고 불안이 가득 찬다고 생각했다. 나아가, 권력을 탐하고 부귀영화를 누리려는 사람들에 의해 사회가 어지러워지고 나라가 쇠퇴한다고 보았다. 그래서 노자는 자신의 보배로 ‘자애로움’과 ‘검소함’과 ‘나서지 않음’(겸손)을 꼽았다. 백양은 가파도의 평화로운 일상 속에서 느린 속도로, 천천히 살아가며 노자가 말한 소국과민의 이상향을 생각한다. 그리고 더 많은 부와 높은 지위를 차지하기 위해 바쁘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현대인의 삶을 성찰한다.
무위자연無爲自然 * 살아 있는 노자, 고양이의 말 없는 가르침
“세상의 지극한 부드러움이 세상의 지극한 단단함을 이기는 법.
자신을 없애야 틈 없는 곳도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함 없음의 유익함을 압니다.”
―『도덕경』 43장 중에서
친구들이 가파도를 떠나면서, 백양은 홀로 지내게 된다. 아니, 사실 뜻밖의 식구들이 생긴다. 바로 미경이 돌보던 고양이들의 집사가 된 것. 난생처음 고양이들을 돌보면서 백양은 의문을 갖는다. 개를 키우는 사람은 ‘주인’인데, 왜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은 ‘집사’라고 하는 걸까? 고양이들과 통성명을 하고, 가까워질수록 백양은 그 이유를 깨닫는다.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고 어디에도 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고양이와, 뭔가를 자꾸 소유하려고 하고 항상 어딘가에 매여 고단하게 살아가는 인간의 처지를 비교해 보면 고양이가 주인이고, 인간이 집사인 게 맞는다고 생각한 것이다.
나아가, 백양은 고양이들에게서 노자의 모습을 발견한다. 부드러운 행동, 유연한 몸짓, 나른한 태도, 근심 없이 깊은 잠,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삶. 많은 것을 소유하지 않고도 풍족하게 존재할 수 있는 고양이를 보며, 백양은 노자가 말한 ‘무위자연’의 삶을 떠올린다. 고양이들은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지 않고, 억지로 하지 않는 ‘무위’의 유익함을 백양에게 말없이 가르쳐 준다.
상선약수上善若水 * 바다가 일러 주는 생태적 지혜
“가장 훌륭한 것은 물과 같습니다.
물은 만물을 섬길 뿐 만물과 다투지 않고, 사람들이 싫어하는 낮은 곳에 거합니다.
그래서 도(道)와 가깝습니다.”
―『도덕경』 8장 중에서
어느 날 백양은 가파도 해안가에 잔뜩 쌓인 해양 쓰레기들을 마주한다. 이웃들이 부지런히 쓰레기를 치우지만, 멀리서부터 파도를 타고 떠밀려오는 쓰레기들은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다. 인간이 버린 쓰레기들이 바다의 생태계를 파괴하고, 이는 다시 바다에 의지해 살아가는 어부와 해녀를 비롯한 가파도 주민들의 생활을 위협하고 있었다.
노자는 최고의 선이 물과 같다고 했다. 물은 모든 것을 섬기고, 만물과 다투지 않으며, 낮은 곳에 임하기 때문이다. 낮은 곳으로 향한 물은 바다를 이루고, 바다는 뭇 생명과 인간이 버린 쓰레기까지 받아안는다. 백양은 인간이 자연을 파괴하고, 그 악영향이 다시 인간에게 돌아오는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노자의 가르침대로 물을 닮고, 자연을 닮아야 함을 깨닫는다. 그리고 이웃들과 합심해 많은 관광객이 몰려드는 청보리 축제 기간에 걷고 뛰며 쓰레기를 줍는 이벤트를 마련한다. 나아가, 축제가 끝난 뒤에도 어떻게 하면 일상 속에서 쓰레기를 줄이고, 깨끗하게 살아갈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인공지능의 시대, 무엇을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
노자와 함께하는 가르침과 배움의 길
평생을 책과 더불어 살아온 백양은 인공지능 시대가 다가오고 종이책의 자리가 위태로워지면서 이제 자신의 시간이 끝났음을 직감한다. 그러나 가파도에서 『도덕경』을 가르침과 배움의 관점에서 새롭게 읽고 쓰면서, 인공지능 시대 교육과 학습의 의미를 재발견한다. 그리고 새롭게 해석한 『도덕경』의 문장들을 통해, 아이들과 선생님들에게 자신이 발견한 『도덕경』 속 가르침과 배움의 길을 이야기한다.
인공지능은 인간보다 더 빠르게 정보를 처리하고,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쌓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의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배우고 익혀야 할까? 백양은 인간은 스스로 무엇을 모르는지 묻고, 새로운 앎에 대한 호기심으로 질문하는 존재라는 데에서 답을 찾는다. 이제는 그럴듯한 정답을 찾는 게 아니라 늘 새롭게 질문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홀로 살아갈 수 없는 인간이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다른 부분을 나누며 살아가기 위해서는 단순히 많은 지식과 정보만이 아니라 타인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필수적이다. 그래서 노자는 “남을 아는 것은 지혜, 자신을 아는 것은 밝음”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런 “가르침과 배움에는 끝이 없다.”
이 책에서는 저자가 가르침과 배움의 관점에서 다시금 써 내려간 『도덕경』의 문장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인공지능 시대 교육과 학습의 길을 헤아리는 백양의 시선은 청소년뿐 아니라 자녀 교육에 고심하는 학부모, 교육 현장에서 학생을 만나는 교사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줄 것이다.
♦ 청소년을 위한 사계절 지식소설 시리즈
사계절 지식소설은 누구나 이야기 속 주인공이 되어 철학, 심리학, 인류학, 생태학 등 새로운 학문의 세계로 쉽게 입문할 수 있도록 소설과 지식이 만난 청소년 교양 소설 시리즈다. 소설 속 이야기를 재미있게 따라가다 보면 처음에는 낯설었던 새로운 지식들이 어느새 자신의 삶과 연관되어 쉽게 이해된다. 소설이라는 형식을 통해 깊이 있는 지식을 청소년 독자들에게 쉽고 재밌게 전달해 온 사계절 지식소설 시리즈는 여러 공공 기관 및 청소년 관련 단체에서 우수도서로 선정되었다.
★대한출판문화협회 올해의 청소년도서 ★책으로따뜻한세상만드는교사들 권장도서 ★행복한아침독서 추천도서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추천도서 ★경기도학교도서관사서협의회 추천도서 ★학교도서관저널 추천도서 ★청소년 북토큰 선정도서 ★환경교육협회 전국환경과학독후감대회 선정도서 ★전국독서새물결 대한민국 독서대회 선정도서 ★청소년 책날개 추천도서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청소년 권장도서 ★전국청소년독서감상문발표대회 선정도서
♦ 책 속으로
도서관장은 은퇴 후 집에 틀어박혀 책을 읽으며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평생을 책 속에서 살았기에 모아 놓은 책들이 서재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
따르릉~ 따르릉~ 핸드폰에서 고전적인 수신음이 울렸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백양 씨?”
“네, 누구시죠?”
“나야, 미경이. 대학교 동창. (…) 은퇴하고 별로 할 일도 없을 텐데, 건형이랑 제주도로 한번 놀러 오는 건 어때? 내가 가파도에 있거든. 다음 주에 건형이가 우리 집에 오는데, 한 달 동안 머물기로 했어. 그 김에 너도 와라. 얼굴이나 한번 보자.” (…)
친구의 느닷없는 초대와 가족의 아낌없는 응원을 백양은 매몰차게 거절하지 못했다. 갑작스러운 여행이었다. - 10~12쪽
노자는 『도덕경』 80장에 자신이 꿈꾸는 세상을 묘사했다. 나라는 작고 사람은 적은 소국과민의 땅. 사람을 죽이는 무기도 없고 이사 가는 사람도 거의 없는 곳. 간결하게 말하고, 소박하게 살아가는 곳. 풍속이 즐거워 이웃 나라를 탐하지 않는 곳. 자신이 태어난 곳에서 안전하고 편안하게 살다가 죽을 수 있는 곳. 『도덕경』 80장은 노자의 이상향을 잘 말해 준다. 내가 도착한 가파도의 모습이 바로 그러하다. 배가 끊기면 왕래도 끊기는 땅! 노자가 왔다면 “바로 이곳이야!” 했을지도 모를 섬이다. - 22쪽
노자는 『도덕경』에서 인위적으로 무언가를 행하는 유위(有爲)의 무익함과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지 않고, 억지로 하지 않는 무위(無爲)의 유익함을 이야기했다. 지금 나는 살아 있는 노자, 고양이에게 새로 배우며 살고 있다. 부드러운 행동, 유연한 몸짓, 나른한 태도, 근심 없이 깊은 잠,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삶. 나는 고양이처럼 어슬렁거리며 동네를 돌아다니고, 걱정 없이 세상을 보고, 즐거이 깊은 잠에 빠지고, 별일 없이 살아간다. 이보다 좋은 삶이 있을까? 고양이들은 나를 말없이 가르친다. - 37~38쪽
가파도에 와서 지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많이 걸을 수밖에 없다. 섬 이곳저곳을 오가는 내 주요 이동 수단은 발과 자전거다. 바쁠 때는 자전거를 타고, 한가할 때는 걷는다. 별다른 운동을 하지 않는데도 체중이 준 건 모두 자전거 타기와 걷기 덕분인 듯하다. (…) 천천히 내 호흡과 힘에 맞춰 자전거를 모는 게 즐겁다. 바쁘게 살 이유도 없고, 빨리 이동해야 할 곳도 없다. 이 작은 섬과 자전거는 정말 잘 어울린다. 행복이 자전거를 타고 올까? - 56쪽
백양은 며칠 사이로 두 번의 장례식을 치렀다. 하나는 친구의 장례식이고, 다른 하나는 이름 모를 새끼 고양이의 장례식이다. 새끼 고양이의 장례식에는 가족도, 친구도, 손님도 참석하지 않았다. 자율방범대장과 백양만이 그 자리를 지켰다. 백양은 새끼 고양이를 묻으며, 속으로 추모의 기도를 했다.
‘많이 추웠지? 사느라 고생이 많았구나. 무지개다리를 건너면 내 친구 미경이가 너를 반겨 줄지도 몰라. 그곳은 춥지도 덥지도 않고 배고프지도 아프지도 않은 곳이라는데. 잘 가거라. 가서 좋은 친구 만나 행복하게 지내렴. 안녕.’ - 73쪽
백양은 영어마을에서 학원을 운영하면서 매주 사료와 의약품을 들고 가파도에 방문하는 청년을 눈여겨보고 있었다. 가파도에 처음 왔을 때부터, 가끔 백양이 지내는 곳에도 찾아와 고양이들의 상태를 관찰하고 맛있는 간식을 주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저 청년은 무슨 사연으로 이곳 가파도까지 찾아오게 되었을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고양이 돌봄을 저토록 꾸준히 하는 이유는 뭘까? 어쩌다가 고양이를 보살피게 되었을까? 청년은 조용히 왔다가 조용히 가 버리는 사람이어서 좀처럼 궁금증을 해결할 수 없었다. - 81-82쪽
가파도, 사방이 물로 둘러싸여 있는 작은 섬. 이곳에 온 지도 벌써 1년이 다 되어 간다. 가파도는 도시와는 달리 공기도 맑고, 하늘도 맑고, 물도 맑다. 높은 빌딩이 없는 곳, 낮은 돌담과 낮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작은 마을. 이 마을이 점점 좋아진다.
노자는 물을 좋아했다. 인간의 높은 경지를 물과 같다고 말했다. 왜 높은 경지가 물과 같을까? 물은 모든 것을 섬기고, 만물과 다투지 않으며, 낮은 곳에 임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자연의 모습이기도 하다.
만약에 인간이 물을 닮는다면 어떻게 살 수 있을까? 물처럼 낮은 곳에 거하고, 마음이 깊고, 남을 배려하고, 꼭 해야 할 말만 하고, 처신을 바르게 하고, 힘껏 살아가고, 움직일 때와 움직이지 않을 때를 알아차리고, 남들과 다투지 않는 삶을 살 수 있다. 그게 물에서 배우는 지혜다. 흠 없는 삶이다. - 106쪽
“가파도에 도서관을?”
“뭐 대단한 도서관은 아니고, 자그마하게요.”
‘도서관’이라는 말에 백양은 귀가 쫑긋 솟는다. 도서관을 그만둘 때의 아쉬움은 지금도 남아 있다. 그런데 이 작은 섬 가파도에서 도서관을? 백양은 반신반의하면서 태람 아빠를 쳐다본다. (…)
“그럼 일단은 가파도에 좀 더 계시는 거로 결정하신 겁니다?”
백양은 매표원을 그만둘까 생각했는데, 이제 새로운 일이 생긴 듯하다. 도서관이라면 의미도 있고, 재미도 있을 테니까. (…)
둘은 마주 보고 활짝 웃었다. 매표소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되고, 도서관을 만드는 의미 있는 일도 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마당 쓸고 돈 줍고, 도랑 치고 가재 잡고. 점심시간이 끝나고 백양은 매표소로 돌아와 오후 근무를 시작했다. 오후가 순식간에 지나갔다 – 110~111쪽
“(…) 지금 우리가 사는 사회는 인공지능이 널리 사용되는 한편 종이책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인공지능 시대가 열릴수록 질문하는 인간의 능력이 더욱 함양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질문하는 힘은 바로 인문학적 소양을 갖추는 것에 달려 있습니다. 그리고 인문학적 소양은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고 질문하고 답을 찾는 과정에서 쌓여 가는 것입니다. 인공지능은 많은 정보를 순식간에 처리하는 방면에서는 인간의 능력을 능가하지만, 새로운 질문을 만들고 물을 수 있는 능력은 오직 인간에게만 있습니다. 우리는 정답을 찾는 기계가 아니라 질문을 하는 인간입니다.” - 128~129쪽
노자는 “공을 이루고 나서는 머물지 말라”라고 충고했다. 이제 가파도를 떠날 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백양은 감지할 수 있었다. 백양은 가파도를 떠날 때 아무것도 가져가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좋은 물건은 이웃에게 나눠 주고, 가지고 있는 책은 도서관에 기부하고, 옷 몇 벌에 책 한두 권만 챙겨서 떠나야지, 그렇게 다짐했다.
백양은 마당에 나가 하늘을 봤다. 해가 지고 있는 바닷가가 붉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 고양이들이 저녁을 주는 줄 알고 마당으로 달려 나와 백양의 주위를 맴돌았다. 백양은 얼마 후면 헤어질 고양이들을 다정히 바라보며, 오랜만에 캔 간식을 까서 밥그릇에 듬뿍 부어 줬다. 고양이들이 고개를 박고 즐겁게 먹어 댔다. 백양은 참 평화로운 풍경이라고 생각했다.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 - 150-151쪽
노자는 자신에게 세 가지 보물이 있다고 말한다. 자애로움, 검소함, 나서지 않음. 이 세 가지가 노자의 처세술이다. 기독교의 믿음, 소망, 사랑 중에 제일은 사랑인 것처럼, 노자의 자애로움, 검소함, 나서지 않음 중에 제일은 자애로움이다. (…)
자애로움이란 사랑 중에서도 부모의 사랑 같은 것이다. 자신을 버리고 기꺼이 자식을 사랑하는 사랑. 대가 없이 베푸는 사랑. 이러한 사랑의 모델로 노자는 하늘과 땅을 꼽았다. 하늘과 땅은 대가 없이 베풀고 차별 없이 사랑한다. 자신에게 오는 것을 막지 않고 자신에게서 떠나는 것을 붙잡지 않는다. 이러한 사랑은 너무도 커서 없는 것처럼 보인다. - 168쪽
노자가 주장하는 무위자연의 세계관은 전쟁에 휩싸이고, 환경 파괴로 고통받고 있는 많은 사람에게 비폭력과 생태주의가 행복에 이르는 길이라는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높은 지위나 많은 부를 얻는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하며 치열한 경쟁 사회 속에서 힘겨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성인과 청소년에게도, 『도덕경』은 외적인 성취가 아니라 내면적 성찰이 인생에서 중요한 것임을 이야기합니다. 1등만 좋은 세상이 아니라 꼴등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권리가 있음을, 모든 사람은 평등하고, 귀하고, 아름답게 살아갈 자격이 있음을 알려 줍니다. 많이 배우는 것이 아니라 잘 살아가는 것이 최상의 지혜임을 말합니다. - 186쪽
지혜를 얻는 데 독서만 한 것이 없습니다. 어떤 책을 읽어도 상관없지만, 그래도 오랜 세월 인류에게 검증받은 좋은 책을 읽는 것이 좋습니다. 이렇게 오랜 시간 견디고 살아남은 책을 ‘고전’이라고 합니다. ‘오래된 지혜가 담긴 책’이지요. (…)
노자는 지혜로운 사람 중에 지혜로운 사람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노자가 인류에게 남긴 유산은 고작 5천여 자 되는 한문이었습니다. 그 짧은 글을 쪼개고 나눠서 81편의 시로 엮은 것이 『도덕경』입니다. - 187~189쪽
노자의 철학을 소설로 만난다!
2028년, 인공지능과 디지털 교육이 보편화되고 종이책의 자리가 사라지며 도서관장 백양은 이제 자신의 시간이 끝났음을 직감한다. 은퇴 후 책에만 파묻혀 지내던 어느 날, 백양에게 옛 친구 미경의 전화가 걸려 온다. 백양은 미경의 초대를 받아 제주도 남쪽 작은 섬 가파도로 뜻밖의 여행을 떠난다.
그렇게 도착한 제주도 남쪽의 작은 섬 가파도. 사람과 사람, 사람과 동물,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지는 그곳에서 백양은 고양이를 돌보고, 자동차를 타는 대신 걷거나 자전거를 타며 삶의 속도를 늦추고, 친구를 떠나보내고, 쓰레기를 줍고, 매표소에서 일하고, 작은 도서관을 차리고, 『도덕경』을 읽고 이야기하며 노자의 철학을 삶 속에 담아낸다.
섬이 가르쳐주는 소국과민, 고양이가 보여주는 무위자연, 바다가 일러주는 상선약수까지…… 서쪽이 아닌 남쪽으로 간 노자가 발견한 삶의 지혜를 만나 보자.
시공간을 뛰어넘어 ‘지금, 여기’와 호흡하는 『도덕경』
노자는 주나라가 쇠퇴하면서 여러 제후국이 중원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다투던 춘추 전국 시대(기원전 770~기원전 221)에 살았던 철학자로, 도가(道家) 사상의 시조이다. 전쟁이 끊이지 않고, 사람들의 삶은 피폐해져만 가던 난세 속에 인간과 사회의 새로운 길을 모색한 사상가들이 등장했으니, 이들이 바로 공자, 맹자, 묵자, 한비자, 장자 등을 아우르는 제자백가다. 그중에서도 노자는 평화로운 삶과 사회에 이르기 위해서는 인위적인 노력이 아니라, 만물의 질서인 ‘도(道)’를 따르는 ‘덕(德)’을 실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런 노자의 사상이 집약된 말이 바로 ‘무위자연(無爲自然)’이었다.
주나라가 쇠퇴하자, 노자는 마침내 은둔하기로 결심하고 서쪽으로 떠났고, 이후 자취를 감췄다고 전해진다. 세상을 향해 나서지 않고 은둔했던 탓에 오랫동안 노자의 철학은 소극적이고 현실 도피적인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노자는 누구보다도 평화로운 세상을 꿈꾸며, 자연의 근본 원리를 현실에 적용할 방법을 치열하게 고민한 선구적인 사상가였다. 그의 유일한 저서이자 불과 5천 자 남짓한 짧은 글인 『도덕경』이 2500년이 넘는 세월을 뛰어넘어 끊임없이 사랑받고, 동서의 장벽을 넘어 서양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동양 고전으로 자리 잡은 것은 바로 그 때문일 것이다.
나아가 기후 위기와 전쟁이 뭇 생명을 위협하고, 부와 지위를 향한 욕망과 경쟁이 극에 달한 오늘날은, 노자가 살았던 혼돈의 시기와 많은 부분 닮아 있다. 기원전 6세기경 노자가 제시한 삶과 우주에 대한 통찰이 지금 이곳의 우리에게 변함없이 깊은 울림을 주는 까닭이다.
이 책은 제주도와 마라도 사이에 있는 가파도로 향한 백양이 섬에서 이웃, 자연, 고양이와 관계 맺으며 노자의 철학을 마주하고, 노자의 사상을 삶으로 실천해 내는 모습을 그린다. 그런 점에서 백양은 오늘날 우리 곁에 살아 돌아온 노자와 다름 아니다.
소국과민小國寡民 * 가파도에서 만난 노자의 이상향
“나라를 작게 하고 인구를 적게 하십시오.
아무리 좋은 무기가 있더라도 쓰지 마십시오.”
―『도덕경』 80장 중에서
미경의 초대를 받고 가파도로 향한 백양은 낮은 돌담과 작은 집들, 푸른 청보리밭이 펼쳐지는 풍경을 바라보며 노자의 이상향을 떠올린다. 나라는 작고 사람은 적은 소국과민의 땅. 사람을 죽이는 무기도 없고 이사 가는 사람도 거의 없는 곳. 간결하게 말하고, 소박하게 살아가는 곳. 풍속이 즐거워 이웃 나라를 탐하지 않는 곳. 자신이 태어난 곳에서 안전하고 편안하게 살다가 죽을 수 있는 곳. 노자는 이런 나라라면 사람들이 몸과 마음을 다치지 않고,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노자에게 ‘부국강병’은 평화의 반대편에 있는 말이었다.
그리고 노자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삶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노자는 ‘채움’이 아니라 ‘비움’을, ‘높임’이 아니라 ‘낮춤’을 이야기했다. 노자는 집 안을 금은보화로 가득 채우면 행복이 가득 차는 게 아니라, 금은보화를 지키려고 불안이 가득 찬다고 생각했다. 나아가, 권력을 탐하고 부귀영화를 누리려는 사람들에 의해 사회가 어지러워지고 나라가 쇠퇴한다고 보았다. 그래서 노자는 자신의 보배로 ‘자애로움’과 ‘검소함’과 ‘나서지 않음’(겸손)을 꼽았다. 백양은 가파도의 평화로운 일상 속에서 느린 속도로, 천천히 살아가며 노자가 말한 소국과민의 이상향을 생각한다. 그리고 더 많은 부와 높은 지위를 차지하기 위해 바쁘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현대인의 삶을 성찰한다.
무위자연無爲自然 * 살아 있는 노자, 고양이의 말 없는 가르침
“세상의 지극한 부드러움이 세상의 지극한 단단함을 이기는 법.
자신을 없애야 틈 없는 곳도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함 없음의 유익함을 압니다.”
―『도덕경』 43장 중에서
친구들이 가파도를 떠나면서, 백양은 홀로 지내게 된다. 아니, 사실 뜻밖의 식구들이 생긴다. 바로 미경이 돌보던 고양이들의 집사가 된 것. 난생처음 고양이들을 돌보면서 백양은 의문을 갖는다. 개를 키우는 사람은 ‘주인’인데, 왜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은 ‘집사’라고 하는 걸까? 고양이들과 통성명을 하고, 가까워질수록 백양은 그 이유를 깨닫는다.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고 어디에도 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고양이와, 뭔가를 자꾸 소유하려고 하고 항상 어딘가에 매여 고단하게 살아가는 인간의 처지를 비교해 보면 고양이가 주인이고, 인간이 집사인 게 맞는다고 생각한 것이다.
나아가, 백양은 고양이들에게서 노자의 모습을 발견한다. 부드러운 행동, 유연한 몸짓, 나른한 태도, 근심 없이 깊은 잠,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삶. 많은 것을 소유하지 않고도 풍족하게 존재할 수 있는 고양이를 보며, 백양은 노자가 말한 ‘무위자연’의 삶을 떠올린다. 고양이들은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지 않고, 억지로 하지 않는 ‘무위’의 유익함을 백양에게 말없이 가르쳐 준다.
상선약수上善若水 * 바다가 일러 주는 생태적 지혜
“가장 훌륭한 것은 물과 같습니다.
물은 만물을 섬길 뿐 만물과 다투지 않고, 사람들이 싫어하는 낮은 곳에 거합니다.
그래서 도(道)와 가깝습니다.”
―『도덕경』 8장 중에서
어느 날 백양은 가파도 해안가에 잔뜩 쌓인 해양 쓰레기들을 마주한다. 이웃들이 부지런히 쓰레기를 치우지만, 멀리서부터 파도를 타고 떠밀려오는 쓰레기들은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다. 인간이 버린 쓰레기들이 바다의 생태계를 파괴하고, 이는 다시 바다에 의지해 살아가는 어부와 해녀를 비롯한 가파도 주민들의 생활을 위협하고 있었다.
노자는 최고의 선이 물과 같다고 했다. 물은 모든 것을 섬기고, 만물과 다투지 않으며, 낮은 곳에 임하기 때문이다. 낮은 곳으로 향한 물은 바다를 이루고, 바다는 뭇 생명과 인간이 버린 쓰레기까지 받아안는다. 백양은 인간이 자연을 파괴하고, 그 악영향이 다시 인간에게 돌아오는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노자의 가르침대로 물을 닮고, 자연을 닮아야 함을 깨닫는다. 그리고 이웃들과 합심해 많은 관광객이 몰려드는 청보리 축제 기간에 걷고 뛰며 쓰레기를 줍는 이벤트를 마련한다. 나아가, 축제가 끝난 뒤에도 어떻게 하면 일상 속에서 쓰레기를 줄이고, 깨끗하게 살아갈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인공지능의 시대, 무엇을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
노자와 함께하는 가르침과 배움의 길
평생을 책과 더불어 살아온 백양은 인공지능 시대가 다가오고 종이책의 자리가 위태로워지면서 이제 자신의 시간이 끝났음을 직감한다. 그러나 가파도에서 『도덕경』을 가르침과 배움의 관점에서 새롭게 읽고 쓰면서, 인공지능 시대 교육과 학습의 의미를 재발견한다. 그리고 새롭게 해석한 『도덕경』의 문장들을 통해, 아이들과 선생님들에게 자신이 발견한 『도덕경』 속 가르침과 배움의 길을 이야기한다.
인공지능은 인간보다 더 빠르게 정보를 처리하고,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쌓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의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배우고 익혀야 할까? 백양은 인간은 스스로 무엇을 모르는지 묻고, 새로운 앎에 대한 호기심으로 질문하는 존재라는 데에서 답을 찾는다. 이제는 그럴듯한 정답을 찾는 게 아니라 늘 새롭게 질문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홀로 살아갈 수 없는 인간이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다른 부분을 나누며 살아가기 위해서는 단순히 많은 지식과 정보만이 아니라 타인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필수적이다. 그래서 노자는 “남을 아는 것은 지혜, 자신을 아는 것은 밝음”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런 “가르침과 배움에는 끝이 없다.”
이 책에서는 저자가 가르침과 배움의 관점에서 다시금 써 내려간 『도덕경』의 문장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인공지능 시대 교육과 학습의 길을 헤아리는 백양의 시선은 청소년뿐 아니라 자녀 교육에 고심하는 학부모, 교육 현장에서 학생을 만나는 교사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줄 것이다.
♦ 청소년을 위한 사계절 지식소설 시리즈
사계절 지식소설은 누구나 이야기 속 주인공이 되어 철학, 심리학, 인류학, 생태학 등 새로운 학문의 세계로 쉽게 입문할 수 있도록 소설과 지식이 만난 청소년 교양 소설 시리즈다. 소설 속 이야기를 재미있게 따라가다 보면 처음에는 낯설었던 새로운 지식들이 어느새 자신의 삶과 연관되어 쉽게 이해된다. 소설이라는 형식을 통해 깊이 있는 지식을 청소년 독자들에게 쉽고 재밌게 전달해 온 사계절 지식소설 시리즈는 여러 공공 기관 및 청소년 관련 단체에서 우수도서로 선정되었다.
★대한출판문화협회 올해의 청소년도서 ★책으로따뜻한세상만드는교사들 권장도서 ★행복한아침독서 추천도서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추천도서 ★경기도학교도서관사서협의회 추천도서 ★학교도서관저널 추천도서 ★청소년 북토큰 선정도서 ★환경교육협회 전국환경과학독후감대회 선정도서 ★전국독서새물결 대한민국 독서대회 선정도서 ★청소년 책날개 추천도서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청소년 권장도서 ★전국청소년독서감상문발표대회 선정도서
♦ 책 속으로
도서관장은 은퇴 후 집에 틀어박혀 책을 읽으며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평생을 책 속에서 살았기에 모아 놓은 책들이 서재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
따르릉~ 따르릉~ 핸드폰에서 고전적인 수신음이 울렸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백양 씨?”
“네, 누구시죠?”
“나야, 미경이. 대학교 동창. (…) 은퇴하고 별로 할 일도 없을 텐데, 건형이랑 제주도로 한번 놀러 오는 건 어때? 내가 가파도에 있거든. 다음 주에 건형이가 우리 집에 오는데, 한 달 동안 머물기로 했어. 그 김에 너도 와라. 얼굴이나 한번 보자.” (…)
친구의 느닷없는 초대와 가족의 아낌없는 응원을 백양은 매몰차게 거절하지 못했다. 갑작스러운 여행이었다. - 10~12쪽
노자는 『도덕경』 80장에 자신이 꿈꾸는 세상을 묘사했다. 나라는 작고 사람은 적은 소국과민의 땅. 사람을 죽이는 무기도 없고 이사 가는 사람도 거의 없는 곳. 간결하게 말하고, 소박하게 살아가는 곳. 풍속이 즐거워 이웃 나라를 탐하지 않는 곳. 자신이 태어난 곳에서 안전하고 편안하게 살다가 죽을 수 있는 곳. 『도덕경』 80장은 노자의 이상향을 잘 말해 준다. 내가 도착한 가파도의 모습이 바로 그러하다. 배가 끊기면 왕래도 끊기는 땅! 노자가 왔다면 “바로 이곳이야!” 했을지도 모를 섬이다. - 22쪽
노자는 『도덕경』에서 인위적으로 무언가를 행하는 유위(有爲)의 무익함과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지 않고, 억지로 하지 않는 무위(無爲)의 유익함을 이야기했다. 지금 나는 살아 있는 노자, 고양이에게 새로 배우며 살고 있다. 부드러운 행동, 유연한 몸짓, 나른한 태도, 근심 없이 깊은 잠,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삶. 나는 고양이처럼 어슬렁거리며 동네를 돌아다니고, 걱정 없이 세상을 보고, 즐거이 깊은 잠에 빠지고, 별일 없이 살아간다. 이보다 좋은 삶이 있을까? 고양이들은 나를 말없이 가르친다. - 37~38쪽
가파도에 와서 지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많이 걸을 수밖에 없다. 섬 이곳저곳을 오가는 내 주요 이동 수단은 발과 자전거다. 바쁠 때는 자전거를 타고, 한가할 때는 걷는다. 별다른 운동을 하지 않는데도 체중이 준 건 모두 자전거 타기와 걷기 덕분인 듯하다. (…) 천천히 내 호흡과 힘에 맞춰 자전거를 모는 게 즐겁다. 바쁘게 살 이유도 없고, 빨리 이동해야 할 곳도 없다. 이 작은 섬과 자전거는 정말 잘 어울린다. 행복이 자전거를 타고 올까? - 56쪽
백양은 며칠 사이로 두 번의 장례식을 치렀다. 하나는 친구의 장례식이고, 다른 하나는 이름 모를 새끼 고양이의 장례식이다. 새끼 고양이의 장례식에는 가족도, 친구도, 손님도 참석하지 않았다. 자율방범대장과 백양만이 그 자리를 지켰다. 백양은 새끼 고양이를 묻으며, 속으로 추모의 기도를 했다.
‘많이 추웠지? 사느라 고생이 많았구나. 무지개다리를 건너면 내 친구 미경이가 너를 반겨 줄지도 몰라. 그곳은 춥지도 덥지도 않고 배고프지도 아프지도 않은 곳이라는데. 잘 가거라. 가서 좋은 친구 만나 행복하게 지내렴. 안녕.’ - 73쪽
백양은 영어마을에서 학원을 운영하면서 매주 사료와 의약품을 들고 가파도에 방문하는 청년을 눈여겨보고 있었다. 가파도에 처음 왔을 때부터, 가끔 백양이 지내는 곳에도 찾아와 고양이들의 상태를 관찰하고 맛있는 간식을 주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저 청년은 무슨 사연으로 이곳 가파도까지 찾아오게 되었을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고양이 돌봄을 저토록 꾸준히 하는 이유는 뭘까? 어쩌다가 고양이를 보살피게 되었을까? 청년은 조용히 왔다가 조용히 가 버리는 사람이어서 좀처럼 궁금증을 해결할 수 없었다. - 81-82쪽
가파도, 사방이 물로 둘러싸여 있는 작은 섬. 이곳에 온 지도 벌써 1년이 다 되어 간다. 가파도는 도시와는 달리 공기도 맑고, 하늘도 맑고, 물도 맑다. 높은 빌딩이 없는 곳, 낮은 돌담과 낮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작은 마을. 이 마을이 점점 좋아진다.
노자는 물을 좋아했다. 인간의 높은 경지를 물과 같다고 말했다. 왜 높은 경지가 물과 같을까? 물은 모든 것을 섬기고, 만물과 다투지 않으며, 낮은 곳에 임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자연의 모습이기도 하다.
만약에 인간이 물을 닮는다면 어떻게 살 수 있을까? 물처럼 낮은 곳에 거하고, 마음이 깊고, 남을 배려하고, 꼭 해야 할 말만 하고, 처신을 바르게 하고, 힘껏 살아가고, 움직일 때와 움직이지 않을 때를 알아차리고, 남들과 다투지 않는 삶을 살 수 있다. 그게 물에서 배우는 지혜다. 흠 없는 삶이다. - 106쪽
“가파도에 도서관을?”
“뭐 대단한 도서관은 아니고, 자그마하게요.”
‘도서관’이라는 말에 백양은 귀가 쫑긋 솟는다. 도서관을 그만둘 때의 아쉬움은 지금도 남아 있다. 그런데 이 작은 섬 가파도에서 도서관을? 백양은 반신반의하면서 태람 아빠를 쳐다본다. (…)
“그럼 일단은 가파도에 좀 더 계시는 거로 결정하신 겁니다?”
백양은 매표원을 그만둘까 생각했는데, 이제 새로운 일이 생긴 듯하다. 도서관이라면 의미도 있고, 재미도 있을 테니까. (…)
둘은 마주 보고 활짝 웃었다. 매표소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되고, 도서관을 만드는 의미 있는 일도 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마당 쓸고 돈 줍고, 도랑 치고 가재 잡고. 점심시간이 끝나고 백양은 매표소로 돌아와 오후 근무를 시작했다. 오후가 순식간에 지나갔다 – 110~111쪽
“(…) 지금 우리가 사는 사회는 인공지능이 널리 사용되는 한편 종이책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인공지능 시대가 열릴수록 질문하는 인간의 능력이 더욱 함양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질문하는 힘은 바로 인문학적 소양을 갖추는 것에 달려 있습니다. 그리고 인문학적 소양은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고 질문하고 답을 찾는 과정에서 쌓여 가는 것입니다. 인공지능은 많은 정보를 순식간에 처리하는 방면에서는 인간의 능력을 능가하지만, 새로운 질문을 만들고 물을 수 있는 능력은 오직 인간에게만 있습니다. 우리는 정답을 찾는 기계가 아니라 질문을 하는 인간입니다.” - 128~129쪽
노자는 “공을 이루고 나서는 머물지 말라”라고 충고했다. 이제 가파도를 떠날 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백양은 감지할 수 있었다. 백양은 가파도를 떠날 때 아무것도 가져가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좋은 물건은 이웃에게 나눠 주고, 가지고 있는 책은 도서관에 기부하고, 옷 몇 벌에 책 한두 권만 챙겨서 떠나야지, 그렇게 다짐했다.
백양은 마당에 나가 하늘을 봤다. 해가 지고 있는 바닷가가 붉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 고양이들이 저녁을 주는 줄 알고 마당으로 달려 나와 백양의 주위를 맴돌았다. 백양은 얼마 후면 헤어질 고양이들을 다정히 바라보며, 오랜만에 캔 간식을 까서 밥그릇에 듬뿍 부어 줬다. 고양이들이 고개를 박고 즐겁게 먹어 댔다. 백양은 참 평화로운 풍경이라고 생각했다.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 - 150-151쪽
노자는 자신에게 세 가지 보물이 있다고 말한다. 자애로움, 검소함, 나서지 않음. 이 세 가지가 노자의 처세술이다. 기독교의 믿음, 소망, 사랑 중에 제일은 사랑인 것처럼, 노자의 자애로움, 검소함, 나서지 않음 중에 제일은 자애로움이다. (…)
자애로움이란 사랑 중에서도 부모의 사랑 같은 것이다. 자신을 버리고 기꺼이 자식을 사랑하는 사랑. 대가 없이 베푸는 사랑. 이러한 사랑의 모델로 노자는 하늘과 땅을 꼽았다. 하늘과 땅은 대가 없이 베풀고 차별 없이 사랑한다. 자신에게 오는 것을 막지 않고 자신에게서 떠나는 것을 붙잡지 않는다. 이러한 사랑은 너무도 커서 없는 것처럼 보인다. - 168쪽
노자가 주장하는 무위자연의 세계관은 전쟁에 휩싸이고, 환경 파괴로 고통받고 있는 많은 사람에게 비폭력과 생태주의가 행복에 이르는 길이라는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높은 지위나 많은 부를 얻는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하며 치열한 경쟁 사회 속에서 힘겨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성인과 청소년에게도, 『도덕경』은 외적인 성취가 아니라 내면적 성찰이 인생에서 중요한 것임을 이야기합니다. 1등만 좋은 세상이 아니라 꼴등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권리가 있음을, 모든 사람은 평등하고, 귀하고, 아름답게 살아갈 자격이 있음을 알려 줍니다. 많이 배우는 것이 아니라 잘 살아가는 것이 최상의 지혜임을 말합니다. - 186쪽
지혜를 얻는 데 독서만 한 것이 없습니다. 어떤 책을 읽어도 상관없지만, 그래도 오랜 세월 인류에게 검증받은 좋은 책을 읽는 것이 좋습니다. 이렇게 오랜 시간 견디고 살아남은 책을 ‘고전’이라고 합니다. ‘오래된 지혜가 담긴 책’이지요. (…)
노자는 지혜로운 사람 중에 지혜로운 사람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노자가 인류에게 남긴 유산은 고작 5천여 자 되는 한문이었습니다. 그 짧은 글을 쪼개고 나눠서 81편의 시로 엮은 것이 『도덕경』입니다. - 187~189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