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의 틈새
- 846
• 지은이 : 이금이
• 가격 : 18,500원
• 책꼴/쪽수 :
128x188mm, 448쪽
• 펴낸날 : 2025-08-15
• ISBN : 979-11-6981-383-9 03810
• 십진분류 : 문학 > 한국문학 (810)
• 도서상태 : 정상
• 태그 : #광복절 #사할린 #한인 #역사 #디아스포라
저자소개
지은이 : 이금이
1984년 새벗문학상에 동화가 당선되어 문단에 데뷔한 이후 40여 년 동안 진한 인간애가 담긴 감동적인 작품을 꾸준히 발표해왔다. 소천아동문학상, 윤석중문학상, 방정환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아이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나이를 초월하여 폭넓은 독자층을 가지고 있는 보기 드문 작가이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너도 하늘말나리야』 『유진과 유진』 ‘밤티 마을 이야기’ 시리즈, 『하룻밤』 『망나니 공주처럼』 『너를 위한 B컷』 등이 있다.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로 시작한 ‘일제강점기 한인 여성 디아스포라 3부작’이 『알로하, 나의 엄마들』 그리고 『슬픔의 틈새』를 마지막으로 9년 만에 완성된다. 2024년에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글 부문 최종 후보로 선정되었다. (홈페이지: leegeumyi.com)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로 시작한 ‘일제강점기 한인 여성 디아스포라 3부작’이 『알로하, 나의 엄마들』 그리고 『슬픔의 틈새』를 마지막으로 9년 만에 완성된다. 2024년에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글 부문 최종 후보로 선정되었다. (홈페이지: leegeumyi.com)
책정보 및 내용요약
2018년 IBBY 아너리스트 선정
2024년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글 부문 최종 후보 선정
이금이 작가의 ‘ 일제강점기 여성 디아스포라 3부작 ’ 완결판 출간!
광복 80주년, 국가와 사회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우리 역사의 목소리
누구보다 간절하게 삶을 살아낸 사할린 한인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1940년 일제강점기 당시 일자리를 준다는 일본의 말에 속아 사할린으로 간 사람들이 있다. 돈을 벌어 오로지 식구들 세끼 먹이고, 자식들을 학교에 보내기 위해 계약 기간 동안만 잠시 떨어져 지내면 된다고 생각한 여정이었다. 하지만 사할린 탄광에서는 사망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났고, 월급도 들은 것과 달리 강제 저금 후 푼돈만 지급됐다. 저금된 돈은 계약 기간이 강제로 연장되어 행방을 알기 어려웠다. 일본이 조선에 시행한 ‘국가총동원법’으로 사할린에 간 사람들은 이후로 일본과 소련의 지배 아래서 조국으로 돌아갈 날만을 기다리며 무국적자로 살아야 했다. 소설 속 단옥네 이야기는 사할린 한인 1세대가 겪은 일이다.
광복 80주년을 맞아 출간되는 『슬픔의 틈새』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우리 역사의 한 부분을 깊이 있게 담아낸다. 주단옥, 야케모토 타마코, 다시 주단옥 그리고 올가 송까지. 이름과 국적이 몇 번이나 바뀐 80년의 세월 동안 숱하게 조국에게 배신당하면서도, 누구보다 간절하게 자기 삶을 개척해나간 ‘주단옥’이라는 인물의 일대기를 펼쳐 보인다. 온몸으로 역사를 끌어안고 살아낸 사할린 한인들의 이야기는 오늘날, 국가의 의미와 존재 이유를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2024년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글 부문 최종 후보 선정
이금이 작가의 ‘ 일제강점기 여성 디아스포라 3부작 ’ 완결판 출간!
광복 80주년, 국가와 사회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우리 역사의 목소리
누구보다 간절하게 삶을 살아낸 사할린 한인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1940년 일제강점기 당시 일자리를 준다는 일본의 말에 속아 사할린으로 간 사람들이 있다. 돈을 벌어 오로지 식구들 세끼 먹이고, 자식들을 학교에 보내기 위해 계약 기간 동안만 잠시 떨어져 지내면 된다고 생각한 여정이었다. 하지만 사할린 탄광에서는 사망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났고, 월급도 들은 것과 달리 강제 저금 후 푼돈만 지급됐다. 저금된 돈은 계약 기간이 강제로 연장되어 행방을 알기 어려웠다. 일본이 조선에 시행한 ‘국가총동원법’으로 사할린에 간 사람들은 이후로 일본과 소련의 지배 아래서 조국으로 돌아갈 날만을 기다리며 무국적자로 살아야 했다. 소설 속 단옥네 이야기는 사할린 한인 1세대가 겪은 일이다.
광복 80주년을 맞아 출간되는 『슬픔의 틈새』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우리 역사의 한 부분을 깊이 있게 담아낸다. 주단옥, 야케모토 타마코, 다시 주단옥 그리고 올가 송까지. 이름과 국적이 몇 번이나 바뀐 80년의 세월 동안 숱하게 조국에게 배신당하면서도, 누구보다 간절하게 자기 삶을 개척해나간 ‘주단옥’이라는 인물의 일대기를 펼쳐 보인다. 온몸으로 역사를 끌어안고 살아낸 사할린 한인들의 이야기는 오늘날, 국가의 의미와 존재 이유를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목차
1부
세 개의 바다를 건너 _1943년
흰 밤, 검은 낮 _1943년
따뜻한 겨울 _1943년
서늘한 여름 _1944년
남겨진 사람들 _1944년
뜨거운 여름 _1945년
행렬 _1945년
우글레고르스크 _1946년
2부
귀환선 _1946~1949년
다시, 시작 _1949년
슬픔의 틈새 8
혼담 _1950년
결혼 _1951년
무국적자 _1957년
3부
선택 _1958년
갈림길 1 _1960년
갈림길 2 _1961년
얼어붙은 땅 _1963년
마지막 잔치 _1964년
슬픔의 틈새 _1966년
4부
단옥, 타마코, 올가 _1988년
무너지는 둑 _1992년
뿌리 1 _1995년
뿌리 2 _1996년
1945년 8월 15일 _1999년
심장의 반쪽 _2000년
유언 _2025년
작가의 말
참고 자료
세 개의 바다를 건너 _1943년
흰 밤, 검은 낮 _1943년
따뜻한 겨울 _1943년
서늘한 여름 _1944년
남겨진 사람들 _1944년
뜨거운 여름 _1945년
행렬 _1945년
우글레고르스크 _1946년
2부
귀환선 _1946~1949년
다시, 시작 _1949년
슬픔의 틈새 8
혼담 _1950년
결혼 _1951년
무국적자 _1957년
3부
선택 _1958년
갈림길 1 _1960년
갈림길 2 _1961년
얼어붙은 땅 _1963년
마지막 잔치 _1964년
슬픔의 틈새 _1966년
4부
단옥, 타마코, 올가 _1988년
무너지는 둑 _1992년
뿌리 1 _1995년
뿌리 2 _1996년
1945년 8월 15일 _1999년
심장의 반쪽 _2000년
유언 _2025년
작가의 말
참고 자료
편집자 추천글

40여 년 동안 꾸준히 역사가 기억하지 않는 이들에게 시선을 둔
이금이 작가의 ‘일제강점기 여성 디아스포라 3부작’ 완결판 출간!
1984년 새벗문학상에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금이 작가는 올해로4 1년째 작가의 길을 걸어오고 있다. 그동안 동시대 어린이, 청소년의 삶을 깊이 들여다보는 작품들을 발표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역사가 기억하지 않는 이들에 꾸준히 관심을 가지며, 직접 취재해 문학으로 조명하는 일을 이어온 작가에게 ‘일제강점기 한인 여성 디아스포라 3부작’은 필연과도 같은 작업이었다.
작가의 첫 역사소설인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사계절출판사, 2016)는 10년 동안 작가가 마음속에 품어온 인물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일제강점기에 서로 다른 신분을 가지고 태어난 두 소녀가 주체적으로 자기 운명을 헤쳐나간 이야기는 국내뿐 아니라 영어, 일본어, 아랍어, 이탈리아어 판권이 수출되면서 해외 독자들에게도 큰 울림을 주었다. 이 작품으로 이금이 작가는 2018년 IBBY 아너리스트에 선정되었다. 더불어 2024년 한국 작가로는 처음으로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글 부문 최종 후보에 올라‘ 아동청소년문학의 정전이 동시대와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야 할지’를 보여준다는 평과 함께 한국 문학의 위상을 굳건하게 했다.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로 시작한 ‘일제강점기 여성 디아스포라 3부작’은 『알로하, 나의 엄마들』(창비, 2020)에 이어 『슬픔의 틈새』를 마지막으로 출간 기준 9년 만에 완성된다. 광복 80주년을 맞아 출간되는 『슬픔의 틈새』는 단순한 역사소설이 아닌, 강제로 조국을 떠나야만 했던 사할린 한인들의 질곡 깊은 역사에 대한 존중이자 누구보다 간절하게 삶을 살아낸 이들을 위한 증언이다.
“1945년 8월 15일은 조국이 해방을 맞은 날이지만,
사할린 한인들에게는 고향과 가족을 잃은 날이었다.”
소설은 1943년 3월, 단옥네가 고향 다래울을 떠나 남사할린(화태)으로 가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일본이 조선에 시행한 ‘국가총동원법’의 일환인 줄 모르고,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화태 탄광으로 떠난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를 찾아 먼 길을 떠난 가족들 그리고 고향에 남은 또 다른 식구들까지. 돌아오기 위해 떠난 이날의 여정이 영원한 헤어짐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간신히 도착한 화태에서 아버지와 재회한 것도 잠시, 1944년 본토로의 ‘전환배치’라는 명령 하에 일본은 노무자들을 이중 징용하면서 또다시 가족들과 갈라놓는다. 속수무책으로 가족들이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건 비단 소설 속 단옥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1. 930년대 후반, 일제강점기 당시 사할린 한인 1세대들이 겪은 실제 역사다.
사할린 한인들이 강제 징용으로 떠나온 남사할린은 원래 러시아 땅이었다1. 905년 러일전쟁에서 이긴 일본은 사할린 남쪽의 통치권을 넘겨받아 40년간 지배했다. 당시 일본은 선주민이 부르던 이름에서 따와 남사할린을 가라후토라 명명했고, 조선인들은 한자 음대로 화태라 불렀다. 하지만1 945년 소련-일본 전쟁으로 남사할린은 다시 소련의 통치를 받았다. 몇 번이나 지배 체제가 바뀌는 동안 사할린의 한인들은 일본인도, 소련인도 당연히 조선인도 아니었다. 1945년 8월 15일, 조국이 일본으로부터 해방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사할린 한인들의 삶은 달라지지 않았다. 항구에서 귀국선을 기다리던 조선인들을 찾아온 건 살던 곳으로 돌아가라는 소련군의 명령 그리고 일본의 스파이라는 누명과 핍박뿐이었다.
고향으로 돌아갈 때 문제가 될까 싶어 무국적자로 살아온 사할린 한인들에게 8월 15일은 또다시 조국에게 배신당한 날이 되었다. 그 뼈아픈 시간들 속에서 한인들은 갈 수 없는 조국과 그곳의 가족들을 가슴에 묻고, 사할린에서 만난 사람들과 이웃하고 연대하며 살아가기 시작한다. 거스를 수 없는 역사 앞에서도 매일 먹여야 하는 식구들의 끼니와 자라나는 자식들의 뒷바라지라는 현실은 하루도 빠짐없이 찾아오기에, 1세대 한인들은 슬픔에만 머물러 있을 수 없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은 여성들의 삶은
함께 아끼고 보듬으며 나아가는 길이 얼마나 단단하고 경이로운지를 보여준다
이중 징용으로 만석을 떠나보낸 덕춘과 탄광 사고로 다리를 다친 정만을 대신해 생계를 이끈 치요. 오로지 살아남기 위해 무엇이든 해야만 했던 그녀들이 일궈온 터전을 딸들인 단옥과 유키에가 이어받으면서 소설은 당시 여성의 삶에 집중한다. 앞 세대가 그래왔듯이 다음 세대의 여성들 역시 조국과 타국에서 받은 숱한 배신과 비관을 안고, 한 번도 멈춘 적 없는 발걸음을 또다시 기약되지 않은 미래로 내딛는다. 소설은 그 길에 선 여성들의 일대기를 1940년에서 2025년까지의 시간으로 펼쳐 보인다.
당시 사할린으로 강제 징용된 노무자들 가운데는 한인들만 있던 것이 아니다. 소수의 관리직을 제외한 일본인들 역시 조선인과 비슷한 대우를 받는 노무자였다. 일제강점기 당시 조선인이 많은 탄광 마을에서 유키에네는 결코 온전히 섞여 들 수 없는 존재였다. 일본인이면서 여성인 유키에는 단옥과는 또 다른 의미의 이방인으로 살아야 했다. 일본은 1946년에서 1949년 사이 사할린 내 자국민들을 귀환시키면서 일본 국적을 가진 사람으로 대상을 제한했다. 한 가족이었지만 유키에네는 일본인인 치요와 유키에만 귀환할 수 있었고, 치요와 정만 사이에서 태어난 두 동생들도 해당이 안 됐다. 이런 상황에서 유키에는 오히려 또래인 단옥에게 가족과 같은 유대와 정을 느낀다.
누구도 차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그 땅에서 단옥과 유키에는 서로에게 조선인과 일본인이 아니었다 . 어느 순간부터 사할린에서 산 세월이 조선에서 지낸 시간을 넘어서고, 그들에게 사할린은 떠나야 하는 타국이 아닌 발 딛고 살아가는 터전이 된다. 그곳에서 두 사람은 함께 유년 시절을 보내고, 부모나 형제에게 말하지 못 하는 비밀을 털어놓고, 결혼을 해 아이를 키우면서 울고 웃는 삶의 순간을 나눈다. 소설 속 여성들의 삶은 흔들릴지언정 어떤 상황에서도 결코 인간다움을 잃지 않으려 애쓴 모습으로 진한 울림을 전한다. 민족과 국적을 떠나 새로운 공동체로 살아간 두 가족은 사회적 소수자로서 함께 아끼고 보듬으며 나아가는 길이 얼마나 단단하고 경이로운지를 보여준다.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문학의 의미
“우리가 함께 연루된 이야기로써의 역사”라는 공동의 책임 의식
소설에서 인물들은 그저 역사 속에 놓인 개인이 아닌, 당당하게 자기 삶을 살아낸 존재로 오롯이 서 있다. 작품은 두 가족의 일대기를 다루며 스무 명이 넘는 인물들의 삶을 보여준다. 그들이 사할린으로 오게 된 이유는 비슷하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인물들은 저마다 다른 방향으로 나아간다. 어린 시절 사할린으로 온 단옥은 조국에서의 기억을 안고 있지만, 자식과 손주들이 있는 사할린을 떠나고 싶지 않아 한다. 반면 사할린에서 태어난 동생 광복은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한국에서 살고 싶어 한다. 유키에는 일본으로 돌아갈 몇 번의 기회가 있었음에도, 자신이 뿌리 내린 곳에서 살길 원하며 사할린에 남았다.
이처럼 『슬픔의 틈새』 속 인물들은 삶에 대한 자기만의 고민을 선명하게 드러내며, 저마다 생명력 있는 모습으로 독자에게 전해진다. 작가는 혹여라도 인물들을 쉽게 판단해버릴까 매 순간 경계하며, 직접 사할린으로가 한인들의 목소리를 듣고, 작품의 배경이 된 지역을 발로 찾아다녔다. 2018년 여름, 불현듯 작가를 찾아온 한 문장에서부터 시작된 이 소설은 7년이 지난 뒤에야 마무리되었다.
여행지로 사할린이 언급되는 순간 심장이 요동쳤다. 그때 내 가슴속에는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의 태술이 들어 있었다. 소설에서 죽음으로 마무리된 그가 계속 잊히지 않는 이유는 할 이야기가 있어서였을 것이다. 그런 태술과 사할린이라는 미지의 공간이 조우하는 순간, 한 문장이 전류처럼 나를 휘감았다.
‘죽은 줄 알았던 태술이 사할린에서 살고 있었다.’ (작가의 말)
작가의 첫 역사소설 속 인물인 ‘태술’이 이끈 사할린으로의 여정은 작가에게 ‘단옥’이라는 소녀를 만나게 했다. 작가는 어느덧 태술보다 선명하게 마음속에 자리 잡은 단옥과 함께 끝까지 소설 속을 걸어, 7년 만에 작품을 완성했다. 그 과정에서 작가는 썼던 초고를 모두 버리고, 소설을 새로 쓰며 인물들의 목소리에 더 가까이 귀 기울이는 시간을 보냈다.
그 결과 “이금이 작가는 이번에도 그 입구를 찾아냈다”는 강화길 소설가의 말처럼 작가는 또다시 과거와 현재를 잇는 길을 냈다. 문학으로 과거를 경험하는 일은 우리가 사는 세상이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닌 타인과 연결 된 장소라는 감각을 상기시킨다. 그 감각은 어떤 과거로부터도 우리는 자유로울 수 없다는 책임을 지운다. 이 공동의 책임 의식은 조형근 사회학자의 말처럼 “흥미로운 타인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가 함께 연루된 이야기로써의 역사”로 사할린 한인들의 이야기를 대하게 한다. 우리는 그렇게 과거와 미래 사이에서 빚으로도, 빛으로도 연결되어 있다. 『슬픔의 틈새』는 국가와 사회가 외면해온 우리 역사의 한 부분을 조명하는 동시에,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문학의 의미를 진정성 있게 보여준다.
“이들이 사할린에서 살게 된 건 슬픈 역사 때문이지만, 이들은 그 슬픔에 머물지 않고 ‘슬픔의 틈새’를 찾아 뜨겁게 사랑하고 당당히 살았다. 한국의 민족사도, 일본의 민족사도, 소련-러시아의 거대한 역사도 이들의 삶을 온전히 포괄할 수 없다. 이들은 작은 틈새에서 살았던 경계인이지만, 그 틈새야말로 얼마나 찬란하고 당당한 것인지.” 조형근(사회학자)
♦ 등장인물
덕춘 단옥의 어머니. 1943년 성복, 단옥, 영복 세 자녀들과 함께 남편을 만나러 사할린으로 간다.
만석 단옥의 아버지. 1940년 강제 징용으로 사할린 탄광에 갔다가, 1944년 이중 징용으로 또다시 가족들과 헤어진다.
단옥 1931년생으로 아버지를 만나러 간 사할린에서 일생을 산다. 단옥, 타마코, 올가 송으로 이름이 바뀌어왔다.
치요 유키에의 어머니. 전남편 히데오를 탄광 사고 후유증으로 떠나보내고, 정만과 재혼한다.
정만 만석의 의형제 중 한 명. 유키에의 의붓아버지. 조선에 아내와 딸을 두고, 홀로 사할린 탄광으로 강제 징용을 왔다.
유키에 단옥과 둘도 없는 친구 관계. 1932년생으로 일본인 어머니와 재혼한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살아간다.
태술 만석과 정만의 의형제.
진수 단옥의 남편. 제주도 출신으로, 사할린 제주도 마을에서 산다.
해옥 단옥의 여동생. 1943년에 사할린에서 태어나 우미코, 해자, 해옥으로 이름이 바뀌어왔다.
♦ 추천사
아무리 험한 인생도 사람이 있다면, 우정과 사랑이 있다면 괜찮은 것 같다. 『슬픔의 틈새』를 읽으며 나는 다시 한번 생각했다. 그리고 감탄했다. 사할린으로 건너간 사람들. 그곳에서 삶을 꾸리고 강인하게 살아남은 사람들.
역사의 희로애락을 통과하며 한평생 자신의 삶을 소중하게 지킨 사람들. 이들에 대한 생생한 묘사와 표현. 덕춘, 치요. 단옥. 유키에. 씩씩하고 당찬 그녀들의 인생을 정신없이 따라가다 보니, 어쩐지 지금 나의 삶 역시 이들의 역사에 조금 빚지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아마 사실일 것이다. 우리의 인생은 모두 연결되어 있고, 미래 를 향해 열려 있으니까. 이금이 작가는 이번에도 그 입구를 찾아냈다. 비록 슬픔이 끼어들고 비애가 머무를지라도, 계속 앞으로 걸어간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미래. 역시나 감탄스럽다. 강화길 소설가
돈을 벌기 위해 사할린으로 떠난 아버지를 만나러 어머니와 함께 공주 다래울을 떠난 주단옥 일가의 일대기를 그린 이 소설은 강제 징용 1세대와 그 가족의 질곡 깊은 삶을 담담하고 생생하게 그려냈다. 종전 후에도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무국적자처럼 살았던 사할린 한인들은 조국에게 끊임없이 배신당하면서도 절절하게 조국을 사랑했다. 거대한 슬픔의 틈새에서도 기쁨과 행복을 찾으려 분투했던 사할린 한인들의 끈질긴 생명력과 그 삶을 버티게 해주었던 사할린의 또 다른 이방인 일본인 치요, 유키에와의 우정과 연대는 고향이란 무엇인지, 뿌리란 무엇인지, 새롭게 질문하게 만든다. 홍은전 작가
1940년대 한 무리의 조선 사람들이 사할린으로 떠났다. 그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렇게 고향을 떠난 많은 사람들은 세상을 떠났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이 죽었다고 해서 그 이야기가 완전히 끝났다고 생각하는 사회는 거의 없다. 그들의 이름과 이야기는 누군가에게는 결코 잊을 수 없는 것이다. 저 머나먼 곳에서 그들은 살고 사랑하고 있었다. 『슬픔의 틈새』는 바로 이런 가슴속 이야기에 귀 기울인 책이다. 무관심과 망각 속으로 손을 뻗어, 그들의 고독에 함께하는 작가의 정성이 그들의 목소리를 살아 있게 만든다. 이런 책이 우리 가슴에 들어오면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우리는 먼저 슬픔을 이해하고 그다음에는 ‘슬픔의 틈새’를 메꾸는, 사랑과 기쁨을 이해한다. 힘들수록 더 커져만 갔던 사랑을 잊을 수 없게 된다. 우리는 이렇게 서로 보호한다. 이렇게 함께 산다. 이렇게 잊을 수 없는 이름이 되어간다. 정혜윤 PD, 작가
♦ 책 속으로
사할린은 원래 러시아 땅이었다. 1905년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이긴 일본은 사할린의 남쪽을 넘겨받아 통치하기 시작했다. 일본은 선주민인 아이누족이 부르던 이름에서 따와 남사할린을 가라후토라고 명명했고, 조선 사람들은 한자의 음대로 화태라고 불렀다. 자작나무가 많은 섬이라는 뜻이었다. 20쪽
모든 게 아직 낯설기만 한 단옥은, 엄마가 조선 남자와 재혼해 사택촌에서도 학교에서도 외톨이였던 유키에와 대번에 친해졌다. 둘은 등하굣길과 학교에서 그림자처럼 붙어 다녔다. 단옥네 교실에는 치카파라는 아이누족 아이가 한 명 있었다. 아이누족은 러시아와 일본이 사할린을 차지하기 전부터 여기서 살아온 선주민이었다. 그런데도 치카파는 자기네 터전을 빼앗은 일본 애들에게 무시와 놀림을 당했다. 반에서 유일한 조선인이었던 단옥은 유키에가 없었으면, 자신도 치카파와 같은 처지가 됐을 거란 생각에 가슴을 쓸어내리곤 했다. 36쪽
소련군은 항구에 모여 있는 사람들에게 살던 곳으로 돌아가라고 지시했다. 사람들은 거칠게 항의하다 잡혀가거나 총에 맞아 죽기도 했다. 일본 사람들은 명령대로 돌아갔지만 대다수 조선인들은 발길을 돌리지 못했다. 항구 근처에서 지내며 귀국선이 오기만을 기다리다 지쳐 실성하거나 자살하는 사람도 생겼다. 123~124쪽
한국을 떠날 때 그는 고작 22개월이었다. 자기 삶에 대한 결정권이 전혀 없었던 아기는 엄마의 덧저고리 속에서 곤히 잠들어 있었다. 그런데도 영복은 그날, 새벽하늘에서 얼음 조각처럼 차갑게 빛나던 눈썹달을 실제로 본 것만 같았다. 자신을 업은 어머니와 형, 누나의 모습이 환히 떠올랐고, 짐을 들어주러 따라왔던 할아버지의 발자국 소리까지 들리는 듯했다. 어머니의 되풀이되는 기억을 전수받으며 자란 때문이었다. 영복은 그렇게 고향에 대한 엄마의 아픔과 그리움을 자기 것인 양 심장에 아로새긴 채 살았다. 235쪽
사할린 상공에서 본 풍경은 온통 하얬는데 서울은 눈이 보이지 않았다. 12월 하순에 눈이 없다니. 단옥은 그것도 신기했지만 더 믿어지지 않는 게 있었다.
“열흘 넘게 걸렸던 길을 세 시간도 안 걸려서 왔구나.”
단옥은 기차와 배를 번갈아 타며 일본을 거쳐 사할린으로 가던 길이 지금도 눈에 선했다. 유키에가 허탈해하는 단옥에게 웃으며 말했다.
“세 시간도 안 걸린 게 아니라 50년이나 걸린 거 아니야?” 379~380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