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회색이야
- 630
• 지은이 : 마틴 쇼이블레
• 옮긴이 : 이지혜
• 가격 : 18,000원
• 책꼴/쪽수 :
130x205mm, 368쪽
• 펴낸날 : 2025-04-29
• ISBN : 979-11-6981-369-3 03850
• 십진분류 : 문학 > 독일문학 (850)
• 도서상태 : 정상
• 태그 : #청소년정신건강 #자폐 #우울증 #마음 #사회문제 #관심촉구
저자소개
지은이 : 마틴 쇼이블레
독일 뢰어라흐에서 태어나 베를린에서 정치학을 공부했다. 사회비판적인 청소년소설들을 발표해 작가로서 이름을 알렸으며 그의 소설들은 독일의 여러 학교에서 수업 자료로도 활용되고 있다. 『모두가 회색이야』는 다수의 독일 언론에서 베스트 청소년소설로 선정되었다. 『클린랜드』, 『젊은 독자를 위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역사』(공저) 등을 썼다.
옮긴이 : 이지혜
숭실대학교와 하이델베르크대학교에서 공부했고, 독일에 거주하며 독일어 번역가 및 번역기획가로 활동하고 있다. 『두려움에 맞서』, 『곤잘레스 씨의 인생 정원』, 『도시에 산다는 것에 대하여』, 『예민한 아이의 특별한 잠재력』, 『아이의 마음을 여는 엄마의 100가지 질문』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의 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책정보 및 내용요약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백세희 작가 추천
자폐와 우울증을 가진 소년 파울을 뒤덮은 회색 세상,
그리고 그 가족이 세상에 전하고 싶었던 단 하나의 이야기
“너는 아무것도 아니”라며 공격하는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려 퍼지고, 모든 것이 회색빛인 세상. 자폐와 중증우울증을 앓던 파울의 세상은 그런 곳이었다. 끝 모를 두려움과 심연이 끝내 잠식한, 파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
작가 마틴 쇼이블레는 파울의 가족 그리고 정신건강 문제를 가진 당사자와 관련인의 이야기에 오랜 시간 귀를 기울였다. 그 목소리들에 한 권의 소설로 응답한 『모두가 회색이야』는 파울의 내면으로 들어가 그를 이해하게 할 뿐만 아니라 파울의 가족이 바라던 것처럼 청소년 정신건강 문제를 알리며, 비극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적인 문제 제기로 나아간다.
청소년과 권장자까지 두루 읽기 좋은 작품으로 독일에서 다수 언론에 베스트 청소년소설로 꼽히는 등 사회에 잔잔한 파동을 일으킨 이 작품은 한국 사회에서도 하나의 커다란 움직임이 될 것이다.
정신질환을 안다고 말하기는 쉽다. 그러나 진심으로 이해하려면 타인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마주하려는 용기가 필요하다. (…)
나는 이해가 누군가를 살릴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이 책이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닿기를, 맞닿은 작은 지면이 타인의 다음 페이지로 이어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백세희,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저자)
자폐와 우울증을 가진 소년 파울을 뒤덮은 회색 세상,
그리고 그 가족이 세상에 전하고 싶었던 단 하나의 이야기
“너는 아무것도 아니”라며 공격하는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려 퍼지고, 모든 것이 회색빛인 세상. 자폐와 중증우울증을 앓던 파울의 세상은 그런 곳이었다. 끝 모를 두려움과 심연이 끝내 잠식한, 파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
작가 마틴 쇼이블레는 파울의 가족 그리고 정신건강 문제를 가진 당사자와 관련인의 이야기에 오랜 시간 귀를 기울였다. 그 목소리들에 한 권의 소설로 응답한 『모두가 회색이야』는 파울의 내면으로 들어가 그를 이해하게 할 뿐만 아니라 파울의 가족이 바라던 것처럼 청소년 정신건강 문제를 알리며, 비극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적인 문제 제기로 나아간다.
청소년과 권장자까지 두루 읽기 좋은 작품으로 독일에서 다수 언론에 베스트 청소년소설로 꼽히는 등 사회에 잔잔한 파동을 일으킨 이 작품은 한국 사회에서도 하나의 커다란 움직임이 될 것이다.
정신질환을 안다고 말하기는 쉽다. 그러나 진심으로 이해하려면 타인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마주하려는 용기가 필요하다. (…)
나는 이해가 누군가를 살릴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이 책이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닿기를, 맞닿은 작은 지면이 타인의 다음 페이지로 이어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백세희,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저자)
목차
위기 도취 하나 / 제11계명: 네 아버지와 어머니의 심기를 건드려라 / 위기 도취 둘
일본 하나 / 일본 둘 / 위기 도취 셋 / 곤니치와 / 고양이는 일본어로 네코입니다
결전의 날 / 외침 / 겨울잠에서 깨어 / 대마초 이야기 / 추락하는 자들 / 스페이스
작별 하나 / 그 후 하나 / 작별 둘 / 작별 셋 / 그 후 둘 / 그 후 셋
일본 하나 / 일본 둘 / 위기 도취 셋 / 곤니치와 / 고양이는 일본어로 네코입니다
결전의 날 / 외침 / 겨울잠에서 깨어 / 대마초 이야기 / 추락하는 자들 / 스페이스
작별 하나 / 그 후 하나 / 작별 둘 / 작별 셋 / 그 후 둘 / 그 후 셋
편집자 추천글
온 세상이 회색, 회색, 회색이었다
색이 사라지고 모든 것을 뒤덮은 회색. 그 색들처럼 너도 사라질 거라며 머릿속에서 끝없이 울리는 목소리. 파울의 세상은 그런 곳이었다. 자폐와 우울증을 앓던 소년 파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 『모두가 회색이야』는 우리를 숲과 같은 파울의 심연 한가운데로 데려다 놓는다.
무엇이든 금세 배우고 못 하는 게 없던 파울은 천재인 동시에 어딘가 독특했다. 혼자서 늘 무언가에 몰두해 있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몇 시간이고 이야기를 늘어놓고, 화창한 날에도 우산을 펴고 옷장에 들어가 잠을 자는 아이. 사람들은 그런 파울을 그저 ‘괴짜’ 같은 구석이 있다고만 여겼다. 파울에게는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조차 어렵고, 소음과 사람들 무리를 막기 위해 우산 아래와 옷장 안에서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었다는 사실은 모른 채. 그리고 그것이 자폐와 우울증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 역시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외면하지 않고 마주하는 것,
파울의 색을 이해하기 위하여
파울은 꿈꾸던 유학 생활 중에도 상태가 점점 악화되어 응급병원에 입원하고, 퇴원 후에도 여전히 회색빛인 세상 속에서 끝내 자신의 심연 가장 깊은 곳까지 걸어 들어간다. 파울과 주변인들의 시점이 교차로 진행되는 소설에서, 누구도 처음부터 파울을 이해하지 못했다. 심지어 파울 자신조차도. 그런 파울의 내면을 가장 가까이서 바라보았던 이들은 다름 아닌 병원에서 만난 친구들이다. 이들은 파울과 마찬가지로 자신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비슷한 문제를 가진 서로를 이해하고 인정하며, 그 누구보다도 서로의 안위를 바란다.
그러나 파울과 친구들은 자신들의 문제를 밖으로 드러내는 데는 두려움을 가진다. 병원의 안과 밖, 정신질환 당사자와 외부인 사이에 놓인 사회적 시선은 우리가 그들을 제대로 마주할 수조차 없게 만든다. 우리는 파울의 혼란스러운 마음 안으로 들어가고, 파울과 비슷한 문제를 가졌던 친구들이 파울을 통해 그와 자신을 되돌아보는 모습을 지켜보고, 그들이 파울의 모습을 하나씩 발견하고 알아가는 과정에 함께 서게 된다.
파울의 이야기는 어렵고, 혼란스럽고, 고통스럽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소설을 외면할 수 없다. 파울의 이야기를 마주하는 것, 그것이 지금 우리가 파울의 손을 맞잡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정신질환을 안다고 말하기는 쉽다. 그러나 진심으로 이해하려면 타인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마주하려는 용기가 필요하다. 이 책은 그 간극을 줄여주는 드문 시도다. 숨기지 않고, 미화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에 우리 모두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다. (백세희,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저자)
함께 우산을 펼게,
회색이 걷힐 때까지
증상을 일찍 알아차렸다면, 파울을 조금 더 살펴보고 물어봤다면, 파울의 회색을 걷어낼 수 있었을까? 파울의 가족과 친구들은 끊임없이 파울을 되돌아본다. 그리고 그들은 파울의 일이 자신들만의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렇지만 누구도 이를 이야기하지 않고, 서로가 서로를 모른다는 사실도.
사람들 앞에서 뭔가를 숨기거나 함구하거나 수치심을 품어서도 안 됩니다. 자책할 필요는 더더욱 없습니다. (…) 이제 정신질환을 사회문제로 보고 그에 상응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입니다. (파울의 아버지, 본문 334쪽)
최근 정신건강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가 높아지며 청소년 정신건강 문제 역시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말하기를 어려워한다. 그렇게 정신건강 문제를 가진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는 존재가 되어가고, 때로 우리는 자기 자신조차 해당 문제에 놓이고도 모르고 지나치기도 한다. 그래서 파울의 가족은 누구도 파울과 같은 일을 겪지 않기를 바라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파울의 이야기가 파울에게서 가족과 그 주변인에게로, 같은 일을 겪은 이들에게로, 자신은 그와 무관하다고 생각했던 이들에게로 퍼졌듯이 『모두가 회색이야』는 우리 사회에 더 큰 목소리가 되어 울릴 것이다.
♦ 주요 문장
회색. 내게 이곳은 온통 회색빛이었다. 눈雪과 기숙사의 회색 벽도 마찬가지였다. 크리스마스 전까지만 해도 기숙사 건물은 푸른색이 아니었나, 나는 심각하게 고민했다.
사방에 회색 얼굴들이 돌아다녔다. 학생들은 물론 교사들도 회색 얼굴을 하고 있었다. (223쪽)
리엔이 방 안으로 사라진 뒤에야 나는 그 애에게 방학을 어떻게 보냈는지 물어보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무얼 하며 방학을 보냈는지, 가족들은 잘 지내는지, 샤먼의 날씨는 어땠는지.
지극히 평범한 이런 질문들. 내 머릿속에는 떠오르지 않는 질문들. 그래서 한 번도 사람들에게 물어본 적 없는 것들. 그렇게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공감하고 그들과 어울리는 것이 내게는 어렵기만 하다. (226쪽)
조명이 여전히 옷장 안을 환히 밝히고 있었다.
너무 비좁기는 하지만……
……너는 그 이상을 누릴 가치도 없어.
……그래도 이 안에서는 조용히 쉴 수도 있고, 색깔도 조금 돌아오니까. (237쪽)
“오빠는 방패우산으로 뭘 막아?”
(…)
“소음이랑 사람들 무리. 우산을 펼치면 피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이 생기거든.” (245쪽)
내 입에서는 여전히 어떤 대답도 나오지 않았다. 고막을 찢을 듯 울리는 내 안의 목소리 때문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넌 패배자야! 실패했다고! (275쪽)
파울이 세상을 떠나고 몇 주, 몇 달 동안 저희에게 수백 통의 편지와 이메일이 날아들었습니다. (…) 이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저희에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파울이 늘 행복한 것은 아니었어도 나름의 빛나는 시간 역시 있었다는 것을, 이 편지들을 통해 알게 되었으니까요. (331~332쪽)
사람들 앞에서 뭔가를 숨기거나 함구하거나 수치심을 품어서도 안 됩니다. 자책할 필요는 더더욱 없습니다. (…) 이제 정신질환을 사회문제로 보고 그에 상응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입니다. (334쪽)
정신건강에 관해 더 많은 논의가 이루어지는 것, 정신질환이 금기시되거나 낙인찍히는 분위기가 개선되는 것이 가족의 가장 큰 소망입니다.
파울의 아버님은 제게 이런 말을 하셨습니다.
“이런 일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아무 도움도 받지 못한 채 홀로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한계에 다다를 때까지 말입니다. 어쩌면 그의 이웃도 똑같은 문제로 힘들어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서로가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적어도 그들은 혼자가 아닌 둘이 되겠지요.” (362쪽, 작가의 말)
♦ 줄거리
혼자서 늘 무언가에 몰두해 있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몇 시간이고 이야기를 늘어놓고, 화창한 날에도 우산을 펴고 옷장에 들어가 잠을 자는 아이. 사람들은 이런 파울을 그저 ‘괴짜’ 같은 구석이 있는 아이라고만 여겼다. 그것이 자폐와 우울증의 증상이라는 사실은 눈치채지 못한 채. 자신조차 그 끝을 모르는 심연에 빠진 파울은 “너는 누구에게든 무의미한 존재”라며 머릿속에서 공격하는 목소리를 듣고, 모든 색이 사라지고 온 세상이 회색으로 보인다. 상태가 점점 악화되어 여전히 회색빛인 세상 속에서 자신의 심연 가장 깊은 곳까지 걸어 들어가는 파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
색이 사라지고 모든 것을 뒤덮은 회색. 그 색들처럼 너도 사라질 거라며 머릿속에서 끝없이 울리는 목소리. 파울의 세상은 그런 곳이었다. 자폐와 우울증을 앓던 소년 파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 『모두가 회색이야』는 우리를 숲과 같은 파울의 심연 한가운데로 데려다 놓는다.
무엇이든 금세 배우고 못 하는 게 없던 파울은 천재인 동시에 어딘가 독특했다. 혼자서 늘 무언가에 몰두해 있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몇 시간이고 이야기를 늘어놓고, 화창한 날에도 우산을 펴고 옷장에 들어가 잠을 자는 아이. 사람들은 그런 파울을 그저 ‘괴짜’ 같은 구석이 있다고만 여겼다. 파울에게는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조차 어렵고, 소음과 사람들 무리를 막기 위해 우산 아래와 옷장 안에서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었다는 사실은 모른 채. 그리고 그것이 자폐와 우울증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 역시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외면하지 않고 마주하는 것,
파울의 색을 이해하기 위하여
파울은 꿈꾸던 유학 생활 중에도 상태가 점점 악화되어 응급병원에 입원하고, 퇴원 후에도 여전히 회색빛인 세상 속에서 끝내 자신의 심연 가장 깊은 곳까지 걸어 들어간다. 파울과 주변인들의 시점이 교차로 진행되는 소설에서, 누구도 처음부터 파울을 이해하지 못했다. 심지어 파울 자신조차도. 그런 파울의 내면을 가장 가까이서 바라보았던 이들은 다름 아닌 병원에서 만난 친구들이다. 이들은 파울과 마찬가지로 자신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비슷한 문제를 가진 서로를 이해하고 인정하며, 그 누구보다도 서로의 안위를 바란다.
그러나 파울과 친구들은 자신들의 문제를 밖으로 드러내는 데는 두려움을 가진다. 병원의 안과 밖, 정신질환 당사자와 외부인 사이에 놓인 사회적 시선은 우리가 그들을 제대로 마주할 수조차 없게 만든다. 우리는 파울의 혼란스러운 마음 안으로 들어가고, 파울과 비슷한 문제를 가졌던 친구들이 파울을 통해 그와 자신을 되돌아보는 모습을 지켜보고, 그들이 파울의 모습을 하나씩 발견하고 알아가는 과정에 함께 서게 된다.
파울의 이야기는 어렵고, 혼란스럽고, 고통스럽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소설을 외면할 수 없다. 파울의 이야기를 마주하는 것, 그것이 지금 우리가 파울의 손을 맞잡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정신질환을 안다고 말하기는 쉽다. 그러나 진심으로 이해하려면 타인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마주하려는 용기가 필요하다. 이 책은 그 간극을 줄여주는 드문 시도다. 숨기지 않고, 미화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에 우리 모두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다. (백세희,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저자)
함께 우산을 펼게,
회색이 걷힐 때까지
증상을 일찍 알아차렸다면, 파울을 조금 더 살펴보고 물어봤다면, 파울의 회색을 걷어낼 수 있었을까? 파울의 가족과 친구들은 끊임없이 파울을 되돌아본다. 그리고 그들은 파울의 일이 자신들만의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렇지만 누구도 이를 이야기하지 않고, 서로가 서로를 모른다는 사실도.
사람들 앞에서 뭔가를 숨기거나 함구하거나 수치심을 품어서도 안 됩니다. 자책할 필요는 더더욱 없습니다. (…) 이제 정신질환을 사회문제로 보고 그에 상응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입니다. (파울의 아버지, 본문 334쪽)
최근 정신건강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가 높아지며 청소년 정신건강 문제 역시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말하기를 어려워한다. 그렇게 정신건강 문제를 가진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는 존재가 되어가고, 때로 우리는 자기 자신조차 해당 문제에 놓이고도 모르고 지나치기도 한다. 그래서 파울의 가족은 누구도 파울과 같은 일을 겪지 않기를 바라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파울의 이야기가 파울에게서 가족과 그 주변인에게로, 같은 일을 겪은 이들에게로, 자신은 그와 무관하다고 생각했던 이들에게로 퍼졌듯이 『모두가 회색이야』는 우리 사회에 더 큰 목소리가 되어 울릴 것이다.
♦ 주요 문장
회색. 내게 이곳은 온통 회색빛이었다. 눈雪과 기숙사의 회색 벽도 마찬가지였다. 크리스마스 전까지만 해도 기숙사 건물은 푸른색이 아니었나, 나는 심각하게 고민했다.
사방에 회색 얼굴들이 돌아다녔다. 학생들은 물론 교사들도 회색 얼굴을 하고 있었다. (223쪽)
리엔이 방 안으로 사라진 뒤에야 나는 그 애에게 방학을 어떻게 보냈는지 물어보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무얼 하며 방학을 보냈는지, 가족들은 잘 지내는지, 샤먼의 날씨는 어땠는지.
지극히 평범한 이런 질문들. 내 머릿속에는 떠오르지 않는 질문들. 그래서 한 번도 사람들에게 물어본 적 없는 것들. 그렇게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공감하고 그들과 어울리는 것이 내게는 어렵기만 하다. (226쪽)
조명이 여전히 옷장 안을 환히 밝히고 있었다.
너무 비좁기는 하지만……
……너는 그 이상을 누릴 가치도 없어.
……그래도 이 안에서는 조용히 쉴 수도 있고, 색깔도 조금 돌아오니까. (237쪽)
“오빠는 방패우산으로 뭘 막아?”
(…)
“소음이랑 사람들 무리. 우산을 펼치면 피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이 생기거든.” (245쪽)
내 입에서는 여전히 어떤 대답도 나오지 않았다. 고막을 찢을 듯 울리는 내 안의 목소리 때문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넌 패배자야! 실패했다고! (275쪽)
파울이 세상을 떠나고 몇 주, 몇 달 동안 저희에게 수백 통의 편지와 이메일이 날아들었습니다. (…) 이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저희에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파울이 늘 행복한 것은 아니었어도 나름의 빛나는 시간 역시 있었다는 것을, 이 편지들을 통해 알게 되었으니까요. (331~332쪽)
사람들 앞에서 뭔가를 숨기거나 함구하거나 수치심을 품어서도 안 됩니다. 자책할 필요는 더더욱 없습니다. (…) 이제 정신질환을 사회문제로 보고 그에 상응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입니다. (334쪽)
정신건강에 관해 더 많은 논의가 이루어지는 것, 정신질환이 금기시되거나 낙인찍히는 분위기가 개선되는 것이 가족의 가장 큰 소망입니다.
파울의 아버님은 제게 이런 말을 하셨습니다.
“이런 일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아무 도움도 받지 못한 채 홀로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한계에 다다를 때까지 말입니다. 어쩌면 그의 이웃도 똑같은 문제로 힘들어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서로가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적어도 그들은 혼자가 아닌 둘이 되겠지요.” (362쪽, 작가의 말)
♦ 줄거리
혼자서 늘 무언가에 몰두해 있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몇 시간이고 이야기를 늘어놓고, 화창한 날에도 우산을 펴고 옷장에 들어가 잠을 자는 아이. 사람들은 이런 파울을 그저 ‘괴짜’ 같은 구석이 있는 아이라고만 여겼다. 그것이 자폐와 우울증의 증상이라는 사실은 눈치채지 못한 채. 자신조차 그 끝을 모르는 심연에 빠진 파울은 “너는 누구에게든 무의미한 존재”라며 머릿속에서 공격하는 목소리를 듣고, 모든 색이 사라지고 온 세상이 회색으로 보인다. 상태가 점점 악화되어 여전히 회색빛인 세상 속에서 자신의 심연 가장 깊은 곳까지 걸어 들어가는 파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