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반도와 일본의 미래
- 359
• 지은이 : 강상중
• 옮긴이 : 노수경
• 가격 : 15,000원
• 책꼴/쪽수 :
140x213mm, 232쪽
• 펴낸날 : 2021-02-19
• ISBN : 979-11-6094-711-3
• 십진분류 : 사회과학 > 사회과학 (300)
• 도서상태 : 정상
• 태그 : #남북관계 #한일관계 #통일체제
저자소개
지은이 : 강상중
1950년 일본 규슈 구마모토 현에서 재일 한국인 2세로 태어났다. 청년 시절 재일 한국인으로서의 자기 정체성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했고, 1972년 첫 한국 방문을 계기로 “나는 해방되었다”고 할 만큼 자신의 존재를 새롭게 인식했다. 이후 일본 이름을 버리고 ‘강상중’이라는 본명을 쓰기 시작했다.
일본 사회에 대해 비판적이고 날카로운 분석을 제시하며 비판적 지식인으로 활동하고 있고,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고민하는 힘』을 비롯해 인문서, 에세이, 소설 등을 발표하며 지식인, 교수, 작가로서 일본 사회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또 신문과 방송 등 언론매체를 통해서 보여주는 냉정한 분석과 세련되고 지적인 분위기, 호소력 강한 목소리로 많은 팬을 가지고 있다.
이번 책 『마음』은 일본 근대 문학의 대문호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과 독일 문학의 거장 괴테의 『친화력』의 구조와 이야기를 모티프로 강상중 개인의 경험과 대참사로 이어진 동일본대지진 사건을 중층적으로 엮어내며 삶과 죽음, 사랑과 관계, 자연과 개발에 대해 성찰하는 독특하고 두터운 소설이다. 특히 죽음으로 인한 상처, 구원과 치유 그리고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절박한 물음을 이야기하며 동일본대지진으로 상처받은 수많은 일본인들에게 위로가 되었고, 30만 부가 넘는 판매고를 올렸다.
재일 한국인 최초로 도쿄대학 정교수가 되었고, 도쿄대학 대학원 정보학환 교수를 거쳐 현재 세이가쿠인대학 총장을 맡고 있다. 지은 책으로 『재일 강상중』 『내셔널리즘』 『세계화의 원근법』 『20세기를 어떻게 넘을 것인가』 『오리엔탈리즘을 넘어서』 『두 개의 전후와 일본』 『동북아시아 공동의 집을 향하여』 『고민하는 힘』 『청춘을 읽는다』 『반걸음만 앞서 가라』 『어머니』 『기시 노부스케와 박정희』 『살아야 하는 이유』 『사랑할 것』 등이 있다.
일본 사회에 대해 비판적이고 날카로운 분석을 제시하며 비판적 지식인으로 활동하고 있고,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고민하는 힘』을 비롯해 인문서, 에세이, 소설 등을 발표하며 지식인, 교수, 작가로서 일본 사회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또 신문과 방송 등 언론매체를 통해서 보여주는 냉정한 분석과 세련되고 지적인 분위기, 호소력 강한 목소리로 많은 팬을 가지고 있다.
이번 책 『마음』은 일본 근대 문학의 대문호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과 독일 문학의 거장 괴테의 『친화력』의 구조와 이야기를 모티프로 강상중 개인의 경험과 대참사로 이어진 동일본대지진 사건을 중층적으로 엮어내며 삶과 죽음, 사랑과 관계, 자연과 개발에 대해 성찰하는 독특하고 두터운 소설이다. 특히 죽음으로 인한 상처, 구원과 치유 그리고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절박한 물음을 이야기하며 동일본대지진으로 상처받은 수많은 일본인들에게 위로가 되었고, 30만 부가 넘는 판매고를 올렸다.
재일 한국인 최초로 도쿄대학 정교수가 되었고, 도쿄대학 대학원 정보학환 교수를 거쳐 현재 세이가쿠인대학 총장을 맡고 있다. 지은 책으로 『재일 강상중』 『내셔널리즘』 『세계화의 원근법』 『20세기를 어떻게 넘을 것인가』 『오리엔탈리즘을 넘어서』 『두 개의 전후와 일본』 『동북아시아 공동의 집을 향하여』 『고민하는 힘』 『청춘을 읽는다』 『반걸음만 앞서 가라』 『어머니』 『기시 노부스케와 박정희』 『살아야 하는 이유』 『사랑할 것』 등이 있다.
옮긴이 : 노수경
1974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서울대에서 생물학과 여성학을, 도쿄대에서 일본어를 공부하고 도쿄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을 하다가 지금은 도쿄 근교의 작은 도시에서 육아와 일한번역을 하고 있다.
책정보 및 내용요약
분단과 갈등의 오랜 20세기를 끝내고
평화와 통일의 21세기를 향해 나아가라
한국전쟁이 발발한 해에 태어난 강상중은 자기 삶의 한가운데에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새겨놓았다. 일본에서 태어난 재일한국인 2세라는 정체성과 남북으로 갈라진 조국이 서로 대치하는 상황이 그를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하는 ‘경계 위의 존재’로 만들었다. 그는 이 경계 위에 서서 한반도와 일본은 물론 그 주변국에서 벌어진 사건의 의미를 밝히고, 그 속에서 벌어진 갈등과 평화를 위한 시도들을 정리했다. 그 결과 한반도와 일본을 둘러싼 갈등을 끝낼 방법은 한반도 분단 체제를 해체하는 길뿐임을 확인했다.
강상중은 이 책에서 한반도와 일본의 미래를 자신의 경험과 감각에 의지해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는 지난 70년간 한국과 북한, 그리고 미국과 일본, 중국, 러시아 등이 벌인 외교 협상과 그 결과인 합의·조약들을 바탕으로 보다 객관적이고 설득력 있는 미래를 제시한다. 이 작업을 통해 우리는 한반도와 그 주변국이 만들어온 협력의 조류가 마침내 한 방향으로 합쳐져 흐르기 시작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냉전 종식으로부터 30년이 지났다. 한반도와 그 주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달성하기 위한 행보는 일진일퇴를 거듭하면서 착실하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나선형 계단을 오르는 모습을 바로 아래에서 본다면 똑같은 원을 그리는 운동을 영원히 반복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자리를 옮겨 옆에서 바라보면 그 발걸음이 목표를 향해 착실히 올라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찬가지로 남북의 공존과 통일, 한반도의 평화를 향한 여정도 역사의 나선형 계단을 오르고 있다.” _책 속에서
평화와 통일의 21세기를 향해 나아가라
한국전쟁이 발발한 해에 태어난 강상중은 자기 삶의 한가운데에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새겨놓았다. 일본에서 태어난 재일한국인 2세라는 정체성과 남북으로 갈라진 조국이 서로 대치하는 상황이 그를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하는 ‘경계 위의 존재’로 만들었다. 그는 이 경계 위에 서서 한반도와 일본은 물론 그 주변국에서 벌어진 사건의 의미를 밝히고, 그 속에서 벌어진 갈등과 평화를 위한 시도들을 정리했다. 그 결과 한반도와 일본을 둘러싼 갈등을 끝낼 방법은 한반도 분단 체제를 해체하는 길뿐임을 확인했다.
강상중은 이 책에서 한반도와 일본의 미래를 자신의 경험과 감각에 의지해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는 지난 70년간 한국과 북한, 그리고 미국과 일본, 중국, 러시아 등이 벌인 외교 협상과 그 결과인 합의·조약들을 바탕으로 보다 객관적이고 설득력 있는 미래를 제시한다. 이 작업을 통해 우리는 한반도와 그 주변국이 만들어온 협력의 조류가 마침내 한 방향으로 합쳐져 흐르기 시작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냉전 종식으로부터 30년이 지났다. 한반도와 그 주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달성하기 위한 행보는 일진일퇴를 거듭하면서 착실하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나선형 계단을 오르는 모습을 바로 아래에서 본다면 똑같은 원을 그리는 운동을 영원히 반복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자리를 옮겨 옆에서 바라보면 그 발걸음이 목표를 향해 착실히 올라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찬가지로 남북의 공존과 통일, 한반도의 평화를 향한 여정도 역사의 나선형 계단을 오르고 있다.” _책 속에서
목차
들어가며 4
1장. 전환의 위기
위기는 기회다 13
적대에서 타협과 협력으로 15
차갑게 식은 한일 관계 18
두 나라의 관계를 보는 세 가지 관점 21
내셔널 아이덴티티의 충돌 24
한반도의 오랜 20세기 25
이 책의 구성 27
2장. 북한은 왜 붕괴하지 않았을까?
북한의 한반도 비핵화 요구 33
1994년: 위기의 시작, 파멸의 갈림길 36
「제네바합의」와 갑작스러운 죽음 40
북한은 ‘절대악’의 화신인가 41
‘북한 조기 붕괴’ 시나리오 45
잃어버린 기회 47
북한의 변화와 김대중의 햇볕정책 49
북미 국교 정상화에 다가간 2000년 51
흔들리는 미국과 흔들림 없는 북한 53
3장. 남북 화합과 ‘역코스’의 30년
문재인 정권의 역사적 필연성 57
서독과 동독의 통일이라는 선행 모델 59
한미일의 동상이몽 61
1991년 「남북 기본합의서」의 중요성 62
김영삼 정권의 뒷걸음질 63
우호적 한일 관계 65
김대중이 빚어낸 통일 프로세스 67
유포리아로부터의 암전 70
고이즈미 방북의 배경 71
업그레이드 된 「조일 평양선언」 72
잃어버린 주도권 73
2차 핵 위기와 강경 노선의 실패 75
「제4차 6자회담 공동성명」의 핵심 76
그림의 떡이 된 세 번째 기회 78
오바마와 잃어버린 10년 80
30년 동안 변한 것 82
4장. 전후 최악의 한일 관계
탈아입구와 순치보거 85
한일 관계의 네 가지 한계 87
애매모호한 합의 95
유상·무상 5억 달러와 무역 흑자 99
‘판도라의 상자’를 열다 101
희망에서 갈등으로 102
미국이 불을 지핀 ‘역사전쟁’ 104
어지러운 일본 정치와 간 담화 106
이명박이 밟은 지뢰 107
역사의 귀태 109
「위안부합의」의 내막 111
강제징용 문제의 역사적 단층 113
일본 불매운동의 영향 115
지소미아 파기의 진의 117
급증하는 한국의 국방비 118
문재인에게는 ‘지일’이 필요하다 120
내셔널리즘의 행방 123
김대중과 문재인의 차이 125
문재인의 지지율 126
「한일 기본조약」을 견지해야 하는 이유 127
5장. 코리안 엔드게임
엔드게임 133
남북 통일을 향한 역사의 나선형 계단 134
김정은은 북한의 무엇을 바꾸었는가 138
2017년의 위기 140
문재인의 ‘베를린 구상’과 북한의 비난 142
평창올림픽이라는 전환점 143
브레이크만 밟는 일본 145
「판문점선언」과 첫 북미 정상회담의 의의 147
이상한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149
트럼프의 재선을 기다리는 북한 151
군사적 옵션의 비현실성 154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 155
일본은 핵을 보유해야 하는가 158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하여 159
한국의 한계와 일본의 가능성 161
남북한의 통일은 일본에게 위협인가 163
새로운 세력 균형, 새로운 기회 164
한반도를 둘러싼 긴 여정 165
6장 한반도와 일본의 미래
냉전형 패권 경쟁의 종말 169
적대적 교리로부터의 자유 172
양자간/다자간 교섭과 일본의 역할 174
마치며 181
옮긴이의 말 185
부록 189
1장. 전환의 위기
위기는 기회다 13
적대에서 타협과 협력으로 15
차갑게 식은 한일 관계 18
두 나라의 관계를 보는 세 가지 관점 21
내셔널 아이덴티티의 충돌 24
한반도의 오랜 20세기 25
이 책의 구성 27
2장. 북한은 왜 붕괴하지 않았을까?
북한의 한반도 비핵화 요구 33
1994년: 위기의 시작, 파멸의 갈림길 36
「제네바합의」와 갑작스러운 죽음 40
북한은 ‘절대악’의 화신인가 41
‘북한 조기 붕괴’ 시나리오 45
잃어버린 기회 47
북한의 변화와 김대중의 햇볕정책 49
북미 국교 정상화에 다가간 2000년 51
흔들리는 미국과 흔들림 없는 북한 53
3장. 남북 화합과 ‘역코스’의 30년
문재인 정권의 역사적 필연성 57
서독과 동독의 통일이라는 선행 모델 59
한미일의 동상이몽 61
1991년 「남북 기본합의서」의 중요성 62
김영삼 정권의 뒷걸음질 63
우호적 한일 관계 65
김대중이 빚어낸 통일 프로세스 67
유포리아로부터의 암전 70
고이즈미 방북의 배경 71
업그레이드 된 「조일 평양선언」 72
잃어버린 주도권 73
2차 핵 위기와 강경 노선의 실패 75
「제4차 6자회담 공동성명」의 핵심 76
그림의 떡이 된 세 번째 기회 78
오바마와 잃어버린 10년 80
30년 동안 변한 것 82
4장. 전후 최악의 한일 관계
탈아입구와 순치보거 85
한일 관계의 네 가지 한계 87
애매모호한 합의 95
유상·무상 5억 달러와 무역 흑자 99
‘판도라의 상자’를 열다 101
희망에서 갈등으로 102
미국이 불을 지핀 ‘역사전쟁’ 104
어지러운 일본 정치와 간 담화 106
이명박이 밟은 지뢰 107
역사의 귀태 109
「위안부합의」의 내막 111
강제징용 문제의 역사적 단층 113
일본 불매운동의 영향 115
지소미아 파기의 진의 117
급증하는 한국의 국방비 118
문재인에게는 ‘지일’이 필요하다 120
내셔널리즘의 행방 123
김대중과 문재인의 차이 125
문재인의 지지율 126
「한일 기본조약」을 견지해야 하는 이유 127
5장. 코리안 엔드게임
엔드게임 133
남북 통일을 향한 역사의 나선형 계단 134
김정은은 북한의 무엇을 바꾸었는가 138
2017년의 위기 140
문재인의 ‘베를린 구상’과 북한의 비난 142
평창올림픽이라는 전환점 143
브레이크만 밟는 일본 145
「판문점선언」과 첫 북미 정상회담의 의의 147
이상한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149
트럼프의 재선을 기다리는 북한 151
군사적 옵션의 비현실성 154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 155
일본은 핵을 보유해야 하는가 158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하여 159
한국의 한계와 일본의 가능성 161
남북한의 통일은 일본에게 위협인가 163
새로운 세력 균형, 새로운 기회 164
한반도를 둘러싼 긴 여정 165
6장 한반도와 일본의 미래
냉전형 패권 경쟁의 종말 169
적대적 교리로부터의 자유 172
양자간/다자간 교섭과 일본의 역할 174
마치며 181
옮긴이의 말 185
부록 189
편집자 추천글
1994년: 위기의 시작, 파멸의 갈림길
북한이 돌연 방침을 바꿔 핵 개발에 착수한 것은 냉전 종식의 움직임과 겹쳐진다. 이것이 핵 위기라 불리는 일련의 사태를 초래했다. 냉전 종식과 함께 소련과 동구 사회주의 국가가 붕괴하는 가운데 북한은 안전보장과 경제 재건이라는 두 측면에서 궁지에 몰렸다. 가장 큰 계기는 한국에서 1987년 민주화로 대통령 직선제가 실시되고 그 결과로 대통령이 된 노태우가 펼친 적극적인 외교였다. 한국은 북한의 뒷배인 소련은 물론 중국과도 국교를 체결했다. 이로써 북한이 소련의 핵우산 아래에서 누리던 안전보장은 더 이상 성립하지 않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소련의 원조에 기대고 있던 경제 또한 괴멸 상태에 빠졌다. 설상가상으로 동구의 공산당 정권이 차례로 무너지면서 북한의 고립은 한층 더 깊어졌다. _36쪽
북한은 ‘절대악’의 화신인가
북한이라는 국가를 설명하는 말 가운데 ‘유격대국가’가 있다. 만주에서 항일 유격 전쟁의 전사로 활약했다는 김일성의 청년기는 북한의 건국 신화가 되었다. 빨치산의 행동 원리를 국가의 핵심 이념으로 삼은 북한은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항일 유격대처럼 싸우자”고 국민에게 호소했고, 전 국민에게 “우리 유격대원들의 유일한 사령관인 수령을 따르라”라고 요구했다. 북한이 한국전쟁을 거쳐 항시 전쟁을 준비하는 병영 국가로 변모한 것도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김일성 사후 1990년대 중반의 경제 붕괴와 식량 위기를 겪으며 북한은 최고사령관 김정일과 군대가 국가와 당을 관리·대행하는 ‘선군정치’ 이념을 만들어냈다. 와다 하루키의 말처럼 김정일 시대의 북한은 ‘정규군국가’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_42~43쪽
오바마와 잃어버린 10년
오바마 정권은 동북아의 혼란에 ‘전략적 인내’로 대응한다는 방침을 세운 뒤 실제로는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오바마 정권의 기본 입장은 다국간주의多國間主義인데, 이것은 미국과의 양자 교섭에 집착하는 북한의 생각과 동떨어져 있었다. 오바마 정권은 한국과 미국, 일본이 연계하여 북한에 대응하고 중국에도 북한에 압력을 가할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은 앞서 말한 사정 때문에 대북 관여 정책을 취할 수 없었다. 상황은 그저 악화될 뿐이었다. _81쪽
애매모호한 합의
「한일 기본조약」은 해석을 둘러싼 깊은 골을 내포하고 있었다. 조약 제2조에는 “1910년 8월 22일 및 그 이전에 대한제국과 대일본제국 간에 체결된 모든 조약 및 협정이 이미 무효임을 확인한다”고 쓰여 있다. 그런데 ‘이미(일본어로는 もはや)’라는 단어는 양국의 의견 대립을 애매하게 마무리한 타협의 산물이다. ‘이미 무효’에 대한 양측의 해석은 달랐다. 한국은 ‘1910년의 「한일 병합조약」은 일본이 힘을 배경으로 한국의 주권을 짓밟고 맺은 것으로 체결 단계부터 불법’, 즉 원천 무효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는 「한일 병합조약」의 합법성을 주장하는 일본의 인식과는 큰 차이를 보였다. 이 서로 다른 두 시각은 지금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_97~98쪽
「위안부합의」의 내막
한국 국민이 「위안부합의」를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위안부 문제의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은 실현되지 않았다.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초로 박근혜가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뒤 차기 대통령에 당선된 문재인은 「위안부합의」의 이행에 제동을 걸었다. 「위안부합의」는 정부 간의 공식 결정 사항이다. 때문에 2017년 5월 대통령에 취임한 문재인은 ‘한일 합의 재교섭’이라는 공약
을 실행할 수 없었지만, 이 합의의 결과로서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해 설립된 ‘화해치유재단’을 2018년 11월에 해산시켰다. 이에 대해 일본이 합의 위반이라고 강하게 항의하면서 한일 관계는 수렁에 빠졌다. _112쪽
문재인에게는 ‘지일’이 필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일본이란 사실상 ‘백지상태’의 주변국일 것이다. 그는 굳이 반일을 고집하는 것도 아니고 일본에 친근감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며, ‘지일知日’은 더더욱 아니다. 이는 문재인 개인의 특징이라기보다 한국 정계의 세대교체로 인한 필연적 결과이다. 대통령 주변의 참모 역시 비슷한 경향을 보이는데, 실은 일본 정계의 사정도 이와 다르지 않다. 현재 한일의 갈등은 세대가 바뀌면서 과거의 원한을 실감하지 못하는 새로운 세대 간의 간극을 배경으로 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_121쪽
「한일 기본조약」을 견지해야 하는 이유
「한일 기본조약」이든 2015년의 「위안부합의」든 정부 간의 결정을 준수하는 것이 국가 간의 정상적 관계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다. 이 조약의 기본 이념과 골격을 유지하면서 시대와 함께 발전을 이루어 보다 바람직한 모습에 근접하기 위한 상호 협력을 늘려가야 한다. 강제징용 문제나 위안부 문제의 근간에 놓인 것은 ‘개인 청구권’에 대한 해석이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대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질문은 ‘역사의 용광로 안에서 무엇을 끄집어낼 것인가’이다. (…) 한국과 일본의 역사 문제도 독일의 빛과 그림자를 똑똑히 주시하면서 끈질기게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국민감정에 발을 맞추며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일 기본조약」의 상호 준수가 필수적이며, 이를 바탕으로 양국이 타협하고 협력해나가야 한다. _128~129쪽
브레이크만 밟는 일본
일본이 남북 화합을 위해 앞장서 달려가는 한국을 의심하고, 한국은 일본이 발목을 잡는다고 생각하는 사이에 양국의 대립 구도가 만들어졌다. 그런데 원래대로라면 한국이 아니라 미국의 동맹국이며 국력이 더 큰 일본이 온 국민의 비원인 납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북한과 미국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 중재자 역할을 했어야 한다. (…) 압박 일변도의 대북 강경책이 일시적으로는 여론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외교란 기본적으로 타협의 게임이
다. 따라서 여론만 따르는 정책은 언젠가 한계를 드러내기 마련이다. _146쪽
냉전형 패권 경쟁의 종말
초강대국들 간의 파워게임은 이들이 서로 견제하는 지정학적 요충으로서의 한반도에, 그리고 한반도의 분단 체제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다. 그런데 냉전의 승자를 자인하는 미국과 신흥 대국 중국 사이에는, 냉전 시절과 같은 각자의 세력권을 암묵적으로 승인하면서 초강대국의 ‘뒷마당’에는 원칙적으로 간섭하지 않는 ‘적대적 상호 의존의 룰’이 작동하고 있지 않다. 왜냐하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된 중국은, 자본주의적인 세계 질서 속에서 기껏해야 ‘반半중심’적인 위치밖에 점하지 못했던 구소련과 달리 중심을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을 봉쇄하려면 미국도 자신의 이익을 희생할 각오를 해야 한다. (…) 그렇다면 더 이상 중국의 손실이 미국의 이익이며 미국의 손실이 중국의 이익이라는 제로섬 게임 같은 냉전형 패권 경쟁으로는
세계의 질서를 안정시킬 수 없다. 새로 등장한 이 패턴은 남북 관계에도, 또 한일 관계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_170~172쪽
북한이 돌연 방침을 바꿔 핵 개발에 착수한 것은 냉전 종식의 움직임과 겹쳐진다. 이것이 핵 위기라 불리는 일련의 사태를 초래했다. 냉전 종식과 함께 소련과 동구 사회주의 국가가 붕괴하는 가운데 북한은 안전보장과 경제 재건이라는 두 측면에서 궁지에 몰렸다. 가장 큰 계기는 한국에서 1987년 민주화로 대통령 직선제가 실시되고 그 결과로 대통령이 된 노태우가 펼친 적극적인 외교였다. 한국은 북한의 뒷배인 소련은 물론 중국과도 국교를 체결했다. 이로써 북한이 소련의 핵우산 아래에서 누리던 안전보장은 더 이상 성립하지 않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소련의 원조에 기대고 있던 경제 또한 괴멸 상태에 빠졌다. 설상가상으로 동구의 공산당 정권이 차례로 무너지면서 북한의 고립은 한층 더 깊어졌다. _36쪽
북한은 ‘절대악’의 화신인가
북한이라는 국가를 설명하는 말 가운데 ‘유격대국가’가 있다. 만주에서 항일 유격 전쟁의 전사로 활약했다는 김일성의 청년기는 북한의 건국 신화가 되었다. 빨치산의 행동 원리를 국가의 핵심 이념으로 삼은 북한은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항일 유격대처럼 싸우자”고 국민에게 호소했고, 전 국민에게 “우리 유격대원들의 유일한 사령관인 수령을 따르라”라고 요구했다. 북한이 한국전쟁을 거쳐 항시 전쟁을 준비하는 병영 국가로 변모한 것도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김일성 사후 1990년대 중반의 경제 붕괴와 식량 위기를 겪으며 북한은 최고사령관 김정일과 군대가 국가와 당을 관리·대행하는 ‘선군정치’ 이념을 만들어냈다. 와다 하루키의 말처럼 김정일 시대의 북한은 ‘정규군국가’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_42~43쪽
오바마와 잃어버린 10년
오바마 정권은 동북아의 혼란에 ‘전략적 인내’로 대응한다는 방침을 세운 뒤 실제로는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오바마 정권의 기본 입장은 다국간주의多國間主義인데, 이것은 미국과의 양자 교섭에 집착하는 북한의 생각과 동떨어져 있었다. 오바마 정권은 한국과 미국, 일본이 연계하여 북한에 대응하고 중국에도 북한에 압력을 가할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은 앞서 말한 사정 때문에 대북 관여 정책을 취할 수 없었다. 상황은 그저 악화될 뿐이었다. _81쪽
애매모호한 합의
「한일 기본조약」은 해석을 둘러싼 깊은 골을 내포하고 있었다. 조약 제2조에는 “1910년 8월 22일 및 그 이전에 대한제국과 대일본제국 간에 체결된 모든 조약 및 협정이 이미 무효임을 확인한다”고 쓰여 있다. 그런데 ‘이미(일본어로는 もはや)’라는 단어는 양국의 의견 대립을 애매하게 마무리한 타협의 산물이다. ‘이미 무효’에 대한 양측의 해석은 달랐다. 한국은 ‘1910년의 「한일 병합조약」은 일본이 힘을 배경으로 한국의 주권을 짓밟고 맺은 것으로 체결 단계부터 불법’, 즉 원천 무효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는 「한일 병합조약」의 합법성을 주장하는 일본의 인식과는 큰 차이를 보였다. 이 서로 다른 두 시각은 지금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_97~98쪽
「위안부합의」의 내막
한국 국민이 「위안부합의」를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위안부 문제의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은 실현되지 않았다.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초로 박근혜가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뒤 차기 대통령에 당선된 문재인은 「위안부합의」의 이행에 제동을 걸었다. 「위안부합의」는 정부 간의 공식 결정 사항이다. 때문에 2017년 5월 대통령에 취임한 문재인은 ‘한일 합의 재교섭’이라는 공약
을 실행할 수 없었지만, 이 합의의 결과로서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해 설립된 ‘화해치유재단’을 2018년 11월에 해산시켰다. 이에 대해 일본이 합의 위반이라고 강하게 항의하면서 한일 관계는 수렁에 빠졌다. _112쪽
문재인에게는 ‘지일’이 필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일본이란 사실상 ‘백지상태’의 주변국일 것이다. 그는 굳이 반일을 고집하는 것도 아니고 일본에 친근감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며, ‘지일知日’은 더더욱 아니다. 이는 문재인 개인의 특징이라기보다 한국 정계의 세대교체로 인한 필연적 결과이다. 대통령 주변의 참모 역시 비슷한 경향을 보이는데, 실은 일본 정계의 사정도 이와 다르지 않다. 현재 한일의 갈등은 세대가 바뀌면서 과거의 원한을 실감하지 못하는 새로운 세대 간의 간극을 배경으로 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_121쪽
「한일 기본조약」을 견지해야 하는 이유
「한일 기본조약」이든 2015년의 「위안부합의」든 정부 간의 결정을 준수하는 것이 국가 간의 정상적 관계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다. 이 조약의 기본 이념과 골격을 유지하면서 시대와 함께 발전을 이루어 보다 바람직한 모습에 근접하기 위한 상호 협력을 늘려가야 한다. 강제징용 문제나 위안부 문제의 근간에 놓인 것은 ‘개인 청구권’에 대한 해석이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대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질문은 ‘역사의 용광로 안에서 무엇을 끄집어낼 것인가’이다. (…) 한국과 일본의 역사 문제도 독일의 빛과 그림자를 똑똑히 주시하면서 끈질기게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국민감정에 발을 맞추며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일 기본조약」의 상호 준수가 필수적이며, 이를 바탕으로 양국이 타협하고 협력해나가야 한다. _128~129쪽
브레이크만 밟는 일본
일본이 남북 화합을 위해 앞장서 달려가는 한국을 의심하고, 한국은 일본이 발목을 잡는다고 생각하는 사이에 양국의 대립 구도가 만들어졌다. 그런데 원래대로라면 한국이 아니라 미국의 동맹국이며 국력이 더 큰 일본이 온 국민의 비원인 납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북한과 미국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 중재자 역할을 했어야 한다. (…) 압박 일변도의 대북 강경책이 일시적으로는 여론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외교란 기본적으로 타협의 게임이
다. 따라서 여론만 따르는 정책은 언젠가 한계를 드러내기 마련이다. _146쪽
냉전형 패권 경쟁의 종말
초강대국들 간의 파워게임은 이들이 서로 견제하는 지정학적 요충으로서의 한반도에, 그리고 한반도의 분단 체제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다. 그런데 냉전의 승자를 자인하는 미국과 신흥 대국 중국 사이에는, 냉전 시절과 같은 각자의 세력권을 암묵적으로 승인하면서 초강대국의 ‘뒷마당’에는 원칙적으로 간섭하지 않는 ‘적대적 상호 의존의 룰’이 작동하고 있지 않다. 왜냐하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된 중국은, 자본주의적인 세계 질서 속에서 기껏해야 ‘반半중심’적인 위치밖에 점하지 못했던 구소련과 달리 중심을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을 봉쇄하려면 미국도 자신의 이익을 희생할 각오를 해야 한다. (…) 그렇다면 더 이상 중국의 손실이 미국의 이익이며 미국의 손실이 중국의 이익이라는 제로섬 게임 같은 냉전형 패권 경쟁으로는
세계의 질서를 안정시킬 수 없다. 새로 등장한 이 패턴은 남북 관계에도, 또 한일 관계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_170~17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