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매혹된 사상들
- 747
• 지은이 : 안광복
• 가격 : 17,800원
• 책꼴/쪽수 :
140mm×212mm, 344쪽
• 펴낸날 : 2018-11-14
• ISBN : 9791160944129 03100
• 십진분류 : 철학 > 철학 (100)
• 도서상태 : 정상
• 태그 : #사상입문 #철학 #시대정신
저자소개
지은이 : 안광복
1970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강 대학교 철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같은 과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1996년부터 중동 고등학교 철학교사로 고등학생들에게 철학과 논리적 사고를 가르치고 있다. 청소년 철학과 비판적 사고에 관한 글을 여기 저기 쓰고 있으며 서양고대철학과 철학교육을 화두로 삼아 학위 논문을 준비 중이다. 저서로는 『청소년을 위한 철학자이야기』가 있고, 연구물로는 <플라톤 『소피스트』의 비존재 논의 고찰>, <교양과목으로서의 논리학 개선 방안 연구>, <논술형 평가의 실제>, <통합 교과적 독서 교육 방안 연구> 등이 있다.
책정보 및 내용요약
사상의 빈곤 시대,
인류를 매혹시킨 사상들로 역사를 되짚고 미래를 비추다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인류의 의지와 희망, 신념은 다양한 사상으로 발현되었다. 그리고 그 사상들이 인류 역사를 이끌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대 그리스의 공화주의부터 오늘날의 자본주의까지, 사람들은 더 나은 ‘사상’과 ‘세상’을 찾아 헤맸다. 하지만 토마스 모어가 꿈꾸던 유토피아는 아직도 오지 않았고, 불변의 진리인 듯 했던 이념들은 역사 속에서 희미해졌다. 우리는 지금 어디에 서 있고 어디를 향해 가야 하는가?
철학을 통해 다양한 화두를 던져 온 저자는 이번엔 인류를 사로잡았던 32가지 주요 사상의 핵심을 짚어주며, 사상을 통해 역사를 고찰하고 미래에 대한 생각거리를 던진다. 어려운 고전이나 사상가들의 이론을 요약하기보다는 맥락적 서술로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인류를 매혹시킨 사상들로 역사를 되짚고 미래를 비추다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인류의 의지와 희망, 신념은 다양한 사상으로 발현되었다. 그리고 그 사상들이 인류 역사를 이끌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대 그리스의 공화주의부터 오늘날의 자본주의까지, 사람들은 더 나은 ‘사상’과 ‘세상’을 찾아 헤맸다. 하지만 토마스 모어가 꿈꾸던 유토피아는 아직도 오지 않았고, 불변의 진리인 듯 했던 이념들은 역사 속에서 희미해졌다. 우리는 지금 어디에 서 있고 어디를 향해 가야 하는가?
철학을 통해 다양한 화두를 던져 온 저자는 이번엔 인류를 사로잡았던 32가지 주요 사상의 핵심을 짚어주며, 사상을 통해 역사를 고찰하고 미래에 대한 생각거리를 던진다. 어려운 고전이나 사상가들의 이론을 요약하기보다는 맥락적 서술로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목차
서문
1장. 정치/ 이상적인 권력은 존재할까?
공화주의 - '국민에 의한 국가'를 넘어 '국민을 위한 국가'로
계몽주의 - '과학적 야만'의 탄생
민주주의 - 인류 최고의 발명품
보수주의 - 지킬 것은 지키고 바꿀 것은 바꾼다!
자유 민주주의 - 정치적 색깔을 알고 싶다면 '자유 민주주의자'인지 물어라!
사회 민주주의 - 더 많은 자유, 더 많은 평등, 더 많은 정의, 그리고 연대
아나키즘 - 좀도둑은 있어도 아우슈비츠는 없는 사회를 꿈꾸다
포퓰리즘 - 민주주의의 그림자
2장. 철학, 예술/ 불안한 세상에서 행복하게 사는 법
낭만주의 - 사랑, 감정, 열정, 자유!
니힐리즘 - 운명을 사랑하라!
실존주의 - 행복은 그냥 피어나는 것
구조주의 - 시스템은 우리를 행복하게 할까?
해체주의 - 해체는 정의롭다!
포스트모더니즘 - 발전보다 웰빙을, 통일보다 다양성을!
사회주의 리얼리즘 - 예술은 사회를 변혁해야 한다
3장. 국가/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약속
제국주의 - 백인의 의무를 짊어지라
민족주의 - '피와 흙'에서 '상상의 공동체'로
파시즘 - 불안한 민주주의를 흔드는 악마의 유혹
프런티어 정신 - 팽창 없이는 타락을 막을 수 없다
대동아 공영권 - 정신적 허상의 처참한 몰락
마오이즘 - 중국식 사회주의는 현재 진행형
주체사상 - 우리식 사회주의는 필승 불패
4장. 경제/ 풍요로움을 향한 몸부림
자본주의 - 축적하고, 축적하라!
공산주의 - 전세계 노동자여, 단결하라!
개발 독재 - 민주주의가 밥 먹여 주냐!
신유교 윤리 - 유교 자본주의를 넘어 '동아시아적 가치'로
신자유주의 - 시장이 없으면 자유도 없다!
기업가 정신 - 자본주의의 영혼
5장. 사회/ 더 나은 일상을 위한 가치
오리엔탈리즘 - 서양은 지배하고 동양은 지배당해야 한다
페미니즘 - 유리 천장을 뚫고 무지개 세상을 고민하라!
생태주의 - 멈출 수 있는 용기가 달리는 능력보다 중요하다
관료주의 - 법과 예산에 의한 지배
1장. 정치/ 이상적인 권력은 존재할까?
공화주의 - '국민에 의한 국가'를 넘어 '국민을 위한 국가'로
계몽주의 - '과학적 야만'의 탄생
민주주의 - 인류 최고의 발명품
보수주의 - 지킬 것은 지키고 바꿀 것은 바꾼다!
자유 민주주의 - 정치적 색깔을 알고 싶다면 '자유 민주주의자'인지 물어라!
사회 민주주의 - 더 많은 자유, 더 많은 평등, 더 많은 정의, 그리고 연대
아나키즘 - 좀도둑은 있어도 아우슈비츠는 없는 사회를 꿈꾸다
포퓰리즘 - 민주주의의 그림자
2장. 철학, 예술/ 불안한 세상에서 행복하게 사는 법
낭만주의 - 사랑, 감정, 열정, 자유!
니힐리즘 - 운명을 사랑하라!
실존주의 - 행복은 그냥 피어나는 것
구조주의 - 시스템은 우리를 행복하게 할까?
해체주의 - 해체는 정의롭다!
포스트모더니즘 - 발전보다 웰빙을, 통일보다 다양성을!
사회주의 리얼리즘 - 예술은 사회를 변혁해야 한다
3장. 국가/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약속
제국주의 - 백인의 의무를 짊어지라
민족주의 - '피와 흙'에서 '상상의 공동체'로
파시즘 - 불안한 민주주의를 흔드는 악마의 유혹
프런티어 정신 - 팽창 없이는 타락을 막을 수 없다
대동아 공영권 - 정신적 허상의 처참한 몰락
마오이즘 - 중국식 사회주의는 현재 진행형
주체사상 - 우리식 사회주의는 필승 불패
4장. 경제/ 풍요로움을 향한 몸부림
자본주의 - 축적하고, 축적하라!
공산주의 - 전세계 노동자여, 단결하라!
개발 독재 - 민주주의가 밥 먹여 주냐!
신유교 윤리 - 유교 자본주의를 넘어 '동아시아적 가치'로
신자유주의 - 시장이 없으면 자유도 없다!
기업가 정신 - 자본주의의 영혼
5장. 사회/ 더 나은 일상을 위한 가치
오리엔탈리즘 - 서양은 지배하고 동양은 지배당해야 한다
페미니즘 - 유리 천장을 뚫고 무지개 세상을 고민하라!
생태주의 - 멈출 수 있는 용기가 달리는 능력보다 중요하다
관료주의 - 법과 예산에 의한 지배
편집자 추천글
사상의 시대는 끝났다?
여전히 불안과 희망 사이에서 헤매는 우리
인류를 사로잡았던 사상들을 알아야 하는 이유
화려했던 사상의 시대는 간 듯 보인다. 기독교가 지배하던 유럽에서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계몽주의’가 새로운 세계를 열어가던 18세기나, 자본주의와 공산주의가 첨예하게 대립했던 20세기처럼 극단적인 사상의 모습은 더 이상 눈에 띄지 않는다. 이제 추상적인 사상보다는 현실에 도움을 주는 과학이 추앙받는 시대, 그럼에도 우리가 사상을 알아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사상이라 하면 뭔가 심오하고 거창한 이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보통 사람들의 내면에 자리 잡은 욕구와 욕망을 표현한 것일 뿐이다. 그래서 인류를 사로잡았던 다양한 사상들을 알아가다 보면 우리가 지양해야 할 믿음과 지향해야 할 생각이 또렷하게 보인다.
이 책은 공화주의에서 사회 민주주의, 낭만주의와 신자유주의, 관료주의에 이르기까지 32가지 대표 사상들의 흐름을 따라가며 인류가 꿈꿔 온 희망을 성찰한다. 그 희망들이 인류 역사에 미친 영향을 제대로 알고, 독자들 스스로가 우리 시대를 진단하고 추구하는 희망을 그려 나갈 기회를 제공한다.
민주주의라면 다 좋은 걸까?
우리에게도 오리엔탈리즘이 남아있다고?
32가지 사상들에 대한 냉철한 이해를 담다
오늘날 ‘민주주의’라는 사상에 반대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존중받고 개인의 권리가 보장된다는 민주주의에는 어떠한 허점도 없어 보인다. 민주주의는 세계인의 상식이 되었지만, 다양한 생각과 의견을 존중하는 만큼 역설적으로 혼란과 갈등 역시 뒤따라온다. 게다가 ‘민주주의’를 활용한 다양한 ‘민주주의들’이 생겨나며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키우고 있다. 북한에서 내세우는 ‘인민 민주주의’, 복지를 강조하는 ‘사회 민주주의’, 자유와 경제를 강조하는 ‘자유 민주주의’가 그것이다. 복잡한 사회의 이해관계에 따라 한 사상이 각자의 입맛에 맞게 쓰이는 현상에서, 우리에게 사상에 대한 비판적 수용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18세기 후반 나폴레옹의 이집트 침략부터 시작되어 19세기에 절정을 이룬 오리엔탈리즘은 이제 사라졌을까? 열등한 동양 문화를 우수한 서양 문화로 ‘개화’시키고자 했던 오리엔탈리즘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에 큰 상처를 남겼다. 오늘날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언뜻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는 듯 보이지만 심지어 우리나라에도 오리엔탈리즘은 뿌리 깊이 남아 있다. ‘제3세계’ 또는 동남아시아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들을 보는 우리의 시선과, OECD나 선진국 등의 잣대에 목을 매는 우리의 모습에서 무엇이 보이는가?
이렇듯 우리의 삶 속에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 사상을 진단하고 바꿔나가려면 그야말로 냉철한 이해가 필요하다. 저자는 이 책에서 32가지 사상을 단순히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각 사상의 장단점과 인류 사회에 작동하는 양상을 알기 쉽게 짚어 냈다. 이렇게 사상을 균형 있는 시선으로 바라봄으로써 오늘날 우리가 반면교사로 삼을 부분까지 명확히 밝히고 새로운 사상의 방향을 제안한다. 또한 각 사상을 우리의 삶에 적용시킨 생각거리들도 구석구석에 담아두었다. 이 물음들은 세상을 이해하는 사고의 폭을 넓힐 기회가 될 것이다.
인류 역사를 이해하는 또 다른 시선
역사의 행간에 숨은 생각을 읽다!
누구나 쉽게 시작하는 사상 입문서
사상들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마르크스는 사회주의, 사르트르는 실존주의를 대표하는 인물로만 외워왔을 뿐이다. 각 사상이 어떤 원리로 생겨나 인류 사회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쳤는지, 그 사상으로 인해 역사가 어떻게 흘러왔는지에 대한 맥락 이해는 부족했다.
사상들은 인류의 다양한 욕망과 욕구, 인류 사회가 직면한 문제, 역사적 사건들이 맞물리고 어긋나면서 생겨났다. 소수의 홍군이 장제스를 물리치고 중국을 차지한 것은 ‘인민 민주주의’가 중심이 된 ‘마오이즘’이 아니라면 설명되지 않는다. 이렇듯 사상은 역사 속에서 살아 숨쉬며, 역사와 사회를 이해하는 틀이 되어준다. 그래서 사상들에 대해 알아가다 보면 보이지 않았던 역사의 연결고리가 눈에 띄고, 나아가 현재의 우리가 써 나갈 미래의 역사까지도 그려보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 책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쓰인 『교과서에서 만나는 사상』의 개정 증보판이다. 기존의 원고에 사상을 추가하고 시의성을 보완하여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에게도 적합한 사상 입문서로 재탄생했다. 사상, 철학이 어렵지만 한번쯤 그 세계에 발을 내딛고 싶은 사람에게 용기를 줄 만한 책이 될 것이다.
◼책 속에서
혁명가들은 이성을 가장 앞자리에 놓았다. 신을 대신하는 ‘최상의 존재’는 이성이었다. 이치를 따질수록 인간은 모두 자유롭고 평등하다는 생각이 널리 퍼졌다. 누구나 소중하다면 넓게 모든 이를 사랑하는 박애 정신도 당연히 받아들일 결론이다. 계몽주의가 널리 퍼진 18세기는 ‘빛의 세기’라 불린다. ‘이성의 빛’은 두루뭉술하고 잘못된 믿음들을 몰아내었다. 과학적이고 합리적으로 생각하자는 계몽주의의 믿음은 이제 우리에게 상식으로 통한다. _31쪽
민주화 운동을 했던 이들로서는 자유 민주주의는 아픈 독재의 기억을 담고 있는 단어다. 그러나 경제 성장을 이끌었던 보수 세력의 생각은 다르다. 민주주의를 앞세우는 진보 측 생각이야말로 시장 경제를 무너뜨리려는 공산주의자들의 생각과 닮은꼴 아닌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자유 민주주의라는 용어는 절대 포기할 수 없다!
어느덧 자유 민주주의는 우리 사회에서 보수 세력을 나타내는 꼬리표가 되었다. 그래서 진보 쪽에서는 민주주의라는 단어를 주로 쓴다. 자유 민주주의라는 단어는 이제 보수인지 진보인지를 가리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되어 버렸다. _60~61쪽
테리 이글턴(1943~ )은 포스트모더니즘을 ‘아무런 전망도 저항도 하지 못하게 하는 불임의 유행’이라며 강하게 몰아붙인다. 예를 들어 보자. ‘인종 차별은 나쁘다’는 주장은 차별을 받는 사람들만 고개 끄덕일 소리가 아니다. 인종 차별이 역사에서 사라져야 한다는 주장은 진리에 가깝다. 그러나 포스트모더니즘은 ‘진리’나 ‘역사 발전’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따라서 반론을 펴기 위해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모으지도 못한다. 이것 자체가 다양한 생각을 억누르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모두의 생각이 가치 있다면, 올곧지 못한 주장에 반론을 펴야 할 이유 또한 흐릿해진다. 발전해야 한다는 생각과 목표 의식이 스러진 사회, 사람들은 세상일에 관심이 없다. 연예인 소식이나 스포츠 뉴스가 정치나 인권 같은 이슈와 똑같은 가치를 가지고 이야기 되는 시대, 과연 문제는 없을까? _152~153쪽
유교 문화는 다시 공공의 적이 되었다. 동아시아는 서양의 윤리를 뼛속 깊숙이 배워야 했다. 서구의 가치관에 따르면, 개인의 자유와 자율은 무엇보다 소중하다. 그리고 모든 일은 정해진 규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능력 있는 사람이 살아남는 사회가 정의롭다. 그러니 제대로 경쟁할 수 있도록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 이 모두는 신자유주의가 부르짖는 주장이다. (중략) 유교와 신자유주의가 함께 서기는 참 어려워 보인다. 유교는 따뜻한 관계를 앞세우고 경쟁을 멀리한다. 신자유주의는 능력을 앞세우고 치열한 경쟁을 바람직하게 여긴다. 이 둘은 지금도 사회 곳곳에서 부딪치고 있다. 어지간한 직장에서는 ‘능력별 연봉제’와 ‘가족 같은 직장 문화’를 함께 외치고 있다. 분명한 모순이다. _281~282쪽
여성이 평등하기 위해서는 남성과 똑같은 대접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만 모든 점에서 똑같이 사회 활동에 뛰어들 수 있을 테다. 여자를 남자와 똑같이 대하고, 여자에게도 같은 의무를 지우자는 주장을 학자들은 ‘보편주의 페미니즘’이라 부른다.
1980년대 들어 페미니즘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남녀평등을 부르짖는 목소리에 담긴 묘한 차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남녀평등은 여자를 남자와 같이 대하라는 소리로도 들린다. 그런데 여자가 남자처럼 되는 것은 바람직한가? 여성성은 열등하고 덜 떨어지기에, 모든 여성이 남성처럼 당당하고 씩씩해져야 할까?_322~323쪽
여전히 불안과 희망 사이에서 헤매는 우리
인류를 사로잡았던 사상들을 알아야 하는 이유
화려했던 사상의 시대는 간 듯 보인다. 기독교가 지배하던 유럽에서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계몽주의’가 새로운 세계를 열어가던 18세기나, 자본주의와 공산주의가 첨예하게 대립했던 20세기처럼 극단적인 사상의 모습은 더 이상 눈에 띄지 않는다. 이제 추상적인 사상보다는 현실에 도움을 주는 과학이 추앙받는 시대, 그럼에도 우리가 사상을 알아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사상이라 하면 뭔가 심오하고 거창한 이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보통 사람들의 내면에 자리 잡은 욕구와 욕망을 표현한 것일 뿐이다. 그래서 인류를 사로잡았던 다양한 사상들을 알아가다 보면 우리가 지양해야 할 믿음과 지향해야 할 생각이 또렷하게 보인다.
이 책은 공화주의에서 사회 민주주의, 낭만주의와 신자유주의, 관료주의에 이르기까지 32가지 대표 사상들의 흐름을 따라가며 인류가 꿈꿔 온 희망을 성찰한다. 그 희망들이 인류 역사에 미친 영향을 제대로 알고, 독자들 스스로가 우리 시대를 진단하고 추구하는 희망을 그려 나갈 기회를 제공한다.
민주주의라면 다 좋은 걸까?
우리에게도 오리엔탈리즘이 남아있다고?
32가지 사상들에 대한 냉철한 이해를 담다
오늘날 ‘민주주의’라는 사상에 반대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존중받고 개인의 권리가 보장된다는 민주주의에는 어떠한 허점도 없어 보인다. 민주주의는 세계인의 상식이 되었지만, 다양한 생각과 의견을 존중하는 만큼 역설적으로 혼란과 갈등 역시 뒤따라온다. 게다가 ‘민주주의’를 활용한 다양한 ‘민주주의들’이 생겨나며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키우고 있다. 북한에서 내세우는 ‘인민 민주주의’, 복지를 강조하는 ‘사회 민주주의’, 자유와 경제를 강조하는 ‘자유 민주주의’가 그것이다. 복잡한 사회의 이해관계에 따라 한 사상이 각자의 입맛에 맞게 쓰이는 현상에서, 우리에게 사상에 대한 비판적 수용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18세기 후반 나폴레옹의 이집트 침략부터 시작되어 19세기에 절정을 이룬 오리엔탈리즘은 이제 사라졌을까? 열등한 동양 문화를 우수한 서양 문화로 ‘개화’시키고자 했던 오리엔탈리즘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에 큰 상처를 남겼다. 오늘날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언뜻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는 듯 보이지만 심지어 우리나라에도 오리엔탈리즘은 뿌리 깊이 남아 있다. ‘제3세계’ 또는 동남아시아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들을 보는 우리의 시선과, OECD나 선진국 등의 잣대에 목을 매는 우리의 모습에서 무엇이 보이는가?
이렇듯 우리의 삶 속에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 사상을 진단하고 바꿔나가려면 그야말로 냉철한 이해가 필요하다. 저자는 이 책에서 32가지 사상을 단순히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각 사상의 장단점과 인류 사회에 작동하는 양상을 알기 쉽게 짚어 냈다. 이렇게 사상을 균형 있는 시선으로 바라봄으로써 오늘날 우리가 반면교사로 삼을 부분까지 명확히 밝히고 새로운 사상의 방향을 제안한다. 또한 각 사상을 우리의 삶에 적용시킨 생각거리들도 구석구석에 담아두었다. 이 물음들은 세상을 이해하는 사고의 폭을 넓힐 기회가 될 것이다.
인류 역사를 이해하는 또 다른 시선
역사의 행간에 숨은 생각을 읽다!
누구나 쉽게 시작하는 사상 입문서
사상들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마르크스는 사회주의, 사르트르는 실존주의를 대표하는 인물로만 외워왔을 뿐이다. 각 사상이 어떤 원리로 생겨나 인류 사회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쳤는지, 그 사상으로 인해 역사가 어떻게 흘러왔는지에 대한 맥락 이해는 부족했다.
사상들은 인류의 다양한 욕망과 욕구, 인류 사회가 직면한 문제, 역사적 사건들이 맞물리고 어긋나면서 생겨났다. 소수의 홍군이 장제스를 물리치고 중국을 차지한 것은 ‘인민 민주주의’가 중심이 된 ‘마오이즘’이 아니라면 설명되지 않는다. 이렇듯 사상은 역사 속에서 살아 숨쉬며, 역사와 사회를 이해하는 틀이 되어준다. 그래서 사상들에 대해 알아가다 보면 보이지 않았던 역사의 연결고리가 눈에 띄고, 나아가 현재의 우리가 써 나갈 미래의 역사까지도 그려보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 책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쓰인 『교과서에서 만나는 사상』의 개정 증보판이다. 기존의 원고에 사상을 추가하고 시의성을 보완하여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에게도 적합한 사상 입문서로 재탄생했다. 사상, 철학이 어렵지만 한번쯤 그 세계에 발을 내딛고 싶은 사람에게 용기를 줄 만한 책이 될 것이다.
◼책 속에서
혁명가들은 이성을 가장 앞자리에 놓았다. 신을 대신하는 ‘최상의 존재’는 이성이었다. 이치를 따질수록 인간은 모두 자유롭고 평등하다는 생각이 널리 퍼졌다. 누구나 소중하다면 넓게 모든 이를 사랑하는 박애 정신도 당연히 받아들일 결론이다. 계몽주의가 널리 퍼진 18세기는 ‘빛의 세기’라 불린다. ‘이성의 빛’은 두루뭉술하고 잘못된 믿음들을 몰아내었다. 과학적이고 합리적으로 생각하자는 계몽주의의 믿음은 이제 우리에게 상식으로 통한다. _31쪽
민주화 운동을 했던 이들로서는 자유 민주주의는 아픈 독재의 기억을 담고 있는 단어다. 그러나 경제 성장을 이끌었던 보수 세력의 생각은 다르다. 민주주의를 앞세우는 진보 측 생각이야말로 시장 경제를 무너뜨리려는 공산주의자들의 생각과 닮은꼴 아닌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자유 민주주의라는 용어는 절대 포기할 수 없다!
어느덧 자유 민주주의는 우리 사회에서 보수 세력을 나타내는 꼬리표가 되었다. 그래서 진보 쪽에서는 민주주의라는 단어를 주로 쓴다. 자유 민주주의라는 단어는 이제 보수인지 진보인지를 가리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되어 버렸다. _60~61쪽
테리 이글턴(1943~ )은 포스트모더니즘을 ‘아무런 전망도 저항도 하지 못하게 하는 불임의 유행’이라며 강하게 몰아붙인다. 예를 들어 보자. ‘인종 차별은 나쁘다’는 주장은 차별을 받는 사람들만 고개 끄덕일 소리가 아니다. 인종 차별이 역사에서 사라져야 한다는 주장은 진리에 가깝다. 그러나 포스트모더니즘은 ‘진리’나 ‘역사 발전’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따라서 반론을 펴기 위해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모으지도 못한다. 이것 자체가 다양한 생각을 억누르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모두의 생각이 가치 있다면, 올곧지 못한 주장에 반론을 펴야 할 이유 또한 흐릿해진다. 발전해야 한다는 생각과 목표 의식이 스러진 사회, 사람들은 세상일에 관심이 없다. 연예인 소식이나 스포츠 뉴스가 정치나 인권 같은 이슈와 똑같은 가치를 가지고 이야기 되는 시대, 과연 문제는 없을까? _152~153쪽
유교 문화는 다시 공공의 적이 되었다. 동아시아는 서양의 윤리를 뼛속 깊숙이 배워야 했다. 서구의 가치관에 따르면, 개인의 자유와 자율은 무엇보다 소중하다. 그리고 모든 일은 정해진 규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능력 있는 사람이 살아남는 사회가 정의롭다. 그러니 제대로 경쟁할 수 있도록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 이 모두는 신자유주의가 부르짖는 주장이다. (중략) 유교와 신자유주의가 함께 서기는 참 어려워 보인다. 유교는 따뜻한 관계를 앞세우고 경쟁을 멀리한다. 신자유주의는 능력을 앞세우고 치열한 경쟁을 바람직하게 여긴다. 이 둘은 지금도 사회 곳곳에서 부딪치고 있다. 어지간한 직장에서는 ‘능력별 연봉제’와 ‘가족 같은 직장 문화’를 함께 외치고 있다. 분명한 모순이다. _281~282쪽
여성이 평등하기 위해서는 남성과 똑같은 대접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만 모든 점에서 똑같이 사회 활동에 뛰어들 수 있을 테다. 여자를 남자와 똑같이 대하고, 여자에게도 같은 의무를 지우자는 주장을 학자들은 ‘보편주의 페미니즘’이라 부른다.
1980년대 들어 페미니즘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남녀평등을 부르짖는 목소리에 담긴 묘한 차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남녀평등은 여자를 남자와 같이 대하라는 소리로도 들린다. 그런데 여자가 남자처럼 되는 것은 바람직한가? 여성성은 열등하고 덜 떨어지기에, 모든 여성이 남성처럼 당당하고 씩씩해져야 할까?_322~32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