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기린을 만난다면 (사계절 동시집 15)
- 1345
• 지은이 : 김륭 외 52인 동시집
• 그린이 : 신슬기
• 가격 : 10,000원
• 책꼴/쪽수 :
153X210mm, 120쪽
• 펴낸날 : 2018-10-30
• ISBN : 9791160943856 74810
• 십진분류 : 문학 > 한국문학 (810)
• 도서상태 : 정상
• 태그 : #치유 #우리말 #낭독
저자소개
지은이 : 김륭 외 52인 동시집
그린이 : 신슬기
꼭두 일러스트 교육원에서 그림을 공부하고,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림을 그린 책으로는 『이야기 교과서 인물-광개토 대왕』, 『또마의 그네』, 『화성 소년 장비』, 『맛있는 잔소리』, 『바람을 가르다』 등이 있습니다.
책정보 및 내용요약
어린이의 눈높이와 속도, 마음으로 보아야 만날 수 있는 세상
108인의 시인이 그려 낸 우리 동시의 풍경
2018년 11월, 제2회 전국동시인대회가 개최된다. 오랫동안 한국인이 사랑해 온 시인과 동시인들이 ‘동시’의 자리에서 만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제2회 전국동시인대회를 맞아 출간되는 두 권의 동시집, 『길에서 기린을 만난다면』과 『이따 만나』에서 찾을 수 있다.
두 권의 동시집에는 낯선 세상을 당당하게 살아가는 작지만 강한 존재들의 노래가 담겨 있다. 어른들이 구획한 시간, 학교와 학원을 오가는 빤한 공간에서 더 넓은 세상을 꿈꾸고, 자칫 지나치기 쉬운 작은 존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느리더라도 함께 걷기를 좋아하는 어린이들의 노래다. 이 동시들은 낯선 길 위에 선 어린이 독자들에게, 그 앞에 슬픔도 고난도 있겠지만 ‘처음 만나는 세계’를 만나게 될 거라고 북돋아 준다. 또한 어른 독자들에게는, 우리가 너무 빨리 잊거나 잃어버린 어린이의 마음을 되찾았을 때 어떤 세상을 만나게 되는가를 보여 준다.
꽃이 지면 열매가 되고, 어린이가 처음 경험한 사건은 앞으로 걷게 될 길을 변화시키고, 어린이가 지나온 시간은 사라지지 않고 어른의 마음속에 살아 있다. 그것이 연령을 불문하고 모든세대가 동시를 사랑하고, 즐길 수 있는 이유이다.
이상교, 권영상, 강정규와 같은 원로 동시인, 김창완, 함민복, 장철문과 같이 어른 독자들로부터 사랑받는 시인, 송찬호, 주미경, 박기린 등 우리 문단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신진 작가 들까지 108인의 한국 시인들이 그려 낸 오늘 한국 동시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어린이의 시간을 지나오지 않은 어른은 없다. 지나왔으나 사라지지 않는 게 어린이의 시간이다. 어른은 어린이가 다 자란 시간을 가리키는 게 아니라, 어린이의 시간이 이어지며 변주되는 것뿐이라는 듯이. 동시가 어린이에게뿐 아니라 어른에게도 호소력을 갖는 것은 지나왔으나 사라지지 않은 어린이의 시간, 동심이 어른의 내면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안(시인, 『동시마중』 편집위원)
108인의 시인이 그려 낸 우리 동시의 풍경
2018년 11월, 제2회 전국동시인대회가 개최된다. 오랫동안 한국인이 사랑해 온 시인과 동시인들이 ‘동시’의 자리에서 만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제2회 전국동시인대회를 맞아 출간되는 두 권의 동시집, 『길에서 기린을 만난다면』과 『이따 만나』에서 찾을 수 있다.
두 권의 동시집에는 낯선 세상을 당당하게 살아가는 작지만 강한 존재들의 노래가 담겨 있다. 어른들이 구획한 시간, 학교와 학원을 오가는 빤한 공간에서 더 넓은 세상을 꿈꾸고, 자칫 지나치기 쉬운 작은 존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느리더라도 함께 걷기를 좋아하는 어린이들의 노래다. 이 동시들은 낯선 길 위에 선 어린이 독자들에게, 그 앞에 슬픔도 고난도 있겠지만 ‘처음 만나는 세계’를 만나게 될 거라고 북돋아 준다. 또한 어른 독자들에게는, 우리가 너무 빨리 잊거나 잃어버린 어린이의 마음을 되찾았을 때 어떤 세상을 만나게 되는가를 보여 준다.
꽃이 지면 열매가 되고, 어린이가 처음 경험한 사건은 앞으로 걷게 될 길을 변화시키고, 어린이가 지나온 시간은 사라지지 않고 어른의 마음속에 살아 있다. 그것이 연령을 불문하고 모든세대가 동시를 사랑하고, 즐길 수 있는 이유이다.
이상교, 권영상, 강정규와 같은 원로 동시인, 김창완, 함민복, 장철문과 같이 어른 독자들로부터 사랑받는 시인, 송찬호, 주미경, 박기린 등 우리 문단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신진 작가 들까지 108인의 한국 시인들이 그려 낸 오늘 한국 동시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어린이의 시간을 지나오지 않은 어른은 없다. 지나왔으나 사라지지 않는 게 어린이의 시간이다. 어른은 어린이가 다 자란 시간을 가리키는 게 아니라, 어린이의 시간이 이어지며 변주되는 것뿐이라는 듯이. 동시가 어린이에게뿐 아니라 어른에게도 호소력을 갖는 것은 지나왔으나 사라지지 않은 어린이의 시간, 동심이 어른의 내면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안(시인, 『동시마중』 편집위원)
목차
1부 모험의 탄생
거울_김미혜 | 바늘귀_백우선 | 자취_안학수 | 엄마도 모르는 엄마 얼굴_장영복 | 눈 오는 날_김개미 | 그리운 권정생 선생님 1 _서정홍 | 종소리 안에 네가 서 있다_장옥관 | 길에서 기린을 만난다면_김륭 | 등의 신비_신민규 | 볍씨랑 같이_정상평 | 마음의 저울_한현정 | 모험의 탄생_송선미 | 혼자 우는 아이_손택수
2부 궁금하다
우리 순이 만나면_김경진 | 팬지꽃 신발_김현숙 | 참새를 까 먹는 느티나무_조무호 | 산비둘기_윤동미 |
빗물 웅덩이_변은경 | 우산을 받고 걸으면_장철문 | 토렴_김현욱 | 방충망_김성민 | 민들레 씨앗을 불 때_문성해 | 궁금하다_안진영 | 폭우_유미희 | 비님이 오시는 날_전병호 | 꽃차 같은 친구_권애숙 | 기차_이안
3부 그랬을 거야
사슴 울음_강기원 | 나 홀로 숲속에_진현정 | 쌀눈_박혜선 | 민들레 꽃씨와 바람_권오삼 | 꽃사과나무_박경임 | 마음을 심는다_박예분 | 그랬을 거야_김희정 | 위대한 우산이끼_박기린 | 도란도란_박일환 | 소금_정지윤 | 반딧불이_김금래 | 개미_유강희
4부 내가 지나온 길
편지_주미경 | 내 마음에 숲 울타리를 쳐 두겠어_정유경 | 하고 싶다의 일생_나비연 | 기차 시계_박소이 | i처럼 _추필숙 | 개나리꽃_권영상 | 쥐눈이콩 팔러 나온 할머니_김철순 | 탑 밑에 사는 할배_남호섭 |
부은 노총각 아저씨_박정섭 | 트라이앵글_송진권 | 증조할머니 공덕_이주영 | 내가 지나온 길_박해정 |
누가 맞아?_손동연 | 풀_이종수
해설│부재를 비추는 거울의 시간_이안
시인 소개
거울_김미혜 | 바늘귀_백우선 | 자취_안학수 | 엄마도 모르는 엄마 얼굴_장영복 | 눈 오는 날_김개미 | 그리운 권정생 선생님 1 _서정홍 | 종소리 안에 네가 서 있다_장옥관 | 길에서 기린을 만난다면_김륭 | 등의 신비_신민규 | 볍씨랑 같이_정상평 | 마음의 저울_한현정 | 모험의 탄생_송선미 | 혼자 우는 아이_손택수
2부 궁금하다
우리 순이 만나면_김경진 | 팬지꽃 신발_김현숙 | 참새를 까 먹는 느티나무_조무호 | 산비둘기_윤동미 |
빗물 웅덩이_변은경 | 우산을 받고 걸으면_장철문 | 토렴_김현욱 | 방충망_김성민 | 민들레 씨앗을 불 때_문성해 | 궁금하다_안진영 | 폭우_유미희 | 비님이 오시는 날_전병호 | 꽃차 같은 친구_권애숙 | 기차_이안
3부 그랬을 거야
사슴 울음_강기원 | 나 홀로 숲속에_진현정 | 쌀눈_박혜선 | 민들레 꽃씨와 바람_권오삼 | 꽃사과나무_박경임 | 마음을 심는다_박예분 | 그랬을 거야_김희정 | 위대한 우산이끼_박기린 | 도란도란_박일환 | 소금_정지윤 | 반딧불이_김금래 | 개미_유강희
4부 내가 지나온 길
편지_주미경 | 내 마음에 숲 울타리를 쳐 두겠어_정유경 | 하고 싶다의 일생_나비연 | 기차 시계_박소이 | i처럼 _추필숙 | 개나리꽃_권영상 | 쥐눈이콩 팔러 나온 할머니_김철순 | 탑 밑에 사는 할배_남호섭 |
부은 노총각 아저씨_박정섭 | 트라이앵글_송진권 | 증조할머니 공덕_이주영 | 내가 지나온 길_박해정 |
누가 맞아?_손동연 | 풀_이종수
해설│부재를 비추는 거울의 시간_이안
시인 소개
편집자 추천글
잃어버린 것과 잊어버린 것을 기억하며, 함께 가자고 다독이는 동심
움푹 파인 곳마다/빗물이 고이니 알겠다//길이 여기저기/아팠다는 걸//나무도 하늘도 와서/
한참 동안 있어 준다는 걸 –변은경, 「빗물 웅덩이」 전문, 『길에서 기린을 만난다면』
길 곳곳 움푹 팬 웅덩이들이 화자에게는 ‘상처’로 보인다. 그 상처는, 빗물이 채워 주었기 때문에 발견된다. 웅덩이에 빗물이 고였기 때문에 나무도, 하늘도 웅덩이에 찾아와 함께할 수 있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함께 살아가는 존재들, 그렇게 균형을 이루어 가는 세상의 모습은 동시집 곳곳에 드러나 있다. ‘버드나무가/가지를 뻗어’ 우는 아이의 등을 토닥토닥 두드리면, 아이는 ‘이내 눈물을 닦고/사뿐사뿐/가던 길을 걸어’ 간다.(안진영, 「궁금하다」, 『길에서 기린을 만난다면』) ‘배고픈 사람 보면/그냥 못 지나치고 밥이’ 되는 ‘쌀눈’(박혜선, 「쌀눈」, 『길에서 기린을 만난다면』) 같은 사람들, ‘무진장 많은 사람들을’ 태워 주고 싶어서 ‘작은 차보다 큰 차가 좋다’는(김창완, 「난 바보 같다 좀」, 『이따 만나』) 사람들도 있다.
세상에서 빠르게 잊혀지고 있지만 동시 안에서는 아직 생생한 아픔들도 있다. 세월호의 아이들, 밀양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이웃들부터 그리운 권정생 선생님, 돌아가신 조부모님들까지 동시는 누구의 부재도 가볍게 여기지 않는다.
엉아랑 산책하는데/비틀거리는 아저씨가 걸어온다/아저씨는 우리 앞에서 천천히 멈추더니/쪼그리고 앉아 엉아에게 말했다//우리 순이 만나면 사이좋게 지내라//나도 모르게, 네-/대답했다/아저씨 목소리가 너무 다정해서/엉아도 꼬리를 흔들었다
-김경진, 「우리 순이 만나면」 전문, 『길에서 기린을 만난다면』)
‘순이’를 잃어버린 아저씨의 목소리가 너무나 다정해서, 누군지도 모르는 순이와 사이좋게 지내겠다는 어린이의 약속은 아저씨에게 감정을 이입한 모든 이들의 마음을 위로한다. 어린이의 마음, 동시의 마음은 곧 사람과 사람 사이를 감싸는 울타리가 되고, 우리가 살아갈 힘이 되어 준다.
나를 둘러싼 모든 관계와 존재를 따스하게 바라보는 건강함
시대의 변화에 따라 어린이의 삶도 변화하고 있다. 『길에서 기린을 만난다면』과 『이따 만나』 속 108편의 동시들 속에서도 그 변화를 느낄 수 있다.
먼저 엄마한테 물어보고//오늘은/수학, 발레, 피아노만 하면 되니까/시간이 날 것 같아//4시 45분부터 5시 10분까지 맞지?/나 발레 끝나고/너 영어 가기 전에//학원 차가 아파트 정문에 서니까/정문 놀이터에서 보자/더 많이 놀 수 있게//그럼,/이따 만나
-김유진, 「이따 만나」 전문, 『이따 만나』
어른들은 어린이의 일상을 자로 반듯하게 나누려 한다. 그러나 「이따 만나」 속 화자들은, 어른이 구획한 일상에 주눅 들어 있기보다는 ‘틈’을 만드는 아이들이다. 꽉 찬 과목별 시간표에 가두어 놓아도 ‘시간이 갇힌 시간표 속에서/국어와 영어가 떠들고’ ‘음악은 세상이 떠나가라 노래를’ 부르는 생동감 있는 시간을 상상한다.(김준현, 「표가 나는 시간」, 『이따 만나』) 그래서 ‘누군가 뻥!//걷어차야 공이지//그냥 우두커니 있으면//동그라미’(하미경, 「공」, 『이따 만나』)라는 어린이다운 정의를 내릴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에 의해 가둬진 존재이기 때문에, 어린이는 작고 약한 존재들을 찾아내어 손을 내민다. 손님이 오면 꽃게들을 툭툭 건드려 ‘꽃게는 아직 싱싱하게 살아 있다고/소리를 높이는 아줌마’는 모르지만 어린이의 눈에는 ‘움찔움찔 깜짝깜짝/꽃게가 괴로워하는’ 모습이 보인다. ‘학원 갔다’ 온 아이조차도 ‘소파에 누워 잠든 아빠’와 ‘늦은 밤 퇴근하는 엄마’의 고단함을 고양이가 풀어 주었으면 하는 따뜻한 바람을 품는다.(임수현, 「고양이 뜨개질」 , 『이따 만나』) 개미를 자로 눌러 죽이고는 ‘너무 작아서/아픈 것도 죽는 것도/느끼지 못할 거라 생각하며,//그렇게 생각하면/마음이 편할 줄 알았다’(유강희, 「개미」, 『길에서 기린을 만난다면』)는 고백은, 어른들에게 ‘어린이만큼 생명을 무겁게 여기고 있는가’ 하는 질문으로 들리기도 할 것이다.
동심과 어린이라는 거울은 바라보며 건너가는 이로 하여금 표정과 시간을 바꾸며, ’자세를 고치며‘ 지나가게 한다. 한 편의 동시를 통과하기 전과 통과한 다음의 시인, 독자는 꼭 그만큼 달라진 존재의 눈으로 이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동심과 어린이가 주는 시적 효과다. -이안(시인, 『동시마중』 편집위원), 『이따 만나』 해설 중에서
동시 안에서 독자들은 어린이의 발랄한 상상력과 생명력에 동화되고, 자기 안의 어린이를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 동시를 읽은 후의 독자는 세상을 조금 다른 눈으로 바라볼 수 있다. 그것이 동시가 가진 힘이고, 0세부터 100세까지 모든 연령대가 함께 읽고 즐길 수 있는 이유이다.
살아 있는 우리말의 재미, 감각적인 그림의 조화
두 권의 책에 담긴 108편의 동시들은 문학 작품 속에만 등장하는 ‘멋지지만 잘 쓰이지 않는 언어’가 아니라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쓰는 우리말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이다. 우미옥의 「땡땡이 날」(『이따 만나』)은 땡땡이-땡기다-땡땡이치기-뺑뺑이-줄무늬로 이어지는 말의 전환이 경쾌하며, 손동연의 「누가 맞아?」는 ‘지다’의 반대말이 꽃들, 해와 달, 사람에게 각각 어떻게 다른지를 보여 주며 ‘말에 담긴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쉽지만 깊이 있는 시어들은 금세 사라지는 시쳇말이나 어려운 수사 없이도 우리말이 얼마나 다양하게 쓰일 수 있는지를 보여 준다. 거기에 서정성이 돋보이는 『길에서 기린을 만난다면』과 경쾌함이 강점인 『이따 만나』 의 개성을 잘 살린 신슬기, 이윤희 화가의 그림은, 동시 속 상상력과 화자의 심상에 더 가까이 다가가게 하는 좋은 길잡이다.
움푹 파인 곳마다/빗물이 고이니 알겠다//길이 여기저기/아팠다는 걸//나무도 하늘도 와서/
한참 동안 있어 준다는 걸 –변은경, 「빗물 웅덩이」 전문, 『길에서 기린을 만난다면』
길 곳곳 움푹 팬 웅덩이들이 화자에게는 ‘상처’로 보인다. 그 상처는, 빗물이 채워 주었기 때문에 발견된다. 웅덩이에 빗물이 고였기 때문에 나무도, 하늘도 웅덩이에 찾아와 함께할 수 있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함께 살아가는 존재들, 그렇게 균형을 이루어 가는 세상의 모습은 동시집 곳곳에 드러나 있다. ‘버드나무가/가지를 뻗어’ 우는 아이의 등을 토닥토닥 두드리면, 아이는 ‘이내 눈물을 닦고/사뿐사뿐/가던 길을 걸어’ 간다.(안진영, 「궁금하다」, 『길에서 기린을 만난다면』) ‘배고픈 사람 보면/그냥 못 지나치고 밥이’ 되는 ‘쌀눈’(박혜선, 「쌀눈」, 『길에서 기린을 만난다면』) 같은 사람들, ‘무진장 많은 사람들을’ 태워 주고 싶어서 ‘작은 차보다 큰 차가 좋다’는(김창완, 「난 바보 같다 좀」, 『이따 만나』) 사람들도 있다.
세상에서 빠르게 잊혀지고 있지만 동시 안에서는 아직 생생한 아픔들도 있다. 세월호의 아이들, 밀양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이웃들부터 그리운 권정생 선생님, 돌아가신 조부모님들까지 동시는 누구의 부재도 가볍게 여기지 않는다.
엉아랑 산책하는데/비틀거리는 아저씨가 걸어온다/아저씨는 우리 앞에서 천천히 멈추더니/쪼그리고 앉아 엉아에게 말했다//우리 순이 만나면 사이좋게 지내라//나도 모르게, 네-/대답했다/아저씨 목소리가 너무 다정해서/엉아도 꼬리를 흔들었다
-김경진, 「우리 순이 만나면」 전문, 『길에서 기린을 만난다면』)
‘순이’를 잃어버린 아저씨의 목소리가 너무나 다정해서, 누군지도 모르는 순이와 사이좋게 지내겠다는 어린이의 약속은 아저씨에게 감정을 이입한 모든 이들의 마음을 위로한다. 어린이의 마음, 동시의 마음은 곧 사람과 사람 사이를 감싸는 울타리가 되고, 우리가 살아갈 힘이 되어 준다.
나를 둘러싼 모든 관계와 존재를 따스하게 바라보는 건강함
시대의 변화에 따라 어린이의 삶도 변화하고 있다. 『길에서 기린을 만난다면』과 『이따 만나』 속 108편의 동시들 속에서도 그 변화를 느낄 수 있다.
먼저 엄마한테 물어보고//오늘은/수학, 발레, 피아노만 하면 되니까/시간이 날 것 같아//4시 45분부터 5시 10분까지 맞지?/나 발레 끝나고/너 영어 가기 전에//학원 차가 아파트 정문에 서니까/정문 놀이터에서 보자/더 많이 놀 수 있게//그럼,/이따 만나
-김유진, 「이따 만나」 전문, 『이따 만나』
어른들은 어린이의 일상을 자로 반듯하게 나누려 한다. 그러나 「이따 만나」 속 화자들은, 어른이 구획한 일상에 주눅 들어 있기보다는 ‘틈’을 만드는 아이들이다. 꽉 찬 과목별 시간표에 가두어 놓아도 ‘시간이 갇힌 시간표 속에서/국어와 영어가 떠들고’ ‘음악은 세상이 떠나가라 노래를’ 부르는 생동감 있는 시간을 상상한다.(김준현, 「표가 나는 시간」, 『이따 만나』) 그래서 ‘누군가 뻥!//걷어차야 공이지//그냥 우두커니 있으면//동그라미’(하미경, 「공」, 『이따 만나』)라는 어린이다운 정의를 내릴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에 의해 가둬진 존재이기 때문에, 어린이는 작고 약한 존재들을 찾아내어 손을 내민다. 손님이 오면 꽃게들을 툭툭 건드려 ‘꽃게는 아직 싱싱하게 살아 있다고/소리를 높이는 아줌마’는 모르지만 어린이의 눈에는 ‘움찔움찔 깜짝깜짝/꽃게가 괴로워하는’ 모습이 보인다. ‘학원 갔다’ 온 아이조차도 ‘소파에 누워 잠든 아빠’와 ‘늦은 밤 퇴근하는 엄마’의 고단함을 고양이가 풀어 주었으면 하는 따뜻한 바람을 품는다.(임수현, 「고양이 뜨개질」 , 『이따 만나』) 개미를 자로 눌러 죽이고는 ‘너무 작아서/아픈 것도 죽는 것도/느끼지 못할 거라 생각하며,//그렇게 생각하면/마음이 편할 줄 알았다’(유강희, 「개미」, 『길에서 기린을 만난다면』)는 고백은, 어른들에게 ‘어린이만큼 생명을 무겁게 여기고 있는가’ 하는 질문으로 들리기도 할 것이다.
동심과 어린이라는 거울은 바라보며 건너가는 이로 하여금 표정과 시간을 바꾸며, ’자세를 고치며‘ 지나가게 한다. 한 편의 동시를 통과하기 전과 통과한 다음의 시인, 독자는 꼭 그만큼 달라진 존재의 눈으로 이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동심과 어린이가 주는 시적 효과다. -이안(시인, 『동시마중』 편집위원), 『이따 만나』 해설 중에서
동시 안에서 독자들은 어린이의 발랄한 상상력과 생명력에 동화되고, 자기 안의 어린이를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 동시를 읽은 후의 독자는 세상을 조금 다른 눈으로 바라볼 수 있다. 그것이 동시가 가진 힘이고, 0세부터 100세까지 모든 연령대가 함께 읽고 즐길 수 있는 이유이다.
살아 있는 우리말의 재미, 감각적인 그림의 조화
두 권의 책에 담긴 108편의 동시들은 문학 작품 속에만 등장하는 ‘멋지지만 잘 쓰이지 않는 언어’가 아니라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쓰는 우리말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이다. 우미옥의 「땡땡이 날」(『이따 만나』)은 땡땡이-땡기다-땡땡이치기-뺑뺑이-줄무늬로 이어지는 말의 전환이 경쾌하며, 손동연의 「누가 맞아?」는 ‘지다’의 반대말이 꽃들, 해와 달, 사람에게 각각 어떻게 다른지를 보여 주며 ‘말에 담긴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쉽지만 깊이 있는 시어들은 금세 사라지는 시쳇말이나 어려운 수사 없이도 우리말이 얼마나 다양하게 쓰일 수 있는지를 보여 준다. 거기에 서정성이 돋보이는 『길에서 기린을 만난다면』과 경쾌함이 강점인 『이따 만나』 의 개성을 잘 살린 신슬기, 이윤희 화가의 그림은, 동시 속 상상력과 화자의 심상에 더 가까이 다가가게 하는 좋은 길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