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개입니까 (욜로욜로 시리즈)
- 861
• 지은이 : 창신강
• 옮긴이 : 전수정
• 가격 : 13,000원
• 책꼴/쪽수 :
123×188mm, 328쪽
• 펴낸날 : 2017-07-03
• ISBN : 9791160940541 04820
• 십진분류 : 문학 > 중국문학 (820)
저자소개
지은이 : 창신강
1957년 중국 톈진에서 태어났다. 우화 형식을 통해 인간 세상을 날카롭게 바라보는 작가로 정평이 나 있으며, 특유의 풍자와 유머로 독자들의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다. 중국작가협회 우수 아동문학상을 세 차례나 수상했으며, 장중문 문학상, 쑹칭링 문학상 등 중국의 내로라하는 문학상을 휩쓸면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국내에 소개된 작품으로는 『열혈 수탉 분투기』, 『탁구왕 룽산』 등이 있다.
옮긴이 : 전수정
고려대학교 중국현대문학 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현재 북경어언대학교 외국인 교수로 재직 중이다. 글샘 중국문학 기획번역팀 대표이자 중국문학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중국 작가 최초로 국제안데르센상을 수상한 차오원쉬엔을 비롯해 뛰어난 중국 작가들의 작품을 한국에 처음으로 소개했다. 옮긴 책으로 장자화의 『하라바라 괴물의 날』, 차오원쉬엔의 『빨간 기와』『빨간 대문』 『청동 해바라기』 『안녕, 싱싱』, 창신강의 『열혈 수탉 분투기』 『열혈 돼지 전설』과 『한 권으로 읽는 중국 7대 고전』 시리즈 등이 있다.
책정보 및 내용요약
『열혈 수탉 분투기』의 창신강, 이번엔 개다!
중국 최고 소설가의 작품 세계를 엿볼 수 있는 기막힌 우화 소설
인간 세상에 대한 호기심 하나로 사랑하는 가족까지 등진 어느 토종개의 이야기로, 우화의 특성을 절묘하게 살려 낸 독특한 풍자 소설이다. 작가는 ‘인간이 되기 위해’ 모든 것을 버린 개의 이야기를 통해 철저하게 자기중심적이고 탐욕스럽기 짝이 없는, 즉 ‘개보다 못한’ 인간들의 세상을 통렬히 풍자한다.
돈밖에 모르는 장사꾼, 무능하고 고지식한 경찰, 학생을 오직 성적순으로만 판단하는 교사 등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말과 행동은 우리가 사는 세상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굵직한 주제뿐만 아니라 인간으로 변신한 개가 한 사회의 구성원이 되어가면서 겪게 되는 사건들이 유머러스하고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다.
‘욜로욜로’는 사계절출판사가 창립 35주년을 맞아 ‘오늘의 독자들’을 위해 선보이는 새로운 문학 브랜드다. 욜로욜로는 ‘YOLO, you only live once’를 외치며 때론 즐겁게 때론 눈물겹게 이 힘겨운 시대를 헤쳐 가는 모든 독자들에게 응원과 위로가 되어 줄 문학 브랜드다. 욜로욜로는 안상수 디자이너가 설립한 디자인학교 PaTI(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의 아티스트들이 일러스트와 디자인을, 파티출판디자인연구소장 오진경 디자이너가 총괄 아트 디렉션을 맡았다. 감각적인 일러스트는 물론 제목을 숨긴 표지, 펼치면 한 장의 포스터가 되는 커버까지 새로운 세대의 취향과 성향을 고려한 북 디자인은 독자들의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
중국 최고 소설가의 작품 세계를 엿볼 수 있는 기막힌 우화 소설
인간 세상에 대한 호기심 하나로 사랑하는 가족까지 등진 어느 토종개의 이야기로, 우화의 특성을 절묘하게 살려 낸 독특한 풍자 소설이다. 작가는 ‘인간이 되기 위해’ 모든 것을 버린 개의 이야기를 통해 철저하게 자기중심적이고 탐욕스럽기 짝이 없는, 즉 ‘개보다 못한’ 인간들의 세상을 통렬히 풍자한다.
돈밖에 모르는 장사꾼, 무능하고 고지식한 경찰, 학생을 오직 성적순으로만 판단하는 교사 등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말과 행동은 우리가 사는 세상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굵직한 주제뿐만 아니라 인간으로 변신한 개가 한 사회의 구성원이 되어가면서 겪게 되는 사건들이 유머러스하고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다.
‘욜로욜로’는 사계절출판사가 창립 35주년을 맞아 ‘오늘의 독자들’을 위해 선보이는 새로운 문학 브랜드다. 욜로욜로는 ‘YOLO, you only live once’를 외치며 때론 즐겁게 때론 눈물겹게 이 힘겨운 시대를 헤쳐 가는 모든 독자들에게 응원과 위로가 되어 줄 문학 브랜드다. 욜로욜로는 안상수 디자이너가 설립한 디자인학교 PaTI(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의 아티스트들이 일러스트와 디자인을, 파티출판디자인연구소장 오진경 디자이너가 총괄 아트 디렉션을 맡았다. 감각적인 일러스트는 물론 제목을 숨긴 표지, 펼치면 한 장의 포스터가 되는 커버까지 새로운 세대의 취향과 성향을 고려한 북 디자인은 독자들의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
목차
내 머리 위의 창구/가족의 이빨/창구로 흘러 들어온 음악/눈물의 장례식/연분홍빛 외투/배반은 아름다워라/치통/도시 입성 의식/돼지갈비 식당/이름이 없다/두 알의 신경 안정제/경찰과의 한판승/참을 수 없는 굴욕/엄마의 집/규칙은 규칙/내부의 적/이상한 야뇨증/좋은 습관 들이기/내 목에서 나는 이상한 소리/후셩은 누구?/잊을 수 없는 소녀의 목소리/1학년 12반/오락 사격장/기다리던 개학/향수 알레르기/단 한 명의 라이벌/시험 결과/유행성 감기/숲속 주점의 약속/똑같은 혈액형/류웨의 동거녀/아빠, 도시에 나타나다/놀라운 생명 부등식/류웨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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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세상에 대한 호기심 하나로 사랑하는 가족까지 등진 어느 토종개 이야기
『나는 개입니까』(원제 變身狗, 사계절 1318문고 62)는 『열혈 수탉 분투기』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중국 작가 창신강의 장편소설이다. 창신강은 인간으로 ‘변신’한 개의 시선을 통해 부조리한 사회 구조와 탐욕에 눈먼 인간 군상을 예리하게 포착해 냈다. ‘창신강의 작품은 따뜻하면서도,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도 갖추고 있다’는 장자화(중국의 아동문학 작가)의 평가에 걸맞게 작가 특유의 기발한 상상력과 유머, 허를 찌르는 반전과 톡 쏘는 풍자가 단연 돋보이는 작품이다.
『나는 개입니까』의 가장 큰 매력은 중국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사회적인 문제들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큰 공감대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돈밖에 모르는 장사꾼, 무능하고 고지식한 경찰, 학생을 오직 성적순으로만 판단하는 교사 등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말과 행동은 우리가 사는 세상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작가는 ‘인간이 되기 위해’ 모든 것을 버린 개의 이야기를 통해 철저하게 자기중심적이고 탐욕스럽기 짝이 없는, 즉 ‘개보다 못한’ 인간들의 세상을 통렬히 풍자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이 작품에는 굵직한 주제뿐만 아니라 인간으로 변신한 개가 한 사회의 구성원이 되어가면서 겪게 되는 사건들이 유머러스하고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다. 이것은 소년이 어른으로 사회에 편입되기 위해서는 치러야 할 통과의례이자 아픈 성장통이다. 다시 말해 『나는 개입니까』는 ‘개가 인간이 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한 인간이 인간으로서 완성되어 가는 이야기’인 것이다.
리얼리즘 전통에 깊이 기대고 있는 중국문학의 가장 큰 특징은 강한 현실성과 정치적인 시선이라 할 수 있다. 창신강은 이러한 전통적 사실주의에 독특하고 환상적인 요소를 곁들여 지금껏 보지 못한 새로운 느낌의 소설을 탄생시켰다. 이러한 시도는 중국 평론가들 사이에서 큰 호응을 불러일으켰고, 그의 작품 가운데 가장 문학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인간으로 변신한 어느 개의 파란만장 도시 체험기!
『나는 개입니까』는 지하 배수로에 살고 있는 개들(이들은 가족이다)의 이야기이다. 주인공인 ‘나’는 유난히 호기심이 많은 장난꾸러기다. 어느 날, 나는 죽음을 목전에 둔 할아버지의 유언을 듣게 된다. 할아버지의 마지막 바람은 ‘창구’를 보고 싶다는 것. 그때부터 나는 창구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된다. 그러나 아빠는 창구라는 단어조차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게 한다. 아빠가 그토록 민감한 이유는 따로 있다. 그것은 바로 창구가 인간 세계로 통하는 문이기 때문이다.
나는 우연히 만나 친구가 된 연분홍 지렁이의 도움으로 창구의 존재와 창구 너머 인간들이 사는 도시에 대해 알게 된다. 인간 세상에 대한 호기심은 나날이 커지고, 결국 나는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 인간 세상으로 향한다.
멀리서 나를 찾는 누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와 누나의 곁을 떠난다는 것은 가슴 아팠지만, 다른 길이 없었다. 이미 그 어떤 것도 내 마음을 돌려놓을 수는 없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운명 같은 이끌림이 아니었을까 싶다. 머리 위의 창구가 거대한 흡입력으로 나를 빨아들이는 듯 다른 생각 따위는 전혀 할 수 없었으니까. 다시는 되돌아오지 않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 염원은 내 마음속 깊은 곳에 박힌 이름 없는 별이었다. 별은 깊고 어두운 가슴속에서 반짝거렸다.
나는 튀어나온 벽의 모서리를 향해 전속력으로 돌진했다. 그건 다른 세계로 가기 전에 반드시 치러야 할 통과의례 같은 것이었다. 피할 수 없다면 용감하게 부딪히는 것만이 방법이었다. 순간, 내 생을 뒤흔드는 것 같은 어마어마한 고통에 정신을 잃었다. (본문 64쪽)
나는 소년의 몸을 얻어 창구 위 도시로 무사히 입성한다. 그리고 낯선 문화를 경험하며 조금씩 인간 세계에 적응해 나간다. 그러나 개의 본성은 고스란히 남아 있어 돼지갈비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한편, 신뢰가 가는 사람에게 무한한 애정을 주고, 싸움이 일어나면 엉덩이를 물어 버리는 식으로 닥친 일들을 해결해 나간다. 그런 우여곡절을 거치는 과정에서 나는 그토록 꿈꿔 온 인간 세상이 현실과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인간들은 자기보다 힘센 자 앞에선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고, 먹을 것을 위해서라면 서로 물고 뜯고 할퀴기에 급급할 뿐이다.
나는 결국 신원이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엄마의 집’ 이라는 아동 보호 시설에 들어가게 되고, 그곳에서 ‘가족’이라는 또 다른 사회와 맞닥뜨린다. 그리고 우연히 만난 류웨라는 소녀에게 알 수 없는 감정을 느낀다. 나는 류웨를 다시 만나기 위해 그녀가 다니는 학교에 들어가기로 마음먹는다. 그러나 학교생활도 생각만큼 녹록하지 않다. 천재를 편애하고, 성적순으로만 학생을 평가하는 선생님들의 부조리한 모습에서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
어느 날, 류웨는 나를 집으로 초대한다. 그곳에는 말을 하지 못하는 여자가 류웨와 같이 살고 있다. 여자는 내가 좋아하는 돼지갈비를 요리해 주고, 슬픈 눈빛으로 나를 지켜보더니 급기야 나를 안고 울기까지 한다. 나는 그녀의 품에서 아주 익숙한 체취를 느낀다. 류웨는 그녀가 지하 세계에서 유일하게 나를 이해해 주던 누나였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누나는 나를 찾아 도시로 오기 위해 목소리와 기억을 잃는 큰 대가를 치러야 했던 것이다. 게다가 류웨는 더욱 충격적인 사실을 얘기해 준다. 나를 그곳까지 이끈 류웨의 정체는 바로 연분홍 지렁이였던 것. 누나를 다시 만난 기쁨도 잠시, 류웨는 나를 시장으로 데려간다. 거기에는 털이 뻣뻣하게 선 개가죽이 즐비하게 진열되어 있다. 그 중에서 특히 흑회색 가죽이 내 눈에 들어온다. 나는 불길한 예감이 들어 흑회색 가죽을 쓰다듬는다. 그러자 뻣뻣하게 서 있던 털이 그제야 순하게 눕는다. 그것은 다름 아닌 아빠의 가죽이었던 것이다. 대체 인간들은 우리 가족에게 무슨 짓을 한 것인가. 나는 주체할 수 없는 분노에 휩싸인다.
나는 인간인가, 개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이렇듯 개의 눈으로 바라본 인간 세계는 독선과 아집, 위선과 모순, 부조리와 폭력만이 난무한다. 또한 자신의 존재나 삶의 가치에 대해 깊은 고민 없이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한 어리석은 인물들이 득시글대는 곳이다. 하지만 창신강은 실소를 터뜨리게 하는 상황 설정과 발랄한 화법 등을 적절하게 사용해 시종일관 유머러스한 톤을 유지한다.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오히려 재기발랄하게 표현함으로써 흥미와 감동을 동시에 선사하는 것이다.
결국 이 책은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세상과 사회, 인간 본성과 정체성에 대한 반성과 모색의 기회를 제공한다. ‘개와는 다른’ 인간 본연의 ‘순수성’을 갈구하는 어느 토종견의 성장 이야기는, 그래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자신의 소중한 것들을 잃어가면서까지 순수를 찾아 헤매는 개의 갈망은 당연한 듯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다.
창신강은 꾸준한 작품 활동을 통해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어 보고자 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 듯 보인다. 그리고 이 매력적인 작품을 통해 그가 꿈꾸는 세상에 한 발 더 다가갔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것이 우리가 그의 다음 작품을 기다리게 되는 이유다.
사계절출판사 창립 35주년, 사계절1318문고 20주년 기념 에디션, 욜로욜로
‘욜로욜로’는 한 번뿐인 삶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를 열망하는 독자들의 삶에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다시 ‘문학’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끝이 없을 듯한 좌절과 무력감이 혼자의 것이 아니라는 위로, 혹독한 현실에서 뛰쳐나올 용기, 씁쓸한 삶에도 아직은 존재하는 사랑과 유머…. 욜로욜로에는 웃음이든 눈물이든, 오직 문학만이 가진 치유와 공감의 힘이 독자들의 삶을 진정 욜로욜로하게 하리라는 굳은 믿음이 담겨 있다. 그것이 1982년 창립하여 35년간 ‘시대정신’과 ‘성장의 의미’를 생각하는 출판을 모토로 독자들과 함께해 온 사계절출판사가 바로 지금, 성인을 위한 문학 브랜드를 시작하는 이유이다.
그렇기에 욜로욜로는 사계절1318문고 109권의 책 가운데 독자들의 사랑과 평단의 인정을 받은 열 작품으로 시작한다. 이 작품들은 이제 어엿한 사회인이 된 당시의 청소년 독자에게 보내는 위로와 응원이기도 하다. 웃지 않을 수 없는 문장력과 웃을 수만은 없는 풍자로 우화 소설의 참맛을 보여 주는 『나는 개입니까』을 비롯한 10종의 야심작들은 새로운 모습으로 더 많은 독자들을 만날 것이다. 이후로도 『다윈 영의 악의 기원』으로 탁월한 천재성을 알리기도 전에 짧은 생을 마감한 고 박지리 작가의 『3차 면접에서 떨어진 MAN에 관하여』(가제) 등 남다른 시선과 작품성을 갖춘 소설들을 소개해 갈 것이다.
PaTI, 가장 욜로욜로한 아티스트들의 과감하고 아름다운 디자인
안상수 디자이너가 설립하고, 한국 디자이너들이 독창적인 커리큘럼을 통해 배움을 주고받는 디자인 학교 PaTI(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 ‘욜로욜로’는 파티에서 스승 혹은 배우미로 활동 중인 젊은 아티스트 18인이 일러스트와 디자인을, 파티출판디자인연구소장인 북 디자이너 오진경이 총괄 아트디렉션을 맡아 사계절출판사와 함께한 첫 번째 산학협동 프로젝트다.
상업 디자인에 처음 도전하는 디자이너, 자기 그림을 누군가에게 보여 준 적이 없는 일러스트레이터…. 작품으로 세상과 소통할 날을 기다리며 남다른 길을 선택한 이들은 스스로가 욜로욜로 주요 독자층인 청년들로, 동시대 독자들의 취향과 감수성을 누구보다 이해하는 가장 욜로욜로한 아티스트다. 각 권의 개성을 담은 일러스트와 열 권을 하나로 잇는 독특한 패턴, 제목을 은근히 숨긴 표지, 펼치면 한 장의 포스터가 되는 커버, 한 손에 들어오는 가볍고 편안한 판형 등, 시각적인 아름다움부터 독자들을 고려한 세심함까지 한층 감각적이고 수준 높은 북 디자인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스승 오진경과 아티스트 18인이 함께한 여섯 달 동안의 도전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기에 충분하다.
『나는 개입니까』(원제 變身狗, 사계절 1318문고 62)는 『열혈 수탉 분투기』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중국 작가 창신강의 장편소설이다. 창신강은 인간으로 ‘변신’한 개의 시선을 통해 부조리한 사회 구조와 탐욕에 눈먼 인간 군상을 예리하게 포착해 냈다. ‘창신강의 작품은 따뜻하면서도,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도 갖추고 있다’는 장자화(중국의 아동문학 작가)의 평가에 걸맞게 작가 특유의 기발한 상상력과 유머, 허를 찌르는 반전과 톡 쏘는 풍자가 단연 돋보이는 작품이다.
『나는 개입니까』의 가장 큰 매력은 중국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사회적인 문제들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큰 공감대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돈밖에 모르는 장사꾼, 무능하고 고지식한 경찰, 학생을 오직 성적순으로만 판단하는 교사 등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말과 행동은 우리가 사는 세상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작가는 ‘인간이 되기 위해’ 모든 것을 버린 개의 이야기를 통해 철저하게 자기중심적이고 탐욕스럽기 짝이 없는, 즉 ‘개보다 못한’ 인간들의 세상을 통렬히 풍자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이 작품에는 굵직한 주제뿐만 아니라 인간으로 변신한 개가 한 사회의 구성원이 되어가면서 겪게 되는 사건들이 유머러스하고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다. 이것은 소년이 어른으로 사회에 편입되기 위해서는 치러야 할 통과의례이자 아픈 성장통이다. 다시 말해 『나는 개입니까』는 ‘개가 인간이 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한 인간이 인간으로서 완성되어 가는 이야기’인 것이다.
리얼리즘 전통에 깊이 기대고 있는 중국문학의 가장 큰 특징은 강한 현실성과 정치적인 시선이라 할 수 있다. 창신강은 이러한 전통적 사실주의에 독특하고 환상적인 요소를 곁들여 지금껏 보지 못한 새로운 느낌의 소설을 탄생시켰다. 이러한 시도는 중국 평론가들 사이에서 큰 호응을 불러일으켰고, 그의 작품 가운데 가장 문학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인간으로 변신한 어느 개의 파란만장 도시 체험기!
『나는 개입니까』는 지하 배수로에 살고 있는 개들(이들은 가족이다)의 이야기이다. 주인공인 ‘나’는 유난히 호기심이 많은 장난꾸러기다. 어느 날, 나는 죽음을 목전에 둔 할아버지의 유언을 듣게 된다. 할아버지의 마지막 바람은 ‘창구’를 보고 싶다는 것. 그때부터 나는 창구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된다. 그러나 아빠는 창구라는 단어조차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게 한다. 아빠가 그토록 민감한 이유는 따로 있다. 그것은 바로 창구가 인간 세계로 통하는 문이기 때문이다.
나는 우연히 만나 친구가 된 연분홍 지렁이의 도움으로 창구의 존재와 창구 너머 인간들이 사는 도시에 대해 알게 된다. 인간 세상에 대한 호기심은 나날이 커지고, 결국 나는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 인간 세상으로 향한다.
멀리서 나를 찾는 누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와 누나의 곁을 떠난다는 것은 가슴 아팠지만, 다른 길이 없었다. 이미 그 어떤 것도 내 마음을 돌려놓을 수는 없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운명 같은 이끌림이 아니었을까 싶다. 머리 위의 창구가 거대한 흡입력으로 나를 빨아들이는 듯 다른 생각 따위는 전혀 할 수 없었으니까. 다시는 되돌아오지 않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 염원은 내 마음속 깊은 곳에 박힌 이름 없는 별이었다. 별은 깊고 어두운 가슴속에서 반짝거렸다.
나는 튀어나온 벽의 모서리를 향해 전속력으로 돌진했다. 그건 다른 세계로 가기 전에 반드시 치러야 할 통과의례 같은 것이었다. 피할 수 없다면 용감하게 부딪히는 것만이 방법이었다. 순간, 내 생을 뒤흔드는 것 같은 어마어마한 고통에 정신을 잃었다. (본문 64쪽)
나는 소년의 몸을 얻어 창구 위 도시로 무사히 입성한다. 그리고 낯선 문화를 경험하며 조금씩 인간 세계에 적응해 나간다. 그러나 개의 본성은 고스란히 남아 있어 돼지갈비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한편, 신뢰가 가는 사람에게 무한한 애정을 주고, 싸움이 일어나면 엉덩이를 물어 버리는 식으로 닥친 일들을 해결해 나간다. 그런 우여곡절을 거치는 과정에서 나는 그토록 꿈꿔 온 인간 세상이 현실과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인간들은 자기보다 힘센 자 앞에선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고, 먹을 것을 위해서라면 서로 물고 뜯고 할퀴기에 급급할 뿐이다.
나는 결국 신원이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엄마의 집’ 이라는 아동 보호 시설에 들어가게 되고, 그곳에서 ‘가족’이라는 또 다른 사회와 맞닥뜨린다. 그리고 우연히 만난 류웨라는 소녀에게 알 수 없는 감정을 느낀다. 나는 류웨를 다시 만나기 위해 그녀가 다니는 학교에 들어가기로 마음먹는다. 그러나 학교생활도 생각만큼 녹록하지 않다. 천재를 편애하고, 성적순으로만 학생을 평가하는 선생님들의 부조리한 모습에서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
어느 날, 류웨는 나를 집으로 초대한다. 그곳에는 말을 하지 못하는 여자가 류웨와 같이 살고 있다. 여자는 내가 좋아하는 돼지갈비를 요리해 주고, 슬픈 눈빛으로 나를 지켜보더니 급기야 나를 안고 울기까지 한다. 나는 그녀의 품에서 아주 익숙한 체취를 느낀다. 류웨는 그녀가 지하 세계에서 유일하게 나를 이해해 주던 누나였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누나는 나를 찾아 도시로 오기 위해 목소리와 기억을 잃는 큰 대가를 치러야 했던 것이다. 게다가 류웨는 더욱 충격적인 사실을 얘기해 준다. 나를 그곳까지 이끈 류웨의 정체는 바로 연분홍 지렁이였던 것. 누나를 다시 만난 기쁨도 잠시, 류웨는 나를 시장으로 데려간다. 거기에는 털이 뻣뻣하게 선 개가죽이 즐비하게 진열되어 있다. 그 중에서 특히 흑회색 가죽이 내 눈에 들어온다. 나는 불길한 예감이 들어 흑회색 가죽을 쓰다듬는다. 그러자 뻣뻣하게 서 있던 털이 그제야 순하게 눕는다. 그것은 다름 아닌 아빠의 가죽이었던 것이다. 대체 인간들은 우리 가족에게 무슨 짓을 한 것인가. 나는 주체할 수 없는 분노에 휩싸인다.
나는 인간인가, 개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이렇듯 개의 눈으로 바라본 인간 세계는 독선과 아집, 위선과 모순, 부조리와 폭력만이 난무한다. 또한 자신의 존재나 삶의 가치에 대해 깊은 고민 없이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한 어리석은 인물들이 득시글대는 곳이다. 하지만 창신강은 실소를 터뜨리게 하는 상황 설정과 발랄한 화법 등을 적절하게 사용해 시종일관 유머러스한 톤을 유지한다.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오히려 재기발랄하게 표현함으로써 흥미와 감동을 동시에 선사하는 것이다.
결국 이 책은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세상과 사회, 인간 본성과 정체성에 대한 반성과 모색의 기회를 제공한다. ‘개와는 다른’ 인간 본연의 ‘순수성’을 갈구하는 어느 토종견의 성장 이야기는, 그래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자신의 소중한 것들을 잃어가면서까지 순수를 찾아 헤매는 개의 갈망은 당연한 듯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다.
창신강은 꾸준한 작품 활동을 통해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어 보고자 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 듯 보인다. 그리고 이 매력적인 작품을 통해 그가 꿈꾸는 세상에 한 발 더 다가갔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것이 우리가 그의 다음 작품을 기다리게 되는 이유다.
사계절출판사 창립 35주년, 사계절1318문고 20주년 기념 에디션, 욜로욜로
‘욜로욜로’는 한 번뿐인 삶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를 열망하는 독자들의 삶에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다시 ‘문학’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끝이 없을 듯한 좌절과 무력감이 혼자의 것이 아니라는 위로, 혹독한 현실에서 뛰쳐나올 용기, 씁쓸한 삶에도 아직은 존재하는 사랑과 유머…. 욜로욜로에는 웃음이든 눈물이든, 오직 문학만이 가진 치유와 공감의 힘이 독자들의 삶을 진정 욜로욜로하게 하리라는 굳은 믿음이 담겨 있다. 그것이 1982년 창립하여 35년간 ‘시대정신’과 ‘성장의 의미’를 생각하는 출판을 모토로 독자들과 함께해 온 사계절출판사가 바로 지금, 성인을 위한 문학 브랜드를 시작하는 이유이다.
그렇기에 욜로욜로는 사계절1318문고 109권의 책 가운데 독자들의 사랑과 평단의 인정을 받은 열 작품으로 시작한다. 이 작품들은 이제 어엿한 사회인이 된 당시의 청소년 독자에게 보내는 위로와 응원이기도 하다. 웃지 않을 수 없는 문장력과 웃을 수만은 없는 풍자로 우화 소설의 참맛을 보여 주는 『나는 개입니까』을 비롯한 10종의 야심작들은 새로운 모습으로 더 많은 독자들을 만날 것이다. 이후로도 『다윈 영의 악의 기원』으로 탁월한 천재성을 알리기도 전에 짧은 생을 마감한 고 박지리 작가의 『3차 면접에서 떨어진 MAN에 관하여』(가제) 등 남다른 시선과 작품성을 갖춘 소설들을 소개해 갈 것이다.
PaTI, 가장 욜로욜로한 아티스트들의 과감하고 아름다운 디자인
안상수 디자이너가 설립하고, 한국 디자이너들이 독창적인 커리큘럼을 통해 배움을 주고받는 디자인 학교 PaTI(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 ‘욜로욜로’는 파티에서 스승 혹은 배우미로 활동 중인 젊은 아티스트 18인이 일러스트와 디자인을, 파티출판디자인연구소장인 북 디자이너 오진경이 총괄 아트디렉션을 맡아 사계절출판사와 함께한 첫 번째 산학협동 프로젝트다.
상업 디자인에 처음 도전하는 디자이너, 자기 그림을 누군가에게 보여 준 적이 없는 일러스트레이터…. 작품으로 세상과 소통할 날을 기다리며 남다른 길을 선택한 이들은 스스로가 욜로욜로 주요 독자층인 청년들로, 동시대 독자들의 취향과 감수성을 누구보다 이해하는 가장 욜로욜로한 아티스트다. 각 권의 개성을 담은 일러스트와 열 권을 하나로 잇는 독특한 패턴, 제목을 은근히 숨긴 표지, 펼치면 한 장의 포스터가 되는 커버, 한 손에 들어오는 가볍고 편안한 판형 등, 시각적인 아름다움부터 독자들을 고려한 세심함까지 한층 감각적이고 수준 높은 북 디자인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스승 오진경과 아티스트 18인이 함께한 여섯 달 동안의 도전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기에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