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이 서린 말 (욜로욜로 시리즈)
- 1340
• 지은이 : 마이테 카란사
• 옮긴이 : 권미선
• 가격 : 13,000원
• 책꼴/쪽수 :
123×188mm, 344쪽
• 펴낸날 : 2017-07-03
• ISBN : 9791160940565 04870
• 십진분류 : 문학 > 스페인문학 및 포르투갈문학 (870)
• 도서상태 : 절판
저자소개
지은이 : 마이테 카란사
MAITE CARRANZA l 1958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인류학을 전공하고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했으며, 이후 방송과 영화 쪽에서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했다. 40여 권의 책을 출간하였고, 주요 문학상을 여러 차례 수상했으며, 몇몇 작품들은 여러 나라의 언어로 번역출간되었다. 그중 3부작 『마녀들의 전쟁』은 2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었다. 현재 스페인에서 영향력 있는 작가로 활동하면서 시나리오 집필과 대학 강의를 병행하고 있다.
옮긴이 : 권미선
고려대 서어서문학과를 졸업했으며, 스페인 마드리드 국립대에서 문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경희대 스페인어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논문으로 「황금세기 피카레스크 소설 장르에 관한 연구」, 「‘돈키호테’에 나타난 소설의 개념과 소설론」 등이 있으며, 『납치 일기』, 『파울라』, 『아리아드네의 실』,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운명의 딸』, 『영혼의 집』, 『외면』, 『마녀들의 전쟁』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책정보 및 내용요약
납치와 감금 그리고 그보다 더 잔혹한 사실로 점철된 충격적 스릴러
정년퇴직을 몇 시간 앞둔 로사노 경감은, 영구 미제사건으로 남게 될 소녀 실종 사건의 퍼즐을 맞추기 시작한다. 딸을 찾는 데 필사적인 아버지, 자책감에 시달리며 진정제를 복용하는 어머니, 몸 곳곳이 잔뜩 멍들었던 소녀.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이 작품은 실화를 바탕으로 했기에 더욱 소름 끼치는 줄거리와 독특한 스토리텔링으로 독자들을 숨 막히게 하는 문제작이다.
‘욜로욜로’는 사계절출판사가 창립 35주년을 맞아 ‘오늘의 독자들’을 위해 선보이는 새로운 문학 브랜드다. 욜로욜로는 ‘YOLO, you only live once’를 외치며 때론 즐겁게 때론 눈물겹게 이 힘겨운 시대를 헤쳐 가는 모든 독자들에게 응원과 위로가 되어 줄 문학 브랜드다. 욜로욜로는 안상수 디자이너가 설립한 디자인학교 PaTI(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의 아티스트들이 일러스트와 디자인을, 파티출판디자인연구소장 오진경 디자이너가 총괄 아트 디렉션을 맡았다. 감각적인 일러스트는 물론 제목을 숨긴 표지, 펼치면 한 장의 포스터가 되는 커버까지 새로운 세대의 취향과 성향을 고려한 북 디자인은 독자들의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
정년퇴직을 몇 시간 앞둔 로사노 경감은, 영구 미제사건으로 남게 될 소녀 실종 사건의 퍼즐을 맞추기 시작한다. 딸을 찾는 데 필사적인 아버지, 자책감에 시달리며 진정제를 복용하는 어머니, 몸 곳곳이 잔뜩 멍들었던 소녀.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이 작품은 실화를 바탕으로 했기에 더욱 소름 끼치는 줄거리와 독특한 스토리텔링으로 독자들을 숨 막히게 하는 문제작이다.
‘욜로욜로’는 사계절출판사가 창립 35주년을 맞아 ‘오늘의 독자들’을 위해 선보이는 새로운 문학 브랜드다. 욜로욜로는 ‘YOLO, you only live once’를 외치며 때론 즐겁게 때론 눈물겹게 이 힘겨운 시대를 헤쳐 가는 모든 독자들에게 응원과 위로가 되어 줄 문학 브랜드다. 욜로욜로는 안상수 디자이너가 설립한 디자인학교 PaTI(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의 아티스트들이 일러스트와 디자인을, 파티출판디자인연구소장 오진경 디자이너가 총괄 아트 디렉션을 맡았다. 감각적인 일러스트는 물론 제목을 숨긴 표지, 펼치면 한 장의 포스터가 되는 커버까지 새로운 세대의 취향과 성향을 고려한 북 디자인은 독자들의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
목차
1부 미드 <프렌즈>를 즐겼던 소녀
1 살바도르 로사노 / 2 누리아 솔리스 / 3 바르바라 몰리나 / 4 살바도르 로사노 / 5 바르바라 몰리나 / 6 에바 카라스코 / 7 살바도르 로사노 / 8 바르바라 몰리나 / 9 살바도르 로사노 / 10 에바 카라스코
2부 어둠 속에서
11 누리아 솔리스 / 12 바르바라 몰리나 / 13 살바도르 로사노 / 14 에바 카라스코 / 15 바르바라 몰리나 / 16 살바도르 로사노 / 17 누리아 솔리스 / 18 바르바라 몰리나 / 19 에바 카라스코
3부 몰리에르의 악(惡)
20 누리아 솔리스 / 21 바르바라 몰리나 / 22 살바도르 로사노 / 23 바르바라 몰리나 / 24 에바 카라스코 / 25 살바도르 로사노 / 26 누리아 솔리스 / 27 바르바라 몰리나 / 28 살바도르 로사노
옮긴이의 말
1 살바도르 로사노 / 2 누리아 솔리스 / 3 바르바라 몰리나 / 4 살바도르 로사노 / 5 바르바라 몰리나 / 6 에바 카라스코 / 7 살바도르 로사노 / 8 바르바라 몰리나 / 9 살바도르 로사노 / 10 에바 카라스코
2부 어둠 속에서
11 누리아 솔리스 / 12 바르바라 몰리나 / 13 살바도르 로사노 / 14 에바 카라스코 / 15 바르바라 몰리나 / 16 살바도르 로사노 / 17 누리아 솔리스 / 18 바르바라 몰리나 / 19 에바 카라스코
3부 몰리에르의 악(惡)
20 누리아 솔리스 / 21 바르바라 몰리나 / 22 살바도르 로사노 / 23 바르바라 몰리나 / 24 에바 카라스코 / 25 살바도르 로사노 / 26 누리아 솔리스 / 27 바르바라 몰리나 / 28 살바도르 로사노
옮긴이의 말
편집자 추천글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고, 일어나고 있을 잔혹한 미스터리
4년 동안 미제 사건으로 남아 있던 한 소녀의 실종 사건을 정년퇴임을 하루 앞둔 형사가 극적으로 해결하는 내용을 담은 스페인 소설 『독이 서린 말』(Palabras Envenenadas). 우리나라에서도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아동 성폭력’이라는 민감한 소재를 다룬 이 작품은 작가 마이테 카란사(Maite Carranza)의 섬세한 필체와 구성력으로 독자의 눈길을 끝까지 사로잡는 흡인력 강한 책이다. 이 작품의 저자 마이테 카란사는 중남미 쪽에서는 해리포터 못지않은 인기를 누린 판타지 소설 3부작 <마녀들의 전쟁>을 썼으며, 스페인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소설가로 활동 중이다. 2010년에 발표한『독이 서린 말』은 스페인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에데베 문학상’을 수상하였고, 2011년에는 카탈루냐 어로 쓰인 최고의 문학 작품에 수여하는 ‘세라 도르 비평상’(el Premio de la Critica Serra d’Or)과 스페인 국립 청소년문학상을 받는 등 미성년자 성적 학대를 묵직하게 다룬 사실주의 소설로 평가받고 있다.
바르바라 몰리나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15살 소녀 바르바르가 실종되었다. 경찰은 처음에는 단순 가출 사건으로 받아들였다. 열다섯 살짜리 여자아이가 멀리 떠나니까 찾지 말라는 메모를 남긴 후 가출하면서 엄마 신용카드를 가져간 사건이었다. 가족 간의 갈등, 나쁜 학교 성적, 남자 친구와의 싸움을 가출 이유로 생각하고 수사를 벌이던 중 공중전화 부스에서 발견된 폭력의 흔적과 아이가 흘린 피, 버려진 아이의 가방이 발견되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 바르바라의 시체는 여전히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세상은 바르바라가 죽었다고 생각한다. 딸이 살았는지 죽었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바르바라 엄마 누리아는 온갖 우울증 약에 의존한 채 하루하루를 무기력하게 보내고 있다. 반대로 바르바라 아빠 페페는 경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딸을 위해 시위를 하기도 하고 부인 대신 모든 일을 결정하고 처리한다. 예전에 굉장히 독립적이고 진취적이었던 누리아는 아이들 교육 문제로 늘 페페와 갈등을 빚었고, 딸이 실종되자 모든 것을 페페에게 의존한 채 살고 있는 형편이다.
이 소녀의 실종사건을 담당했던 부경감 살바도르 로사노는 그동안 샅샅이 조사해 봤지만 바르바라의 생사를 도저히 알 수가 없다. 용의자로 지목된 사람은 바르바라의 남자친구 마르틴과 바르바라 학교의 역사 선생 로페스. 살바도르 로사노 형사는 4년 동안 용의자들의 뒤를 밟으며 사건을 해결하려고 노력했다. 그 과정에서 부잣집 청년 마르틴의 마약 보유 사건을 해결하고, 로페스 선생의 여학생들과 성추문 스캔들을 세상에 널리 알렸다. 하지만 그는 이제 내일이면 정년퇴임이고, 오늘이 형사 생활의 마지막 날이다. 아물지 않은 상처처럼 남아 있는 미제 사건을 해결 못 한 채 어느덧 정년퇴직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바르바라의 가족에게 제일 미안해진다. 로사노는 젊은 후임자 수레다 형사에게 이 사건을 인계하면서 다시 원점에서 사건을 되짚어 본다. 그런데 그날, 다급한 목소리로 도움을 요청하는 바르바라의 전화 한 통이 단짝친구였던 에바한테로 걸려온다.
에바는 손에 전화기를 들고 아무 반응도 못 한 채 멍하니 가만히 있다. 바라바라의 목소리가 들렸다. 바르바라의 목소리였다. 나 바르바라야, 하고 말했다. 하지만 그럴 리가 없다, 그녀가 꿈을 꾼 것이다. 바라바라는 4년 전에 죽었다. 그렇지만 바르바라였다. 분명 바르바라였다. 에바는 바르바라의 외침 소리와 한숨 소리, 에바? 하고 되묻는 또랑또랑한 말투를 알아보았다. 바르바라는 그녀에게 거의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냥 나를 도와줘, 하고 외쳤을 뿐이다. 곧 통화가 끊겼고, 전화기는 먹통이 되었다. (75쪽)
바르바라는 살아 있고, 어딘가에 갇혀 있다. 이 한 통의 휴대전화가 갑자기 사건에 활기를 불어넣으며 여러 사람의 운명을 바꿔 놓는다. 정년을 몇 시간 남겨둔 로사노 형사는 과연 이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 실종된 딸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잃어버린 채 유령처럼 살아왔던 엄마 누리아는 다시 예전처럼 진취적이고 독립적인 여인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가장 친한 친구 바르바라에게 자신의 남자친구 마르틴을 빼앗긴 에바는 다시 바르바라와 화해할 수 있을까?
네 사람이 풀어놓는 바르바라 몰리나 실종 사건
『독이 서린 말』은 짜 맞추기 쉽지 않은 퍼즐 같은 구성에, 스릴러 요소가 가미된 형사소설 형식을 띤다. 정년 퇴임식을 앞둔 형사와 바르바라 엄마, 바르바라의 친한 친구 에바 그리고 바르바라 자신의 서술이 장(場) 별로 교차되는 가운데, 대화체는 거의 없이 등장인물의 생각이나 말이 서술자의 말과 겹쳐져 이중적인 목소리로 진행되는 ‘자유간접화법’을 사용해 사건 전개를 입체적으로 엿볼 수 있게 했다. 게다가 바르바라만이 유일하게 1인칭으로 서술하여 자신의 처절하고 절박한 심경을 솔직하게 담아내고, 주변 인물인 엄마 누리아와 담당형사 살바도르 로사노, 바르바라의 친구 에바는 모두 자유간접화법을 통해 다성적인 목소리를 내며 사건을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게 한다.
누리아는 말은 하지 않지만, 마르틴이 자기 딸을 죽였다고 확신한다. 전부 마르틴으로 시작해 마르틴에서 끝이 났다. 누리아는 미움은 없고, 오로지 죄책감만 든다. 그녀와 마르틴이 바르바라의 벗은 몸을 본 유일한 사람들이다. 멍 자국으로 가득한 젊은 육체와 팔에 난 상처들. 누리아는 그 사실을 페페에게 말해야 했다. 바르바라를 더 강력하게 벽에 밀어붙여 놓고, 얘기하게 해야 했다. (164쪽)
엄마는 비겁했고, 나는 엄마를 믿을 수 없었다. 엄마는 내 피임약들을 발견했다. 딸이 피임약을 그렇게 아무렇게나 방치할 거라고 믿을 바보 엄마가 어디 있단 말인가? 아니다. 나는 엄마가 눈치챌 수 있도록, 은쟁반에 곱게 올려놓았다. 하지만 보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법이다. 내 몸에 든 멍과, 내가 그 고통을 줄이기 위해 직접 자해한 팔의 상처들을 본 날에도 엄마는 나를 자세히 보지 않았다. (……) 엄마는 비겁했다. 엄마는 나를 도와주지도 않았고, 그해 여름 나한테 있었던 일을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엉망진창이 되었다. 나의 비밀 때문에, 나의 당혹스러움 때문에, 내 주변을 에워싼 무관심 때문에. (255쪽)
이들 인물들은 바르바라 실종 사건을 바라보는 자신의 심경과 추측을 보여주고, 누리아와 로사노, 에바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바르바라 실종 사건의 실체가 조금씩, 서서히 드러난다. 독자들은 바르바라라는 소녀가 누군가에게 납치되어 햇빛도 들어오지 않는 밀폐된 장소에 갇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그 납치범이 누구인지, 바르바라와 어떤 관계에 있는지는 전혀 모른다. 범인은 3인칭 대명사 “그”로만 지칭될 뿐이다.
나는 두렵다. 정말 두렵다. 그가 돌아오면 내가 에바와 통화한 걸 알게 될 테고, 그러면 그가 나를 죽이려 할 것이다. 죽은 사람을 죽이는 것은 범죄가 아니다. 나는 4년 전부터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122쪽)
로사노 형사처럼, 바르바라를 감금한 범인이 누굴까? 바르바라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하는 궁금증을 계속 지닌 채 느린 듯 급박하게 전개되는 하루 동안의 사건을 따라가다 보면절로 긴장하게 된다. 그러기에 후반부에 드러나는 예상을 뒤엎는 반전은 더욱더 충격 그 자체로 다가온다.
아동 성폭력과 그 뒤에 가려진 독이 서린 말
바르바라는 열네 살 여름에 성폭행을 당했다. 그해 여름부터 바르바라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다. 강박적으로 씻는 것에 집착하고, 가장 가까운 친구인 에바를 멀리하고, 엄마에게 무조건 화를 내고, 학교 성적은 엉망이 되었다.
바르바라는 지금 고립되어 있고, 서술을 맡은 인물 3명 역시 각자의 틀에 갇혀 지낸다. 엄마 누리아는 딸의 과거를 더듬어보다 딸이 사라지기 전, 딸의 방에서 피임약이 발견되고, 딸의 몸에서 자해의 흔적이 보였을 때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해 주지 못한 것에 심한 자책감을 느낀다. 엄마는 딸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무력감에, 에바는 친구를 배신했다는 죄책감에, 형사는 미제 사건을 풀지 못했다는 자책감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괴로워한다. 그리고 이들을 통해 작가는 서로 대화 없이 소통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바르바라가 열네 살 때 겪은 일을 충분히 알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도 그 기회들은 소통 부재로 상실된다. 바르바라는 엄마한테도, 가장 친한 친구한테도, 가장 믿었던 선생님한테도 말할 수가 없었고, 자기 나름으로 도움을 청했지만 다들 자신의 틀 안에서 바르바라를 바라보았을 뿐이다.
한편, 가해자는 벼랑 끝으로 바르바라를 몰아붙이면서 그녀 스스로가 자초해서 성추행과 성폭행을 당한 것이라고 정당화한다.
안 돼, 식구들한테는 안 돼. 나는 혼자 계속 되뇐다. 이곳을 나간다고 해도 나는 식구들의 얼굴을 볼 자신이 없다. 식구들을 꼭 끌어안고 입을 맞출 자신이 없다. 그들을 사랑한다고 말할 용기가 없을 것 같다. 그는 식구들이 나를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라고, 그들 옆에서 나를 쫓아낼 거라고, 그동안 있었던 모든 일을 알게 되면 차라리 내가 죽기를 바랄 거라고 귀에 못이 박이도록 말했다. 이제 나에게는 가족이 없고, 앞으로도 영원히 없을 것이다. 내가 어떤 인간이고,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식구들이 알게 된다면 나를 부끄럽게 여길 것이고, 그런 내게서 등을 돌릴 것이다. (38쪽)
햇빛이 들지 않는 지하 창고에 감금되어 있던 바르바라는 ‘그’가 한눈을 판 사이 휴대전화를 몰래 감추고 간신히 신호가 잡힐 때 에바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디에 감금되어 있는지, 가해자가 누구인지 알리지도 못하고 그저 도와달라는 말만 남기고 전화는 끊겼다. 하지만 다행히 발신 번호가 남았고, 이를 바르바라네 가족에게 알리는 과정에서 범인이 누구인지 드러난다.
성폭행. 로사노는 불가능한 퍼즐 조각들을 다시 짜맞춰 보기 시작한다. 로사노는 페페가 누리아에게 취하는 강압적인 태도와 사람의 기를 죽이는 차가운 눈초리, 무조건 안 된다고만 하는 말투, 고집스러운 그의 권위주의를 떠올린다. 그리고 누리아도 떠올려 본다. 그녀는 피하는 듯한 눈길로 고개를 푹 숙인 채 계속된 자책감에 시달리며 진정제들을 복용했다. 로사노는 아이의 몸에 난 맞은 자국과 팔의 보이지 않는 부위에 있던 상처 자국들을 떠올린다. 그렇다. 모두 분명하다. 아주 분명해. 전에는 그것을 보지 못했다는 생각에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그리고 어쩌면 개에 대해 수사했다면 같은 결론에 이르렀을 수도 있다. 시간이 모자라. 그는 안타깝다. (296쪽)
『독이 서린 말』은 아동 성폭행이라는 무거운 주제와 함께 그런 엄청난 범죄를 유발하는 소통과 대화의 부재를 더욱 신랄하게 고발하고 있다. 누군가의 독이 서린 말이 “모든 것을 망가뜨리고, 할퀴고, 깊은 상처를 남기며” 그 사람을 조금씩 죽어가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섬뜩하게 보여준 것이다. 또한 이 책은 절대적인 확신의 모순을 신랄하게 건드리는 거짓말과 비밀, 속임수, 위조된 겉모습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작가는 바르바라와 인물들의 내면을 통해 현대 사회의 위선을 해부하고 있다.
사계절출판사 창립 35주년, 사계절1318문고 20주년 기념 에디션, 욜로욜로
‘욜로욜로’는 한 번뿐인 삶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를 열망하는 독자들의 삶에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다시 ‘문학’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끝이 없을 듯한 좌절과 무력감이 혼자의 것이 아니라는 위로, 혹독한 현실에서 뛰쳐나올 용기, 씁쓸한 삶에도 아직은 존재하는 사랑과 유머…. 욜로욜로에는 웃음이든 눈물이든, 오직 문학만이 가진 치유와 공감의 힘이 독자들의 삶을 진정 욜로욜로하게 하리라는 굳은 믿음이 담겨 있다. 그것이 1982년 창립하여 35년간 ‘시대정신’과 ‘성장의 의미’를 생각하는 출판을 모토로 독자들과 함께해 온 사계절출판사가 바로 지금, 성인을 위한 문학 브랜드를 시작하는 이유이다.
그렇기에 욜로욜로는 사계절1318문고 109권의 책 가운데 독자들의 사랑과 평단의 인정을 받은 열 작품으로 시작한다. 이 작품들은 이제 어엿한 사회인이 된 당시의 청소년 독자에게 보내는 위로와 응원이기도 하다. 아동 성폭력이라는 자극적인 사건을 날카롭게 직시함으로써 소재주의를 뛰어넘는 묵직한 스릴러 『독이 서린 말』을 비롯해 10종의 야심작들이 새로운 모습으로 더 많은 독자들을 만난다. 이후로도 『다윈 영의 악의 기원』으로 탁월한 천재성을 알리기도 전에 짧은 생을 마감한 고 박지리 작가의 『3차 면접에서 떨어진 MAN에 관하여』(가제) 등 남다른 시선과 작품성을 갖춘 소설들을 소개해 갈 것이다.
PaTI, 가장 욜로욜로한 아티스트들의 과감하고 아름다운 디자인
안상수 디자이너가 설립하고, 한국 디자이너들이 독창적인 커리큘럼을 통해 배움을 주고받는 디자인 학교 PaTI(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 ‘욜로욜로’는 파티에서 스승 혹은 배우미로 활동 중인 젊은 아티스트 18인이 일러스트와 디자인을, 파티출판디자인연구소장인 북 디자이너 오진경이 총괄 아트디렉션을 맡아 사계절출판사와 함께한 첫 번째 산학협동 프로젝트다.
상업 디자인에 처음 도전하는 디자이너, 자기 그림을 누군가에게 보여 준 적이 없는 일러스트레이터…. 작품으로 세상과 소통할 날을 기다리며 남다른 길을 선택한 이들은 스스로가 욜로욜로 주요 독자층인 청년들로, 동시대 독자들의 취향과 감수성을 누구보다 이해하는 가장 욜로욜로한 아티스트다. 각 권의 개성을 담은 일러스트와 열 권을 하나로 잇는 독특한 패턴, 제목을 은근히 숨긴 표지, 펼치면 한 장의 포스터가 되는 커버, 한 손에 들어오는 가볍고 편안한 판형 등, 시각적인 아름다움부터 독자들을 고려한 세심함까지 한층 감각적이고 수준 높은 북 디자인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스승 오진경과 아티스트 18인이 함께한 여섯 달 동안의 도전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기에 충분하다.
4년 동안 미제 사건으로 남아 있던 한 소녀의 실종 사건을 정년퇴임을 하루 앞둔 형사가 극적으로 해결하는 내용을 담은 스페인 소설 『독이 서린 말』(Palabras Envenenadas). 우리나라에서도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아동 성폭력’이라는 민감한 소재를 다룬 이 작품은 작가 마이테 카란사(Maite Carranza)의 섬세한 필체와 구성력으로 독자의 눈길을 끝까지 사로잡는 흡인력 강한 책이다. 이 작품의 저자 마이테 카란사는 중남미 쪽에서는 해리포터 못지않은 인기를 누린 판타지 소설 3부작 <마녀들의 전쟁>을 썼으며, 스페인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소설가로 활동 중이다. 2010년에 발표한『독이 서린 말』은 스페인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에데베 문학상’을 수상하였고, 2011년에는 카탈루냐 어로 쓰인 최고의 문학 작품에 수여하는 ‘세라 도르 비평상’(el Premio de la Critica Serra d’Or)과 스페인 국립 청소년문학상을 받는 등 미성년자 성적 학대를 묵직하게 다룬 사실주의 소설로 평가받고 있다.
바르바라 몰리나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15살 소녀 바르바르가 실종되었다. 경찰은 처음에는 단순 가출 사건으로 받아들였다. 열다섯 살짜리 여자아이가 멀리 떠나니까 찾지 말라는 메모를 남긴 후 가출하면서 엄마 신용카드를 가져간 사건이었다. 가족 간의 갈등, 나쁜 학교 성적, 남자 친구와의 싸움을 가출 이유로 생각하고 수사를 벌이던 중 공중전화 부스에서 발견된 폭력의 흔적과 아이가 흘린 피, 버려진 아이의 가방이 발견되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 바르바라의 시체는 여전히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세상은 바르바라가 죽었다고 생각한다. 딸이 살았는지 죽었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바르바라 엄마 누리아는 온갖 우울증 약에 의존한 채 하루하루를 무기력하게 보내고 있다. 반대로 바르바라 아빠 페페는 경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딸을 위해 시위를 하기도 하고 부인 대신 모든 일을 결정하고 처리한다. 예전에 굉장히 독립적이고 진취적이었던 누리아는 아이들 교육 문제로 늘 페페와 갈등을 빚었고, 딸이 실종되자 모든 것을 페페에게 의존한 채 살고 있는 형편이다.
이 소녀의 실종사건을 담당했던 부경감 살바도르 로사노는 그동안 샅샅이 조사해 봤지만 바르바라의 생사를 도저히 알 수가 없다. 용의자로 지목된 사람은 바르바라의 남자친구 마르틴과 바르바라 학교의 역사 선생 로페스. 살바도르 로사노 형사는 4년 동안 용의자들의 뒤를 밟으며 사건을 해결하려고 노력했다. 그 과정에서 부잣집 청년 마르틴의 마약 보유 사건을 해결하고, 로페스 선생의 여학생들과 성추문 스캔들을 세상에 널리 알렸다. 하지만 그는 이제 내일이면 정년퇴임이고, 오늘이 형사 생활의 마지막 날이다. 아물지 않은 상처처럼 남아 있는 미제 사건을 해결 못 한 채 어느덧 정년퇴직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바르바라의 가족에게 제일 미안해진다. 로사노는 젊은 후임자 수레다 형사에게 이 사건을 인계하면서 다시 원점에서 사건을 되짚어 본다. 그런데 그날, 다급한 목소리로 도움을 요청하는 바르바라의 전화 한 통이 단짝친구였던 에바한테로 걸려온다.
에바는 손에 전화기를 들고 아무 반응도 못 한 채 멍하니 가만히 있다. 바라바라의 목소리가 들렸다. 바르바라의 목소리였다. 나 바르바라야, 하고 말했다. 하지만 그럴 리가 없다, 그녀가 꿈을 꾼 것이다. 바라바라는 4년 전에 죽었다. 그렇지만 바르바라였다. 분명 바르바라였다. 에바는 바르바라의 외침 소리와 한숨 소리, 에바? 하고 되묻는 또랑또랑한 말투를 알아보았다. 바르바라는 그녀에게 거의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냥 나를 도와줘, 하고 외쳤을 뿐이다. 곧 통화가 끊겼고, 전화기는 먹통이 되었다. (75쪽)
바르바라는 살아 있고, 어딘가에 갇혀 있다. 이 한 통의 휴대전화가 갑자기 사건에 활기를 불어넣으며 여러 사람의 운명을 바꿔 놓는다. 정년을 몇 시간 남겨둔 로사노 형사는 과연 이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 실종된 딸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잃어버린 채 유령처럼 살아왔던 엄마 누리아는 다시 예전처럼 진취적이고 독립적인 여인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가장 친한 친구 바르바라에게 자신의 남자친구 마르틴을 빼앗긴 에바는 다시 바르바라와 화해할 수 있을까?
네 사람이 풀어놓는 바르바라 몰리나 실종 사건
『독이 서린 말』은 짜 맞추기 쉽지 않은 퍼즐 같은 구성에, 스릴러 요소가 가미된 형사소설 형식을 띤다. 정년 퇴임식을 앞둔 형사와 바르바라 엄마, 바르바라의 친한 친구 에바 그리고 바르바라 자신의 서술이 장(場) 별로 교차되는 가운데, 대화체는 거의 없이 등장인물의 생각이나 말이 서술자의 말과 겹쳐져 이중적인 목소리로 진행되는 ‘자유간접화법’을 사용해 사건 전개를 입체적으로 엿볼 수 있게 했다. 게다가 바르바라만이 유일하게 1인칭으로 서술하여 자신의 처절하고 절박한 심경을 솔직하게 담아내고, 주변 인물인 엄마 누리아와 담당형사 살바도르 로사노, 바르바라의 친구 에바는 모두 자유간접화법을 통해 다성적인 목소리를 내며 사건을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게 한다.
누리아는 말은 하지 않지만, 마르틴이 자기 딸을 죽였다고 확신한다. 전부 마르틴으로 시작해 마르틴에서 끝이 났다. 누리아는 미움은 없고, 오로지 죄책감만 든다. 그녀와 마르틴이 바르바라의 벗은 몸을 본 유일한 사람들이다. 멍 자국으로 가득한 젊은 육체와 팔에 난 상처들. 누리아는 그 사실을 페페에게 말해야 했다. 바르바라를 더 강력하게 벽에 밀어붙여 놓고, 얘기하게 해야 했다. (164쪽)
엄마는 비겁했고, 나는 엄마를 믿을 수 없었다. 엄마는 내 피임약들을 발견했다. 딸이 피임약을 그렇게 아무렇게나 방치할 거라고 믿을 바보 엄마가 어디 있단 말인가? 아니다. 나는 엄마가 눈치챌 수 있도록, 은쟁반에 곱게 올려놓았다. 하지만 보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법이다. 내 몸에 든 멍과, 내가 그 고통을 줄이기 위해 직접 자해한 팔의 상처들을 본 날에도 엄마는 나를 자세히 보지 않았다. (……) 엄마는 비겁했다. 엄마는 나를 도와주지도 않았고, 그해 여름 나한테 있었던 일을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엉망진창이 되었다. 나의 비밀 때문에, 나의 당혹스러움 때문에, 내 주변을 에워싼 무관심 때문에. (255쪽)
이들 인물들은 바르바라 실종 사건을 바라보는 자신의 심경과 추측을 보여주고, 누리아와 로사노, 에바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바르바라 실종 사건의 실체가 조금씩, 서서히 드러난다. 독자들은 바르바라라는 소녀가 누군가에게 납치되어 햇빛도 들어오지 않는 밀폐된 장소에 갇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그 납치범이 누구인지, 바르바라와 어떤 관계에 있는지는 전혀 모른다. 범인은 3인칭 대명사 “그”로만 지칭될 뿐이다.
나는 두렵다. 정말 두렵다. 그가 돌아오면 내가 에바와 통화한 걸 알게 될 테고, 그러면 그가 나를 죽이려 할 것이다. 죽은 사람을 죽이는 것은 범죄가 아니다. 나는 4년 전부터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122쪽)
로사노 형사처럼, 바르바라를 감금한 범인이 누굴까? 바르바라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하는 궁금증을 계속 지닌 채 느린 듯 급박하게 전개되는 하루 동안의 사건을 따라가다 보면절로 긴장하게 된다. 그러기에 후반부에 드러나는 예상을 뒤엎는 반전은 더욱더 충격 그 자체로 다가온다.
아동 성폭력과 그 뒤에 가려진 독이 서린 말
바르바라는 열네 살 여름에 성폭행을 당했다. 그해 여름부터 바르바라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다. 강박적으로 씻는 것에 집착하고, 가장 가까운 친구인 에바를 멀리하고, 엄마에게 무조건 화를 내고, 학교 성적은 엉망이 되었다.
바르바라는 지금 고립되어 있고, 서술을 맡은 인물 3명 역시 각자의 틀에 갇혀 지낸다. 엄마 누리아는 딸의 과거를 더듬어보다 딸이 사라지기 전, 딸의 방에서 피임약이 발견되고, 딸의 몸에서 자해의 흔적이 보였을 때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해 주지 못한 것에 심한 자책감을 느낀다. 엄마는 딸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무력감에, 에바는 친구를 배신했다는 죄책감에, 형사는 미제 사건을 풀지 못했다는 자책감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괴로워한다. 그리고 이들을 통해 작가는 서로 대화 없이 소통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바르바라가 열네 살 때 겪은 일을 충분히 알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도 그 기회들은 소통 부재로 상실된다. 바르바라는 엄마한테도, 가장 친한 친구한테도, 가장 믿었던 선생님한테도 말할 수가 없었고, 자기 나름으로 도움을 청했지만 다들 자신의 틀 안에서 바르바라를 바라보았을 뿐이다.
한편, 가해자는 벼랑 끝으로 바르바라를 몰아붙이면서 그녀 스스로가 자초해서 성추행과 성폭행을 당한 것이라고 정당화한다.
안 돼, 식구들한테는 안 돼. 나는 혼자 계속 되뇐다. 이곳을 나간다고 해도 나는 식구들의 얼굴을 볼 자신이 없다. 식구들을 꼭 끌어안고 입을 맞출 자신이 없다. 그들을 사랑한다고 말할 용기가 없을 것 같다. 그는 식구들이 나를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라고, 그들 옆에서 나를 쫓아낼 거라고, 그동안 있었던 모든 일을 알게 되면 차라리 내가 죽기를 바랄 거라고 귀에 못이 박이도록 말했다. 이제 나에게는 가족이 없고, 앞으로도 영원히 없을 것이다. 내가 어떤 인간이고,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식구들이 알게 된다면 나를 부끄럽게 여길 것이고, 그런 내게서 등을 돌릴 것이다. (38쪽)
햇빛이 들지 않는 지하 창고에 감금되어 있던 바르바라는 ‘그’가 한눈을 판 사이 휴대전화를 몰래 감추고 간신히 신호가 잡힐 때 에바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디에 감금되어 있는지, 가해자가 누구인지 알리지도 못하고 그저 도와달라는 말만 남기고 전화는 끊겼다. 하지만 다행히 발신 번호가 남았고, 이를 바르바라네 가족에게 알리는 과정에서 범인이 누구인지 드러난다.
성폭행. 로사노는 불가능한 퍼즐 조각들을 다시 짜맞춰 보기 시작한다. 로사노는 페페가 누리아에게 취하는 강압적인 태도와 사람의 기를 죽이는 차가운 눈초리, 무조건 안 된다고만 하는 말투, 고집스러운 그의 권위주의를 떠올린다. 그리고 누리아도 떠올려 본다. 그녀는 피하는 듯한 눈길로 고개를 푹 숙인 채 계속된 자책감에 시달리며 진정제들을 복용했다. 로사노는 아이의 몸에 난 맞은 자국과 팔의 보이지 않는 부위에 있던 상처 자국들을 떠올린다. 그렇다. 모두 분명하다. 아주 분명해. 전에는 그것을 보지 못했다는 생각에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그리고 어쩌면 개에 대해 수사했다면 같은 결론에 이르렀을 수도 있다. 시간이 모자라. 그는 안타깝다. (296쪽)
『독이 서린 말』은 아동 성폭행이라는 무거운 주제와 함께 그런 엄청난 범죄를 유발하는 소통과 대화의 부재를 더욱 신랄하게 고발하고 있다. 누군가의 독이 서린 말이 “모든 것을 망가뜨리고, 할퀴고, 깊은 상처를 남기며” 그 사람을 조금씩 죽어가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섬뜩하게 보여준 것이다. 또한 이 책은 절대적인 확신의 모순을 신랄하게 건드리는 거짓말과 비밀, 속임수, 위조된 겉모습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작가는 바르바라와 인물들의 내면을 통해 현대 사회의 위선을 해부하고 있다.
사계절출판사 창립 35주년, 사계절1318문고 20주년 기념 에디션, 욜로욜로
‘욜로욜로’는 한 번뿐인 삶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를 열망하는 독자들의 삶에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다시 ‘문학’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끝이 없을 듯한 좌절과 무력감이 혼자의 것이 아니라는 위로, 혹독한 현실에서 뛰쳐나올 용기, 씁쓸한 삶에도 아직은 존재하는 사랑과 유머…. 욜로욜로에는 웃음이든 눈물이든, 오직 문학만이 가진 치유와 공감의 힘이 독자들의 삶을 진정 욜로욜로하게 하리라는 굳은 믿음이 담겨 있다. 그것이 1982년 창립하여 35년간 ‘시대정신’과 ‘성장의 의미’를 생각하는 출판을 모토로 독자들과 함께해 온 사계절출판사가 바로 지금, 성인을 위한 문학 브랜드를 시작하는 이유이다.
그렇기에 욜로욜로는 사계절1318문고 109권의 책 가운데 독자들의 사랑과 평단의 인정을 받은 열 작품으로 시작한다. 이 작품들은 이제 어엿한 사회인이 된 당시의 청소년 독자에게 보내는 위로와 응원이기도 하다. 아동 성폭력이라는 자극적인 사건을 날카롭게 직시함으로써 소재주의를 뛰어넘는 묵직한 스릴러 『독이 서린 말』을 비롯해 10종의 야심작들이 새로운 모습으로 더 많은 독자들을 만난다. 이후로도 『다윈 영의 악의 기원』으로 탁월한 천재성을 알리기도 전에 짧은 생을 마감한 고 박지리 작가의 『3차 면접에서 떨어진 MAN에 관하여』(가제) 등 남다른 시선과 작품성을 갖춘 소설들을 소개해 갈 것이다.
PaTI, 가장 욜로욜로한 아티스트들의 과감하고 아름다운 디자인
안상수 디자이너가 설립하고, 한국 디자이너들이 독창적인 커리큘럼을 통해 배움을 주고받는 디자인 학교 PaTI(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 ‘욜로욜로’는 파티에서 스승 혹은 배우미로 활동 중인 젊은 아티스트 18인이 일러스트와 디자인을, 파티출판디자인연구소장인 북 디자이너 오진경이 총괄 아트디렉션을 맡아 사계절출판사와 함께한 첫 번째 산학협동 프로젝트다.
상업 디자인에 처음 도전하는 디자이너, 자기 그림을 누군가에게 보여 준 적이 없는 일러스트레이터…. 작품으로 세상과 소통할 날을 기다리며 남다른 길을 선택한 이들은 스스로가 욜로욜로 주요 독자층인 청년들로, 동시대 독자들의 취향과 감수성을 누구보다 이해하는 가장 욜로욜로한 아티스트다. 각 권의 개성을 담은 일러스트와 열 권을 하나로 잇는 독특한 패턴, 제목을 은근히 숨긴 표지, 펼치면 한 장의 포스터가 되는 커버, 한 손에 들어오는 가볍고 편안한 판형 등, 시각적인 아름다움부터 독자들을 고려한 세심함까지 한층 감각적이고 수준 높은 북 디자인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스승 오진경과 아티스트 18인이 함께한 여섯 달 동안의 도전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기에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