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 바이러스 (사계절 저학년문고 63)
- 1240
저자소개
지은이 : 이용포
그린이 : 김숙경
책정보 및 내용요약
이수에게 요즘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다. 개구리가 이수를 잡아먹으려 하고, 독수리만 한 모기가 사람 피를 빨아 먹는다. 그런데 병원에 갔더니 오랑우탄 같은 의사가 이수더러 풍선 바이러스에 걸렸단다. 학교에도 온통 풍선 바이러스에 걸린 아이들로 가득한데…. 풍선처럼 공중에 둥둥 뜰 수 있어 마냥 신이 난 아이들과 달리 어른들은 병을 낫게 하려고 더 야단이다. 아이들은 풍선 바이러스를 무사히 지킬 수 있을까?
목차
편집자 추천글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현실을 재치 있게 풍자하는 이용포 작가의 신작
어린아이는 어른보다 감정의 폭이 넓은 편이다. 사소한 일에 까르르 웃으며 행복해하다가 말 한마디에 금세 토라지기도 한다.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몸이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병이 있다면 아마 아이들은 어른보다 몸의 변화를 더 크게 느낄 것이다. 즐겁고 기분 좋은 일이 있을 때, 우리는 종종 ‘날아갈 것 같다’는 표현을 쓴다. 반면에 우울하고 안 좋은 일이 있을 때, 마음이 땅속 깊이 가라앉는 기분이 든다. 만약 기분만 오르락내리락하지 않고, 감정에 따라 실제로 몸이 오르내린다면 어떨까?
여기 『풍선 바이러스』에는 풍선처럼 몸이 붕 뜨기도 하고 납덩이처럼 푹 꺼지기도 하는 병이 존재한다. 감정 변화에 무딘 사람들은 경험하기 어렵겠지만, 어린아이들은 기분 좋은 상상만 해도 하늘 위로 몸이 쉽게 떠오른다. 이 책은 『왕창 세일! 엄마 아빠 팔아요』의 작가 이용포가 내놓은 신작으로, 자유롭게 상상하는 재미를 한껏 느낄 수 있는 저학년 동화다. 공부만 강요하는 현실에서 벗어나 통쾌한 대리 만족을 선사하며, 진정한 행복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하는 작품이다. 김숙경 화가는 창의적인 작품 해석으로 책 읽는 재미를 한층 더해 준다. 화가의 상상으로 사라진 교장 선생님이 지구 반대편에서 다시 돌아오기까지 여정을 그려 낸 장면은 독자의 두뇌를 말랑말랑하게 만든다.
풍선처럼 두둥실 날아 볼까?
머릿속 공상이 현실로 나타나는 신기한 세상 속으로
이수는 요즘 자꾸만 신기한 광경을 목격한다. 얼마 전에는 구름이 이수 머리 위에 구름 똥을 쌌고, 또 며칠 전엔 독수리만큼 커다란 모기가 사람 피를 쪽쪽 빨아먹는 걸 분명히 봤다. 그런데 이번엔 개구리다! 교장 선생님처럼 생긴 택시만 한 개구리가 기다란 혀를 내밀고 오리를 잡아먹었다. 그리고 개구리와 눈이 마주친 이수. 아무래도 오리 다음 차례는 이수인 것 같다. 이수가 개구리한테서 냅다 도망치면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저건 분명 개구리다. 택시만큼 커다란 개구리. 징그럽고 심술궂게 생긴 개구리. 교장 선생님을 꼭 빼닮았다.
개구리가 끈적끈적하고 기다란 혀를 내뻗는다. 쭈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욱!
개구리 혀가 하늘을 날고 있는 오리에게 척! 달라붙는다. 오리가 개구리 입 속으로 쏙! 사라져 버린다.
“날름! 냠냠냠! 쩝쩝쩝!” (본문 12쪽)
도망가다가 넘어지는 바람에 이수는 다리를 다친다. 그러잖아도 요즘 이상한 소리를 자꾸 해 대는 이수가 수상하던 참에 엄마는 아들을 병원에 데려간다. 그랬더니 이럴 수가! 늙은 오랑우탄을 꼭 닮은 의사가 이수에게 내린 병명은 풍선 바이러스란다.
“풍선 바이러스에 걸린 사람은 자수하세요!”
자유를 억누르는 어른들과 풍선 바이러스를 지키려는 아이들의 밀고 당기기
풍선 바이러스는 허튼 생각이나 엉뚱한 상상을 하면 몸이 풍선처럼 떠오르는 병인데, 이수의 발밑을 보니 정말 미세하게 발이 공중에 떠 있었다. 풍선 바이러스를 그대로 내버려 두면 몸이 점점 하늘 위로 올라가다가 기압 때문에 몸이 빵빵해지면서 뻥 터질 수 있다고 한다. 그리하여 내려진 처방은 딴생각할 틈 없이 공부하기. 그때부터 이수 부모님은 온종일 이수를 감시한다.
어느새 학교 곳곳에 퍼진 풍선 바이러스 때문에 학교는 발칵 뒤집힌다. 이수네 반 아이들도 모두 풍선 바이러스에 걸렸다. 풍선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 교장 선생님은 교내 체벌을 허용했다. 이제 멍하니 생각에 잠겨 있다간 ‘인정사정 볼 것 없이 팡팡! 엉덩이에 불이 나도록 팡팡!’ 맞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수네 담임 왕대포 선생님까지 풍선 바이러스에 걸리고 말았다. 이제 아이들이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왕대포 선생님뿐이다.
“우리 아빠가 그러는데 풍선 바이러스는 정신병이라고 하던걸요.”
정호가 말했다.
“(…) 풍선 바이러스는 무서운 질병이 아니야. 하지만 풍선 바이러스를 잘못 치료하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어.”
“어떻게 되는데요?”
내가 물었다.
“발목에 납덩어리를 매단 것처럼 몸이 무거워져.”
몸이 무거워진다고? 수영을 하려고 풀장에 뛰어들었다간 꼬르륵 가라앉겠네?
“잘 웃지도 않고, 움직이는 걸 싫어하게 되지. 아주 심한 경우엔 땅속으로 사라져 버리기도 해. 구멍만 하나 달랑 남기고 말이야.”
땅속으로 사라져 버린다고? 구멍 하나만 달랑 남기고? 말도 안 돼!
그때 선영이가 손을 번쩍 든다.
“풍선 바이러스에 걸린 선생님은 학교에서 쫓아낸다면서요? 선생님은 괜찮으신 거죠?”
대포 샘은 대답을 하지 못했다. 대신 발목을 보여 준다. 모래주머니를 차고 있다!
이번에는 주머니에서 쇠구슬을 꺼내 교탁 위로 올려놓는다. 둥실! 대포 샘이 공중으로 떠오른다. (본문 44~46쪽)
그러던 어느 날, 왕대포 선생님이 병원에 입원하는 바람에 교장 선생님이 대신 교실에 들어오게 됐다. 교실 분위기는 한순간에 뒤바뀌었다. 질문과 말대꾸를 못하게 하고, 체벌은 더 심해졌다. 한 달째 지루하고 재미없는 나날이 계속되자, 이수네 반 아이 네 명이 운동장 땅속에 깊은 구멍을 남기고 사라진다. 왕대포 선생님은 병원에서 퇴원하자마자 실종된 아이들을 찾기 위해 용감하게 구멍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네 아이의 부모는 오히려 왕대포 선생님이 아이들을 잘못 가르쳤다고 항의한다. 자식의 몸이 납덩이처럼 무거워진 것은 걱정하지도 않고 화내느라 바쁘다.
대포 샘이 구멍 밖으로 나오고 있다. 등에 민환이를 업고서.
“대포 샘! 만세!”
교실 창가에서 지켜보던 아이들이 만세를 부른다. 나만 빼고.
교장실 앞에 서 있던 민환이의 엄마 아빠가 달려간다. 코뿔소처럼 달려간다. 엉엉 울면서 달려간다.
다른 학부모들도 대포 샘에게 벌 떼처럼 앵앵거리며 달려든다.
“공부 가르치라고 학교 보냈더니 구멍 파는 거 가르쳤소?”
“죄송합니다. 모두 제 탓입니다. 죄송합니다.” (본문 66~67쪽)
무서운 학부모들을 피해 도망간 교장 선생님은 아이들보다 더 깊은 싱크홀을 만들면서 사라진다. 그런데 바보 같은 대포 선생님은 교장 선생님을 구하겠다고 싱크홀 속으로 따라 들어간다. 어느새 대포 선생님에게 깊이 정든 이수와 아이들은 큰 우울감에 빠진다. 이수의 어깨는 아래로 축 처지고, 눈꼬리와 입꼬리까지 처졌다. 걸을 때마다 땅 밑으로 푹푹 빠지는 발 때문에 풍선을 여러 개 사다가 어깨에 매달았다. 대포 선생님이 돌아올 수 있을까 걱정이다.
풍선 바이러스는 언제나 우리 몸속에
며칠 뒤 대포 선생님은 학교로 무사히 돌아왔다. 대포 선생님이 돌아온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부터 납덩이처럼 무거워졌던 아이들의 몸은 다시 가벼워졌다. 이수네 반 아이들은 어깨에 매달았던 풍선을 훌훌 날려 버리고 대포 선생님과 행복한 학교생활을 보낸다.
『풍선 바이러스』는 아직 대인 관계에 서툰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 그리고 그런 아이들을 자녀로 둔 부모에게 추천할 만한 책이다. 주인공 아이처럼 공상이 많은 아이는 주로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다고 한다. 이수는 학교에서도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기보단 혼잣말을 자주 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수 같은 아이들은 야단이나 잔소리보다 주위 사람들의 깊은 공감이 필요하다. 어린아이의 공상은 창조적인 생각과 뛰어난 상상력으로 발전할 수 있다. 왕대포 선생님처럼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이야기하면 아이는 더없이 행복할 것이다. 하지만 지나친 공상은 자기만의 세계에 빠지게 하고, 타인과 관계를 제대로 맺지 못할 위험도 있다. 이 책은 어떤 감정이든 지나치면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자연스레 일깨워 준다. “몸이 무거워져서 땅속으로 사라지지 않으려면 많이 웃고 신나게 놀아야 해. 하지만 너무 많이 웃고 놀기만 하면 하늘로 날아가 버릴 수가 있어.”(본문 87쪽)라는 왕대포 선생님의 말처럼 하고 싶은 일도 때로는 자제할 줄 알아야 한다는 기본적인 교훈이 담긴 동화다.
풍선 바이러스는 여전히 우리 몸 어딘가에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친구들 혹은 가족과 함께 스트레스를 훌훌 날려 버리고 하늘로 둥둥 떠다니는 기분을 경험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