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콤달콤 비밀 약속 (사계절 웃는 코끼리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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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지은이 : 김미애
그린이 : 최향랑
『믿기 어렵겠지만, 엘비스 의상실』은 성인 독자를 위한 첫 책으로, 작가의 콜라주 ‘부심’과 함께 숨겨 놨던 엉뚱한 매력을 맘껏 맛볼 수 있다. 믿기 어렵겠지만, 도전정신이 강한 작가는 책 한 권을 낼 때마다 독학으로 이것저것 배워 뭐든지 해낸다. 작가의 실크 스크린 첫 도전작이자 처음으로 작가가 직접 촬영한 장면들로 만든 이 책에는 믿기 어렵겠지만, 작가의 땀과 피로와 불면이 곳곳에 배어 있다. 물론 재미와 정성과 열정도.
책정보 및 내용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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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문’에 들어선 아이들을 위한 흥미로운 이야기
단언컨대, 보물찾기 한번 하지 않고 자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보물찾기는 어린 시절의 소중하고 특별한 추억이다. 보물찾기가 다른 놀이보다 흥미로웠던 까닭은 무엇일까? 곰곰 생각해 보면 보물찾기에는 남모르게 숨겨져 있는, ‘비밀’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아이가 보물찾기를 좋아한다는 것은 이제 충분히 ‘비밀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는 뜻이기도 할 테다.
그러므로 비밀의 문에 들어선 아이는 생의 한 단계에 새로이 올라선 셈이다. 아이는 두렵고도 매력적인 세계로 한 걸음씩 걸어가면서 짜릿한 기쁨을 느끼고 때로는 좌절도 하면서 한층 성장해 나간다. 『새콤달콤 비밀 약속』의 주인공 아기 여우도 마찬가지다. 지난가을 어느 날, 여우는 토끼와 무엇인가를 둘만의 비밀에 부쳤다. 엄청나게 중요한 비밀이니 절대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고, 잊지 말고, 꼭 지키자고 약속했다. 발 도장까지 꾹 찍고는 정작 그 내용조차 쪽지에 적어 두지 않았다. 대체 얼마나 비밀스러운 일이길래 그랬을까?
보통의 이야기라면 이토록 중요한 비밀 약속을 ‘지켜내고자’ 여러 가지 일이 일어날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쓴 김미애 작가는 비밀 약속을 ‘까먹었다’는 데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제 막 비밀의 세계에 들어선 이들에게, 통로가 아닌 미로를 펼쳐 보이는 셈이다.
보물 창고, 오래된 쪽지, 창밖의 미스터리한 형상, 셋 중 하나만 모르는 비밀, 사라진 기억……. 작가는 이 모든 일이 일어나는 작은 마을로 독자들을 초대해 특별한 게임을 제안한다. 우리 함께 ‘비밀 찾기’를 해 보지 않겠느냐고 말이다.
여우는 이야기 곳곳에 숨겨 둔 아기자기한 단서를 발견하면서, 사라진 비밀의 세계를 찬찬히 복원해 낸다. 비밀의 모양, 냄새, 맛을 떠올리며 오감으로 기억을 되찾아가는 과정이 무척 흥미롭다. 또한 작품 전반에 풍부한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는 최향랑 작가의 그림은 읽는 재미를 한층 더한다.
최향랑 작가는 실제 나뭇잎, 꽃잎, 열매, 천, 도장 등을 이용한 콜라주 작업을 통해 보다 입체적이고 다채로운 이미지를 만들었다. 여우와 돼지, 곰, 토끼 각각의 캐릭터에게 특징적 요소를 주어, 서로 다른 매력을 균형감 있게 나타낼 수 있도록 했다. 한 땀 한 땀 세심한 공정을 통해 이뤄진 그림 작업을 통해 더욱 사랑스럽고 특별한 이야기가 완성되었다. 그럼, 이야기 속으로 함께 떠나 볼까?
새콤하고 달콤한 ‘비밀의 맛’을 찾아서!
햇살이 따뜻한 아침, 아기 여우는 평소보다 좀 더 들떠 있다. 집으로 친구들을 초대했기 때문이다. 사실 어제도 아기 여우는 아기 토끼, 아기 돼지와 함께 놀았다. 그러나 오늘은 다르다. 여우는 자신만의 보물 창고에 토끼와 돼지를 데려갈 생각이다.
여우의 보물 창고는 집 옆에 있는 통나무집이다. 얼핏 보면 나무를 그냥 쌓아 둔 것 같지만, 보물을 숨기기에 더없이 좋은 공간이다. 친구들이 오기 전 통나무집을 정리하던 여우는 상자들 사이에 끼여 있는 오래된 쪽지 하나를 발견한다.
토끼와 여우의 약속
1. 오늘 있었던 일을 비밀로 할 것.
2. 앞으로 할 일을 비밀로 할 것.
3.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 것. 꼭.
4. 비밀 약속을 꼭 지킬 것.
- 본문 11쪽
쪽지를 보니, 뭔가 어렴풋이 생각이 난다. 여우는 언젠가 토끼랑 비밀 약속을 하고, 꼭 지키자고 도장까지 찍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그 내용이 무엇인지는 떠오르지 않는다. 여우는 답답한 마음을 안고 집으로 돌아오고, 때마침 아기 돼지가 여우를 찾아온다. 돼지는 어두운 표정의 여우가 낯설다.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물어도 여우는 고개만 저을 뿐이다.
그 순간, 여우는 창밖에 있다 사라진 뾰족한 귀를 보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고민 끝에 여우는 토끼와의 비밀 약속을 까먹었다고 돼지에게 말한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기억이 되살아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다. 그러나 여우는 누군가와의 약속은 꼭 지켜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다시 우울해진다. 돼지는 빵하고 과일하고 차를 먹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여우에게 묻는다.
“비밀에 모양이 있니?”
“몰라. 어떤 모양인지 기억이 안 나.”“그럼 냄새가 나니?”
아기 여우는 돼지다운 질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정말 멋진 질문이었습니다.
“맞아! 쪽지에서 새콤하고 달콤한 냄새가 났어!”
- 본문 19~21쪽
쪽지를 다시 확인하고자 통나무집으로 달려가는 여우.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통나무집 안이 뒤죽박죽 엉망진창이고, 쪽지는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다. 돼지는 여우에게 같이 쪽지를 찾자고, 비밀 약속을 찾도록 도와주겠다며 절망에 빠진 여우를 격려한다.
먼저 새콤하고 달콤한 냄새를 찾기로 한 여우와 돼지. 돼지는 벌통이 매달려 있는 나무로 향한다. 달콤한 거라면 단연 꿀이 최고다. 그러나 꿀이 달콤한 건 맞지만 새콤하지가 않다. 무엇보다 토끼랑 둘이 꿀을 먹은 적이 없다는 여우의 말에 꿀은 탈락. 돼지는 여우와 둘이서만 꿀을 나눠 먹으며 비밀을 만들고 싶지만, 꾹 참고 여우를 따라 걷는다.
순간 갑자기 멈춰 선 여우. 아까부터 누군가 자신들을 따라오는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뒤로 휙 돌아보자,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뾰족 귀가 움찔 떨린다. 뾰족 귀를 쫓기 시작하는 여우와 돼지. 가만 보니 뾰족 귀의 정체는 다름 아닌 아기 곰이다. 셋은 한참을 뛰다가 서로 뒤엉켜 넘어진다. 곰이 쪽지를 쥐고 있는 걸 본 여우. 손을 뻗어 쪽지를 낚아채려는데, 곰이 쪽지를 냉큼 삼켜 버린다. 결국 여우는 눈물을 흘리고, 돼지는 도둑 곰이라고 화를 낸다. 그러나 곰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소리친다. 알고 보니 거센 바람에 창밖으로 날아간 쪽지를 지나가던 곰이 얼떨결에 주었던 거다.
“그랬구나. 도둑 곰이라고 해서 미안해. 그래도 쪽지를 먹은 건 나빠. 그건 여우 거니까.”
“포도 냄새가 나서 그랬어. 포도는 맛있어.”
아기 곰이 말했습니다.
“포도 냄새? 맞다! 새콤하고 달콤한 건 포도야!”
아기 여우가 소리쳤습니다.
“비밀이 기억났니?”
아기 돼지가 물었습니다.
“응. 쪽지는 포도로 썼어. 내가 한 번, 토끼가 한 번. 맞아, 그랬어! 바보같이, 큰 자작나무를 까먹다니. 큰 자작나무를 찾아가자. 확인할 게 있어. 그곳에 가면…….”
아기 여우는 말을 멈추고 활짝 웃었습니다.
- 본문 39~41쪽
자작나무를 찾아간 셋은 옆에 있는 포도나무도 구경한다. 지난가을 이곳에서 토끼와 했던 비밀 약속을 떠올리는 여우. 쪽지는 없어졌어도 약속의 내용이 기억났으니 이제 토끼를 만나러 갈 차례. 여우와 곰과 돼지는 왔던 길을 되돌아 토끼네 집으로 간다.
돼지는 여우의 기억이 돌아와 기쁘지만 마음 한편으로 섭섭하고 슬프기도 하다. 항상 다 같이 놀았는데 혼자만 쏙 빠진 기분이 든다. 게다가 여우도 토끼도, 곰도 쪽지를 보았는데 혼자만 쪽지를 보지 못했다. 돼지는 쪽지를 먹어 치운 곰이 자꾸 미워진다.
그런데 저만치 보이는 토끼네 집이 이상하다. 검은 연기가 집 밖으로 새어 나오고, 고약한 냄새가 진동을 하는데……. 토끼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여우와 토끼의 비밀 약속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돼지는 둘의 비밀 약속을 알게 될까?
초등학교 1학년을 위한 즐거운 책 읽기
가족, 친구 관계, 학교생활에 관심이 커지면서, 아이들은 책을 통해 ‘더불어 사는 삶’을 배워 나간다. ‘사계절 웃는 코끼리’는 학교생활을 시작하는 7-8세 어린이들에게 책 읽는 기쁨과 만족감을 주는 읽기 책 시리즈다.
이제 막 입학한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에게 저학년 동화의 내용이나 분량은 아직 버겁기 때문에 ‘사계절 웃는 코끼리’는 스스로 책 한 권을 읽어 냈다는 자신감과 만족감을 안겨 주고자 한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책 읽기를 ‘공부의 수단’으로 부담스럽게 느끼기 전에, ‘즐거운 취미’로 여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려면 아이 스스로 책을 읽고 내용을 이해할 수 있으며 자기 생각을 편하게 표현할 줄 아는 습관이 우선일 것이다.
코끼리처럼,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반응할 줄 아는 아이. 넘쳐 나는 호기심을 억누르지 않고 세상에 쏟아낼 줄 아는 아이.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데 두려워하지 않는 아이. 철없다고 야단맞지 않고, 그렇게 자유롭게 씩씩하게 꿈꾸며 자랄 수 있는 아이……. 아이들이 저마다 품고 있는 빛을 잃지 않고 자랄 수 있도록, ‘사계절 웃는 코끼리’가 들려줄 이야기는 앞으로도 무궁무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