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장수 엄기둥, 한양을 누비다 (역사 일기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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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지은이 : 이영서
그린이 : 김창희, 김병하
책정보 및 내용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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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역사 일기의 배경은 조선 후기 한양입니다. 한양은 당시 인구가 20만 명이나 되고 상업과 수공업이 발달한, 매우 활기찬 도시였습니다. 하지만 그때 농촌에서는 농사 지을 땅을 구하지 못해 고향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농민들은 일자리를 찾아 한양으로, 한양으로 몰려들었답니다. 그들은 청계천이나 한강 가에 허름한 집을 짓고 품팔이나 행상을 하며 살았습니다. 이번 일기의 주인공 기둥이도 그때 한양으로 온 어느 농민의 아들입니다.
활기찬 조선의 수도, 한양
●조용한 도시
600여 년 전부터 한양(서울)은 조선의 수도였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조선 시대에도 한양은 정치, 경제, 교육, 문화의 중심지였습니다. 그러나 한양은 원래 조용한 도시였습니다. 한양에는 왕과 신하, 하급 관리와 그들에게 필요한 물품을 공급하는 상인, 수공업자 등이 살았습니다. 밤이 되면 도성의 성문이 굳게 닫혔고, 사람들은 자기 역할에 충실하게 살아갔습니다.
●한양으로 모여든 사람들
한양은 임진왜란을 겪으면서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전쟁 통에 사람들은 먹고살 길을 찾아 한양으로 몰려왔습니다. 광작이 유행하면서 농토를 잃은 농민들도 한양으로 왔습니다. 이렇게 인구가 늘고 상업이 발달하면서 한양은 점차 큰 도시로 변했습니다.
●한양이 커지다
인구가 늘어나자 도성 안에는 집 지을 공간이 부족해졌습니다. 좋은 자리는 양반들이 차지했고, 가난한 사람들은 청계천 근처에 허름한 집을 짓고 살거나 아예 도성 밖 한강 가에 자리 잡았습니다. 한양의 영역은 도성을 넘어 한강까지 차츰 넓어졌습니다.
●한양 사람들의 생활
넓고 시끌벅적해진 한양에는 가지각색의 사람들이 살았습니다. 시장에는 채소 장수부터 지게를 지고 골목을 누비는 행상, 이들의 푼돈을 노리는 소매치기나 왈패, 거지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강 주변에는 큰 상인들과 그들의 배에서 짐을 내리는 품팔이 일꾼들이 있었습니다.
●새로운 문화가 일어나다
상업이 발달하면서 한양의 중인이나 상인 가운데 큰 부자들이 나타났습니다. 그들은 양반이 될 수 없는 신분이었기 때문에 음식과 옷, 집에 돈을 쓰며 만족을 얻으려 했습니다. 한편 그들은 이전 양반들이 좋아했던 것과는 다른 종류의 그림과 문학을 즐겼습니다. 직업이 다양한 사람들이 북적대고 이전에 없던 새로운 문화가 움트는 곳, 한양은 그런 활기찬 도시로 변해 가고 있었습니다.
촌놈 엄기둥의 좌충우돌 한양 상경기!
-기둥이의 일기로 본 조선 후기 한양의 생활 모습
●소작 떼이고 고향 떠나는데 철없는 동생은 쌀밥 타령
농악대의 맨 앞에 서서‘농자천하지대본’이라 쓰여진 깃발을 당당하게 흔들던 아버지 모습이 떠올랐다. 그때만 해도 우리가 소작마저 떼이고 마을을 떠날 거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다. 당산나무를 바라보며 슬그머니 두 손을 모았다. ‘천지신명님, 한양 가서 돈 많이 벌게 해 주세요. 그래서 꼭 우리 땅을 되찾게 해 주세요.’(본문 6-7쪽)
●드디어 한양이다
고향을 떠나 며칠째 걷다 보니 짚신이 다 닳아서 발가락이 쑥 나왔다. …… 성문 앞에 줄지어 있는 사람들을 따라 성안으로 들어섰다. 어마어마하게 넓은 길에 어디서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듯한 사람들이 이리저리 떠밀려 다녔다. (본문 18-19쪽)
●시장이 다 당신네들 것이오
종로에 나가니 운 좋게도 목 좋은 자리가 비어 있었다. 삼베를 펼쳐 놓자 주변을 건들거리던 아저씨가 비죽비죽 웃으며 어머니와 나를 쳐다봤다.……“어디서 온 촌놈들이 시전 행랑 앞에서 삼베를 내놓고 팔아? …… 여기서 장사하려면 관청의 허가를 받아야 해.”(본문 32-33쪽)
●한강에서 얼음 뜨기
사한제가 끝나고 한강으로 가 얼음 떠내는 일을 지켜 보았다. 꽁꽁 언 강 위에 사람들이 마주 앉아서 반달처럼 생긴 톱으로 얼음 위를 갈랐다. 나는 가까이서 구경하려고 얼음 위를 뛰어가다 그만 미끄러지는 바람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엉덩이가 깨져 버리는 줄 알았다. (본문 36-37쪽)
●소매치기 사건에 휘말린 기둥이
그때였다. 나는 잘못 본 게 아닌가 싶어 눈을 깜빡이며 다시 보았다. 분명 달치랑 어울려 다니는 왈패 왕포였다. 왕포는 싸움을 구경하는 척하며 패거리와 함께 쌀가게 주인을 에워쌌다. 그러더니 쌀가게 주인이 패거리에게 떠밀린 틈을 타 쌀가게 주인의 허리춤에 달린 주머니를 끊었다. 나는 침이 꼴깍 넘어갔다. (본문 40-41쪽)
●땅꾼 백사에게 소매치기 사건을 털어놓다
저물녘에 밑둥이와 함께 전기수의 이야기를 들으러 담배 가게 앞으로 갔다. …… 이야기가 끝나 자리에서 일어서는데 갑자기 백사가 내 목덜미를 잡았다. …… 백사가 두 눈을 부릅뜨고 나를 바라봤다. 그 눈이 도저히 마주 볼 수 없을 만큼 무서웠다. 미칠 지경이었다. 백사에게 소매치기 사건 얘기를 할 수도 없고 안 할 수도 없었다. 백사는 내가 얘기하기 전까지
는 절대로 놔줄 것 같지 않았다. (본문 50-51쪽)
●나는 어려운 사람을 돕는 큰 상인이 되겠다
중인들이 모여 시 짓기를 하는 인왕산 필운대로 얼음 배달을 갔다. 선비들은 기근이 들었을 때 사람들을 도와준 제주 상인 김만덕 이야기를 했다. 쌀을 쌓아 놓고도 값을 올리기 위해 팔지 않던 쌀가게 주인이 생각났다. 나는 큰돈을 벌면 꼭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어야겠다. (본문 52-5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