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끈 - 철조망의 문화사
- 1548
• 지은이 : 앨런 크렐(Alan Krell)
• 옮긴이 : 강미경
• 가격 : 13,800원
• 책꼴/쪽수 :
225*146mm, 304쪽
• 펴낸날 : 2005-01-10
• ISBN : 9788958280590
• 십진분류 : 예술 > 예술 (600)
• 추천기관 :
한국출판인회의
제36차 한국출판인회의 이달의 책 선정도서
제36차 한국출판인회의 이달의 책 선정도서
• 태그 : #교양 #문화사 #미시사 #철조망
저자소개
지은이 : 앨런 크렐(Alan Krell)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의 뉴사우스웨일스 대학교 예술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마네와 현대를 그린 화가들(Manet and the Painters of Contemporary Life)』(1996) 등이 있다.
옮긴이 : 강미경
이화여자대학교 영어교육학과 졸업. 전문 번역가. 주요 번역서로는 『유혹의 기술』1·2, 『도서관 그 소란스러운 역사』, 『나의 그림 읽기』, 『권력과 탐욕의 역사』 등이 있다.
책정보 및 내용요약
철조망만큼 파란만장한 이력을 가진 발명품이 있을까?
1850년 프랑스 농가에서 쓰이던 간단한 울타리 재료 하나가 어떤 과정을 거쳐 근대 세계를 조각조각 갈라놓은 구획과 통제의 상징이 되었을까?
1850년 프랑스 농가에서 쓰이던 간단한 울타리 재료 하나가 어떤 과정을 거쳐 근대 세계를 조각조각 갈라놓은 구획과 통제의 상징이 되었을까?
편집자 추천글
1. 기획 의도
▶ 세계에서 가장 긴 철조망을 가진 나라, 한국
지난해 10월 강원도 철원 중부 전선의 3중 철책에서 ‘ㅁ’자 형 구멍이 발견되었다. 누군가가 월북했다느니, 또는 군 경계태세의 허술함이 심각한 수준이라느니 한동안 온 나라가 떠들썩했지만, 정작 ‘철조망’이라는 물건 자체에 주목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휴전선뿐만 아니라 해안을 포함한 온 국토를 휘감고 있는 이 기괴한 물건은 도대체 어디서 왔을까?
▶ 철조망과 근대
1850년 프랑스 농장의 울타리 재료로 사용되었던 철조망은, 1874년 미국 서부 개척 시대의 빅 히트 상품을 거쳐, 1차 세계대전 당시 가장 많은 인명이 살상된 솜(Somme) 전투에서 방어용 무기로 사용되는가 하면 베네통 광고나 예술작품의 소재에 이르기까지 그 쓰임새가 역사적으로나 시대적으로 매우 다양하다. 저자는 강렬하지만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파란만장한 철조망의 역사가 바로 통제와 구획으로 표현되는 근대의 전형적인 모습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즉 철조망을 통해 근대의 풍경을 돌이켜보고자 하는 것이다.
▶ 근대의 재평가
이른바 포스트모던 시대가 되면서 근대에 대한 재평가는 세계적으로 일반화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근대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거대 담론의 차원을 넘어서서 ‘일본 근대 스펙트럼 시리즈’(논형), 『근대적 시·공간의 탄생』(푸른숲) 등 근대를 재해석하는 연구 성과들이 매우 세밀한 영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 책은 철조망이 등장하는 각종 예술 작품에 대한 비평을 통해 근대 사회의 가장 중요한 속성이 바로 ‘가두고 구획하는 것’이며 그것을 가장 정확히 상징하는 물건은 철조망이라고 말한다.
2. 이 책의 특징
▶ 철조망, 서부 개척 시대의 빅히트 상품
1874년 미국에서 현대 철조망의 가장 직접적인 모델이 되는 상품이 개발되었다. 이 철조망은 제작도 상대적으로 용이하고 비용도 저렴해서 그때까지 나왔던 수많은 유사품들을 제치고 단연 선두를 차지했다(그림 13참조). 철조망은 미 서부 개척과 철도 건설 붐을 타고 산업으로서 급격한 성장을 거듭했다. 대표적인 철조망 제조회사의 매출은 상품이 발명된 지 6년 만에 무려 8000배나 증가했다. 이후 가축과 목초지를 그 소유대로 정확하게 구획하고 통제할 수 있게 해 준 철조망은 진취적이고 활기 넘치는 개척시대의 꽃으로서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알려 나갔다(그림 40참조).
▶ 철조망은 왜 ‘악마의 끈’으로 불렸나?
그러나 그러한 구획과 통제는 정착한 백인 농부들과 철도회사로 대표되는 자본가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을 따름이다. 철조망이 대초원을 갈라놓는 통에 인디언들은 전통적인사냥터를 잃어버렸다. 게다가 방목에 익숙한 농장주들은 농부들의 토지와 철길을 따라 설치한 철조망 울타리 때문에 가축들이 철조망 너머 웅덩이 앞에서 목이 말라 죽는 광경을 지켜보아야 했다. 철조망에 사지가 엉켜 여기저기서 죽어나가는 가축 떼도 드물지 않았다. 급기야 농장주들은 야음을 틈타 철조망 울타리를 부수어버리는데 이를 두고 ‘철조망 절단 전쟁’이라고 불렀다(왼쪽 그림 참고). 철조망이 지니고 있는 이러한 통제와 구획의 기능은 20세기의 가장 극적인 사건인 세계대전과 유대인 학살에서 끔찍한 힘을 발휘했다(오른쪽 그림 참고).
▶ 농장 울타리에서 가스실의 전기 철조망으로
세계대전 당시 철조망 참호의 규모와 복잡성은 사상 유례가 없었다. 거의 1300마일에 달하는 참호는 난공불락의 장벽을 형성하며 ‘참전국들을 구분하는 새로운 국경선’으로 떠올랐다(그림 26, 32, 33 참조). 1차 대전의 이러한 전쟁 체계에서 철조망은 처음부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그리고 영·미 연합군과 독일의 최대 격전 중 하나인 솜(Somme) 전투에서는 영국군이 돌격을 개시한 첫날에만 무려 6만여명의 사상자를 냈다. 이러한 결과는 바로 돌격을 방해한 독일의 철조망 때문이었다. 군 역사가 존 키건(John Keegan)은 이 전투를 가리켜 ‘철조망 안에서의 대량 학살’이라고 표현했다. 철조망의 끔직한 기능이 가장 극대화된 것이 바로 유대인 강제 수용소의 전기 철조망이다(그림 50, 51). 몸에 닿기만 해도 치명적인 전류를 철조망에 흘려보낸 것은 철조망의 잔혹성이 어디까지 극대화되었는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후 유대인의 기억에서 철조망은 학살과 동의어가 된다.
▶ 예수의 인류 구원과 넬슨 만델라의 흑인 해방
철조망이 지닌 통제·억압 도구로서의 성격은 다양한 정치적 상징을 낳았다. 예수의 가시면류관(그림 9)을 연상시키는 넬슨 만델라의 철조망 면류관(아래 그림 참조)은 예수와 만델라가 정치범으로서 동일한 운명의 삶을 살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예수의 면류관이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스스로 선택한 고난을 상징한다면 만델라의 그것은 아라파트헤이트 하의 흑인 해방을 위해 그가 겪은 기나긴 투옥과 연금상태를 의미한다. 덧붙여 광고계의 문제아로 통하는 이탈리아 사진작가 올리비에로 토스카니(Oliviero Toscani)의 베네통 광고 작품(그림 115)에서가로로 쳐진 철조망은 다른 사람들 위에서 군림하는 독재 권력과 말썽을 일으키는 자들의 격리를 뜻한다.
▶ 근대 세계를 가장 복잡하게 갈라놓은 울타리, 철조망
단순한 생활용품이었던 철조망이 갈라놓은 세계는 근대의 정치·이데올로기 지형과 거의 일치한다. 서부개척시대에는 ‘제국주의의 최전선’으로서 인디언의 사냥터와 백인 정착지를 구획지었으며, 목가적인 풍경의 농장을 철도로 가로지를 때는 ‘자본주의의 위엄에 찬 담장’역할을 했다. 이후 세계대전과 유대인 학살에서는 자본주의 열강끼리 벌인 대립과 학살·억압의 시대적 전선이 철조망 참호와 정확히 일치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이 사연 많은발명품의 유전(流轉)을 따라가면서 근대 세계의 풍경이 어떠했는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 세계에서 가장 긴 철조망을 가진 나라, 한국
지난해 10월 강원도 철원 중부 전선의 3중 철책에서 ‘ㅁ’자 형 구멍이 발견되었다. 누군가가 월북했다느니, 또는 군 경계태세의 허술함이 심각한 수준이라느니 한동안 온 나라가 떠들썩했지만, 정작 ‘철조망’이라는 물건 자체에 주목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휴전선뿐만 아니라 해안을 포함한 온 국토를 휘감고 있는 이 기괴한 물건은 도대체 어디서 왔을까?
▶ 철조망과 근대
1850년 프랑스 농장의 울타리 재료로 사용되었던 철조망은, 1874년 미국 서부 개척 시대의 빅 히트 상품을 거쳐, 1차 세계대전 당시 가장 많은 인명이 살상된 솜(Somme) 전투에서 방어용 무기로 사용되는가 하면 베네통 광고나 예술작품의 소재에 이르기까지 그 쓰임새가 역사적으로나 시대적으로 매우 다양하다. 저자는 강렬하지만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파란만장한 철조망의 역사가 바로 통제와 구획으로 표현되는 근대의 전형적인 모습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즉 철조망을 통해 근대의 풍경을 돌이켜보고자 하는 것이다.
▶ 근대의 재평가
이른바 포스트모던 시대가 되면서 근대에 대한 재평가는 세계적으로 일반화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근대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거대 담론의 차원을 넘어서서 ‘일본 근대 스펙트럼 시리즈’(논형), 『근대적 시·공간의 탄생』(푸른숲) 등 근대를 재해석하는 연구 성과들이 매우 세밀한 영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 책은 철조망이 등장하는 각종 예술 작품에 대한 비평을 통해 근대 사회의 가장 중요한 속성이 바로 ‘가두고 구획하는 것’이며 그것을 가장 정확히 상징하는 물건은 철조망이라고 말한다.
2. 이 책의 특징
▶ 철조망, 서부 개척 시대의 빅히트 상품
1874년 미국에서 현대 철조망의 가장 직접적인 모델이 되는 상품이 개발되었다. 이 철조망은 제작도 상대적으로 용이하고 비용도 저렴해서 그때까지 나왔던 수많은 유사품들을 제치고 단연 선두를 차지했다(그림 13참조). 철조망은 미 서부 개척과 철도 건설 붐을 타고 산업으로서 급격한 성장을 거듭했다. 대표적인 철조망 제조회사의 매출은 상품이 발명된 지 6년 만에 무려 8000배나 증가했다. 이후 가축과 목초지를 그 소유대로 정확하게 구획하고 통제할 수 있게 해 준 철조망은 진취적이고 활기 넘치는 개척시대의 꽃으로서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알려 나갔다(그림 40참조).
▶ 철조망은 왜 ‘악마의 끈’으로 불렸나?
그러나 그러한 구획과 통제는 정착한 백인 농부들과 철도회사로 대표되는 자본가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을 따름이다. 철조망이 대초원을 갈라놓는 통에 인디언들은 전통적인사냥터를 잃어버렸다. 게다가 방목에 익숙한 농장주들은 농부들의 토지와 철길을 따라 설치한 철조망 울타리 때문에 가축들이 철조망 너머 웅덩이 앞에서 목이 말라 죽는 광경을 지켜보아야 했다. 철조망에 사지가 엉켜 여기저기서 죽어나가는 가축 떼도 드물지 않았다. 급기야 농장주들은 야음을 틈타 철조망 울타리를 부수어버리는데 이를 두고 ‘철조망 절단 전쟁’이라고 불렀다(왼쪽 그림 참고). 철조망이 지니고 있는 이러한 통제와 구획의 기능은 20세기의 가장 극적인 사건인 세계대전과 유대인 학살에서 끔찍한 힘을 발휘했다(오른쪽 그림 참고).
▶ 농장 울타리에서 가스실의 전기 철조망으로
세계대전 당시 철조망 참호의 규모와 복잡성은 사상 유례가 없었다. 거의 1300마일에 달하는 참호는 난공불락의 장벽을 형성하며 ‘참전국들을 구분하는 새로운 국경선’으로 떠올랐다(그림 26, 32, 33 참조). 1차 대전의 이러한 전쟁 체계에서 철조망은 처음부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그리고 영·미 연합군과 독일의 최대 격전 중 하나인 솜(Somme) 전투에서는 영국군이 돌격을 개시한 첫날에만 무려 6만여명의 사상자를 냈다. 이러한 결과는 바로 돌격을 방해한 독일의 철조망 때문이었다. 군 역사가 존 키건(John Keegan)은 이 전투를 가리켜 ‘철조망 안에서의 대량 학살’이라고 표현했다. 철조망의 끔직한 기능이 가장 극대화된 것이 바로 유대인 강제 수용소의 전기 철조망이다(그림 50, 51). 몸에 닿기만 해도 치명적인 전류를 철조망에 흘려보낸 것은 철조망의 잔혹성이 어디까지 극대화되었는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후 유대인의 기억에서 철조망은 학살과 동의어가 된다.
▶ 예수의 인류 구원과 넬슨 만델라의 흑인 해방
철조망이 지닌 통제·억압 도구로서의 성격은 다양한 정치적 상징을 낳았다. 예수의 가시면류관(그림 9)을 연상시키는 넬슨 만델라의 철조망 면류관(아래 그림 참조)은 예수와 만델라가 정치범으로서 동일한 운명의 삶을 살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예수의 면류관이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스스로 선택한 고난을 상징한다면 만델라의 그것은 아라파트헤이트 하의 흑인 해방을 위해 그가 겪은 기나긴 투옥과 연금상태를 의미한다. 덧붙여 광고계의 문제아로 통하는 이탈리아 사진작가 올리비에로 토스카니(Oliviero Toscani)의 베네통 광고 작품(그림 115)에서가로로 쳐진 철조망은 다른 사람들 위에서 군림하는 독재 권력과 말썽을 일으키는 자들의 격리를 뜻한다.
▶ 근대 세계를 가장 복잡하게 갈라놓은 울타리, 철조망
단순한 생활용품이었던 철조망이 갈라놓은 세계는 근대의 정치·이데올로기 지형과 거의 일치한다. 서부개척시대에는 ‘제국주의의 최전선’으로서 인디언의 사냥터와 백인 정착지를 구획지었으며, 목가적인 풍경의 농장을 철도로 가로지를 때는 ‘자본주의의 위엄에 찬 담장’역할을 했다. 이후 세계대전과 유대인 학살에서는 자본주의 열강끼리 벌인 대립과 학살·억압의 시대적 전선이 철조망 참호와 정확히 일치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이 사연 많은발명품의 유전(流轉)을 따라가면서 근대 세계의 풍경이 어떠했는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