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는 청진기 하나로 - 특수교육 에세이
- 1664
• 지은이 : 옥순원
• 그린이 : 김성신
• 가격 : 11,000원
• 책꼴/쪽수 :
210*140mm, 226쪽
• 펴낸날 : 2004-04-09
• ISBN : 9788958280118
• 십진분류 : 문학 > 한국문학 (810)
• 태그 : #문학 #에세이 #교육 #장애아
저자소개
지은이 : 옥순원
경남 거제에서 태어나 부산과 서울, 여수 등지에서 다양한 성장기 체험을 겪으면서 문학적인 감수성이 깊어졌다. 1993년 동화집 『바람을 삼킨 풀잎』을, 1999년에 시집 『내 마음의 패스워드』를 펴냈으며, 장애 아동을 가르치게 된 후로, 그 가족들의 애환을 담은 장편동화집 『새들이 지키는 마을』을 출간, 2003년에 교육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현재 청주교육대학원에서 특수교육을 전공하면서 청주 풍광초등학교에서 특수교육 전담교사로 일하고 있다.
옥순원의 교실(아이동행) 홈페이지
http://i-donghaeng.onblog.com
현재 청주교육대학원에서 특수교육을 전공하면서 청주 풍광초등학교에서 특수교육 전담교사로 일하고 있다.
옥순원의 교실(아이동행) 홈페이지
http://i-donghaeng.onblog.com
그린이 : 김성신
1967년 서울에서 태어나 덕성여자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California Institute of the Arts에서 Character Animation과를 졸업했다. 디자이너로 그리고 애니메이터로 일해 왔으며 지금은 일러스트레이터로 여러 분야에서 그림 그리는 일을 하고 있다.
책정보 및 내용요약
1. 이 책의 출간동기
이 책을 쓴 저자는 특수학급에서 6년째 장애아를 가르치는 교사이며, 가까이서 장애아의 죽음을 경험하고 그 가엾은 삶을 소재로 장편동화를 출간하기도 하였다.
그동안 저자가 특수학급의 장애아들을 가르치면서 얻어진 경험들을 정리하여 세상에 공개한다. 이 일은 글쓰기와 가르치기를 병행해온 교사로서, 저자 자신의 한계와 미숙을 고발하는 최소한의 양심선언이다. 다만 이 글이 교육현장의 기록 수준을 넘어 장애아동의 고유한 존재에 대한 탐색에 얼마나 충실했는지는 예리한 독자들의 안목에 맡긴다.
이미 외국 번역물들로 인해 특수교육의 기초적 이해를 도왔던 책들이 있어 일반독자들에게도 특수교육은 아주 생소하지는 않으나 일반인이 우리나라의 특수교육 현 실정을 들여다볼 수 있는 현장배경의 책을 출간되기도 하였다.
특히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우리나라의 현 과제는 장애인의 현실적 인권보장과 아울러 취약한 특수교육 분야의 개혁에 있다. 이미 특수교육은 국립특수교육원이 주축이 되어 제3차 5개년 계획의 투입단계에 접어들었으나 사회문화의 인식이나 현장의 학교문화 풍토가 이를 따라잡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중 한가지 개별화교육(장애아의 개별특성을 살리는 개인교육과정 중심의 특수학급교육)과 통합교육(장애아를 일반학급과 연계해서 교육하는 일)은 가장 시급한 과제이면서도 이론만 앞설 뿐 아동들은 교실에서 푸대접받는 인권상실의 교육형태를 면하지 못하고 있어 대중성있게 공감과 이해를 끌어내는 독자층을 넓히는 문학물의 등장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다.
이 글은 아이들을 지도하면서 5년간 적어온 현장일기 중에 개별 아이들과 나눈 가장 인상적이었던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가족적인 시선으로 특수교육 현장의 글을 다듬어 출간을 하였다.
이 책을 쓴 저자는 특수학급에서 6년째 장애아를 가르치는 교사이며, 가까이서 장애아의 죽음을 경험하고 그 가엾은 삶을 소재로 장편동화를 출간하기도 하였다.
그동안 저자가 특수학급의 장애아들을 가르치면서 얻어진 경험들을 정리하여 세상에 공개한다. 이 일은 글쓰기와 가르치기를 병행해온 교사로서, 저자 자신의 한계와 미숙을 고발하는 최소한의 양심선언이다. 다만 이 글이 교육현장의 기록 수준을 넘어 장애아동의 고유한 존재에 대한 탐색에 얼마나 충실했는지는 예리한 독자들의 안목에 맡긴다.
이미 외국 번역물들로 인해 특수교육의 기초적 이해를 도왔던 책들이 있어 일반독자들에게도 특수교육은 아주 생소하지는 않으나 일반인이 우리나라의 특수교육 현 실정을 들여다볼 수 있는 현장배경의 책을 출간되기도 하였다.
특히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우리나라의 현 과제는 장애인의 현실적 인권보장과 아울러 취약한 특수교육 분야의 개혁에 있다. 이미 특수교육은 국립특수교육원이 주축이 되어 제3차 5개년 계획의 투입단계에 접어들었으나 사회문화의 인식이나 현장의 학교문화 풍토가 이를 따라잡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중 한가지 개별화교육(장애아의 개별특성을 살리는 개인교육과정 중심의 특수학급교육)과 통합교육(장애아를 일반학급과 연계해서 교육하는 일)은 가장 시급한 과제이면서도 이론만 앞설 뿐 아동들은 교실에서 푸대접받는 인권상실의 교육형태를 면하지 못하고 있어 대중성있게 공감과 이해를 끌어내는 독자층을 넓히는 문학물의 등장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다.
이 글은 아이들을 지도하면서 5년간 적어온 현장일기 중에 개별 아이들과 나눈 가장 인상적이었던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가족적인 시선으로 특수교육 현장의 글을 다듬어 출간을 하였다.
편집자 추천글
1. 본문 구성
1장 _ 우리 함께 무엇이 되랴
5년 간 특수학급 생활을 하며 틈틈이 써둔 관찰일기를 중심으로 장애아와 함께 기뻐하고 때로는 한계에 부딪쳐 좌절하는 교사의 심정을 갖가지 사례와 얽어내면서 인간적이고 바람직한 교사상을 추구하는 성찰과 수련의 글이다.
2장 _ 신학기 풍속도
학교생활을 처음 접하는 자녀를 가진 어머니들이 쏟아내는 저항과 두려움의 상담사례 중심이다. 특히 개별적인 갖가지 장애를 겪는 아동의 어머니만이 겪는 신학기의 심리적 좌절과 수용의 과정을 지켜보며 그들과 인연이 된 학부모와의 만남에서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교사의 애정을 담았다.
3장 _ 벽을 타고 오르는 담쟁이처럼
중증장애아들에게 적용한 프로그램의 실천사례 중심으로 두 형제의 반응을 따뜻한 눈으로 지켜보는 교사의 단상들이다. 특히 후반에서는 특수학급 장애친구들과 함께 방문하면서 동병의 고충을 서로 이해하고 위로하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점차 새로워져가는 작은 공동체의 생명력을 담은 것이다.
2. 특수교육이란
장애아 지도 _ 사전 준비가 필요
교직경력이나 학교 상황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 교실에는 적어도 한두 명씩은 일반적인 교육과정으로 지도할 수 없는 장애 어린이가 있다. 입학 아동의 요즘 경향을 본다면 저학년으로 갈수록 학급당 장애 어린이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일선 학교에 특수학급이 설치되어 있다면 정신지체나 다운증후군, 학습장애, 또 ADHD로 지칭하는 정서행동장애 등으로 불리는 장애 어린이들을 간혹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장애의 대부분은 유전자나 염색체 이상에서부터 후천적 사고, 원인불명에 이르기까지 워낙 원인이 다양해서 성장과정이나 부적응의 증후를 토대로 합당한 검사 절차에 따라 전문의가 명명하게 된다. 그 중에 장애의 정도가 극심한 아동은 공·사립 특수학교에 소속되지만 신변관리나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없는 한, 장애 어린이들의 대부분은 모두 우리가 학교에서 치료와 교육을 겸해야 할 상황이다.
전 세계 비교 자료를 통해 보면 우리 나라가 OECD 회원국 가운데 교원 1인당 학생 수가 가장 많고, 중국 다음으로 수업시간이 가장 많다. 이런 상황이라면 교사가 매일 부딪치는 문제상황의 빈도 또한 세계에서 선두권에 속할 것 같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 특히 장애 아이들에 대해 우리가 무심할 수 없는 것은 그 아이들이 스스로를 방어하는 힘이 없는 데다 제 감정을 표현할 능력이 없는 약자이기 때문이다. 특히 여교사는 모성이라는 휴머니즘적 본능이 강해서 직무나 책임 이전에 약한 아이들에 대한 애착이 유달리 강한 편이다. 그러나 장애아 지도에는 이런 휴머니즘 말고도 특수교육에 대한 기초 지식과 소통의 기술이 좀더 필요하다. 그들에게는 일반적인 지도법이나 접근 방식이 잘 통하지 않는다. 취학 후에 드러나는 장애아의 대부분은 학습지체 외에도 감각기관이나 발음기관 장애를 겸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이 아이들에게는 교육과정보다 개별 특성과 특성에 대한 탐색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래서 특수교육에서는 이것을 IEP, 즉 개별화교육계획의 사전 준비단계로 삼고 있다.
통합교육 _ 환상과 현실 사이에서
지금 우리 나라 특수교육은 대단한 변모를 겪고 있다. 장애인 복지발전 5개년 계획이 2003년부터 2차 연도에 들어가면서 새로운 교육사업이 속속 진행되고 있다. 그 중에 하나가 교육청마다 특수교육 지원센터를 설치하고 특수교육 보조원을 전국의 특수교육 현장에 투입한다는 것이다. 이런 일의 기반이 될 특수교육 예산 확보를 두고 관련부처와 단체들간에 논쟁이 많은데, 이 정책 분야보다 교사가 교실 안에서 통합교육의 현주소를 파악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통합교육은 비장애아, 장애아를 떼어놓지 않는 이상적인 인본주의 교육철학이다. 생명의 존엄, 인간성 존중을 들어 장애아에게도 제한 없는 교육 환경 혜택과 평등한 삶의 권리를 보장해주자는 것이다.
이 통합교육이 세계적인 흐름이라서 우리 나라도 이를 특수교육의 이념으로 삼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바로 현장에 계신 선생님들이 아직 이런 이념에 동의하지 못하거나, 실천하지 못함에 따라 갖가지 문제가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장애아 학부모를 대상으로 교사와 충돌하거나 차별당한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40퍼센트가 넘는 부모님들이 학교관리자나 교사에게 불만을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아 부모의 고통 _ 특수교육 교사가 덜어줄 수 있다
특수교육에서는 장애아가 소속된 학급을 통합학급이라고 부르고 장애아가 담임 교사 곁에서 또래들과 함께 공부하는 것을 통합교육 또는 교류교육이라고 부르는데, 요즘 특수교육에 관심을 둔 대부분의 장애아 부모님들이 원하는 것이 바로 이 통합학급에서 통합교육을 받는 것이다.
외국의 특수교육 학자들은 이미 오래 전에 이 통합교육이 장애아들에게나 비장애아들에게 가장 합리적인 교육환경이라는 연구 결과를 보고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헌법에서도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교육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명문화했고, 1994년의 장애아 교육진흥법에도 장애아가 일반학교에 입학하여 함께 공부하는 것을 뜻하는 통합교육을 명문화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통합교육에 마땅히 적용할 프로그램 구안도 환경 조성을 위한 어떤 지침도 정착되지 못한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일반학급에서 장애아를 맡은 담임선생님들은 당연히 다른 교사들보다 지도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일부 지역에서는 통합학급 교사에게 얼마간의 가산점을 부여하는 궁여지책까지 마련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특수학급 환경은 대단히 업그레이드가 되었다.
교육부에서 192억 원의 특별교부금을 지원하여 전국의 모든 특수학급은 어떤 장애아들도 편히 드나들 수 있도록 1층으로 이동 배치를 시켰고 또 가장 쾌적한 여건으로 내부환경을 개선했다. 장애아들의 기본적인 교육환경의 질을 높인 점에서 참 잘된 일이다. 이제 나머지 문제는, 교사들의 특수교육에 대한 애정과 참다운 실천에 달려 있다. 자녀 때문에 특수교육의 흐름에 일찍 눈을 뜬 학부모들의 구체적인 요구가 늘어날 것을 예상하면 선생님들의 특수교육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이에 뒤처져서는 안 된다.
장애아동의 부모는 평범한 부모에 비해 심리적으로 매우 고달픈 과정을 거친다. 그분들이 피해의식을 벗고 성숙한 정서 상태에 들기까지는 혹시나 하는 기대와 절망, 체념과 수용이 교차하는 감정의 격류를 겪기 때문에 교사의 표정 하나, 말 한 마디에 날카로운 상처를 입기도 하고 희망을 얻기도 한다.
또 아이는 아이대로 특별한 부모의 보호를 받다가 집단 생활을 시작하기 때문에 부적응 현상이 나타난다. 이들이 2, 3학년에 들면 또래들끼리 집단을 형성하는 시기라 학습능력의 차이까지 가중되어 어쩔 수 없이 장애아는 고립을 겪게 된다. 그래서 장애아들은 현실적인 소외감을 단지 순간순간의 울음이나, 학습된 무기력으로 버티면서 저학년을 보내게 된다. 그러나 학년이 올라가면서 고립이 심해지면 자해행위나 반항적인 행동으로 억눌린 감정을 해소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그때 통합학급 선생님은 무척 당황하게 된다.
장애아와 나 - 우린 서로 너무 닮았다
정신지체 아동은 지능검사의 정도를 보아 경계선급, 교육가능급, 훈련가능급으로 나뉘어진다. 이 어린이들은 외부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기제로 흔히, 틱장애(몸의 어느 부위를 빠르게, 기계적으로 반복하여 움직이는 행동)나 반향어(들은 말을 메아리처럼 따라 함) 같은 반응을 보인다. 그렇지만 정신지체아들은 대부분 특수교사가 특수학급에서 치료교육을 겸한 개별교육 프로그램을 적용시켜 종일제 지도를 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런 경우는 통합학급 선생님들의 지도시간이 줄어든다.
그러나 가장 많이 만나는 장애, 학교에서 생활하는 여섯 시간 동안의 장애라고 일컫는 학습 장애아들은 현실 부적응에 대한 자기 방어의 여러 가지 심리기제가 다양하게 나타난다. 그것은 중증의 장애아들에게는 포기와 묵인이라는 관용을 베푸는 대신에 학습 장애아에게는 주변 가족들이 또래와 비교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다시 말해 주변의 기대수준과 학습능력이라는 현실 사이에 쌓인 울화를 학습장애 아이들이 공격적으로 발산하게 되면서 학급 내 생활지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외에 일일이 열거하지 못하는 모든 장애는 외국의 분류에 따르면 전반적 발달장애로 총칭할 수가 있는데 우리나라는 유독 자폐증을 발달장애로 한정해서 부르기도 한다. 이런 아동 중에는 이외로 지능이 높은 경우도 있다. 폐쇄적인 아이에게 처음부터 무리하게 단체의 규칙이나 의사소통을 강요하면 더욱 마음의 문을 닫는 경향이 있으니 느긋하게 기다리면서 터닝포인트를 잡아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 장애아들 곁에 있다 보면 상당한 깊이의 인간 이해에 다다르게 된다. 특수교육은 인간관계의 심리적 분석이나 전략이 많이 요구되는 분야이기도 해서 아이들을 유심히 관찰하다 보면 환경의 변화에 따라 인간은 누구나 조금씩 자폐 성향이 나타날 수 있고 숨어 있던 병적 기질이 드러날 수 있기 때문에 장애아의 증상에 대해 지나치게 엄격한 병명을 가려 함부로 붙이는 것은 옳지 않다. 오히려 장애아의 내면에는 인간이 지닌 무공해 천성이 고스란히 간직되어 있다.
저자가 특수학급에 오래 남아 있는 이유도 우리 아이들이 지닌 사람다운 향기가 보통 아이들에 비해 유난히 순수하고 진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런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다양한 사회에 섞여 적응하고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데에는 학급 담임교사의 역할이 막중하다. 아이들의 감각에는 교사의 시선에서 차가움과 따스함을 알아내는 기막힌 센서가 있다. 이 센서로 담임교사와 장애 친구의 상호작용을 모델링하면서 스스로의 처신과 역할을 깨닫는다. 아이들의 눈이 얼마나 무서운지 모른다. 그래서 특수학급 교사는 소속된 학급에 드나드는 장애아를 통해서 통합학급의 분위기를, 그 반 담임 선생님의 특수아에 대한 애정의 진실성을 감지할 수 있다. 이 말은 통합교육의 성패를 선생님들이 쥐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장애아와 비장애아 - 그 누구라도 별빛, 별빛
앞으로는 교사들의 특수교육 직무연수가 강화되고 교육대학마다 특수교육이 필수과목으로 개설되지만 어떤 최신의 교육이론이나 교육기자재 도입보다도 인간 생명이라는, 고유한 존재를 향한 교사들의 따뜻한 시선이야말로 장애아 치유의 첫걸음이면서 마지막 열쇠라고 본다. 기우이겠지만 혹시, 교육현장에서 이런 공평한 사랑을 실천하지 않는 동료나, 장애 어린이들을 가르치는 데 방해가 되는 교단 내의 부조리한 상황을 만나면 교사들이 용기 있게 지적하여 개선되도록 힘써주길 바란다. 교육현장의 구석진 곳을 지키고 살피면서 공동선을 이루어 가는 것은 교직자가 당연히 실현해야 할 사회정의가 아닌가 한다.
※ 이 글은 2002년 6월, 충북도교육청의 유·초·중 특수학급 담당교사 연수와 2004년 1월, 전교조 전국 참교육실천 보고대회에서 필자가 맡았던 장애아 통합교육 관련 강연 요지를 일부 발췌, 정리한 것이다.
1장 _ 우리 함께 무엇이 되랴
5년 간 특수학급 생활을 하며 틈틈이 써둔 관찰일기를 중심으로 장애아와 함께 기뻐하고 때로는 한계에 부딪쳐 좌절하는 교사의 심정을 갖가지 사례와 얽어내면서 인간적이고 바람직한 교사상을 추구하는 성찰과 수련의 글이다.
2장 _ 신학기 풍속도
학교생활을 처음 접하는 자녀를 가진 어머니들이 쏟아내는 저항과 두려움의 상담사례 중심이다. 특히 개별적인 갖가지 장애를 겪는 아동의 어머니만이 겪는 신학기의 심리적 좌절과 수용의 과정을 지켜보며 그들과 인연이 된 학부모와의 만남에서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교사의 애정을 담았다.
3장 _ 벽을 타고 오르는 담쟁이처럼
중증장애아들에게 적용한 프로그램의 실천사례 중심으로 두 형제의 반응을 따뜻한 눈으로 지켜보는 교사의 단상들이다. 특히 후반에서는 특수학급 장애친구들과 함께 방문하면서 동병의 고충을 서로 이해하고 위로하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점차 새로워져가는 작은 공동체의 생명력을 담은 것이다.
2. 특수교육이란
장애아 지도 _ 사전 준비가 필요
교직경력이나 학교 상황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 교실에는 적어도 한두 명씩은 일반적인 교육과정으로 지도할 수 없는 장애 어린이가 있다. 입학 아동의 요즘 경향을 본다면 저학년으로 갈수록 학급당 장애 어린이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일선 학교에 특수학급이 설치되어 있다면 정신지체나 다운증후군, 학습장애, 또 ADHD로 지칭하는 정서행동장애 등으로 불리는 장애 어린이들을 간혹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장애의 대부분은 유전자나 염색체 이상에서부터 후천적 사고, 원인불명에 이르기까지 워낙 원인이 다양해서 성장과정이나 부적응의 증후를 토대로 합당한 검사 절차에 따라 전문의가 명명하게 된다. 그 중에 장애의 정도가 극심한 아동은 공·사립 특수학교에 소속되지만 신변관리나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없는 한, 장애 어린이들의 대부분은 모두 우리가 학교에서 치료와 교육을 겸해야 할 상황이다.
전 세계 비교 자료를 통해 보면 우리 나라가 OECD 회원국 가운데 교원 1인당 학생 수가 가장 많고, 중국 다음으로 수업시간이 가장 많다. 이런 상황이라면 교사가 매일 부딪치는 문제상황의 빈도 또한 세계에서 선두권에 속할 것 같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 특히 장애 아이들에 대해 우리가 무심할 수 없는 것은 그 아이들이 스스로를 방어하는 힘이 없는 데다 제 감정을 표현할 능력이 없는 약자이기 때문이다. 특히 여교사는 모성이라는 휴머니즘적 본능이 강해서 직무나 책임 이전에 약한 아이들에 대한 애착이 유달리 강한 편이다. 그러나 장애아 지도에는 이런 휴머니즘 말고도 특수교육에 대한 기초 지식과 소통의 기술이 좀더 필요하다. 그들에게는 일반적인 지도법이나 접근 방식이 잘 통하지 않는다. 취학 후에 드러나는 장애아의 대부분은 학습지체 외에도 감각기관이나 발음기관 장애를 겸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이 아이들에게는 교육과정보다 개별 특성과 특성에 대한 탐색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래서 특수교육에서는 이것을 IEP, 즉 개별화교육계획의 사전 준비단계로 삼고 있다.
통합교육 _ 환상과 현실 사이에서
지금 우리 나라 특수교육은 대단한 변모를 겪고 있다. 장애인 복지발전 5개년 계획이 2003년부터 2차 연도에 들어가면서 새로운 교육사업이 속속 진행되고 있다. 그 중에 하나가 교육청마다 특수교육 지원센터를 설치하고 특수교육 보조원을 전국의 특수교육 현장에 투입한다는 것이다. 이런 일의 기반이 될 특수교육 예산 확보를 두고 관련부처와 단체들간에 논쟁이 많은데, 이 정책 분야보다 교사가 교실 안에서 통합교육의 현주소를 파악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통합교육은 비장애아, 장애아를 떼어놓지 않는 이상적인 인본주의 교육철학이다. 생명의 존엄, 인간성 존중을 들어 장애아에게도 제한 없는 교육 환경 혜택과 평등한 삶의 권리를 보장해주자는 것이다.
이 통합교육이 세계적인 흐름이라서 우리 나라도 이를 특수교육의 이념으로 삼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바로 현장에 계신 선생님들이 아직 이런 이념에 동의하지 못하거나, 실천하지 못함에 따라 갖가지 문제가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장애아 학부모를 대상으로 교사와 충돌하거나 차별당한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40퍼센트가 넘는 부모님들이 학교관리자나 교사에게 불만을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아 부모의 고통 _ 특수교육 교사가 덜어줄 수 있다
특수교육에서는 장애아가 소속된 학급을 통합학급이라고 부르고 장애아가 담임 교사 곁에서 또래들과 함께 공부하는 것을 통합교육 또는 교류교육이라고 부르는데, 요즘 특수교육에 관심을 둔 대부분의 장애아 부모님들이 원하는 것이 바로 이 통합학급에서 통합교육을 받는 것이다.
외국의 특수교육 학자들은 이미 오래 전에 이 통합교육이 장애아들에게나 비장애아들에게 가장 합리적인 교육환경이라는 연구 결과를 보고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헌법에서도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교육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명문화했고, 1994년의 장애아 교육진흥법에도 장애아가 일반학교에 입학하여 함께 공부하는 것을 뜻하는 통합교육을 명문화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통합교육에 마땅히 적용할 프로그램 구안도 환경 조성을 위한 어떤 지침도 정착되지 못한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일반학급에서 장애아를 맡은 담임선생님들은 당연히 다른 교사들보다 지도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일부 지역에서는 통합학급 교사에게 얼마간의 가산점을 부여하는 궁여지책까지 마련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특수학급 환경은 대단히 업그레이드가 되었다.
교육부에서 192억 원의 특별교부금을 지원하여 전국의 모든 특수학급은 어떤 장애아들도 편히 드나들 수 있도록 1층으로 이동 배치를 시켰고 또 가장 쾌적한 여건으로 내부환경을 개선했다. 장애아들의 기본적인 교육환경의 질을 높인 점에서 참 잘된 일이다. 이제 나머지 문제는, 교사들의 특수교육에 대한 애정과 참다운 실천에 달려 있다. 자녀 때문에 특수교육의 흐름에 일찍 눈을 뜬 학부모들의 구체적인 요구가 늘어날 것을 예상하면 선생님들의 특수교육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이에 뒤처져서는 안 된다.
장애아동의 부모는 평범한 부모에 비해 심리적으로 매우 고달픈 과정을 거친다. 그분들이 피해의식을 벗고 성숙한 정서 상태에 들기까지는 혹시나 하는 기대와 절망, 체념과 수용이 교차하는 감정의 격류를 겪기 때문에 교사의 표정 하나, 말 한 마디에 날카로운 상처를 입기도 하고 희망을 얻기도 한다.
또 아이는 아이대로 특별한 부모의 보호를 받다가 집단 생활을 시작하기 때문에 부적응 현상이 나타난다. 이들이 2, 3학년에 들면 또래들끼리 집단을 형성하는 시기라 학습능력의 차이까지 가중되어 어쩔 수 없이 장애아는 고립을 겪게 된다. 그래서 장애아들은 현실적인 소외감을 단지 순간순간의 울음이나, 학습된 무기력으로 버티면서 저학년을 보내게 된다. 그러나 학년이 올라가면서 고립이 심해지면 자해행위나 반항적인 행동으로 억눌린 감정을 해소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그때 통합학급 선생님은 무척 당황하게 된다.
장애아와 나 - 우린 서로 너무 닮았다
정신지체 아동은 지능검사의 정도를 보아 경계선급, 교육가능급, 훈련가능급으로 나뉘어진다. 이 어린이들은 외부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기제로 흔히, 틱장애(몸의 어느 부위를 빠르게, 기계적으로 반복하여 움직이는 행동)나 반향어(들은 말을 메아리처럼 따라 함) 같은 반응을 보인다. 그렇지만 정신지체아들은 대부분 특수교사가 특수학급에서 치료교육을 겸한 개별교육 프로그램을 적용시켜 종일제 지도를 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런 경우는 통합학급 선생님들의 지도시간이 줄어든다.
그러나 가장 많이 만나는 장애, 학교에서 생활하는 여섯 시간 동안의 장애라고 일컫는 학습 장애아들은 현실 부적응에 대한 자기 방어의 여러 가지 심리기제가 다양하게 나타난다. 그것은 중증의 장애아들에게는 포기와 묵인이라는 관용을 베푸는 대신에 학습 장애아에게는 주변 가족들이 또래와 비교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다시 말해 주변의 기대수준과 학습능력이라는 현실 사이에 쌓인 울화를 학습장애 아이들이 공격적으로 발산하게 되면서 학급 내 생활지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외에 일일이 열거하지 못하는 모든 장애는 외국의 분류에 따르면 전반적 발달장애로 총칭할 수가 있는데 우리나라는 유독 자폐증을 발달장애로 한정해서 부르기도 한다. 이런 아동 중에는 이외로 지능이 높은 경우도 있다. 폐쇄적인 아이에게 처음부터 무리하게 단체의 규칙이나 의사소통을 강요하면 더욱 마음의 문을 닫는 경향이 있으니 느긋하게 기다리면서 터닝포인트를 잡아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 장애아들 곁에 있다 보면 상당한 깊이의 인간 이해에 다다르게 된다. 특수교육은 인간관계의 심리적 분석이나 전략이 많이 요구되는 분야이기도 해서 아이들을 유심히 관찰하다 보면 환경의 변화에 따라 인간은 누구나 조금씩 자폐 성향이 나타날 수 있고 숨어 있던 병적 기질이 드러날 수 있기 때문에 장애아의 증상에 대해 지나치게 엄격한 병명을 가려 함부로 붙이는 것은 옳지 않다. 오히려 장애아의 내면에는 인간이 지닌 무공해 천성이 고스란히 간직되어 있다.
저자가 특수학급에 오래 남아 있는 이유도 우리 아이들이 지닌 사람다운 향기가 보통 아이들에 비해 유난히 순수하고 진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런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다양한 사회에 섞여 적응하고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데에는 학급 담임교사의 역할이 막중하다. 아이들의 감각에는 교사의 시선에서 차가움과 따스함을 알아내는 기막힌 센서가 있다. 이 센서로 담임교사와 장애 친구의 상호작용을 모델링하면서 스스로의 처신과 역할을 깨닫는다. 아이들의 눈이 얼마나 무서운지 모른다. 그래서 특수학급 교사는 소속된 학급에 드나드는 장애아를 통해서 통합학급의 분위기를, 그 반 담임 선생님의 특수아에 대한 애정의 진실성을 감지할 수 있다. 이 말은 통합교육의 성패를 선생님들이 쥐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장애아와 비장애아 - 그 누구라도 별빛, 별빛
앞으로는 교사들의 특수교육 직무연수가 강화되고 교육대학마다 특수교육이 필수과목으로 개설되지만 어떤 최신의 교육이론이나 교육기자재 도입보다도 인간 생명이라는, 고유한 존재를 향한 교사들의 따뜻한 시선이야말로 장애아 치유의 첫걸음이면서 마지막 열쇠라고 본다. 기우이겠지만 혹시, 교육현장에서 이런 공평한 사랑을 실천하지 않는 동료나, 장애 어린이들을 가르치는 데 방해가 되는 교단 내의 부조리한 상황을 만나면 교사들이 용기 있게 지적하여 개선되도록 힘써주길 바란다. 교육현장의 구석진 곳을 지키고 살피면서 공동선을 이루어 가는 것은 교직자가 당연히 실현해야 할 사회정의가 아닌가 한다.
※ 이 글은 2002년 6월, 충북도교육청의 유·초·중 특수학급 담당교사 연수와 2004년 1월, 전교조 전국 참교육실천 보고대회에서 필자가 맡았던 장애아 통합교육 관련 강연 요지를 일부 발췌, 정리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