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화여, 고구려를 말하라
- 1684
• 지은이 : 전호태
• 가격 : 18,000원
• 책꼴/쪽수 :
225*185mm, 276쪽
• 펴낸날 : 2004-02-28
• ISBN : 9788958280033
• 십진분류 : 역사 > 아시아 (910)
• 추천기관 :
교보문고
2004년 교보문고 선정 올해의 책
2004년 교보문고 선정 올해의 책
• 태그 : #역사 #한국사 #고구려 #벽화 #유적
저자소개
지은이 : 전호태
울산대학교 역사문화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국사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 울산대학교 박물관장, 버클리 대학교 객원교수를 역임하였다. 한국 고대문화사를 전공하였으며, 고구려 고분벽화 및 중국 한,당대 문화에 관한 글을 다수 발표하였다.
기존의 문헌사 및 양식사 위주 연구의 장·단점을 지양·종합한 지성사적 연구 방식을 고분벽화 분석에 적용하여 역사학계와 고고 미술사학계로부터 새롭고 의미 있는 연구 성과를 내놓은 연구자로 평가받고 있다.
저서로는 『고구려 고분벽화 연구』(2000),『고분벽화로 본 고구려 이야기』(풀빛, 1999) 등이 있고, 논문으로는 [고구려 고분벽화 연구 ― 내 세관 표현을 중심으로](박사논문, 서울대 대학원, 1997), [한·당대 고분의 일상·월상], [고구려 고분벽화의 해와 달], [고구려의 오행 신앙과 사신도], [고구려 고분벽화의 직녀도], [한(漢) 화상석(畵像石)의 서왕모] 등이 있다.
기존의 문헌사 및 양식사 위주 연구의 장·단점을 지양·종합한 지성사적 연구 방식을 고분벽화 분석에 적용하여 역사학계와 고고 미술사학계로부터 새롭고 의미 있는 연구 성과를 내놓은 연구자로 평가받고 있다.
저서로는 『고구려 고분벽화 연구』(2000),『고분벽화로 본 고구려 이야기』(풀빛, 1999) 등이 있고, 논문으로는 [고구려 고분벽화 연구 ― 내 세관 표현을 중심으로](박사논문, 서울대 대학원, 1997), [한·당대 고분의 일상·월상], [고구려 고분벽화의 해와 달], [고구려의 오행 신앙과 사신도], [고구려 고분벽화의 직녀도], [한(漢) 화상석(畵像石)의 서왕모] 등이 있다.
책정보 및 내용요약
최근 고구려에 대한 수많은 논점이 제기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핵심은 고구려가 과연 누구의 역사인가 하는 점이다. 고구려는 우리의 역사인가, 중국의 역사인가, 아니면 어느 누구도 아닌 요동의 역사인가?
중국과 한국은 다같이 역사의 정치화를 우려하고 있지만, 1500여 년 전의 고구려를 현대 국가의 연고권과 관련한 국경문제로 바라보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는 듯하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고구려가 누구의 역사인가에 앞서 과연 어떤 역사인가 하는 점이다. 고구려의 역사가 어떠했는지가 밝혀진다면, 누구의 역사인지는 논쟁의 여지없이 자명해질 것이다.
문제는 우리에게 백제와 신라에 대한 상식은 있으되, 고구려에 대한 상식이 없다는 점이다. 종족의 구성에서부터 국경에 이르기까지 고구려사의 대부분은 논쟁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고조선, 부여, 발해 등 우리의 북방사를 지나치게 소홀히 다루어왔다는 비판은 정당하다.
고구려가 누구의 역사인지를 논하기 이전에 고구려 사람들은 무엇을 먹고 무엇을 입었는지, 무엇을 신봉하고 어떻게 살았는지, 바로 그것을 먼저 알 필요가 있다. 문헌자료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어느 시대 어느 나라보다 더 정확하게 그것을 말해주는 자료들이 고구려에는 있다. 바로 고분벽화가 그것이다. 오랜 시간이 흘러 그 의미를 읽어내는 일들이 쉽지만은 않지만, 이해관계가 실타래처럼 뒤얽힌 현대의 해석에 앞서, 우리는 먼저 고분벽화의 증언을 듣고자 한다.
중국과 한국은 다같이 역사의 정치화를 우려하고 있지만, 1500여 년 전의 고구려를 현대 국가의 연고권과 관련한 국경문제로 바라보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는 듯하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고구려가 누구의 역사인가에 앞서 과연 어떤 역사인가 하는 점이다. 고구려의 역사가 어떠했는지가 밝혀진다면, 누구의 역사인지는 논쟁의 여지없이 자명해질 것이다.
문제는 우리에게 백제와 신라에 대한 상식은 있으되, 고구려에 대한 상식이 없다는 점이다. 종족의 구성에서부터 국경에 이르기까지 고구려사의 대부분은 논쟁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고조선, 부여, 발해 등 우리의 북방사를 지나치게 소홀히 다루어왔다는 비판은 정당하다.
고구려가 누구의 역사인지를 논하기 이전에 고구려 사람들은 무엇을 먹고 무엇을 입었는지, 무엇을 신봉하고 어떻게 살았는지, 바로 그것을 먼저 알 필요가 있다. 문헌자료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어느 시대 어느 나라보다 더 정확하게 그것을 말해주는 자료들이 고구려에는 있다. 바로 고분벽화가 그것이다. 오랜 시간이 흘러 그 의미를 읽어내는 일들이 쉽지만은 않지만, 이해관계가 실타래처럼 뒤얽힌 현대의 해석에 앞서, 우리는 먼저 고분벽화의 증언을 듣고자 한다.
목차
목차
1. 다시 누리는 부귀영화
주인의 위엄, 덕흥리 고분의 13군 태수 배례
회랑을 채운 대행렬, 안악 3호분 벽화
삶과 죽음의 갈림길, 통구 12호분의 적장 참수
놀이와 훈련을 겸한 행사, 무용초의 사냥
놀이의 꽃 교예, 수산리 고분벽화
좌상 위의 주인, 태성리 1호분 벽화
아름다운 여인들의 행렬, 쌍영총 벽화
고구려 요새 도시의 불탑, 요동성총 벽화의 요동성도
배경에서 풍경으로, 진파리 1호분의 나무
2. 신과의 만남
잠든 이의 수호신, 강서대묘의 현무
백수의 왕에서 별의 화신으로, 강서중묘의 백호
안으로 향한 눈길, 호남리사신총의 청룡·백호·현무
1500년을 견딘 해신과 달신, 오회분 4호묘 벽화
삶을 풍요롭게 한 신들 (1) : 오회분 5호묘 불의 신
삶을 풍요롭게 한 신들 (2) : 오회분 4호묘 농사의 신
삶을 풍요롭게 한 신들 (3) : 오회분 4호묘 수레바퀴의 신, 대장장이 신
여래를 기리는 즐거움, 안악 2호분의 비천
영원한 사랑의 약속, 장천 1호분의 연꽃 화생
정토의 연못, 진파리 4호분 벽화
3. 하늘세계의 모습과 삶
신과 사람을 잇는 하늘 사다리, 각저총의 나무
괴수로 바뀐 기둥, 오회분 4호묘 벽화
우주를 받치는 힘, 삼실총의 역사(力士)
별로 가득한 하늘, 덕화리 2호분 벽화
불로불사의 꿈, 선계의 삶 : 감신총의 서왕모
비상, 안악 1호분의 천마·비어·기린
불사약이 가져온 저주, 쌍영총의 달 두꺼비
하늘세계에서 듣는 음악, 무용총 선인(仙人)의 연주
별의 강을 넘은 사랑, 덕흥리 고분의 견우와 직녀
4. 새 우주의 어제, 오늘, 내일
그림과 실물의 조화, 천왕지신총 내부 구조
숨은 그림 찾기, 환문총 벽화
퍼즐 맞추기, 동암리 고분벽화
죽은 이의 쉼터에 핀 꽃, 통구사신총의 인동연꽃
질식해 가는 용의 세계, 오회분 5호묘 벽화
부록 : 고구려 문화와 고분벽화
고구려 벽화고분 분포도
미주
도판목록
참고문헌
찾아보기
1. 다시 누리는 부귀영화
주인의 위엄, 덕흥리 고분의 13군 태수 배례
회랑을 채운 대행렬, 안악 3호분 벽화
삶과 죽음의 갈림길, 통구 12호분의 적장 참수
놀이와 훈련을 겸한 행사, 무용초의 사냥
놀이의 꽃 교예, 수산리 고분벽화
좌상 위의 주인, 태성리 1호분 벽화
아름다운 여인들의 행렬, 쌍영총 벽화
고구려 요새 도시의 불탑, 요동성총 벽화의 요동성도
배경에서 풍경으로, 진파리 1호분의 나무
2. 신과의 만남
잠든 이의 수호신, 강서대묘의 현무
백수의 왕에서 별의 화신으로, 강서중묘의 백호
안으로 향한 눈길, 호남리사신총의 청룡·백호·현무
1500년을 견딘 해신과 달신, 오회분 4호묘 벽화
삶을 풍요롭게 한 신들 (1) : 오회분 5호묘 불의 신
삶을 풍요롭게 한 신들 (2) : 오회분 4호묘 농사의 신
삶을 풍요롭게 한 신들 (3) : 오회분 4호묘 수레바퀴의 신, 대장장이 신
여래를 기리는 즐거움, 안악 2호분의 비천
영원한 사랑의 약속, 장천 1호분의 연꽃 화생
정토의 연못, 진파리 4호분 벽화
3. 하늘세계의 모습과 삶
신과 사람을 잇는 하늘 사다리, 각저총의 나무
괴수로 바뀐 기둥, 오회분 4호묘 벽화
우주를 받치는 힘, 삼실총의 역사(力士)
별로 가득한 하늘, 덕화리 2호분 벽화
불로불사의 꿈, 선계의 삶 : 감신총의 서왕모
비상, 안악 1호분의 천마·비어·기린
불사약이 가져온 저주, 쌍영총의 달 두꺼비
하늘세계에서 듣는 음악, 무용총 선인(仙人)의 연주
별의 강을 넘은 사랑, 덕흥리 고분의 견우와 직녀
4. 새 우주의 어제, 오늘, 내일
그림과 실물의 조화, 천왕지신총 내부 구조
숨은 그림 찾기, 환문총 벽화
퍼즐 맞추기, 동암리 고분벽화
죽은 이의 쉼터에 핀 꽃, 통구사신총의 인동연꽃
질식해 가는 용의 세계, 오회분 5호묘 벽화
부록 : 고구려 문화와 고분벽화
고구려 벽화고분 분포도
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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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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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추천글
1. 주목할 만한 내용
1) 20년 외길 연구
중국이 이른바 동북공정에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한다고 하지만, 정치와 예산으로 넘을 수 없는 벽이 학술계에는 존재한다. 벽화고분이 발견된 지는 반세기를 넘겼지만, 오직 벽화고분을 연구하는 데에 20년을 바친 학자는 한중일을 통틀어 단 한 명뿐이다. 고분벽화의 연구는 기본적으로 고구려사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미술사와 중국문화사, 동서교류사에 대한 기초가 필수적이다. 예컨대 이 책에 등장하는 중국 화상석과 고구려 고분벽화의 비교 연구 분야는 저자 전호태 이외에는 연구성과가 전무한 상태이다. 국내 고구려사 연구 성과가 미진하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정한다 하더라도, 문헌 연구로서 고구려 정치 연구에 노태돈이 있다면, 벽화 연구로서 고구려 문화 연구에 전호태가 있다. 한 학자의 소박한 꿈과 연구를 통해 일반 독자들도 1500년의 시간을 넘어 벽화의 풍부한 의미를 엿볼 수 있게 된 것이다
2) 논쟁의 객관적 서술
동북공정으로 촉발된 논쟁에 대해 이 책은 어떤 결론도 내리지 않는다. 다만 논쟁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그리고 각자의 입장은 어떠한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예를 들어 고구려 고분벽화의 무덤주인에 대한 기록(묵서묘지명)에 대해, 한중일의 학자들이 각각 어떻게 같은 문안을 달리 해석하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덕흥리 고분의 주인의 고향 신도현은 과연 어디인지에 따라서 벽화 속의 인물은 중국 사람이 될 수도 있고, 고구려 사람이 될 수도 있다.(본문 12쪽 이하 참조) 특히 고구려사 문제가 감정적 혹은 정치적 문제로 전이되지 않기 위해서는 과연 논쟁의 내용이 무엇인지를 밝힐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에 대한 결론 또한 역사학적 사실에 근거해서 판단해야 할 것이다. 고분벽화의 비교문화적 해석은 이러한 현재의 필요조건에 충분한 내용이 아닐 수 없다.(보도자료 1-6. 비교문화적 관점 참조)
3) 고분벽화에 대한 최초의 대중적 접근
기존에 고분벽화에 대한 연구서가 없지는 않았지만(전호태, 『고구려 고분벽화 연구』, 사계절출판사, 2000), 일반인들이 벽화 그 자체를 볼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었다. 이 책의 초고는 박물관 신문에 연재되었던 것으로, 대중독자를 염두에 두고 집필되었으며, 단행본 제작 과정에서 희귀한 벽화 자료에 대하여 가능한 보정 작업을 거쳤고, 올컬러 부분확대 컷들을 이용하여 벽화의 주요 장면뿐 아니라 문양 하나, 나무 한 그루, 인물 하나까지 포커스를 맞추었다. 대부분의 도판들은 벽화 발굴 당시의 도판을 사용하였으며, 현장에 가더라도 현재는 보존이 제대로 되지 않아 희미해지거나 사라진 장면들이 상당수이다. 지난 해 벽화 도굴 사건으로 알려진 바와 같이 중국 영토 내의 벽화고분은 상당기간 방치되었으며, 북한 지역의 벽화고분 또한 경제적, 기술적 이유들로 인해 보존처리가 매우 불안정한 상태이다.(본문 198쪽 이하 참조) 고구려 논쟁에서 정치적 구호 이외에는 소외될 수밖에 없었던 많은 사람들은 이 책을 통해 그야말로 벽화의 실상을 직접 볼 수 있게 되었으며, 등장인물을 통해 고구려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게 되었고, 풍부한 상징세계를 음미함으로써 고구려 문화를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의미에서 이 책은 이름만 높고 실상은 모호했던 고구려사에 대한 상식의 선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4) 벽화 한 장면에 대한 풍부한 해설
이 책의 특징적인 서술방식은, 벽화 한 장면을 주제로 한 소절을 구성하여, 그 장면의 발굴 이야기에서부터, 학계에 불러일으킨 논쟁, 중국 혹은 서아시아 지역과의 교류, 신화, 과학기술, 역사 등 벽화가 함축하고 있는 의미들을 가능한 풍부하게 읽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굳이 덧붙이자면, 세계적 문화유산인 고구려 고분벽화의 한 장면에 대해서 이처럼 풍부한 의미를 해석해낸 적은 이때까지 없었다.
5) 고구려의 생활과 신앙
벽화의 장면들은 무덤 속 세계를 장식하는 용도로 제작된 것이지만, 현실 세계와 이상 세계를 모두 표현한다는 점에서 더욱 흥미롭다. 벽화 속에는 마치 현대의 사진처럼 당시 현실의 한 장면을 리얼리즘적으로 포착한 장면이 있는가 하면, 그들이 숭배했던 신앙이나 그들이 품었던 이상들이 표현되어 있다. 고구려 사람들이 사용했던 평상, 그들이 즐겼던 서커스 공연(교예), 그들의 신앙, 그들의 신화, 그들의 얼굴이 때로는 직접적으로, 때로는 상징적으로 녹아들어 있다. 무엇보다도 당대 세계 어느 지역과 비교해서, 그리고 현대 예술과 비교해서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그들의 문화적(예술적) 경지를 확인할 수 있다.
6) 비교문화적 관점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근래에 논쟁이 되고 있는 고구려사의 중국사 편입 문제에 대해서 이 책에서는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다. 다만 같은 주제의 중국 벽화와 고구려 벽화를 함께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두 문화권의 차이는 확연하기 때문이다. 가장 극명한 대비는 고구려 벽화의 현무와 중국 벽화의 현무이다. 이러한 예는 현무에 그치지 않는다. 이 책에서 이러한 대비의 목적은 고구려사를 우리 역사로 되찾아 오고자 하는 목적은 아니다. 원초적인 논쟁에 직접 뛰어드는 대신 이 책은 그 차이의 근거를 보여주는 것으로 만족하며, 오히려 고구려 문화를 비교문화적 관점에서 서술하고 있다. 이러한 차이는 중국과의 교류뿐만 아니라 유라시아 초원으로 연결되어 중국을 거치지 않고 대륙의 반대편인 서아시아와의 교류까지 보여주는 것이다. (각저총 씨름도에 등장하는 서역 인물뿐만 아니라 [그림43]의 역사 또한 전형적인 서아시아 인물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비교문화적 관점의 서술을 통해 오히려 고구려 문화의 독특함이 분명해진다. 오회분에 등장하는 농사의 신은 비슷한 시기 동아시아 지역에서 그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독특한 표현이며, 비근한 중국의 예 또한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비교문화적 설명은 이 책 전편에 걸쳐 있는 일관된 관점 가운데 하나로서, 고구려 벽화의 해석이 다만 고구려 역사의 복원뿐만 아니라 아시아사 전체, 나아가 세계사 전체를 재구성하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음을 이 책은 웅변하고 있다.
2. 내용 구성 [본문 4편과 부록 1편]
본문 각 편에는 벽화 한 장면에 대한 서술들을 주제별로 모았으며, 부록에는 고구려사 전반에 대한 개괄과 고분벽화의 관계에 대한 서술이 들어 있다. 본문 4편 중에서 ① 다시 누리는 부귀영화에서는 일상생활의 모습을 주로 다루고 있으며, ② 신과의 만남은 농사의 신, 수레바퀴의 신 등 일상의 신앙을 다루고 있으며, ③ 하늘세계의 모습과 삶은 고구려 사람들의 이상과 그들이 그린 천상세계를 다루고 있으며, ④ 새 우주의 어제, 오늘, 내일은 사라져가는 벽화의 현재와 앞으로 탐구해야 할 과제들을 다루고 있다.
3. 재미있는 대목들
1) 대왕의 목을 내어놓으시오. 투구를 쓰고 비늘갑옷을 입은 무사 한 사람이 다른 무사 한 사람의 목을 베는 장면. 패자는 무릎을 꿇은 채 목을 늘어뜨렸으며, 승자는 왼손으로 패자의 투구 끝을 잡고, 오른손에 쥔 환두대도를 높이 치켜든 상태이다. 승자는 오른발 못신으로 패자가 놓친 듯한 긴 창을 밟았고, 왼발의 못신으로는 긴 칼을 놓지 않고 있는 패자의 손등을 밟고 있다. 칼날의 번득임이 그림으로 표현된 것으로 보아 이미 패자의 눈꺼풀 위로는 목줄기를 지난 칼날의 섬뜩함에 뒤이은 죽음의 그늘이 드리우는 중일 것이다.(본문 26쪽 중에서)
2) 서아시아에서 전래된 고구려의 서커스 허공을 향한 긴장된 눈길 위에는 막대 3개와 공 5개가 서로 엇갈리며 오르내리고 있다. 8개의 막대와 공 가운데 하나라도 땅에 떨어뜨릴세라 재주꾼의 손과 눈길, 발끝은 긴장되면서도 리듬감 있는 3박자 움직임을 연출한다. 재주꾼의 위에서는 이 재주꾼과 비슷한 복장과 자세의 다른 재주꾼이 살이 많은 바퀴를 공중에 던져 올려 굴리고 있고, 두 재주꾼의 위쪽 공간에서는 또 다른 재주꾼이……(본문 36쪽 중에서)
3) 전형적인 고구려인의 얼굴 시원스럽고 또렷한 이목구비, 길고 갸름한 얼굴을 지닌 전형적인 고구려인. (……)중국의 한(漢)대부터 수없이 반복 묘사되는 복희와 여왜의 모습에서는 발견할 수도, 느낄 수도 없는 것이다. 얼굴에 흐르는 부드러운 미소와 몸 전체를 휘감고 나가는 강한 기운이 이루어 내는 묘한 울림은 그야말고 고구려 고분벽화에서만 느낄 수 있는 긴장된 조화의 결과라고 해야 할 것이다.(본문 90쪽 중에서)
4) 고구려 천문도, 키토라 고분 천문도, 조선 천상열차분야지도 조선 개국 4년 후인 1395년 돌 위에 새겨 만든 별자리 그림 ‘천상열차분야지도’에는 고구려가 멸망할 때 대동강에 빠뜨린 석각천문도의 탁본이 7백 여 년 뒤까지 전해지다가 조선의 천문학자들에 의해 제2의 석각천문도로 되살아난 것이라는 권근의 글이 실려 있다. 고대의 천문도는 그 자체로 최고의 과학기술적 성과를 반영할 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 천하의 중심(天子)을 의미하기 때문에 고구려의 천문도는 매우 중요한 사료지만, 아쉽게도 그 탁본조차 남아있지 않다. 그러나 황도 28수의 별자리가 모두 표현된 한 점의 고분벽화가 남아 있다. 이 벽화의 별자리들은 조선 천문도(천상열차분야지도)의 별자리들과 큰 차이가 없는데다가, 1983년 일본에서 발견된 키토라 고분의 별자리 또한 전형적인 고구려 양식이며, 관측 지역이 평양으로 추정되어, 고구려는 당대 천하의 중심이었음이 증명되었다.(본문 148-153쪽 요지)
5) 질식해 가는 고구려의 용들 중국이 오회분 5호묘를 관광객에게 개방하고, 벽화 환경을 유지하기 위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게 되면서 무덤칸 안의 벽화는 급격히 훼손되기 시작하였다. 무덤 내부가 아무런 완충 장치 없이 바깥과 이어지고 관광객이 수시로 드나들면서 무덤 안의 온도와 습도가 불안정해지자, 이로 말미암아 벽화 위로 곰팡이가 번식하고, (……) 안정된 보존 환경을 잃은 벽화 속의 용들도 어쩔 수 없이 병들기 시작하였다. 질식해 가는 고구려의 용들을 누가 실릴 것인가. 오회분 5호묘 벽화 속 용들이 1500년 전의 생생함을 다시 찾게 될 때는 언제일까. 통구사신총의 백호처럼 하얗게 흔적만을 남기기 시작한 오회분 5호묘 벽화 속 용들을 되살릴 수는 있을까.(본문 215쪽)
1) 20년 외길 연구
중국이 이른바 동북공정에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한다고 하지만, 정치와 예산으로 넘을 수 없는 벽이 학술계에는 존재한다. 벽화고분이 발견된 지는 반세기를 넘겼지만, 오직 벽화고분을 연구하는 데에 20년을 바친 학자는 한중일을 통틀어 단 한 명뿐이다. 고분벽화의 연구는 기본적으로 고구려사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미술사와 중국문화사, 동서교류사에 대한 기초가 필수적이다. 예컨대 이 책에 등장하는 중국 화상석과 고구려 고분벽화의 비교 연구 분야는 저자 전호태 이외에는 연구성과가 전무한 상태이다. 국내 고구려사 연구 성과가 미진하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정한다 하더라도, 문헌 연구로서 고구려 정치 연구에 노태돈이 있다면, 벽화 연구로서 고구려 문화 연구에 전호태가 있다. 한 학자의 소박한 꿈과 연구를 통해 일반 독자들도 1500년의 시간을 넘어 벽화의 풍부한 의미를 엿볼 수 있게 된 것이다
2) 논쟁의 객관적 서술
동북공정으로 촉발된 논쟁에 대해 이 책은 어떤 결론도 내리지 않는다. 다만 논쟁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그리고 각자의 입장은 어떠한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예를 들어 고구려 고분벽화의 무덤주인에 대한 기록(묵서묘지명)에 대해, 한중일의 학자들이 각각 어떻게 같은 문안을 달리 해석하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덕흥리 고분의 주인의 고향 신도현은 과연 어디인지에 따라서 벽화 속의 인물은 중국 사람이 될 수도 있고, 고구려 사람이 될 수도 있다.(본문 12쪽 이하 참조) 특히 고구려사 문제가 감정적 혹은 정치적 문제로 전이되지 않기 위해서는 과연 논쟁의 내용이 무엇인지를 밝힐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에 대한 결론 또한 역사학적 사실에 근거해서 판단해야 할 것이다. 고분벽화의 비교문화적 해석은 이러한 현재의 필요조건에 충분한 내용이 아닐 수 없다.(보도자료 1-6. 비교문화적 관점 참조)
3) 고분벽화에 대한 최초의 대중적 접근
기존에 고분벽화에 대한 연구서가 없지는 않았지만(전호태, 『고구려 고분벽화 연구』, 사계절출판사, 2000), 일반인들이 벽화 그 자체를 볼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었다. 이 책의 초고는 박물관 신문에 연재되었던 것으로, 대중독자를 염두에 두고 집필되었으며, 단행본 제작 과정에서 희귀한 벽화 자료에 대하여 가능한 보정 작업을 거쳤고, 올컬러 부분확대 컷들을 이용하여 벽화의 주요 장면뿐 아니라 문양 하나, 나무 한 그루, 인물 하나까지 포커스를 맞추었다. 대부분의 도판들은 벽화 발굴 당시의 도판을 사용하였으며, 현장에 가더라도 현재는 보존이 제대로 되지 않아 희미해지거나 사라진 장면들이 상당수이다. 지난 해 벽화 도굴 사건으로 알려진 바와 같이 중국 영토 내의 벽화고분은 상당기간 방치되었으며, 북한 지역의 벽화고분 또한 경제적, 기술적 이유들로 인해 보존처리가 매우 불안정한 상태이다.(본문 198쪽 이하 참조) 고구려 논쟁에서 정치적 구호 이외에는 소외될 수밖에 없었던 많은 사람들은 이 책을 통해 그야말로 벽화의 실상을 직접 볼 수 있게 되었으며, 등장인물을 통해 고구려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게 되었고, 풍부한 상징세계를 음미함으로써 고구려 문화를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의미에서 이 책은 이름만 높고 실상은 모호했던 고구려사에 대한 상식의 선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4) 벽화 한 장면에 대한 풍부한 해설
이 책의 특징적인 서술방식은, 벽화 한 장면을 주제로 한 소절을 구성하여, 그 장면의 발굴 이야기에서부터, 학계에 불러일으킨 논쟁, 중국 혹은 서아시아 지역과의 교류, 신화, 과학기술, 역사 등 벽화가 함축하고 있는 의미들을 가능한 풍부하게 읽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굳이 덧붙이자면, 세계적 문화유산인 고구려 고분벽화의 한 장면에 대해서 이처럼 풍부한 의미를 해석해낸 적은 이때까지 없었다.
5) 고구려의 생활과 신앙
벽화의 장면들은 무덤 속 세계를 장식하는 용도로 제작된 것이지만, 현실 세계와 이상 세계를 모두 표현한다는 점에서 더욱 흥미롭다. 벽화 속에는 마치 현대의 사진처럼 당시 현실의 한 장면을 리얼리즘적으로 포착한 장면이 있는가 하면, 그들이 숭배했던 신앙이나 그들이 품었던 이상들이 표현되어 있다. 고구려 사람들이 사용했던 평상, 그들이 즐겼던 서커스 공연(교예), 그들의 신앙, 그들의 신화, 그들의 얼굴이 때로는 직접적으로, 때로는 상징적으로 녹아들어 있다. 무엇보다도 당대 세계 어느 지역과 비교해서, 그리고 현대 예술과 비교해서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그들의 문화적(예술적) 경지를 확인할 수 있다.
6) 비교문화적 관점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근래에 논쟁이 되고 있는 고구려사의 중국사 편입 문제에 대해서 이 책에서는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다. 다만 같은 주제의 중국 벽화와 고구려 벽화를 함께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두 문화권의 차이는 확연하기 때문이다. 가장 극명한 대비는 고구려 벽화의 현무와 중국 벽화의 현무이다. 이러한 예는 현무에 그치지 않는다. 이 책에서 이러한 대비의 목적은 고구려사를 우리 역사로 되찾아 오고자 하는 목적은 아니다. 원초적인 논쟁에 직접 뛰어드는 대신 이 책은 그 차이의 근거를 보여주는 것으로 만족하며, 오히려 고구려 문화를 비교문화적 관점에서 서술하고 있다. 이러한 차이는 중국과의 교류뿐만 아니라 유라시아 초원으로 연결되어 중국을 거치지 않고 대륙의 반대편인 서아시아와의 교류까지 보여주는 것이다. (각저총 씨름도에 등장하는 서역 인물뿐만 아니라 [그림43]의 역사 또한 전형적인 서아시아 인물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비교문화적 관점의 서술을 통해 오히려 고구려 문화의 독특함이 분명해진다. 오회분에 등장하는 농사의 신은 비슷한 시기 동아시아 지역에서 그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독특한 표현이며, 비근한 중국의 예 또한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비교문화적 설명은 이 책 전편에 걸쳐 있는 일관된 관점 가운데 하나로서, 고구려 벽화의 해석이 다만 고구려 역사의 복원뿐만 아니라 아시아사 전체, 나아가 세계사 전체를 재구성하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음을 이 책은 웅변하고 있다.
2. 내용 구성 [본문 4편과 부록 1편]
본문 각 편에는 벽화 한 장면에 대한 서술들을 주제별로 모았으며, 부록에는 고구려사 전반에 대한 개괄과 고분벽화의 관계에 대한 서술이 들어 있다. 본문 4편 중에서 ① 다시 누리는 부귀영화에서는 일상생활의 모습을 주로 다루고 있으며, ② 신과의 만남은 농사의 신, 수레바퀴의 신 등 일상의 신앙을 다루고 있으며, ③ 하늘세계의 모습과 삶은 고구려 사람들의 이상과 그들이 그린 천상세계를 다루고 있으며, ④ 새 우주의 어제, 오늘, 내일은 사라져가는 벽화의 현재와 앞으로 탐구해야 할 과제들을 다루고 있다.
3. 재미있는 대목들
1) 대왕의 목을 내어놓으시오. 투구를 쓰고 비늘갑옷을 입은 무사 한 사람이 다른 무사 한 사람의 목을 베는 장면. 패자는 무릎을 꿇은 채 목을 늘어뜨렸으며, 승자는 왼손으로 패자의 투구 끝을 잡고, 오른손에 쥔 환두대도를 높이 치켜든 상태이다. 승자는 오른발 못신으로 패자가 놓친 듯한 긴 창을 밟았고, 왼발의 못신으로는 긴 칼을 놓지 않고 있는 패자의 손등을 밟고 있다. 칼날의 번득임이 그림으로 표현된 것으로 보아 이미 패자의 눈꺼풀 위로는 목줄기를 지난 칼날의 섬뜩함에 뒤이은 죽음의 그늘이 드리우는 중일 것이다.(본문 26쪽 중에서)
2) 서아시아에서 전래된 고구려의 서커스 허공을 향한 긴장된 눈길 위에는 막대 3개와 공 5개가 서로 엇갈리며 오르내리고 있다. 8개의 막대와 공 가운데 하나라도 땅에 떨어뜨릴세라 재주꾼의 손과 눈길, 발끝은 긴장되면서도 리듬감 있는 3박자 움직임을 연출한다. 재주꾼의 위에서는 이 재주꾼과 비슷한 복장과 자세의 다른 재주꾼이 살이 많은 바퀴를 공중에 던져 올려 굴리고 있고, 두 재주꾼의 위쪽 공간에서는 또 다른 재주꾼이……(본문 36쪽 중에서)
3) 전형적인 고구려인의 얼굴 시원스럽고 또렷한 이목구비, 길고 갸름한 얼굴을 지닌 전형적인 고구려인. (……)중국의 한(漢)대부터 수없이 반복 묘사되는 복희와 여왜의 모습에서는 발견할 수도, 느낄 수도 없는 것이다. 얼굴에 흐르는 부드러운 미소와 몸 전체를 휘감고 나가는 강한 기운이 이루어 내는 묘한 울림은 그야말고 고구려 고분벽화에서만 느낄 수 있는 긴장된 조화의 결과라고 해야 할 것이다.(본문 90쪽 중에서)
4) 고구려 천문도, 키토라 고분 천문도, 조선 천상열차분야지도 조선 개국 4년 후인 1395년 돌 위에 새겨 만든 별자리 그림 ‘천상열차분야지도’에는 고구려가 멸망할 때 대동강에 빠뜨린 석각천문도의 탁본이 7백 여 년 뒤까지 전해지다가 조선의 천문학자들에 의해 제2의 석각천문도로 되살아난 것이라는 권근의 글이 실려 있다. 고대의 천문도는 그 자체로 최고의 과학기술적 성과를 반영할 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 천하의 중심(天子)을 의미하기 때문에 고구려의 천문도는 매우 중요한 사료지만, 아쉽게도 그 탁본조차 남아있지 않다. 그러나 황도 28수의 별자리가 모두 표현된 한 점의 고분벽화가 남아 있다. 이 벽화의 별자리들은 조선 천문도(천상열차분야지도)의 별자리들과 큰 차이가 없는데다가, 1983년 일본에서 발견된 키토라 고분의 별자리 또한 전형적인 고구려 양식이며, 관측 지역이 평양으로 추정되어, 고구려는 당대 천하의 중심이었음이 증명되었다.(본문 148-153쪽 요지)
5) 질식해 가는 고구려의 용들 중국이 오회분 5호묘를 관광객에게 개방하고, 벽화 환경을 유지하기 위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게 되면서 무덤칸 안의 벽화는 급격히 훼손되기 시작하였다. 무덤 내부가 아무런 완충 장치 없이 바깥과 이어지고 관광객이 수시로 드나들면서 무덤 안의 온도와 습도가 불안정해지자, 이로 말미암아 벽화 위로 곰팡이가 번식하고, (……) 안정된 보존 환경을 잃은 벽화 속의 용들도 어쩔 수 없이 병들기 시작하였다. 질식해 가는 고구려의 용들을 누가 실릴 것인가. 오회분 5호묘 벽화 속 용들이 1500년 전의 생생함을 다시 찾게 될 때는 언제일까. 통구사신총의 백호처럼 하얗게 흔적만을 남기기 시작한 오회분 5호묘 벽화 속 용들을 되살릴 수는 있을까.(본문 21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