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수원을 점령하라 (사계절 중학년문고 4)
- 2662
• 지은이 : 황선미
• 그린이 : 김환영
• 가격 : 12,500원
• 책꼴/쪽수 :
223*152mm, 224쪽
• 펴낸날 : 2003-04-18
• ISBN : 9788971969526
• 십진분류 : 문학 > 한국문학 (810)
• 추천기관 :
열린어린이, 한국문학번역원
열린어린이 2003 여름방학 권장도서, 제36회 세종아동문학상 수상작
열린어린이 2003 여름방학 권장도서, 제36회 세종아동문학상 수상작
• 태그 : #초등 #중학년 #과수원 #동물 #생명 #자연
저자소개
지은이 : 황선미
세계 30 개국에 번역 출간된 『마당을 나온 암탉』을 비롯해 『나쁜 어린이표』, 『들키고 싶은 비밀』 등 많은 작품을 썼다. 대한민국문화예술상 대통령 표창을 받았으며, 서울예술대학교에서 문예창작을 가르치고 있다.
그린이 : 김환영
1959년 충남 예산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랐습니다. 홍익대학교에서 서양화를 공부했고 동화 『종이밥』 『마당을 나온 암탉』 『해를 삼킨 아이들』, 그림책 『나비를 잡는 아버지』 『호랑이와 곶감』, 장편만화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들을 그렸고 동시집 『깜장 꽃』을 냈습니다.
책정보 및 내용요약
『마당을 나온 암탉』의 동화작가 황선미와 그림작가 김환영이 빚은 또 한 편의 걸작!
2000년대 최고의 동화로 꼽히며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에게까지 수많은 찬사와 사랑을 받은 『마당을 나온 암탉』의 작가 황선미가 오랜 시간 공들여 쓴 『과수원을 점령하라』는 모두 여섯 개의 이야기가 서로 얽히고설켜 퍼즐 맞추듯 이야기 조각을 맞춰 읽어 가는 재미가 돋보이는 새로운 형식의 독특한 동화입니다.
과수원을 안팎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배경과 주인공과 사건을 달리 해서 펼쳐 놓은 이 작품은 앞 이야기와 그다음 이야기가 서로 맞물려 교차되며, 각각의 이야기를 끌고 가는 주인공의 시점에 따라 같은 사건이 다르게 보여지고 다른 의미를 갖게 됩니다. 이렇게 해서 겉보기에는 각각 따로따로 지낼 것 같은 자연의 여러 식구들이 실제로는 하나로 이어진 생명이라는 걸 일깨워 주지요. 무심코 지나치는 오리나 고양이, 쥐, 찌르레기, 또 나무에 사는 나무귀신까지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은 저마다 주인공으로 살면서도 자연 속에서 조화를 이루며 살아갑니다. 사람들만 열심히 일하고 먹고 사는 것이 아니지요. 보이지 않아도 살아 있는 생명들은 모두들 자기 몫의 삶을 열심히 살아 나간다는 사실을 이 작품은 생동감 있게 보여 줍니다. 그래서 저마다 주인공인 삶을 인정하고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것, 지구상의 모든 생명들이 저마다의 가치와 존엄성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재미있고 유쾌하게 들려줍니다.
『마당을 나온 암탉』에서는 주인공 암탉 ”잎싹”의 꿈과 자유를 향한 여정을 무게 있고 장중하게 끌어간 반면, 『과수원을 점령하라』는 과수원 안팎에 사는 오리와 고양이, 쥐, 나무귀신, 찌르레기, 까치, 과수원 식구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무척 유쾌하고 떠들썩하고 유머러스하게 그린 작품입니다.
장편 애니메이션의 가능성을 연 『마당을 나온 암탉』보다 더 애니메이션의 요소를 풍부하게 지닌 이 작품은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영화 집단 ”오돌또기”에서 수년간 작업을 해 온 그림작가 김환영의 그림이 경쾌하고 발랄하게 어우러져 그대로 훌륭한 한 편의 ”만화 영화”처럼 흥미롭게 펼쳐집니다.
도대체 과수원에 뭐가 있길래…… 온갖 생명의 노랫소리가 울려 퍼지는 과수원 이야기
이 작품의 주요 무대인 과수원은 신도시 한복판에 있습니다. 배꽃마을이 신도시로 개발되느라 아파트가 빼곡이 들어차고 도로가 넓혀질 때에도 과수원은 그대로 남아 있을 수밖에 없었지요. 과수원 바로 옆에 있는 방송국 수신탑과 송신탑 때문이랍니다. 탑이 세워지는 바람에 과수원이 ”통신 시설 지역”이 되었거든요. 그래서 마을이 몽땅 바뀌고 마을 사람들이 고향을 떠날 때에도 과수원 주인 할머니와 아저씨, 아주머니는 정든 집에서 계속 살 수 있었지요. 배나무와 매실나무가 많은 과수원에는 사람들말고도 오리 식구와 까치네 식구가 살고 있어요. 과수원 밖 공터 한 귀퉁이에는 쥐 떼와 주인을 잃은 애완 고양이가 살고 있고, 호수 공원에는 나무귀신과 찌르레기 식구들이 살고 있지요.
나무가 많고 흙이 살아 있는데다 먹을 게 풍부한 과수원이야말로 사람들이나 동물들에게 최고의 삶터인 셈이랍니다. 특히 공터에 사는 쥐 떼들은 공터에 학교가 들어설 예정이라 포크레인이 몽땅 갈아엎기 전에 마땅한 집터를 구해야만 했어요. 그런데 그 어디에도 그 많은 쥐 식구들이 마음놓고 살면서 먹이를 구할 만한 곳이 없는 거예요. 결국 쥐들이 갈 만한 곳도 과수원밖에 없었지요. 이때부터 ”과수원을 점령하라!”는 지상 명령이 떨어집니다. 찌르레기들도 마찬가지예요. 아버지의 고향인 배꽃마을 과수원에서 여름을 나러 먼 길 날아왔는데, 까치네 식구들이 어찌나 텃세를 부리는지 모릅니다.
신도시가 세워지느라 모든 것이 변했어도 과수원만큼은 전통과 인정이 살아 있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오래 살아온 할머니와 250년 된 왕버드나무의 영혼인 나무귀신은 전통과 인정이 뭔지 알지요. 무분별한 개발로 마을을 지켜 주는 서낭인 왕버드나무를 공원에 함부로 옮겨 심는 바람에 나무에 깃들어 살던 나무귀신마저 수명을 다해 갑니다. 나무귀신은 더 이상 나무의 영혼을 믿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몹시 쓸쓸해지지요. 전에는 먹을 게 생기면 꼬박꼬박 고수레를 해 주었는데, 요즘 사람들은 고수레가 뭔지도 잘 모르니까요. 하지만 과수원 주인 할머니는 여름을 나러 온 찌르레기를 귀하게 여기고, 며느리가 아이를 가졌다고 나무며 나무귀신이며 동물들과 떡을 나눠 먹을 줄 아는 사람이에요. 할머니의 아들인 과수원 아저씨도 나무와 동물들과 대화를 나눌 줄 아는 사람이지요.
사람으로서 마땅히 가져야 할 인정과 전통이 살아 있고, 흙과 공기가 살아 있고, 먹을 것이 풍부한 과수원. 그래서 온갖 생명들의 노랫소리가 평화롭게 울려 퍼지는 과수원. 동물들뿐만 아니라 우리 사람들도 꼭 지켜 내고 만들어 가야 할 건강한 터전입니다.
2000년대 최고의 동화로 꼽히며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에게까지 수많은 찬사와 사랑을 받은 『마당을 나온 암탉』의 작가 황선미가 오랜 시간 공들여 쓴 『과수원을 점령하라』는 모두 여섯 개의 이야기가 서로 얽히고설켜 퍼즐 맞추듯 이야기 조각을 맞춰 읽어 가는 재미가 돋보이는 새로운 형식의 독특한 동화입니다.
과수원을 안팎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배경과 주인공과 사건을 달리 해서 펼쳐 놓은 이 작품은 앞 이야기와 그다음 이야기가 서로 맞물려 교차되며, 각각의 이야기를 끌고 가는 주인공의 시점에 따라 같은 사건이 다르게 보여지고 다른 의미를 갖게 됩니다. 이렇게 해서 겉보기에는 각각 따로따로 지낼 것 같은 자연의 여러 식구들이 실제로는 하나로 이어진 생명이라는 걸 일깨워 주지요. 무심코 지나치는 오리나 고양이, 쥐, 찌르레기, 또 나무에 사는 나무귀신까지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은 저마다 주인공으로 살면서도 자연 속에서 조화를 이루며 살아갑니다. 사람들만 열심히 일하고 먹고 사는 것이 아니지요. 보이지 않아도 살아 있는 생명들은 모두들 자기 몫의 삶을 열심히 살아 나간다는 사실을 이 작품은 생동감 있게 보여 줍니다. 그래서 저마다 주인공인 삶을 인정하고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것, 지구상의 모든 생명들이 저마다의 가치와 존엄성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재미있고 유쾌하게 들려줍니다.
『마당을 나온 암탉』에서는 주인공 암탉 ”잎싹”의 꿈과 자유를 향한 여정을 무게 있고 장중하게 끌어간 반면, 『과수원을 점령하라』는 과수원 안팎에 사는 오리와 고양이, 쥐, 나무귀신, 찌르레기, 까치, 과수원 식구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무척 유쾌하고 떠들썩하고 유머러스하게 그린 작품입니다.
장편 애니메이션의 가능성을 연 『마당을 나온 암탉』보다 더 애니메이션의 요소를 풍부하게 지닌 이 작품은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영화 집단 ”오돌또기”에서 수년간 작업을 해 온 그림작가 김환영의 그림이 경쾌하고 발랄하게 어우러져 그대로 훌륭한 한 편의 ”만화 영화”처럼 흥미롭게 펼쳐집니다.
도대체 과수원에 뭐가 있길래…… 온갖 생명의 노랫소리가 울려 퍼지는 과수원 이야기
이 작품의 주요 무대인 과수원은 신도시 한복판에 있습니다. 배꽃마을이 신도시로 개발되느라 아파트가 빼곡이 들어차고 도로가 넓혀질 때에도 과수원은 그대로 남아 있을 수밖에 없었지요. 과수원 바로 옆에 있는 방송국 수신탑과 송신탑 때문이랍니다. 탑이 세워지는 바람에 과수원이 ”통신 시설 지역”이 되었거든요. 그래서 마을이 몽땅 바뀌고 마을 사람들이 고향을 떠날 때에도 과수원 주인 할머니와 아저씨, 아주머니는 정든 집에서 계속 살 수 있었지요. 배나무와 매실나무가 많은 과수원에는 사람들말고도 오리 식구와 까치네 식구가 살고 있어요. 과수원 밖 공터 한 귀퉁이에는 쥐 떼와 주인을 잃은 애완 고양이가 살고 있고, 호수 공원에는 나무귀신과 찌르레기 식구들이 살고 있지요.
나무가 많고 흙이 살아 있는데다 먹을 게 풍부한 과수원이야말로 사람들이나 동물들에게 최고의 삶터인 셈이랍니다. 특히 공터에 사는 쥐 떼들은 공터에 학교가 들어설 예정이라 포크레인이 몽땅 갈아엎기 전에 마땅한 집터를 구해야만 했어요. 그런데 그 어디에도 그 많은 쥐 식구들이 마음놓고 살면서 먹이를 구할 만한 곳이 없는 거예요. 결국 쥐들이 갈 만한 곳도 과수원밖에 없었지요. 이때부터 ”과수원을 점령하라!”는 지상 명령이 떨어집니다. 찌르레기들도 마찬가지예요. 아버지의 고향인 배꽃마을 과수원에서 여름을 나러 먼 길 날아왔는데, 까치네 식구들이 어찌나 텃세를 부리는지 모릅니다.
신도시가 세워지느라 모든 것이 변했어도 과수원만큼은 전통과 인정이 살아 있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오래 살아온 할머니와 250년 된 왕버드나무의 영혼인 나무귀신은 전통과 인정이 뭔지 알지요. 무분별한 개발로 마을을 지켜 주는 서낭인 왕버드나무를 공원에 함부로 옮겨 심는 바람에 나무에 깃들어 살던 나무귀신마저 수명을 다해 갑니다. 나무귀신은 더 이상 나무의 영혼을 믿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몹시 쓸쓸해지지요. 전에는 먹을 게 생기면 꼬박꼬박 고수레를 해 주었는데, 요즘 사람들은 고수레가 뭔지도 잘 모르니까요. 하지만 과수원 주인 할머니는 여름을 나러 온 찌르레기를 귀하게 여기고, 며느리가 아이를 가졌다고 나무며 나무귀신이며 동물들과 떡을 나눠 먹을 줄 아는 사람이에요. 할머니의 아들인 과수원 아저씨도 나무와 동물들과 대화를 나눌 줄 아는 사람이지요.
사람으로서 마땅히 가져야 할 인정과 전통이 살아 있고, 흙과 공기가 살아 있고, 먹을 것이 풍부한 과수원. 그래서 온갖 생명들의 노랫소리가 평화롭게 울려 퍼지는 과수원. 동물들뿐만 아니라 우리 사람들도 꼭 지켜 내고 만들어 가야 할 건강한 터전입니다.
목차
1. 오리 가족의 멋진 나들이
2. 쥐한테 잡힌 고양이
3. 과수원을 점령하라
4. 이사가는 나무귀신
5. 찌르레기의 여름나기
6. 할머니의 보물지도
7. 뒷이야기
2. 쥐한테 잡힌 고양이
3. 과수원을 점령하라
4. 이사가는 나무귀신
5. 찌르레기의 여름나기
6. 할머니의 보물지도
7. 뒷이야기
편집자 추천글
> 오리 가족의 멋진 나들이
오리 가족은 모두 열 마리예요. 대장 오리 하나, 암탉 오리 넷, 아기 오리 다섯 마리. 오리들은 일이 많은 과수원의 숨은 일꾼이랍니다. 아침마다 과수원의 벌레를 잡는 게 일이지요. 그런데 일이 하나 더 늘었어요. 공원 호수에 있는 황소개구리를 잡는 일이에요. 낚시꾼들이 아무리 많아도 오리들한테야 비할 수 없지요. 황소개구리가 호수의 물고기 씨를 말려서 구청에서는 많이 잡는 사람한테 상금까지 내걸었어요. 처음에는 할머니가 손수레에 태워서 갔지만, 나중에는 저희들끼리 몰래 나들이를 간답니다. 황소개구리를 엄청 잡아먹어서 구청장한테 상까지 받지요. 오리들이 다닐 수 있도록 보도블록을 걷어 내고 잔딧길을 내준다네요. 딱딱한 보도블록을 밟고 뒤뚱뒤뚱 걸어다니느라 굳은살이 박여 무척 고생했는데, 앞으로는 더욱더 멋진 나들이가 되겠지요.
> 쥐한테 잡힌 고양이
호피는 주인집을 따라 공원에 놀러 나왔다가 길을 잃은 애완용 고양이예요. 오리들이 호수로 가는 길에 잠깐 스친 적이 있지요. 250년 된 왕버드나무에서 이상하게 생긴 나무귀신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 내빼다가 그만 주인을 잃은 거예요. 발톱도 바짝 깎인데다 뭘 모르는 어린 고양이라 그만 쥐들한테 잡히고 말지요. 쥐들의 소굴로 끌려간 호피는 쥐들의 우두머리인 왕쥐의 심부름꾼이 되어 생선을 훔쳐다 주어야 하고, 어린 쥐들한테까지 놀림을 당합니다. 처음 올 때보다 덩치가 커졌어도 호피는 마땅히 갈 데가 없어 늘 쥐들의 놀림과 감시를 받으며 왕쥐의 심부름꾼 노릇을 계속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왕버드나무의 나무귀신이 오리 등에 올라타고 호수를 건너는 걸 보고는 꽁지가 빠지게 도망친답니다. 다시 갈 데가 없어진 호피는 이리저리 헤매다니다가 과수원을 발견하게 되지요. 오리들이 호피를 경계하느라 꽥꽥거리고 온통 난리법석을 떨지만 호피는 아저씨 덕분에 과수원 문지기가 되었어요.
> 과수원을 점령하라
발바리는 공터에 사는 쥐랍니다. 왕쥐 다음으로 발바리가 2인자이지요. 발바리는 여느 쥐보다 더 재빠르고 약은 눈을 가졌어요. 대낮에도 거리를 나돌아다닐 만큼 대담하기도 하고요. 발바리는 미련하고 엄청나게 살이 찐 왕쥐도, 비굴하게 왕쥐 심부름이나 하면서 쥐 소굴에 얹혀사는 호피도 아주 지겨웠어요. 게다가 공터에 포크레인이 들이닥쳐 한시라도 빨리 새로운 집터를 찾아내야 하는 임무까지 맡게 되어 사는 게 영 말이 아니랍니다. 온 도시를 헤매고 다녀도 마땅한 집터도 없고요. 그러다가 우연히 도시 한복판에 과수원이 있다는 소리를 듣게 되지요. 공터 한 귀퉁이에 사는 다른 패거리 쥐들이 언젠가 '과수원을 점령하라!'고 한 소리를 들은 거예요. 발바리는 쥐들을 몇 팀으로 나누어 과수원을 찾아나섭니다. 온종일 헤맨 끝에 드디어 과수원을 찾았지만, 덩치가 더 커진데다 소름끼치는 소리를 내는 호피가 철조망 위에 떡 버티고 있지 뭐예요. 호피는 공터에서 살 때 유일하게 고양이 체면을 지켜 준 발바리를 생각해서 10차선 도로 너머 넓은 들판으로 발바리 식구들을 데려다 줍니다. 엄청나게 살이 쪄서 일행을 못 따라잡은 왕쥐만 빼고요. 왕쥐가 그 뒤로 어떻게 됐는지는 아무도 모른답니다.
> 이사 가는 나무귀신
마을 사람들에게 좋은 일을 가져다 주고 나쁜 일을 거두어 가는 서낭의 노릇을 하던 나무귀신은 왕버드나무가 공원으로 옮겨 온 뒤 시름시름 앓게 되자 같이 힘을 잃게 되었어요. 왕버드나무의 영혼으로 살면서 배꽃마을의 역사를 두루 꿰고 있는 산증인인데, 얼마 못 살 것 같아요. 여름마다 왕버드나무로 여름을 나러 오던 찌르레기 자손들도 둥지를 틀 수 없을 정도로 왕버드나무가 다 죽어 가고 있던 거예요. 찌르레기 부부는 할 수 없이 공원 호수 한가운데 있는 작은 섬에다 둥지를 틉니다. 다행히 왕버드나무가 퍼뜨린 자손 나무에 틀었지요. 의욕을 잃었던 나무귀신은 그 나무로 이사 가기로 마음먹었어요. 그런데 이젠 기운이 없어 바람 겉옷을 입고 날아갈 수가 없답니다. 그러다가 문득 오리 등을 빌려 타고 가면 되겠다는 기가 막힌 생각이 떠올랐어요. 섬으로 간 나무귀신은 젊은 왕버드나무에 깃들어 찌르레기 새끼들과 나무를 돌보며 새로운 삶을 살아갑니다. 5년 전에 소원을 빌러 온 과수원 할머니에게 복도 나눠 주고 나무귀신으로서 의무도 다하면서 말예요.
> 찌르레기의 여름나기
철새인 찌르레기 부부는 아버지의 고향 마을을 찾아오지만 까치가 텃세를 부리는 바람에 과수원에 얼씬도 할 수 없답니다. 그래 할 수 없이 호수 섬에 새끼를 치지요. 아기들은 태어났지만 먹을 게 부족해서 찌르레기 부부는 과수원의 벌레랑 씨앗들이 아쉽기만 합니다. 까치가 텃세를 부리는 것은 여행자인 찌르레기 부부가 먼저 인사하는 전통을 지키지 않아서래요. 찌르레기는 찌르레기대로 자존심을 꺾지 못해 자리다툼만 오래가지요. 그런데 역시 아이들은 순진합니다. 막내 찌르레기가 과수원에 가서 먼저 말을 걸고 과수원 식구들과 친구가 된 거예요. 게다가 과수원 집에 경사가 나서 떡까지 돌렸다네요. 까치는 할머니가 막내 찌르레기를 반기는 것을 보고는 내친 김에 화해의 악수를 청합니다. 결국 서로 자존심을 조금씩 누그러뜨리고 사이좋게 지내게 되었답니다.
> 할머니의 보물 지도
할머니는 배꽃마을의 토박이예요. 배꽃마을을 자기 집처럼 아끼는 마음에 길을 가다 가도 담배꽁초를 주워 앞치마 주머니에 넣고 다닌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할머니를 '주머니 청소부'라고도 해요. 공원 호수의 황소개구리를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오리를 생각해 낸 것도 할머니고, 찌르레기를 가장 반긴 것도 할머니고, 나무귀신에 대한 믿음이 있어서 서낭과 고수레도 잘 아는 사람도 할머니지요. 하지만 학교에 다닌 적이 없어 글자를 모른답니다. 게다가 나이가 들어 점점 건망증까지 심해지지요. 며느리가 아기를 낳으면 주려고 하나하나 모으고 산 물건들이 많지만, 글자로 표시할 수 없으니 지도를 만들어 표시해 둔답니다. 이게 바로 할머니의 보물 지도이지요. 몇 년 동안 애지중지 만들어 놓은 보물 지도가 이젠 정말 쓸모가 생겼어요. 며느리한테서 그토록 기다리던 아기가 생긴 거예요. 할머니는 사방에 떡을 뿌리고 온갖 생명들과 기쁨을 함께 나누었답니다. 뒷이야기 제법 봄기운이 느껴지는 정월 대보름날 밤, 사람들이 공원으로 모여들었어요. 과수원 식구들과 나무귀신까지 다 모였답니다. 공원에 있던 왕버드나무 자리에 커다란 장승이 세워졌거든요. 뿌리가 머리카락이 되고 퉁방울눈과 뻐드렁니가 새겨진 거대한 장승이에요. 지난 겨울 왕버드나무가 죽게 되자 이를 안타깝게 여긴 구청장이 꽃 장수에게 시켜서 장승으로 다시 태어나게 한 거랍니다. 발바리는 잔치가 끝날 무렵에야 간신히 도착했어요. 새로 생긴 여자 친구 얌쥐와 함께 말이죠. 뒤늦게 오는 바람에 먹을 건 별로 없었지만, 발바리와 얌쥐는 장승 밑에 구멍을 파고 들어가 눈을 붙였어요. 내일이면 과수원에 가서 실컷 먹어야겠다는 꿈을 꾸면서 말예요.
오리 가족은 모두 열 마리예요. 대장 오리 하나, 암탉 오리 넷, 아기 오리 다섯 마리. 오리들은 일이 많은 과수원의 숨은 일꾼이랍니다. 아침마다 과수원의 벌레를 잡는 게 일이지요. 그런데 일이 하나 더 늘었어요. 공원 호수에 있는 황소개구리를 잡는 일이에요. 낚시꾼들이 아무리 많아도 오리들한테야 비할 수 없지요. 황소개구리가 호수의 물고기 씨를 말려서 구청에서는 많이 잡는 사람한테 상금까지 내걸었어요. 처음에는 할머니가 손수레에 태워서 갔지만, 나중에는 저희들끼리 몰래 나들이를 간답니다. 황소개구리를 엄청 잡아먹어서 구청장한테 상까지 받지요. 오리들이 다닐 수 있도록 보도블록을 걷어 내고 잔딧길을 내준다네요. 딱딱한 보도블록을 밟고 뒤뚱뒤뚱 걸어다니느라 굳은살이 박여 무척 고생했는데, 앞으로는 더욱더 멋진 나들이가 되겠지요.
> 쥐한테 잡힌 고양이
호피는 주인집을 따라 공원에 놀러 나왔다가 길을 잃은 애완용 고양이예요. 오리들이 호수로 가는 길에 잠깐 스친 적이 있지요. 250년 된 왕버드나무에서 이상하게 생긴 나무귀신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 내빼다가 그만 주인을 잃은 거예요. 발톱도 바짝 깎인데다 뭘 모르는 어린 고양이라 그만 쥐들한테 잡히고 말지요. 쥐들의 소굴로 끌려간 호피는 쥐들의 우두머리인 왕쥐의 심부름꾼이 되어 생선을 훔쳐다 주어야 하고, 어린 쥐들한테까지 놀림을 당합니다. 처음 올 때보다 덩치가 커졌어도 호피는 마땅히 갈 데가 없어 늘 쥐들의 놀림과 감시를 받으며 왕쥐의 심부름꾼 노릇을 계속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왕버드나무의 나무귀신이 오리 등에 올라타고 호수를 건너는 걸 보고는 꽁지가 빠지게 도망친답니다. 다시 갈 데가 없어진 호피는 이리저리 헤매다니다가 과수원을 발견하게 되지요. 오리들이 호피를 경계하느라 꽥꽥거리고 온통 난리법석을 떨지만 호피는 아저씨 덕분에 과수원 문지기가 되었어요.
> 과수원을 점령하라
발바리는 공터에 사는 쥐랍니다. 왕쥐 다음으로 발바리가 2인자이지요. 발바리는 여느 쥐보다 더 재빠르고 약은 눈을 가졌어요. 대낮에도 거리를 나돌아다닐 만큼 대담하기도 하고요. 발바리는 미련하고 엄청나게 살이 찐 왕쥐도, 비굴하게 왕쥐 심부름이나 하면서 쥐 소굴에 얹혀사는 호피도 아주 지겨웠어요. 게다가 공터에 포크레인이 들이닥쳐 한시라도 빨리 새로운 집터를 찾아내야 하는 임무까지 맡게 되어 사는 게 영 말이 아니랍니다. 온 도시를 헤매고 다녀도 마땅한 집터도 없고요. 그러다가 우연히 도시 한복판에 과수원이 있다는 소리를 듣게 되지요. 공터 한 귀퉁이에 사는 다른 패거리 쥐들이 언젠가 '과수원을 점령하라!'고 한 소리를 들은 거예요. 발바리는 쥐들을 몇 팀으로 나누어 과수원을 찾아나섭니다. 온종일 헤맨 끝에 드디어 과수원을 찾았지만, 덩치가 더 커진데다 소름끼치는 소리를 내는 호피가 철조망 위에 떡 버티고 있지 뭐예요. 호피는 공터에서 살 때 유일하게 고양이 체면을 지켜 준 발바리를 생각해서 10차선 도로 너머 넓은 들판으로 발바리 식구들을 데려다 줍니다. 엄청나게 살이 쪄서 일행을 못 따라잡은 왕쥐만 빼고요. 왕쥐가 그 뒤로 어떻게 됐는지는 아무도 모른답니다.
> 이사 가는 나무귀신
마을 사람들에게 좋은 일을 가져다 주고 나쁜 일을 거두어 가는 서낭의 노릇을 하던 나무귀신은 왕버드나무가 공원으로 옮겨 온 뒤 시름시름 앓게 되자 같이 힘을 잃게 되었어요. 왕버드나무의 영혼으로 살면서 배꽃마을의 역사를 두루 꿰고 있는 산증인인데, 얼마 못 살 것 같아요. 여름마다 왕버드나무로 여름을 나러 오던 찌르레기 자손들도 둥지를 틀 수 없을 정도로 왕버드나무가 다 죽어 가고 있던 거예요. 찌르레기 부부는 할 수 없이 공원 호수 한가운데 있는 작은 섬에다 둥지를 틉니다. 다행히 왕버드나무가 퍼뜨린 자손 나무에 틀었지요. 의욕을 잃었던 나무귀신은 그 나무로 이사 가기로 마음먹었어요. 그런데 이젠 기운이 없어 바람 겉옷을 입고 날아갈 수가 없답니다. 그러다가 문득 오리 등을 빌려 타고 가면 되겠다는 기가 막힌 생각이 떠올랐어요. 섬으로 간 나무귀신은 젊은 왕버드나무에 깃들어 찌르레기 새끼들과 나무를 돌보며 새로운 삶을 살아갑니다. 5년 전에 소원을 빌러 온 과수원 할머니에게 복도 나눠 주고 나무귀신으로서 의무도 다하면서 말예요.
> 찌르레기의 여름나기
철새인 찌르레기 부부는 아버지의 고향 마을을 찾아오지만 까치가 텃세를 부리는 바람에 과수원에 얼씬도 할 수 없답니다. 그래 할 수 없이 호수 섬에 새끼를 치지요. 아기들은 태어났지만 먹을 게 부족해서 찌르레기 부부는 과수원의 벌레랑 씨앗들이 아쉽기만 합니다. 까치가 텃세를 부리는 것은 여행자인 찌르레기 부부가 먼저 인사하는 전통을 지키지 않아서래요. 찌르레기는 찌르레기대로 자존심을 꺾지 못해 자리다툼만 오래가지요. 그런데 역시 아이들은 순진합니다. 막내 찌르레기가 과수원에 가서 먼저 말을 걸고 과수원 식구들과 친구가 된 거예요. 게다가 과수원 집에 경사가 나서 떡까지 돌렸다네요. 까치는 할머니가 막내 찌르레기를 반기는 것을 보고는 내친 김에 화해의 악수를 청합니다. 결국 서로 자존심을 조금씩 누그러뜨리고 사이좋게 지내게 되었답니다.
> 할머니의 보물 지도
할머니는 배꽃마을의 토박이예요. 배꽃마을을 자기 집처럼 아끼는 마음에 길을 가다 가도 담배꽁초를 주워 앞치마 주머니에 넣고 다닌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할머니를 '주머니 청소부'라고도 해요. 공원 호수의 황소개구리를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오리를 생각해 낸 것도 할머니고, 찌르레기를 가장 반긴 것도 할머니고, 나무귀신에 대한 믿음이 있어서 서낭과 고수레도 잘 아는 사람도 할머니지요. 하지만 학교에 다닌 적이 없어 글자를 모른답니다. 게다가 나이가 들어 점점 건망증까지 심해지지요. 며느리가 아기를 낳으면 주려고 하나하나 모으고 산 물건들이 많지만, 글자로 표시할 수 없으니 지도를 만들어 표시해 둔답니다. 이게 바로 할머니의 보물 지도이지요. 몇 년 동안 애지중지 만들어 놓은 보물 지도가 이젠 정말 쓸모가 생겼어요. 며느리한테서 그토록 기다리던 아기가 생긴 거예요. 할머니는 사방에 떡을 뿌리고 온갖 생명들과 기쁨을 함께 나누었답니다. 뒷이야기 제법 봄기운이 느껴지는 정월 대보름날 밤, 사람들이 공원으로 모여들었어요. 과수원 식구들과 나무귀신까지 다 모였답니다. 공원에 있던 왕버드나무 자리에 커다란 장승이 세워졌거든요. 뿌리가 머리카락이 되고 퉁방울눈과 뻐드렁니가 새겨진 거대한 장승이에요. 지난 겨울 왕버드나무가 죽게 되자 이를 안타깝게 여긴 구청장이 꽃 장수에게 시켜서 장승으로 다시 태어나게 한 거랍니다. 발바리는 잔치가 끝날 무렵에야 간신히 도착했어요. 새로 생긴 여자 친구 얌쥐와 함께 말이죠. 뒤늦게 오는 바람에 먹을 건 별로 없었지만, 발바리와 얌쥐는 장승 밑에 구멍을 파고 들어가 눈을 붙였어요. 내일이면 과수원에 가서 실컷 먹어야겠다는 꿈을 꾸면서 말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