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어린이문학
- 1496
• 지은이 : 우에노 료
• 옮긴이 : 햇살과나무꾼
• 가격 : 7,500원
• 책꼴/쪽수 :
223*152mm, 220쪽
• 펴낸날 : 2003-01-28
• ISBN : 9788971969373
• 십진분류 : 문학 > 일본문학 및 기타 아시아문학 (830)
• 태그 : #문학 #문학이론 #어린이문학
저자소개
지은이 : 우에노 료
일본의 어린이문학 작가이자 평론가이다. 교토 시에서 태어났다. 대학 졸업 후, 고등학교 국어 교사로 재직하면서 "마차회"라는 모임을 만들어 새로운 어린이문학을 모색했다. 평론집으로 전후 어린이문학론이 있고, 어린이문학 작품으로는 1983년 일본 어린이문학자협회상을 받은 「수염이여, 안녕」과 어린이문학 역사물 장르의 독자적 세계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은 『일본 보물섬』, 『안녕, 아버지』 등이 있다.
옮긴이 : 햇살과나무꾼
햇살과나무꾼은 어린이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기획실로, 세계 곳곳에 묻혀 있는 좋은 작품들을 찾아 우리말로 소개하고, 아이들의 정신에 지식의 씨앗을 뿌리는 책을 집필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워터십 다운의 열한 마리 토끼들』, 『세라 이야기』,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 『검은 여우』, 『그리운 메이 아줌마』, 『거짓말쟁이와 모나리자』, 『내가 나인 것』 들을 우리말로 옮겼으며,『우리 땅에서 사라져 가는 생명들』, 『조상들의 지혜가 하나씩 15가지 생활과학 이야기』, 『위대한 발명품이 나를 울려요』 들을 썼습니다.
책정보 및 내용요약
국내 어린이문학의 이론서나 비평서도 활발하게 나오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일본 어린이문학 이론서를 소개하는 일이 조금은 낯설어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린이문학을 연구하는 국내 학자라면 자연스럽게 일본 어린이문학을 깊이 있게 연구하게 된다. 그 이유는 우리 나라의 어린이문학이 과거 일본 어린이문학과 여러 가지 점에서 닮아 있기 때문이다. 우에노 료가 『현대 어린이문학』에서 지적하는 일본 어린이문학의 문제는 사실 우리 나라 어린이문학의 문제이며 과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린이문학을 깊이 있게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일본에서 가장 권위 있는 비평가 중에 한 사람인 우에노 료의 『현대 어린이문학』 출간을 당연한 일로 받아들일 것이다.
수십 년 동안 우리 나라 어린이문학을 지배해 온 담론은 어린이를 순수하고 무구한 천사라고 보는 ”동심주의”와 어린이를 미성숙한 존재로 보고 도덕적·교육적 입장에서 이야기를 제공하려는 ”교훈주의”였다. 일본 또한 1959년 후루타 다루히의 {현대 어린이문학론}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동심주의”와 ”교훈주의”가 아무런 비판 없이 받아들여졌다. 이러한 사실만 보더라도 우리 나라의 어린이문학이 일본 어린이문학과 얼마나 유사한 과정을 거치고 있는지를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일본 어린이문학을 통해 우리 나라 어린이문학을 되돌아보고 현대 어린이문학의 과제가 무엇인지를 살펴보기 위해서 출간되었다.
이 책은 쉽고 간결한 문장 때문이기도 하지만 언급한 대부분의 작품들이 국내에 이미 번역되어 있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이제 막 어린이문학에 첫발을 내딛는 입문자들에게도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수십 년 동안 우리 나라 어린이문학을 지배해 온 담론은 어린이를 순수하고 무구한 천사라고 보는 ”동심주의”와 어린이를 미성숙한 존재로 보고 도덕적·교육적 입장에서 이야기를 제공하려는 ”교훈주의”였다. 일본 또한 1959년 후루타 다루히의 {현대 어린이문학론}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동심주의”와 ”교훈주의”가 아무런 비판 없이 받아들여졌다. 이러한 사실만 보더라도 우리 나라의 어린이문학이 일본 어린이문학과 얼마나 유사한 과정을 거치고 있는지를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일본 어린이문학을 통해 우리 나라 어린이문학을 되돌아보고 현대 어린이문학의 과제가 무엇인지를 살펴보기 위해서 출간되었다.
이 책은 쉽고 간결한 문장 때문이기도 하지만 언급한 대부분의 작품들이 국내에 이미 번역되어 있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이제 막 어린이문학에 첫발을 내딛는 입문자들에게도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목차
머리말
- 어린이에게 어른이란 무엇인가
1장
- 어린이문학 속의 '일상 세계'
- 부모와 아이의 모습 -야마나카 히사시 <<내가 나인 것>>의 경우
- 모험으로서의 가출 -E. L. 코닉스버그의 <<클로디아의 비밀>>을 중심으로
- 두 이야기의 차이 -<<위니 더 푸우>>와 <<빨간새>>의 경우
2장
- 어린이문학 속의 '신비한 세계'-하나
- 발견을 위한 '통로' - 필리파 피어스의 <<한밤중 톰의 정원에서>>를 중심으로
- 장대한 공상의 나라 -C. S. 루이스의 '나니아 나라 이야기'를 중심으로
3장
- 어린이문학 속의 '신비한 세계'-둘
- 새로운 마녀의 세계 -메리 노튼의 '마녀 이야기'를 중심으로
- 새로운 소인의 탄생 -메리 노튼의 '소인 이야기'를 중심으로
- 일본에서 태어난 소인들 -사토 사토루와 이누이 도미코의 '소인 이야기'를 중심으로
- 전쟁과 어린이문학 -나가사키 겐노스케 <<멍청이의 별>>의 경우
4장
- 어린이문학 속의 '이상한 세계'
5장
- 어린이문학이란 무엇인가
맺음말
- '한눈파는 즐거움'
- 어린이에게 어른이란 무엇인가
1장
- 어린이문학 속의 '일상 세계'
- 부모와 아이의 모습 -야마나카 히사시 <<내가 나인 것>>의 경우
- 모험으로서의 가출 -E. L. 코닉스버그의 <<클로디아의 비밀>>을 중심으로
- 두 이야기의 차이 -<<위니 더 푸우>>와 <<빨간새>>의 경우
2장
- 어린이문학 속의 '신비한 세계'-하나
- 발견을 위한 '통로' - 필리파 피어스의 <<한밤중 톰의 정원에서>>를 중심으로
- 장대한 공상의 나라 -C. S. 루이스의 '나니아 나라 이야기'를 중심으로
3장
- 어린이문학 속의 '신비한 세계'-둘
- 새로운 마녀의 세계 -메리 노튼의 '마녀 이야기'를 중심으로
- 새로운 소인의 탄생 -메리 노튼의 '소인 이야기'를 중심으로
- 일본에서 태어난 소인들 -사토 사토루와 이누이 도미코의 '소인 이야기'를 중심으로
- 전쟁과 어린이문학 -나가사키 겐노스케 <<멍청이의 별>>의 경우
4장
- 어린이문학 속의 '이상한 세계'
5장
- 어린이문학이란 무엇인가
맺음말
- '한눈파는 즐거움'
편집자 추천글
어린이문학 속의 일상 세계 어른들은 어린이를 변화·발전하지 않는 고정된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 또한 자기의 경험만을 절대시하여 아이들에게 강요하기도 한다. 그리고 자신들이 어릴 적 읽었던 책만을 명작이라고 강요하며 아이들에게 읽을 것을 강요한다. 하지만 현대의 어린이는 과거의 어린이들과는 다르다. 어린이문학의 명작 또는 고전으로 정착된 작품들은 그 당시의 어린이관이나 어린이상의 표현일 뿐 제아무리 뛰어난 작품이라 하더라도 현대 어린이의 문제를 대변하지는 못한다. 과거에는 그려진 적이 없는 어린이가 현대에는 끊임없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야마나카 히사시의 『내가 나인 것』과 코닉스버그의 『클로디아의 비밀』은 어린이들의 가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물론 어른들 입장에서 가출은 용서받지 못할 행위임에 틀림없다. 또한 교육적인 잣대로 이 작품들을 평가하면 비교육적인 작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어린이는 과거의 어린이들과는 다르다. 두 작품 속에 나타난 어린이들의 가출은 단순히 어른들에게 반항을 하기 위한 방법으로 가출을 선택한 게 아니다. 비록 어른들의 이해 범위를 넘는 가출이라는 것을 선택하기는 했지만 어린이들은 가출을 통해 자기 존재를 확인해 나가는 성숙한 인간의 모습으로 성장해 나간다. 사실 가출 한번 꿈꾸지 않고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은 아마도 거의 없을 것이다. 과거의 어린이문학 작품 속에서는 어린이의 가출 이야기를 담지 못했다.
고전적인 명작만을 어린이 책이라고 생각하는 어른들은 과거의 틀 속에서 만들어진 어린이상에 현대의 어린이를 억지로 끼워 넣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시대 상황의 변화는 어른들만 느낄 수 있으며, 어린이는 변화하지 않는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어린이도 어른과 똑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작가 우에노 료는 이제 더 이상 '선도'라는 이름으로 어린이 책에서 어린이가 공상하는 기쁨을 억누르고, '교훈성'과 '착한 아이 지상주의'로 어린이문학의 간극을 메워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어린이문학 속의 신비한 세계 어린이문학 속의 최대의 기쁨과 즐거움은 '신비한 세계'이며 '공상의 세계'일 것이다. 어린이 독자들은 항상 일상 생활에서 탈출하기를 꿈꾼다. 또한 미지의 것에 대한 발견과 모험 여행에 대한 기대로 가슴이 설렌다. 마법의 램프나 하늘을 나는 융단에 어린이가 매료되는 것은 현실 도피의 표현이 아니다. 오히려 일상 세계에 대한 무한한 기대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에서도 공상 이야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24년에 미야자와 겐지의 『주문 많은 음식점』이 출판되었고, 니이미 난키치의 『꽃처마 마을과 도둑들』이 1943년에 출판되었다. 하지만 이 두 작품은 그때 일본 어린이문학의 흐름에서 벗어나 있었다. 이후로 일본 어린이문학에서 공상 이야기의 기념비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사토 사토루의 『아무도 모르는 작은 나라』와 이누이 도미코의 『나무 그늘 집의 소인들』이 출판되기까지는 16년이라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그 이유는 오가와 미메이로 대표되는 '동심주의' 때문이었다. 오가와 미메이가 일관되게 그린 것은 어린이의 현실이 아니었다. 오가와 미메이는 시종일관 자기 내부의 '미의식'에 갖가지 수사를 덧붙이는 작업으로 어린이문학을 완성시켜 나갔다.
이렇게 어른의 내면에 있는 관념의 형상화 작업은 결국 어린이문학을 단편 문학 중심으로 전락시키고 말았다. 공상 이야기는 결코 단편으로 해결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게다가 이러한 발상의 시비를 가리지도 못한 채 일본은 태양전쟁 이후의 '전후 민주주의'시대를 맞이했다. 그리고 일본의 어린이문학은 패전을 계기로 '민주주의'라는 이념이 어린이문학의 최대 담론으로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문학 담론은 결국 인간의 문제를 그려야 할 문학이 관념과 이념을 포교하는 도구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어린이가 자유를 맛보고 공상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신비한 세계' 따위는 어림도 없는 말이었다.
우에노 료는 이렇게 공상의 기쁨을 무시한 전후 일본 어린이문학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을 가한다. 어린이문학 속의 이상한 세계 장 코의 『우리 마을』이라는 작품을 보면 '이상하다'는 말이 절로 튀어나올 것이다. 주인공 판탈롱은 부모도 없으면서 지극히 우아하게 살고 있으며 공부도 하지 않는다. 게다가 어른처럼 총을 메고 사냥을 하는가 하면 힘 겨루기로 대통령상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들 입장에서 이런 세계는 '이상한 세계'라기보다는 '재미있는 세계'에 가깝다. 언뜻 '진지해 보이지 않는' 이런 어린이문학 속의 '이상한 세계'는 사실 '진지함'이라는 이름으로 인간을 한정하고 억압하는 것에 대한 강렬한 비판이 숨쉬고 있다. 만약 인간이 평소에 익숙한 세계만을 온전한 세계라고 생각하고 갖가지 규칙 속에 사는 것만을 유일한 삶의 방식이라고 생각한다면 이 세계가 얼마나 좁고 어두워질까? 또한 이런 사고 방식만을 '올바른 자세', '성실한 삶의 자세'라고 아이들에게 강요한다면 이 세상은 어떻게 될까? 이런 세상만이 유일한 세상으로 알고 자란 아이들이 부모 세대가 되었을 때 아마도 그 세계는 인간이 상상하는 것 자체를 범죄로 여길지도 모른다.
우에노 료는 어린이문학 속의 '이상한 세계'는 단순히 '이상한 세계'만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오히려 인간의 상상력과 가능성을 열어주는 새로운 세계일 것이라고 말한다. 어린이문학이란 무엇인가? '한눈파는 즐거움'을 모르고 사는 인생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세상에는 책을 읽는 것을 뭔가 신성한 의식쯤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독서의 즐거움'이란 원래 성실한 인간에 대한 '한눈팔기의 권유'가 아닐까? 안타깝게도 현대는 '한눈팔기의 사상'보다 '근면 성실의 사상'이 활개치는 시대이며, 인간을 비좁은 상자 속에 틀어넣고 그것을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시대이다. 왜 우리는 지칠 대로 지친 어른들의 세계로 그토록 어린이들을 끌어들이려 하는 것일까. 인생에서 '한눈파는 즐거움'을 한 권의 책을 통해 어린이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그렇게 나쁜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우리 나라도 일본도 이런 즐거움과 기쁨을 수십 년 동안 억눌러 왔다.
작가 우에노 료는 어린이문학을 쓰는 일은 무엇보다 두근두근 가슴이 설레는 독자적인 세계를 창조해 내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있을 수 없는 세계'의 '있을 수 없는 일'을 '있을지도 모르는 세계'의 '있을 법한 일'로 그리는 것이라는 말한다. 또한 어른들의 뿌리 깊은 고정관념을 무너뜨리고 어린이문학을 인간의 문학으로 바꾸어 놓는 것이 진정한 현대 어린이문학의 과제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성실' '진지' '착한 아이'로 점철되었던 지난날의 어린이문학을 '재미'와 '즐거움'과 '상상력'이 꽃을 피우는 신명나는 세계로 바꾸어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야마나카 히사시의 『내가 나인 것』과 코닉스버그의 『클로디아의 비밀』은 어린이들의 가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물론 어른들 입장에서 가출은 용서받지 못할 행위임에 틀림없다. 또한 교육적인 잣대로 이 작품들을 평가하면 비교육적인 작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어린이는 과거의 어린이들과는 다르다. 두 작품 속에 나타난 어린이들의 가출은 단순히 어른들에게 반항을 하기 위한 방법으로 가출을 선택한 게 아니다. 비록 어른들의 이해 범위를 넘는 가출이라는 것을 선택하기는 했지만 어린이들은 가출을 통해 자기 존재를 확인해 나가는 성숙한 인간의 모습으로 성장해 나간다. 사실 가출 한번 꿈꾸지 않고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은 아마도 거의 없을 것이다. 과거의 어린이문학 작품 속에서는 어린이의 가출 이야기를 담지 못했다.
고전적인 명작만을 어린이 책이라고 생각하는 어른들은 과거의 틀 속에서 만들어진 어린이상에 현대의 어린이를 억지로 끼워 넣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시대 상황의 변화는 어른들만 느낄 수 있으며, 어린이는 변화하지 않는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어린이도 어른과 똑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작가 우에노 료는 이제 더 이상 '선도'라는 이름으로 어린이 책에서 어린이가 공상하는 기쁨을 억누르고, '교훈성'과 '착한 아이 지상주의'로 어린이문학의 간극을 메워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어린이문학 속의 신비한 세계 어린이문학 속의 최대의 기쁨과 즐거움은 '신비한 세계'이며 '공상의 세계'일 것이다. 어린이 독자들은 항상 일상 생활에서 탈출하기를 꿈꾼다. 또한 미지의 것에 대한 발견과 모험 여행에 대한 기대로 가슴이 설렌다. 마법의 램프나 하늘을 나는 융단에 어린이가 매료되는 것은 현실 도피의 표현이 아니다. 오히려 일상 세계에 대한 무한한 기대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에서도 공상 이야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24년에 미야자와 겐지의 『주문 많은 음식점』이 출판되었고, 니이미 난키치의 『꽃처마 마을과 도둑들』이 1943년에 출판되었다. 하지만 이 두 작품은 그때 일본 어린이문학의 흐름에서 벗어나 있었다. 이후로 일본 어린이문학에서 공상 이야기의 기념비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사토 사토루의 『아무도 모르는 작은 나라』와 이누이 도미코의 『나무 그늘 집의 소인들』이 출판되기까지는 16년이라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그 이유는 오가와 미메이로 대표되는 '동심주의' 때문이었다. 오가와 미메이가 일관되게 그린 것은 어린이의 현실이 아니었다. 오가와 미메이는 시종일관 자기 내부의 '미의식'에 갖가지 수사를 덧붙이는 작업으로 어린이문학을 완성시켜 나갔다.
이렇게 어른의 내면에 있는 관념의 형상화 작업은 결국 어린이문학을 단편 문학 중심으로 전락시키고 말았다. 공상 이야기는 결코 단편으로 해결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게다가 이러한 발상의 시비를 가리지도 못한 채 일본은 태양전쟁 이후의 '전후 민주주의'시대를 맞이했다. 그리고 일본의 어린이문학은 패전을 계기로 '민주주의'라는 이념이 어린이문학의 최대 담론으로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문학 담론은 결국 인간의 문제를 그려야 할 문학이 관념과 이념을 포교하는 도구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어린이가 자유를 맛보고 공상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신비한 세계' 따위는 어림도 없는 말이었다.
우에노 료는 이렇게 공상의 기쁨을 무시한 전후 일본 어린이문학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을 가한다. 어린이문학 속의 이상한 세계 장 코의 『우리 마을』이라는 작품을 보면 '이상하다'는 말이 절로 튀어나올 것이다. 주인공 판탈롱은 부모도 없으면서 지극히 우아하게 살고 있으며 공부도 하지 않는다. 게다가 어른처럼 총을 메고 사냥을 하는가 하면 힘 겨루기로 대통령상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들 입장에서 이런 세계는 '이상한 세계'라기보다는 '재미있는 세계'에 가깝다. 언뜻 '진지해 보이지 않는' 이런 어린이문학 속의 '이상한 세계'는 사실 '진지함'이라는 이름으로 인간을 한정하고 억압하는 것에 대한 강렬한 비판이 숨쉬고 있다. 만약 인간이 평소에 익숙한 세계만을 온전한 세계라고 생각하고 갖가지 규칙 속에 사는 것만을 유일한 삶의 방식이라고 생각한다면 이 세계가 얼마나 좁고 어두워질까? 또한 이런 사고 방식만을 '올바른 자세', '성실한 삶의 자세'라고 아이들에게 강요한다면 이 세상은 어떻게 될까? 이런 세상만이 유일한 세상으로 알고 자란 아이들이 부모 세대가 되었을 때 아마도 그 세계는 인간이 상상하는 것 자체를 범죄로 여길지도 모른다.
우에노 료는 어린이문학 속의 '이상한 세계'는 단순히 '이상한 세계'만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오히려 인간의 상상력과 가능성을 열어주는 새로운 세계일 것이라고 말한다. 어린이문학이란 무엇인가? '한눈파는 즐거움'을 모르고 사는 인생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세상에는 책을 읽는 것을 뭔가 신성한 의식쯤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독서의 즐거움'이란 원래 성실한 인간에 대한 '한눈팔기의 권유'가 아닐까? 안타깝게도 현대는 '한눈팔기의 사상'보다 '근면 성실의 사상'이 활개치는 시대이며, 인간을 비좁은 상자 속에 틀어넣고 그것을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시대이다. 왜 우리는 지칠 대로 지친 어른들의 세계로 그토록 어린이들을 끌어들이려 하는 것일까. 인생에서 '한눈파는 즐거움'을 한 권의 책을 통해 어린이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그렇게 나쁜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우리 나라도 일본도 이런 즐거움과 기쁨을 수십 년 동안 억눌러 왔다.
작가 우에노 료는 어린이문학을 쓰는 일은 무엇보다 두근두근 가슴이 설레는 독자적인 세계를 창조해 내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있을 수 없는 세계'의 '있을 수 없는 일'을 '있을지도 모르는 세계'의 '있을 법한 일'로 그리는 것이라는 말한다. 또한 어른들의 뿌리 깊은 고정관념을 무너뜨리고 어린이문학을 인간의 문학으로 바꾸어 놓는 것이 진정한 현대 어린이문학의 과제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성실' '진지' '착한 아이'로 점철되었던 지난날의 어린이문학을 '재미'와 '즐거움'과 '상상력'이 꽃을 피우는 신명나는 세계로 바꾸어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