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테로
- 1538
• 지은이 : 정년철
• 가격 : 7,000원
• 책꼴/쪽수 :
210*148mm, 296쪽
• 펴낸날 : 1999-07-10
• ISBN : 9788971966013
• 십진분류 : 문학 > 문학 (800)
• 태그 : #절판
저자소개
지은이 : 정년철
서울대학교 분자생 물학과와 동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쳤다. 흥분성 신경전달물질에 의한 신경호르몬의 조절 메커니즘 에 대한 연구를 주로 수행했다. 박사과정을 밟다가 현재는 대덕 연구단지에 위치한 삼양제넥스 생명공학연구소에서 주임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그는 바이러스와 유전자를 이용한 암 치료, 즉 사람의 몸에 인위적으로 유전자를 주입하고자 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자신이 우생 학을 주제로 한 SF를 쓴다는 것은 하나의 아이러니라고 고백한다. 저서로는 ”서울대실험실의 월화수목금금금”(공저)이 있다.
그는 바이러스와 유전자를 이용한 암 치료, 즉 사람의 몸에 인위적으로 유전자를 주입하고자 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자신이 우생 학을 주제로 한 SF를 쓴다는 것은 하나의 아이러니라고 고백한다. 저서로는 ”서울대실험실의 월화수목금금금”(공저)이 있다.
책정보 및 내용요약
이 책의 주제인 ”우생학”(eugenics)이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할지 모르지만, 서구에서는 그 뿌리가 매우 깊다. 우생학은 나찌즘으로 대변되는 인종주의와 비슷한 측면을 갖지만, ”진화”라는 과학 법칙을 토대로 인간 진화에 대한 ”과학적 통제”를 주장한다는 점에서 ”폭력적 통제”를 주장하는 인종주의와는 차이를 보인다. 사실, ”과학을 통한 사회적 통제”라는 컨셉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 컨셉은 『위대한 신세계』(The Brave World) 이후 고전적 SF의 핵심 주제로 자리잡아 왔다. 대부분의 SF가 한순간의 흥미진진한 이야깃거리에 머물고 있는 것과는 달리, 고전적 SF는 과학과 사회, 과학과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에까지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목차
프롤로그
1. 임페투스, 최초의 힘
2. 제2세포기
3. 분열
4. 짝짓기
5. 변이
6. 정신요양원
7. 역치
8. 팽창
9. 동종 번식
10. 파라사이트 1
11. 분화
12. 철학자들의 자생적 과학
13. 생물의 분류에 대하여
14. 파라사이트 2
15. 모든 것은 진화한다
16. 희귀본능
17. 세븐
18. 피식자
19. 포식자
20. 유제닉스
21. 태양의 나라
22. 형이상학자와 과학자
23. 김후명
24. 과학기술이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누구에게 가장 큰 잘못이 있는가
25. 청어 갈매기
에필로그
글을 마치고
1. 임페투스, 최초의 힘
2. 제2세포기
3. 분열
4. 짝짓기
5. 변이
6. 정신요양원
7. 역치
8. 팽창
9. 동종 번식
10. 파라사이트 1
11. 분화
12. 철학자들의 자생적 과학
13. 생물의 분류에 대하여
14. 파라사이트 2
15. 모든 것은 진화한다
16. 희귀본능
17. 세븐
18. 피식자
19. 포식자
20. 유제닉스
21. 태양의 나라
22. 형이상학자와 과학자
23. 김후명
24. 과학기술이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누구에게 가장 큰 잘못이 있는가
25. 청어 갈매기
에필로그
글을 마치고
편집자 추천글
이 책의 주제인 ”우생학”(eugenics)이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할지 모르지만, 서구에서는 그 뿌리가 매우 깊다. 우생학은 나찌즘으로 대변되는 인종주의와 비슷한 측면을 갖지만, ”진화”라는 과학 법칙을 토대로 인간 진화에 대한 ”과학적 통제”를 주장한다는 점에서 ”폭력적 통제”를 주장하는 인종주의와는 차이를 보인다.
사실, ”과학을 통한 사회적 통제”라는 컨셉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 컨셉은 『위대한 신세계』(The Brave World) 이후 고전적 SF의 핵심 주제로 자리잡아 왔다. 대부분의 SF가 한순간의 흥미 진진한 이야깃거리에 머물고 있는 것과는 달리, 고전적 SF는 과학과 사회, 과학과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에까지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이 사회적으로 인식적 특권을 누리고 있고, 과학의 힘이 더욱 커지고 있는 현실을 고려했을 때 과학에 의한 사회적 통제의 컨셉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어느 회사의 모토이기도 한 ”컴퓨터피아”를 보라! 컴퓨터피아란 달리 말하면, 컴퓨터에 의해 통제되는 사회를 뜻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 않는가. 얼마전 우리 사회에서 문제가 되었던 ”전자주민카드”의 도입도 사실은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그리고 돌리의 복제 이후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는 ”유전자조작을 통한 인간복제” 문제는 컴퓨터와는 다른 방식의 통제 가능성을 생각하게 한다.
특히 한국과 같이 규제법이 없는 곳에서 특정 집단에 의해 인간복제가 추진되고 있다는 사실은 그러한 가능성을 더욱 설득력 있게 만든다. 기술적으로 봤을 때 유전적 통제의 가능성은 한층 커지고 있다. 유전자 조작 식품이 일상적으로 우리의 식탁위에 올라오는 것을 생각해보라. 그리고 게놈프로젝트가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보라. 이런 가능성을 우생학과 연결시키면 우리는 무엇을 상상할 수 있을까? 이 책, ”헤테로”의 출발점은 바로 이 지점이다.
하지만 이 책이 단순히 상상에 그치고 있지는 않다. 그것은 이 책이 미래가 아닌 과거로 눈을 돌려 우생학의 뿌리를 추적하고 그것이 현재로 이어지는 고리를 찾고 있다는 것에서도 잘 알 수 있다. 인간을 대상으로한 우생 학자들의 실험은 미래 어느 시점에 있음직한 이야기가 아니라, 과거부터 있어 왔고, 현재에도 진행중인 이야기인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의 경고는 다가올 것에 대한 것이 아니라 현재진행되고 있는 것이라는 점에서 강력하다.
우생학이 바이오텍 산업의 그림자일 수 있다는 저자의 생각은 그가 바로 바이오텍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과학자라는 사실을 넘어, 현실적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갖는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은 분자생물학과 바이오텍 산업의 현재적 위험성에 눈을 돌려야 함을 강력하게 시사하고 있다. 과학은 과연 인류에게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인가? 아니면 암울한 미래를 결과할 것인가? 이 책에서 고민해보고자 하는 또다른 문제의식이다.
가령, 로빈 쿡 등의 의학 스릴러가 개인적인 문제에 주목하고 있다면, ”헤테로”의 문제의식은 개인을 포함한 사회전체적인 것이다. 그래서 사건의 전개도 개인사적인 것에 머물기보다는 사회와 역사 속에서 우생학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다양한 사건들을 중심으로하여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점에서 굳이 따지자면 한국 SF 중에서 ”로그인”과 유사한 면을 갖는다. 하지만 구체성과 논리적 체계성, 사건 전개의 속도, 흥미성 등에서 ”로그인”을 능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고전적 SF의 맥을 잊고 있다고 할 수 있다.
II. 이 책의 핵심 포인트
1. 과학사에 기초한 non-fiction과 fiction의 탄탄한 결합 이 책에 등장하는 프랜시스 갈톤, 찰스 다벤포트, 휘트니 등의 인물과 우생기록보존소(Eugenics Record Office), 미국의 단종법(Sterilization Law), 이민제한법Immigration Restriction Act), 중국의 1994 법률 등은 역사적 실제들이다. 갈톤은 찰스 다윈의 사촌으로서 우생학을 창시한 학자이고 다벤포트는 그 당시 미국 생물학에서 빅 파이브(Big 5)에 꼽히던 생물학자로서 우생기록보존소를 만들었으며, 미국에서 우생학이 사회적으로 확산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리고 휘트니는 GE 실험 전기화학연구소 소장으로 과학사적으로도 유명한 인물이다. 또한 단종법은 1913년에 미국 13개 주에서 시행되어, 선천적인 정신질환자들에게 시술을 한 바 있다. 캘리포니아 주에서만 약 300명 이 그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 책은 이러한 과학사적 사실들에 기반하여 가상 바이오텍 기업인 팜젠, 스나이드 증후군과 그 치료제인 세븐, 인종주의자들인 개척자 재단과 우생학자인 아서의 갈등 등을 소재로하여 소설적 구조물을 만들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논픽션과 픽션이 거미줄처럼 차여진 새로운 형식의 SF라고 할 수 있다.
2. 미국과 한국, 과거와 현실의 중층적 구조를 통한 한층 높은 사건전개의 긴장감 유지, 이 책의 전개되는 장소는 한국과 미국이다. 한국에서는 서울, 부산, 양평 등이 주요 무대이다. 미국에서는 장소적으로 뿐만 아니라 시간적으로도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고 있다. 공간적으로는 팜젠(가상 기업), 워싱턴 DC, 로스엔젤레스, 존스 홉킨스 대학이 있는 볼티모어 등이 중심무대가 된다. 그리고 우생학 발생과 전개를 중심으로 과거사들이 또다른 한 축을 차지하여 현재의 사건과 연결고리를 맺고 있다. 영국의 캠브리지 대학, 제너럴 일렉트릭사 실험 전기화학연구소, 중국, 네바다 주, 뉴욕 등이 과학사적인 주요 무대들이다. 이 책은 각각의 장소에서, 그리고 과거와 현재에서 개별적으로 전개되던 사건들이 점점 하나의 정점을 향해나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다양하게 전개되는 사건 속에서 일관된 논리적 연관을 마련하였고, 압축의 미를 살려 빠르게 사건들의 전개함으로써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기존의 한국 SF가 가지고 있지 못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3. 현재 바이오텍 산업에서 유전자조작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는 과학자로서, 자신의 고민을 바탕으로 과학자의 일상의 문제를 잘 드러내고 있다. 우리는 흔히 과학자의 일상적 삶보다는 그들의 화려함에 많은 관심을 두곤 한다. 이런점에서 이 책은 반대로 과학자의 일상적인 삶에 초점을 맞춘다. 이 책의 주인공 ”나”는 유전실험실에 근무하는 실장이다. 그는 회의주의자로서 자신의 과학활동을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서구지향의 연구에 매달리고 있다는 점, 상업화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 일상성에 매몰되어 밥벌이를 위해 하루하루 살고 있다는 점, 자신의 연구에만 관심을 둘 뿐 그것의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무관심 하다는 점 등은 현실의 과학자, 특히 3세계 과학자라면 누구라도 느낄 수 있는 문제들이다. 이 책이 과학자들의 일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현실과학에 대한 저자 자신의 곱지 않은 시선을 담고자 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은 자신의 성공을 위한 노력해야만 하는 과학자의 모습을 파라사이트(parasite; 기생생물)로 비유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를 통해 작가는 과학이 사회에 비쳐지는 허상에 문제를 제기하고, 현대사회 속에서 과학이 처한 상황을 드러내 보이고자 하고 있다.
4. 한국 ”정통” SF의 가능성을 한껏 높이고 있다. 진지함은 분명히 장점이지만 상업적으로는 약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진지함을 유지하면서도 흥미를 유발한다는 점에서 기존 한국 SF 가 가졌던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세계적으로 봤을 때, 영화에서뿐만 아니라 문학에서도 SF는 거대한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그리고 SF의 시장의 확대는 과학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했을 때 당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추세에 비춰봤을 때 우리 시장의 협소함은 매우 변칙적인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우리 사회의 정치경제적 상황, 사회 적 분위기, 문화적 풍토 등이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환타지, 추리소설, 의학 스릴러 등 유사 장르의 책들 이 대중적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을 고려했을 때, ”정통” SF가 많지 않다는 것도 중요한 이유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현재에도 SF 매니아들을 중심으로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제대로 된 SF의 부재와 시장의 협소함은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적어도 대중적 관심이 없기 때문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책이 한국 ”정통” SF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도 그 의의가 작지 않다고 할 것이다.
사실, ”과학을 통한 사회적 통제”라는 컨셉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 컨셉은 『위대한 신세계』(The Brave World) 이후 고전적 SF의 핵심 주제로 자리잡아 왔다. 대부분의 SF가 한순간의 흥미 진진한 이야깃거리에 머물고 있는 것과는 달리, 고전적 SF는 과학과 사회, 과학과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에까지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이 사회적으로 인식적 특권을 누리고 있고, 과학의 힘이 더욱 커지고 있는 현실을 고려했을 때 과학에 의한 사회적 통제의 컨셉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어느 회사의 모토이기도 한 ”컴퓨터피아”를 보라! 컴퓨터피아란 달리 말하면, 컴퓨터에 의해 통제되는 사회를 뜻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 않는가. 얼마전 우리 사회에서 문제가 되었던 ”전자주민카드”의 도입도 사실은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그리고 돌리의 복제 이후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는 ”유전자조작을 통한 인간복제” 문제는 컴퓨터와는 다른 방식의 통제 가능성을 생각하게 한다.
특히 한국과 같이 규제법이 없는 곳에서 특정 집단에 의해 인간복제가 추진되고 있다는 사실은 그러한 가능성을 더욱 설득력 있게 만든다. 기술적으로 봤을 때 유전적 통제의 가능성은 한층 커지고 있다. 유전자 조작 식품이 일상적으로 우리의 식탁위에 올라오는 것을 생각해보라. 그리고 게놈프로젝트가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보라. 이런 가능성을 우생학과 연결시키면 우리는 무엇을 상상할 수 있을까? 이 책, ”헤테로”의 출발점은 바로 이 지점이다.
하지만 이 책이 단순히 상상에 그치고 있지는 않다. 그것은 이 책이 미래가 아닌 과거로 눈을 돌려 우생학의 뿌리를 추적하고 그것이 현재로 이어지는 고리를 찾고 있다는 것에서도 잘 알 수 있다. 인간을 대상으로한 우생 학자들의 실험은 미래 어느 시점에 있음직한 이야기가 아니라, 과거부터 있어 왔고, 현재에도 진행중인 이야기인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의 경고는 다가올 것에 대한 것이 아니라 현재진행되고 있는 것이라는 점에서 강력하다.
우생학이 바이오텍 산업의 그림자일 수 있다는 저자의 생각은 그가 바로 바이오텍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과학자라는 사실을 넘어, 현실적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갖는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은 분자생물학과 바이오텍 산업의 현재적 위험성에 눈을 돌려야 함을 강력하게 시사하고 있다. 과학은 과연 인류에게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인가? 아니면 암울한 미래를 결과할 것인가? 이 책에서 고민해보고자 하는 또다른 문제의식이다.
가령, 로빈 쿡 등의 의학 스릴러가 개인적인 문제에 주목하고 있다면, ”헤테로”의 문제의식은 개인을 포함한 사회전체적인 것이다. 그래서 사건의 전개도 개인사적인 것에 머물기보다는 사회와 역사 속에서 우생학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다양한 사건들을 중심으로하여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점에서 굳이 따지자면 한국 SF 중에서 ”로그인”과 유사한 면을 갖는다. 하지만 구체성과 논리적 체계성, 사건 전개의 속도, 흥미성 등에서 ”로그인”을 능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고전적 SF의 맥을 잊고 있다고 할 수 있다.
II. 이 책의 핵심 포인트
1. 과학사에 기초한 non-fiction과 fiction의 탄탄한 결합 이 책에 등장하는 프랜시스 갈톤, 찰스 다벤포트, 휘트니 등의 인물과 우생기록보존소(Eugenics Record Office), 미국의 단종법(Sterilization Law), 이민제한법Immigration Restriction Act), 중국의 1994 법률 등은 역사적 실제들이다. 갈톤은 찰스 다윈의 사촌으로서 우생학을 창시한 학자이고 다벤포트는 그 당시 미국 생물학에서 빅 파이브(Big 5)에 꼽히던 생물학자로서 우생기록보존소를 만들었으며, 미국에서 우생학이 사회적으로 확산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리고 휘트니는 GE 실험 전기화학연구소 소장으로 과학사적으로도 유명한 인물이다. 또한 단종법은 1913년에 미국 13개 주에서 시행되어, 선천적인 정신질환자들에게 시술을 한 바 있다. 캘리포니아 주에서만 약 300명 이 그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 책은 이러한 과학사적 사실들에 기반하여 가상 바이오텍 기업인 팜젠, 스나이드 증후군과 그 치료제인 세븐, 인종주의자들인 개척자 재단과 우생학자인 아서의 갈등 등을 소재로하여 소설적 구조물을 만들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논픽션과 픽션이 거미줄처럼 차여진 새로운 형식의 SF라고 할 수 있다.
2. 미국과 한국, 과거와 현실의 중층적 구조를 통한 한층 높은 사건전개의 긴장감 유지, 이 책의 전개되는 장소는 한국과 미국이다. 한국에서는 서울, 부산, 양평 등이 주요 무대이다. 미국에서는 장소적으로 뿐만 아니라 시간적으로도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고 있다. 공간적으로는 팜젠(가상 기업), 워싱턴 DC, 로스엔젤레스, 존스 홉킨스 대학이 있는 볼티모어 등이 중심무대가 된다. 그리고 우생학 발생과 전개를 중심으로 과거사들이 또다른 한 축을 차지하여 현재의 사건과 연결고리를 맺고 있다. 영국의 캠브리지 대학, 제너럴 일렉트릭사 실험 전기화학연구소, 중국, 네바다 주, 뉴욕 등이 과학사적인 주요 무대들이다. 이 책은 각각의 장소에서, 그리고 과거와 현재에서 개별적으로 전개되던 사건들이 점점 하나의 정점을 향해나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다양하게 전개되는 사건 속에서 일관된 논리적 연관을 마련하였고, 압축의 미를 살려 빠르게 사건들의 전개함으로써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기존의 한국 SF가 가지고 있지 못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3. 현재 바이오텍 산업에서 유전자조작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는 과학자로서, 자신의 고민을 바탕으로 과학자의 일상의 문제를 잘 드러내고 있다. 우리는 흔히 과학자의 일상적 삶보다는 그들의 화려함에 많은 관심을 두곤 한다. 이런점에서 이 책은 반대로 과학자의 일상적인 삶에 초점을 맞춘다. 이 책의 주인공 ”나”는 유전실험실에 근무하는 실장이다. 그는 회의주의자로서 자신의 과학활동을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서구지향의 연구에 매달리고 있다는 점, 상업화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 일상성에 매몰되어 밥벌이를 위해 하루하루 살고 있다는 점, 자신의 연구에만 관심을 둘 뿐 그것의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무관심 하다는 점 등은 현실의 과학자, 특히 3세계 과학자라면 누구라도 느낄 수 있는 문제들이다. 이 책이 과학자들의 일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현실과학에 대한 저자 자신의 곱지 않은 시선을 담고자 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은 자신의 성공을 위한 노력해야만 하는 과학자의 모습을 파라사이트(parasite; 기생생물)로 비유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를 통해 작가는 과학이 사회에 비쳐지는 허상에 문제를 제기하고, 현대사회 속에서 과학이 처한 상황을 드러내 보이고자 하고 있다.
4. 한국 ”정통” SF의 가능성을 한껏 높이고 있다. 진지함은 분명히 장점이지만 상업적으로는 약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진지함을 유지하면서도 흥미를 유발한다는 점에서 기존 한국 SF 가 가졌던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세계적으로 봤을 때, 영화에서뿐만 아니라 문학에서도 SF는 거대한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그리고 SF의 시장의 확대는 과학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했을 때 당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추세에 비춰봤을 때 우리 시장의 협소함은 매우 변칙적인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우리 사회의 정치경제적 상황, 사회 적 분위기, 문화적 풍토 등이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환타지, 추리소설, 의학 스릴러 등 유사 장르의 책들 이 대중적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을 고려했을 때, ”정통” SF가 많지 않다는 것도 중요한 이유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현재에도 SF 매니아들을 중심으로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제대로 된 SF의 부재와 시장의 협소함은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적어도 대중적 관심이 없기 때문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책이 한국 ”정통” SF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도 그 의의가 작지 않다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