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사계절그림책상 수상작 발표

제2회 사계절그림책상 수상작이 결정되었습니다.

대상작 없음

우수상 수상작 2편
조신애 『고양이 엄마의 하루』
양선 『달님과 만든 꿈』


심사위원: 서현(그림책 작가), 송미경(동화작가), 이지은(그림책 작가)
당선자에게는 개별 통보하였고, 우수상 수상작은 2022년 상반기 출간 예정입니다.
사계절그림책상에 응모해 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2회 사계절그림책상 심사평 

올해로 두 번째를 맞은 사계절그림책상 공모에는 총 161편의 작품이 응모되었다. 첫 수상작에 보여 주신 관심과 성원에 감사드리며, 코로나19라는 힘겨운 상황 속에서도 작품을 응모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한 마음으로 심사에 임했다.   
올해 응모작은 콘셉트와 아이디어만으로 밀고 나가는 작품들이 주를 이루었다. 어쩌면 인간의 의지와 무관한 재난을 겪으며 응모자들은 거대 담론이나 내면 성찰보다 찰나의 호흡과 순간의 즐거움에서 위안을 얻고자 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우리는 왜 그림책을 열까?
그림책은 물성의 특성상 표지를 열어야 이야기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그러므로 그림책의 판형이나 시각 표현, 제목은 표지를 열고 싶게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이번 응모작들은 그림책의 물성에 대한 실험이나 고민이 예년에 비해 다소 떨어진 느낌이었다. 또한 다음 장을 넘기고 싶게 만드는 힘이 빠져 있었다. 이것은 이야기의 시작에서 우리에게 외적으로나 내적으로 어떤 하나의 질문을 던져 주는 힘이 약해서일 수 있다. 우리는 뚜렷한 질문이나 기대가 있을 때 답을 궁금히 여기며 마지막 장까지 달려갈 수 있는데 이야기의 시작점에서 그러한 목표가 약할 경우, 그림책의 마지막 장까지 연속적으로 페이지를 넘겨야 하는 이유를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림책의 첫 장은 마지막 장까지 달려가게 할 동력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심사위원들은 그림책을 읽고 덮은 뒤에도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그 의미를 발견하기 위해 책장을 넘기기를 반복하는 일이 많았는데, 이것은 바로 이야기의 목표가 불명확했던 이유가 아니었을까 싶다. 예심에선 완결성에 중점을 두고 심사에 임했다. 이야기의 시작과 중간과 끝이 분명하며 이미지의 완성도가 높은 작품 위주로 간추린 후 다시 본심에 올릴 작품들을 추려 내는 과정을 거쳤다. 심사위원들은 혹시라도 놓친 작품이 있을까 염려하며 모든 작품을 다시 반복해서 살펴보고 본심작을 올렸다. 이렇게 모인 작품은 총 11편이었다.

본심에서는 작품의 완성도 외에 우리의 마음에까지 닿는 작품에 대한 논의를 해 나갔다. 콘셉트가 뚜렷하고 아이디어가 반짝여도 그것이 독자의 마음에 어떤 씨앗을 심지 못한다면 그 이야기는 하나의 정보, 하나의 에피소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심사위원들은 본심작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 목소리가 있는지를 확인하고 싶었다. 한 권의 그림책이 건네는 말들을 세심히 들어 보려고 했다. 그래서 응모작을 한 편씩 들고 천천히 책장을 넘기며 그림을 살피고 소리를 내서 낭독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소한 장점이나 결함을 발견하기 위해서가 아닌 한 권의 그림책이 가진 물리적인 힘을 느끼기 위해서였다. 시각 이미지와 서사가 일관성 있게 전하는 말의 의미와 어조, 분위기 등을 통해 한 권의 그림책이 우리를 관통한 뒤에 남는 정서를 몸으로 경험해 볼 수 있었다.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심사위원들은 총 11편의 본심작 중 5편을 최종심에 올렸다.

『반짝반짝 빛나는』은 시적인 문장과 간결한 그래픽이 시선을 당기는 작품이다. 깜깜한 밤부터 아침 해가 떠오르기까지 자연의 순간들을 표현한 장면들이 아름다웠다. 그림책의 화면이 점점 작아지며 노란 이미지를 연속성 있게 배치하였는데 이야기를 관통하는 정서가 약하다 보니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그림책의 물성을 활용한 책의 구조가 오히려 작품 감상을 방해하는 산만한 요소가 되었다. 책의 구조는 클라이맥스를 표현할 공간을 작게 만들었고, 작가가 설정한 노란 이미지가 직관적으로 전달되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찾았다! 구름방울』은 구름의 일상을 숨바꼭질이라는 놀이로 표현한 점도 흥미롭고, 회화적인 선과 터치로 표현된 구름 캐릭터도 사랑스럽다. 엄마 구름과 아이 구름의 관계와 전체적인 작화의 흐름도 안정적이다. 이미 완성된 한 권의 그림책을 보는 듯했다. 그러나 그림체의 매력에 비해 이야기가 평이하고, 비슷한 소재의 다른 그림책들과 견주었을 때 이 작품만의 차별점을 찾기가 어려웠다. 서사나 화면 구성에서 조금 더 낯선 시도를 해 보아도 좋을 것이다.   

『여름꽃』은 여름 풍경을 시원하고 맑게 표현한 작품이다. 비를 여름꽃이라 설정하고 진행되는 이야기가 소박하고, 문장의 리듬감이 좋아서 반복해서 읽는 즐거움을 더한다. 눈에 보이는 장면을 억지로 장식하거나 감상으로 빠지게 하지 않고 간결하게 표현한 점도 좋다. 하지만 그림책은 결국 그림의 힘을 지나칠 수 없다. 글에 비해 그림의 완성도가 부족하고 각 장마다 그림의 편차가 컸다. 그림의 완성도를 높이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고양이 엄마의 하루』는 이야기를 굉장히 세밀하게 그림으로 꾸린 솜씨가 돋보인다. 집 내부를 방마다 프레임을 나누어 보여 주는 작가의 디테일한 표현이 빛나며, 이야기를 일관성 있게 끌고 가는 힘도 좋다. 이 작품은 글 없이 그림만으로 고양이 엄마가 아기를 양육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 내어 오랫동안 시선을 붙잡아 두는 작품이다. 고양이 엄마의 양육 과정이 강조되고 병풍책 형식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지만, 엄마의 삶을 그리는 작가의 화법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무엇보다 오랜 시간 마음과 수고를 쏟아 만든 작업의 밀도와 작가의 삶에서 끌어올린 진정성이 드러났다.

『달님과 만든 꿈』은 잠자리에서 악몽을 꾸는 아이가 달님을 만나고 두려움의 대상과 친밀해져 가는 과정을 다룬다. 보통은 두려운 대상과 겨루는 이야기가 많은데, 이 작품은 그 대상을 초대하고 관계를 맺어 가는 과정을 잔잔하고도 따뜻하게 그려 낸 점이 눈에 띈다. 또한 판타지 공간으로 들어가는 문을 베개로 설정하여 이야기에 부드럽게 빠져들게 만든다. 마치 책장을 덮은 후엔 스르륵 깊은 잠에 빠질 것 같은 포근한 베갯머리 그림책이다. 빈티지한 그림체가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글 없이 고요히 진행되는 이야기는 여운을 남긴다. 화면 구성이나 연출에서 부드럽게 흘러가는 듯한 이 작품은 아동의 내면에 숨어 있는 근원적인 공포를 섬세하게 잘 풀어냈다. 

최종심에 오른 작품 중 당선작을 선정하는 과정이 매우 어려웠다. 많은 고심과 논의와 수렴 끝에 대상작을 뽑지 않기로 결정했다. 심사위원 세 사람은 창작자를 응원하는 그림책상 본래의 역할을 고려하고 이 작품들이 가진 각각의 매력과 진정성을 생각하여, 올해는 대상작 대신 우수상 2편을 뽑기로 하였다. 어려운 시기를 이겨 내며 자신만의 호흡으로 작품을 창작해 낸 응모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우수상 수상작 2편은 『고양이 엄마의 하루』『달님과 만든 꿈』이다.
올해 두 편의 수상작은 모두 글 없는 그림책이다. 우리는 처음 이 작품들을 살펴볼 때 이 두 권의 그림책에 글이 없다는 것을 특별히 인식하지 못했다. 그만큼 자연스럽게 서사를 진행해 가고 화면 안에 보이지 않는 언어가 녹아 있다는 의미일지도 모르겠다. 길고 긴 문장으로도 결국 우리에게 무슨 이야기를 전하는 것인지 혼란스럽게 하는 작품도 있는가 하면, 이렇게 그림만으로 자신만의 목소리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품도 있다. 
두 작품은 인물과 사건과 배경이 분명하며 심리적 욕구가 분명하고 주어진 사건을 대하는 행동 또한 분명하다. 책장을 덮는 순간까지 하나의 감정을 잘 공글리는 힘이 있다. 좋은 이야기는 다양한 방식으로 존재하지만 감정을 전달하는 데까지 이르는 그림책은 드물다. 이 두 그림책은 개성 있는 목소리로, 작가만의 그림 언어로 글에 의지하지 않고 이야기로 감정을 전달하였다.   

그림책으로 자기의 목소리와 호흡을 전해 준 응모자 전원에게 감사드린다. 

서현, 송미경, 이지은(제2회 사계절그림책상 심사위원)
-대표 집필 송미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