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 노음초등학교 어린이들과 함께한 <우당탕탕 교실 라이브>

울진 노음초등학교 어린이들과 황지영 작가님이 함께한
<우당탕탕 교실 라이브>



아이들과 책을 고르고 같이 읽고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다가 우리가 함께 읽었던 책을 쓴 작가를 우리 학교에 초대해서 직접 만나기라도 하면 아이들이 느끼는 감동은 그 이전과 완전히 달라진다. 종이에 쓰인 재미있는 이야기를 넘어서서 그 이야기를 창조해 낸 사람을 직접 만나는 것이다. 작가는 들려준다.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숨은 또 다른 재미있는 이야기, 지어낸 거겠지, 하고 의심하던 것들에 대한 진짜 이야기, 듣고 보면 책 속의 이야기는 다름 아닌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이야기이고 바로 우리 이야기다. 그래서 작가를 만나고 나면 책 속의 인물과 사건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마치 그 사람을 내가 알고 있으니 우리는 아주 잘 아는 가까운 사이가 된 것처럼. 가끔은 그런 마음이 친구와 이웃에게도 퍼져서 사람들을 이해하고 공감하려는 마음이 훨씬 커져 있음을 발견 하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해마다 어떻게든 학교 예산을 확보해서 아이들이 책을 읽는 데 그치지 않고 꼭 작가를 만날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하려고 애썼다.

올해는 상황이 달라졌다. 모두가 그랬을 것이다. 예산이 문제가 아니라 아이들의 등교조차도 불투명한 채 봄을 보내고 여름을 맞이했다. 다행히 우리 지역은 아직 코로나19 확진자가 생기지 않았고 학생 수도 적은 학교여서 등교가 결정되고 난 뒤 전교생이 모두 안전하게 학교에 나오게 되었다. 하지만 작가와의 만남은 고사하고 책 읽어 주기도 조심스러웠다. 전처럼 적극적인 소통과 활동을 할 수는 없었지만,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며 책 읽기 활동은 조심스럽게 꾸준히 이어 나갔다.

그때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사계절출판사에서 교실 라이브를 해 보자고 제안했다. 교실에서 온라인으로 작가를 실시간으로 만난다? 그게 과연 실제로 만나는 것만큼 의미가 있을까? 게다가 나는 1학년을 맡고 있어서 더욱 걱정이 되었다. 1학년 아이들이 TV를 보면서 수업 시간 내내 집중해서 들을 수 있을까? 하지만 한번 해 보고 싶었다. 지금은 아이들이 등교를 하지만 언제 상황이 바뀌어 등교를 못 하게 될지도 모르고, 걱정이 된다고 해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무엇보다 궁금했다. 교실 라이브, 정말 어떨까?

우리가 교실 라이브로 만날 작가는 『도개울이 어때서!』의 황지영 작가였다. 『도개울이 어때서!』는 메밀묵을 좋아하는 수아가 도개울이라는 씩씩하고 재미있는 친구를 만나면서 생긴 일들을 그린 작품이다. 자기에 대해 당당하게 말할 줄 아는 모습이 통합교과의 주제 ‘나’와 잘 어울렸다. 아이들이 도개울처럼 자기를 긍정하고 그만큼 다른 사람의 개성도 인정하며 서로를 존중할 수 있는 태도의 밑거름으로 삼기에 참 좋은 책이었다.

교실 라이브를 준비하면서 가장 신경 쓴 것은 한 시간가량의 작가 강연(?)을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자기 이야기처럼 들을 수 있을까 하는 부분이었다. 비록 직접 만나지는 못하지만 작가 역시 어떤 아이들을 만나는지 미리 알게 되면 훨씬 더 좋지 않을까 싶어서 우리의 독후 활동지를 먼저 보내 드렸다. 책의 표지를 복사해서 제목 글자와 그림은 지우고 <◯◯◯이 어때서>라는 활동지 를 만들어 자기 자신의 얼굴과 특징을 적게 한 것이다. “◯◯◯이 어때서! 난 얼마 전에 친구한테 수학도 가르쳐 줬고 장난감도 양보했다.” “내 친구가 어때서! 공부는 좀 못하지만 그림은 아주 잘 그린다.” 다양하고 개성 있는 활동지가 완성되었다. 작가에게 하고 싶은 질문도 만들어 질문자의 이름을 써서 보내드 렸다. 질문을 직접 할 수 있으면 더 재미있겠지만 저학년이라 바로 잘 나올 것 같지 않고, 작가가 아이들에게 들려줄 내용을 정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 같아서였다. 무엇보다 이름을 직접 불러 주시면 아이들이 귀를 쫑긋하며 들을 것 같았다. 아이들이 궁금해한 질문은 아이가 있냐, 어디 사느냐, 혹시 강아지를 키우냐는 개인 신상에 관한 것이었다. 실제로 만나진 못하니 아마도 진짜 우리와 같은 사람이냐는 궁금함이었던 듯하다. 책에 관해 궁금한 것, 작 가라는 직업에 관해 궁금한 것을 묻는 질문도 많았다. 그렇게 만든 이십여 개의 질문을 보내드렸다. 이런 준비를 하면서도 아이들이 과연 온라인으로 작가를 만나는 것에 대해 실감하고 있을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기대에 찬 말을 많이 해 주었다. 특히 시스템을 점검하느라 화면을 켜 놓고 출판사와 연결하고 있는데 누가 그 모습을 보고 작가님이 나왔다며 친구들을 불러 와서 TV 앞에 몰려들기도 하고, 누구를 만나는 건지 이름도 기억하고 있었다. 어쩌다 아이들이 화면에 비쳐 사계절출판사 관계자가 “이름이 뭐예요?” “안녕?” 하면서 말을 걸어 주니 그것도 신기한지 빨리 만나게 해 달라고 하기도 했다. 




드디어 만났다. 아이들을 향한 카메라를 한 대 두고 우리는 TV 화면을 통해 작가님을 만났다. 작가님이 있는 곳과 아이들이 있는 교실이 화면에 동시에 떠 있었다. 자기들의 모습이 나온 것이 너무 신기했는지 아이들은 기가 막힐 정도로 집중하며 화면을 쳐다 봤다. EBS처럼 일방향이 아니라 더욱 그랬던 것 같다. 먼저 작가님이 자기소개를 하고 아이들이 보낸 질문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이어 가셨다. 새로운 주제를 말할 때마다 “누가 한 질문인데…” 하며 질문한 아이의 이름을 불러 주셨다. 그러면 그 아이가 손을 흔들어 주었다. 나중에 소감에도 나왔지만 작가님이 자기 이름을 불러 주는 것이 너무 신기하고 좋았다고 한다. 다른 아이들 역시 자기 이름뿐 아니라 친구들 이름이 나오고 우리가 수업 시간에 직접 만들었던 질문에 대해서 말씀을 해 주시니 귀에 쏙쏙 들 어왔다고 한다. 활동지를 화면에 띄우고 이야기를 나눌 때는 아이들 쪽으로 카메라를 가까이 들고 가서 줌인을 했더니 아이들의 반응이 더 좋았다. 자기를 비추면 부끄러워서 어쩔 줄 모르는 데 친구를 비추면 그 뒤에 서서 브이자를 하고 춤까지 췄다.


파주출판단지 내 사계절출판사. 자신이 작성한 활동지를 작가님이 읽어 줄 때마다, 아이들은 무척 신기해했다.


울진 노음초등학교 교실. 아이들은 기가 막힐 정도로 집중한 채 텔레비전 화면을 보았다.


직접 만나지 못하는 대신, 어린이들에게 생동감을 주기 위해 황지영 작가님이 직접 만드신 개울이와 수아 종이인형.

준비한 내용이 모두 끝나고 다시 질문하는 시간을 가져 보았다. 일일이 질문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 미리 질문지를 전한 것이었는 데 강연을 들으며 새로운 질문도 생긴 것이다. 재미있는 건 여전히 아파트에 사느냐, 그곳은 어디냐와 같은 질문이 또 나왔다는 것인데 끝나고 나서 물어보니 너무 신기해서 자꾸 그런 게 궁금 하다고 했다. 어떻게 저 멀리 있는 사람하고 TV로 바로 이야기할 수 있는지, 그게 너무 신기했던 모양이다. 이런 시스템이야 핸드폰의 영상통화와 다를 게 없는데도 수업 시간에 하는 것은 또 다르게 느껴지나 보다. 마지막으로 화면으로 단체 사진을 찍고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소감을 물으니 책을 쓴 사람을 만난 것이 너무 신기했고 우리가 한 질문에 대답을 일일이 해 주는 게 좋았고 또 다른 작가도 만나 보고 싶다는 말이 대부분이었다. 작가님이 도개울보다 수아를 닮았다고 해서 조금 실망했다는 아이도 있었고, 작가님이 도깨비를 만난 적 있는 것 같다는 아이도 있었다. 책 속에 있는 작가의 말까지 꼼꼼히 읽은 한 아이가 “책에서도 ‘도깨비를 직접 만난 건 아니지만 도깨비 이야기를 꼭 써 보고 싶었다.’고 했는데 오늘도 똑같이 대답했다.”고 평가를 하기도 했다. 

걱정과 궁금함으로 시작한 만남이었는데 기대 이상이었다. 여전히 직접 만났으면 더 좋았겠다 싶지만 온라인으로 만난 것이 이 정도로 괜찮을 줄은 몰랐다. 유튜브가 일상이 된 아이들에게 이번 작가와의 만남이 본인이 직접 유튜버가 된 듯한 설렘을 느끼게 해 준 것도 같다. 책에 관한 일방적인 정보 제공이 아닌, 온라인을 통해 작가님과 직접 소통하며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는 기분 좋은 경험을 하게 되어 아이들도 나도 모두 뿌듯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오은경(울진 노음초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