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탐견 오드리』 작가와의 만남 라이브 방송에 참여하다!

 
 

『명탐견 오드리』 작가와의 만남 라이브 방송에 참여하다! 
<함께하는 교실 라이브>

 
글 ✽ 전희영(호암초등학교 교사)


아이들도 나도 줌(ZOOM) 수업에 싫증이 나기 시작할 때쯤, 사서 선생님으로부터 반가운 소식을 전해 들었다. 사계절출판사에서 유튜브를 이용해 ‘작가와의 만남’을 진행한다는 것이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할게요!’라는 답을 보냈다.
우리 학교는 시골에 있다 보니 일부러 인근 도시로 나가지 않고서는 작가님을 만날 기회가 거의 없다. 도시의 도서관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여하고 싶어도 정보가 없다. 그런데 코로나 ‘위기’ 상황이 우리에게 ‘기회’를 준 셈이다.
유튜브 강연 참여 조건은 딱 한 가지! 대상 도서인 『명탐견 오드리, 추리는 코끝에서부터』(이하 『명탐견 오드리』)를 아이들과 함께 읽고 사전에 책 수업을 하는 것이다. 얼마 후 사서 선생님으로부터 『명탐견 오드리』 책과 출판사에서 제공한 워크북을 받았다. 막상 책을 받고 보니 고민이었다. 초등학교 독서 단원을 진행하는 선생님들이라면 공감하시겠지만, 준비된 책이 학생 수에 비해 적었기 때문이다. 코로나 시국이라 책을 돌려 읽는 것도 불가능하고, 우리 반 친구들은 일주일에 사흘밖에 등교하지 않는 상황이었다. 반 전체에게 책을 구입해 읽으라고 하기에는 시간이 빠듯했다. 책을 읽어 주는 방법도 있지만, 지금 나는 성대에 혹이 생겨 목 상태가 좋지 않다. 며칠을 내 책상 옆에 쌓아 놓은 워크북을 째려보며 고민했다.
‘저건 또 어떻게 하나……. 목이 터질 때 터지더라도 읽어 줘? 아님 그냥 유튜브만 볼까?’
그런데 그 ‘작가와의 만남’이 ‘라이브’로 진행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라이브라면 어린이들이 직접 댓글도 달고, 작가님이 현장에서 바로바로 답도 해 주신다는 건가? 그냥 시청하는 것보다 훨씬 현장감 있는 기회인데, 책읽기를 뒤로 미룰 수는 없었다.
그때, 내 앞에 앉은 아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긴급 돌봄으로 매일 학교에 나오는 네 명의 아이들이었다.
“동은아, 선생님이 재미있는 책 한 권을 친구들과 읽고 싶은데 너도 알다시피 목소리가 이 모양이잖냐. 쌤이 널 오디오북 성우로 임명하고 싶은데 어때? 할 수 있겠니?”
부담스러워서 싫다고 하면 어쩌나 내심 걱정했는데 아이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히려 기쁜 듯 “네!” 하고 대답하는 녀석이 얼마나 예쁘던지. 옆에 있던 아이들도 “저도요, 저도요. 저도 읽어 줄래요!” 하고 손을 번쩍 들었다. 심지어 목소리가 정말 작은 태선이까지.
“그러면 너희들이 돌아가며 책을 읽어 주기로 하자.”

그렇게 『명탐견 오드리』 독서 수업이 시작되었다. 줌 수업 시간에 돌봄 친구들이 돌아가며 낭독하면, 반 아이들이 그날 들은 이야기에 대해 서로 묻고 대답하고 인물의 행동에 대한 생각과 느낌도 나누어 보았다. 아이들은 점점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드디어 등교 수업 날. 미리 아이들 책상 위에 워크북을 한 권씩 올려놓았다. 다른 날 같으면 복도 끝에서부터 우리 반 떠드는 소리가 들렸을 텐데 그날은 뭔가 조용했다. 문을 여니 다들 워크북에 코를 박고 열심히 ‘다른그림찾기’를 하고 있었다. 지금 교실은 책상도 최대한 떨어뜨려 놓고 함께할 수 있는 놀이도 제한적이다. 이런 메마른 시기에 워크북은 우리들에게 단비 같은 즐거움을 선물해 주었다.
아이들은 “선생님도 한번 해 보세요, 엄청 어려워요!” 하며 괴로운 시늉을 했지만 즐거워 보였다. 상상력을 발휘해 오드리의 족보도 그려 보고, 명탐견의 이름도 지어 보았다. ‘주변 인물들을 살펴라’ 활동을 응용해 줌 수업 시간에 친구들의 모습에서 바뀐 점 찾기 놀이를 해 보았다. 한 친구가 잠시 비디오 화면을 끄고 자기 모습 중 세 가지를 바꾸어 다시 화면을 켜면, 다른 친구들이 어디가 달라졌는지를 찾는 놀이였다. 올해는 반 친구들과 친해질 기회가 많이 없었는데, 이 놀이를 통해 서로를 더 관심 있게 볼 수 있었다. 『명탐견 오드리』 워크북은 글쓰기와 말하기를 어려워하는 아이들까지도 활발하게 참여하도록 도와주었다. 책 내용을 되새길 수 있었던 것은 물론이다

작가님과 유튜브로 만나는 날, 우리는 모두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작가님을 보기는 처음이라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온라인 강연에는 다른 학교 학생들도 많이 참여했는데, 나와 같은 책을 읽은 수많은 아이들이 동시에 작가를 만나는 것도 신기한 경험이 었을 것이다. 작가님은 책을 쓰게 된 배경, 인물 설정 등을 자세하게 설명해 주셨다. 

 
 

-오드리가 명탐견이라서 특별한 종일 줄 알았는데 그냥 흔하고 평범한 개라는 것이 놀랍다.
-작가님이 들려주신 다른 특별한 개 이야기는 처음 듣는 이야기라서 더 몰입하게 됐다.
-내가 이야기를 지었다면 품종 있는 천재 개를 주인공으로 했을 것 같은데 작가님이 오드리를 평범한 개로 설정해서 평범한 사람도 뛰어난 능력을 가질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자기가 못한다고 자존감 떨어지지 말고 노력을 하면 좋겠다.
-작가님을 라이브로 유튜브에서 봐서 정말 좋았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내가 썼던 질문은 라이브에 나오지 않았다.
-생김새가 아닌 능력이 더 중요하다. 차별과 편견은 사회의 문제가 될 수 있다.


많은 아이들이 품종 좋은 개가 아닌 토종개 오드리가 이렇게 추리도 잘하고 영리하다는 것에 감탄했다. 마침 사회 시간에 편견과 차별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있는데 우리 사회에 퍼져 있는 인종, 학벌, 성별 등과 관련된 차별에 대해 이야기할 때에도 자연스레 오드리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을 정도다.
이번 작가와의 만남을 계기로 아이들은 책 한 권을 깊이 있게 읽고 서로 생각을 나누며 또 한 번 성큼 자랐다. 나 또한 교과서보다 더 살아 있는 이야기들을 아이들과 나누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더없이 행복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