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가족] 명탐견 오드리, 수사는 발끝에서부터-너는 너로 충분하다

반지르르한 하얀 털, 쫑긋한 두 귀, 쭉 뻗은 다리를 가진 개 오드리는 개성 강한 범이네 세 식구와 함께 살고 있다. 『명탐견 오드리 수사는 발끝에서부터』는 『명탐견 오드리, 수사는 코끝에서부터』의 후속작으로, 세 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있다.

첫번째 이야기 “놀이터의 귀신”은 또래 친구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전학생의 이야기를, 두번째 이야기 “향기를 품은 편지”는 사랑 앞에 설레이는 노년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마지막 “한밤 중의 돌멩이”는 이중적인 모습의 비뚤어진 어른을 그린다. 이렇게 서로 다른 이야기들이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정은숙 작가가 일관되게 전하려는 메시지를 어렴풋이 느끼게 된다. 독자마다 다를 수 있지만, 내가 읽은 작가의 메시지는 “당신은 당신 모습 그대로 충분히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입니다.”이다.

책 말미 ‘글쓴이의 말’에서 알 수 있듯, 어린 시절 작가에게 웃음과 위로를 주는 존재였던 강아지 ‘메리’처럼 명탐견 오드리 연작이 어린 독자들에게 웃음과 위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느껴진다. 동물, 특히 강아지와 함께 살아본 사람은 안다. 인간의 가장 친한 친구들이 얼마나 조건 없는 애정으로 ‘나’라는 사람을 대하는지를. 내가 힘이 세던 약하던, 나이가 많던 적던, 운동이나 공부를 잘하던 못하던 상관이 없다. 오직 나를 나 자신으로 바라봐주고 현재를 함께해 준 친구가 강아지 혹은 동물이었다. 이러한 작가의 마음이 오드리를 통해 이 책 곳곳에서 위로를 준다.

오드리는 “놀이터의 귀신”에서 기웅에게 ‘너는 이미 충분히 용감한 아이란다’라고 말하고, “향기를 품은 편지”에서는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것이 고마운 일’이라는 걸 알고 있는 사람은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한다. “한방 중의 돌멩이”에서는 ‘열심히 한다고 꼭 잘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냥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도 기특해서 그 모습을 응원하게 된다고 말한다. 물론 이런 생각들은 ‘왈왈’ 짖는 소리로만 표현되지만 말이다.

명탐견 오드리의 이러한 총명함과 자신감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미옥님의 사랑과 믿음으로부터 나오는 것일지 모른다. 날 사랑하고 믿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 그것으로 충분하다. 낙엽이 떨어지며 사색을 시작한 견공 오드리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가루같은 흰 눈을 맞으며 이렇게 자신의 두 번째 사건일지를 마무리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