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한낙원과학소설상 수상작 발표
- 2025-08-28 14:00:00
- 사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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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회 한낙원과학소설상 수상작 발표
대상
「사라질 소행성 AE-1.2」, 오영민
우수상
「아이 엠 그라운드」, 조은오
「치명적 오류」, 송경은
「최선의 선택」, 남지민
제12회 한낙원과학소설상 심사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제12회 한낙원과학소설상에는 모두 82편의 작품이 접수되었으며, 심사는 송수연(아동청소년문학 평론가), 고호관(작가, 제2회 한낙원과학소설상 수상) 선생님이 맡아 주셨습니다. 본심에 오른 작품에 대한 애정 어린 심사평을 아래에 공개합니다.
수상 작가님께 축하를 전하며, 한낙원과학소설상에 응모해 주신 모든 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수상 작품집은 2026년 6월, 책으로 만나실 수 있습니다.
▶ 제12회 한낙원과학소설상 심사평
심사평 _송수연(아동청소년문학 평론가)
제12회 한낙원과학소설상 심사를 마쳤다. 올해는 작년에 비해 응모 작품도 많았고, 작품의 수준도 고르게 높은 편이었다. 하지만 청소년SF가 아니라 성인을 대상으로 한 SF도 적지 않았다. 한낙원과학소설상은 한국 어린이청소년SF를 개척한 고 한낙원 선생을 기억하고 그 뜻을 잇고자 만든 상이다. 이후 응모하시는 분들은 이 상의 의의와 목적을 정확하게 인지한 후 응모해 주셨으면 한다.
고호관 작가님과 내가 각자 예심을 보았고, 총 13편의 작품이 본심에 올랐다. 본심에 오른 작품을 두고 전반적인 인상과 의견을 교환했다. 13편 중 최종 논의의 대상이 된 작품은 「종료, 하시겠습니까」, 「구독을 연장하시겠습니까」, 「최선의 선택」, 「치명적 오류」, 「아이 엠 그라운드」, 「사라질 소행성 AE-1.2」였다. 이 중 「종료, 하시겠습니까」는 ‘로봇 종료 의식’이라는 비교적 참신한 소재를 가져왔지만 로봇 종료 의식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가 정확하지 않았고 「구독을 연장하시겠습니까」 역시 안드로이드라는 소재를 새롭게 바라보지 못했다는 아쉬움으로 인해 순위에서 제외되었다.
「치명적 오류」는 사람이지만 어머니의 명령을 벗어나지 못하는 주인공이 사람보다 더 사람 같은 안드로이드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부모 역할을 하는 두 과학자가 모두 기능적인 악인이고 비윤리적인 과학자의 전형을 보인다는 점이 아쉬웠지만 청소년의 자기 정체성과 관련, 숙고할 거리를 남기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최선의 선택」은 주인공 최선이 같은 반 고영우가 억지로 떠맡긴 고양이를 찾는 과정에서 만난 낡은 휴머노이드와의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이야기다. 술술 잘 읽히는 데다 유머가 살아 있다는 장점이 있다. 크고 대단한 주제 같은 것은 없지만, 목소리 없는 자들이 서로 기대고 의지하는 결말이 믿음직하다.
「아이 엠 그라운드」와 「사라질 소행성 AE-1.2」는 최종 경합을 다툰 작품이다.
「아이 엠 그라운드」는 포스트아포칼립스 물이다. 손가락을 튕기며 “아이 엠 그라운드”를 외치면 시간을 돌릴 수 있는 인물이 주인공인데 어찌 보면 뻔해 보이는 서사가 '연대'라는 결말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이 무리 없이 믿음직하게 그려졌다. 무엇보다 '부작용'을 '또 다른 초능력'으로, 폭탄이 터진 곳, 즉 '폐허'라는 의미의 그라운드 제로를 '새로운 시작'으로 읽어 낸 시각이 좋았다.
「사라질 소행성 AE-1.2」는 쓰레기로 가득 차 곧 사라질 소행성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룬 이야기다. ‘쓰레기 행성’이라는 공간 배경 때문에 부분적으로 기시감이 있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소행성을 지키는 로봇 아스터가 쓰레기로 버려진 로봇 루키와 링을 만나 자신들만의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는 결말이 신선했다. 정해진 대로, 주어진 대로 사는 것도 의미 있겠으나, 그렇지 않은 삶을 꿈꾸고 시도해 보는 일도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가장 SF답게 이야기했다고 보아 이 작품을 대상작으로 선정했다.
올해부터 잡지 <어린이와 문학>이 주최에서 빠지고 사계절출판사와 한낙원 선생의 유족이 공동으로 한낙원과학소설상 공모의 주체가 되었다. 이제 새로운 걸음을 내딛는 이 상의 처음을 다시 생각해 본다. 한국 어린이청소년SF를 개척한 고 한낙원 선생을 기리고 어린이청소년SF의 발전을 도모하고자 만든 한낙원과학소설상. 이 모든 과정을 기획하고 한낙원 선생의 유족, <어린이와 문학>, 사계절출판사를 한자리에 모은 고 김이구 선생님과 박상준 선생님이 오랜 시간 쏟은 애정과 노력을 생각하면 후학으로 감사드리지 않을 수 없다. 수상하신 분들께 축하의 인사를, 꾸준히 좋은 작품을 보내 주신 분들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앞으로도 이 상이 청소년SF의 훌륭한 산실이 되어 줄 것을 믿는다.
심사평 _고호관(작가, 제2회 한낙원과학소설상 수상)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한낙원과학소설상 심사를 맡았다. 지난해에 눈에 띄는 작품이 많지 않아 아쉬웠던 기억이 있는지라 걱정이 앞섰지만, 다행히 전년보다는 비교적 안정적인 작품이 많아 한시름을 덜고 시작할 수 있었다. 소재의 폭도 다양해진 편이라 심사 과정에서 읽는 재미가 있었다. 다만 뚜렷하게 앞서 나가는 작품을 찾기는 어려웠다. 대상을 주어도 이상하지 않을 만한 작품이 여럿이라 선정에 곤란함을 느꼈다면 참으로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아직까지 그런 호사는 허락되지 않은 모양이다.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올라온 각 작품은 장점이 있는 만큼 단점도 분명했다. 대상과 우수상의 차이가 그다지 크지 않다는 점을 생각하며 자신이 지닌 장점을 발전시키는 쪽으로 노력하면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기대한다.
대상 수상작 「사라질 소행성 AE-1.2」는 읽으면서 ‘SF를 읽는구나’ 하는 느낌이 가장 강하게 들었던 작품이다. 분명 여기서 다루는 소재는 그다지 새롭다고 할 수 없지만, 이야기의 흐름이나 결말부의 선택이 SF 특유의 정서와 맞닿아 있다고 느꼈다. 한정된 공간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로 배경을 좁혀 놓은 것도 이 작은 세상에 집중하게 할 수 있는 선택으로 보인다. 소행성이라는 배경에 관한 과학적 설정은 다소 아쉽다. 특정한 장소를 배경으로 선택한다면 그곳의 물리적인 특성이나 환경을 조사해 작품에 반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SF에서는 그 자체가 이야기가 되기도 한다.
우수상 수상작 「치명적 오류」는 괜찮은 이야기에 비해 설정이 다소 아쉬웠다. 특히 등장인물이 자연스럽게 존재한다기보다는 작가의 의도에 따라, 해야 하는 일을 하기 위해 작위적으로 만들어진 느낌이다. 이야기를 전개하고 마무리하는 과정은 좋았기 때문에 그런 점이 더욱 아쉽게 느껴졌다.
우수상 수상작 「아이 엠 그라운드」는 개인적으로 고민을 많이 한 작품이다. SF의 스펙트럼은 상당히 넓지만, 한낙원과학소설상처럼 청소년을 위한 SF 작품을 뽑는 공모에서는 가능한 한 순수한 SF에 가까운 작품을 우선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초능력이라는 소재에서 약간 머뭇거렸다. 그래도 청소년소설로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이고, 주인공의 모험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좋아 논의 끝에 우수상으로 선정했다.
우수상 수상작 「최선의 선택」은 기존의 어린이청소년SF와 결이 다른 작품이라 신선하게 다가왔다. 청소년SF에서 보기 쉽지 않은 사이버펑크 세계관을 다룬 점이나 성인을 대상으로 한 SF 작품의 보법이 다소 엿보인다는 점에서 작가의 뚝심이 보이는 작품이다. 어떻게 보면 조금 더 큰 이야기의 도입부 같은 느낌이라 그 이후의 이야기를 더 발전시켜 보아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