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사계절어린이문학상 수상작 발표

제3회 사계절어린이문학상 수상작 발표

대상

없음


우수상

문유운, 「도마뱀 구름의 꼬리가 사라질 때」

제3회 사계절어린이문학상 예·본심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제3회 사계절어린이문학상에는 모두 79편의 작품이 도착했으며, 심사는 김민령(아동청소년문학 평론가), 김혜정(아동청소년문학 작가), 김태호(아동청소년문학 작가) 선생님이 맡아 주셨습니다. 본심에 오른 작품에 대한 애정 어린 심사평을 아래에 공개합니다. 수상 작가님께 축하를 전하며, 사계절어린이문학상에 응모해 주신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수상작은 2023년 9월, 책으로 만나실 수 있습니다.


 

 

▶ 제3회 사계절어린이문학상 심사평

뉴미디어 시대에 책을 읽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 새로운 시대를 살아갈 어린이들에게 문학이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어린이 독자들 앞에 내놓을 한 권의 책을 위해 이야기를 짓는 어른들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물론 이런 질문들에 정답이 있을 리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이가 바라보는 세계와 어린이가 만들어 가게 될 세계를 짐작하고 조심스럽게 언어를 보태는 것이 아동문학 작가의 일이다. 정답이 없는 줄 알면서도 답을 찾아 헤매는 것이 작가들의 몫이라면 문학상 응모작을 읽는 심사위원들도 그 질문들을 함께 들여다볼 수밖에 없다. 이야기의 힘에 대한 요청과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큰 시절이다. 심심한 어린이가 어쩔 수 없이 책을 집어 드는 요행 같은 건 바라기 힘들기 때문이다. 심사위원 모두는 새롭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만나기를 기대하며 응모작들을 읽었다. 

제3회 사계절어린이문학상 응모작은 예년에 비해 응모 수는 다소 줄었지만 응모작들의 수준은 만만치 않았다. SF, 판타지, 추리 같은 장르물의 강세가 여전한 가운데 역사동화가 눈에 띄게 늘었다. 흥미로운 서사와 캐릭터를 찾아 이야기의 시공간이 무한히 뻗어 나가는 양상이다. 하지만 이야기의 무대가 어디든 중요한 것은 매력적이고 주체적인 어린이 인물이다. 독특한 세계관과 장르적 재미를 쌓아 올리는 동안 아동문학의 진짜 질문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할 것이다. 어린이가 기대하는 것은 ‘내’ 이야기지, 내가 ‘본’ 이야기가 아니다. 어린이 독자가 주인공에 공감하려면 주인공이 조금 더 고민하고, 주체적으로 사건의 중심이 되어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한다. 

심사위원들은 이 같은 문제의식에 공감하며 본심을 진행하였다. 본심에 오른 작품은 「황첨지 습격 사건」 「고래 사냥꾼 미카」 「개고리 개골청」 「은행골 은행나무」 「최고의 간」 「조히의 해우소」 「도마뱀 구름의 꼬리가 사라질 때」 등 일곱 편이었다. 

동학농민전쟁을 배경으로 하는 「황첨지 습격 사건」은 이야기가 속도감 있게 전개되며 군더더기 없는 서술이 장점이다. 그러나 서사의 전개가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으며 무엇보다도 조선 말 노비 아이의 서글픈 삶을 조명하는 것이 오늘날 어린이 독자에게 역사 공부 이상의 어떤 의미를 줄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고래 사냥꾼 미카」는 아버지를 잃고 상실감에 빠진 주인공이 인도네시아 원주민의 전통적인 고래 사냥을 경험하는 이야기다. 이국적 공간과 낯선 삶의 방식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 흥미롭긴 하지만 다양한 모티프가 어울리지 못하고 각각 따로 노는 듯하다. 덧붙여, 인종적 편견을 드러내는 이 작품의 재현 방식이 윤리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지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 

「개고리, 개골청」은 양민의 습격을 받은 양반의 딸이 사당패를 따라다니며 왜란으로 혼란스러운 시대 상황을 목격하고 다양한 신분의 사람들이 겪는 고통과 기쁨을 이해해 가는 이야기다. 새로운 소재는 아니지만 잘 읽히고 구조적으로도 잘 짜인 작품이다. 개별 인물의 서사도 흥미로우며 특히 사당패를 이끄는 여성 모갑이 무척 인상적이다. 그러나 어린 주인공이 수동적인 관찰자에만 머무르며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중심 서사에서 밀려나 버리는 것이 결정적인 흠이다. 조선 시대 신분제와 여성의 삶에 대한 고증 부분도 의아한 지점이 있었다. 

「은행골 은행나무」는 30년도 넘은 오래된 아파트 단지를 배경으로 온갖 정령들과 소통하는 초등학생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룬다. 축축하고 악취를 풍기는 영혼들이 주인공의 침대에서 자고 간다는 으스스하고 기이한 설정인데도 사라지고 잊혀져 가는 것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담고 있어 묘하게 따스한 작품이다. 그러나 인물의 직접적인 대사뿐 아니라 1인칭 화자의 서술에서까지 진한 충청도 사투리를 쓰고 있어 화자의 나이와 시대적 배경을 의심하게 만든다. 서술 방식과 서사 형식은 작가가 얼마든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것이지만 독자가 그 이유를 알 수 없거나 도리어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 방해가 된다면 좋은 선택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최고의 간」은 ‘별주부전’의 두 주인공 토끼와 자라의 먼 후손이 좋은 간을 찾기 위해 협력해 순대 장사에 나선다는 유머러스한 설정을 갖추고 있다. 간에 대한 온갖 속담과 관용구가 재치 있게 활용되며 이야기가 거침없이 전개되고 인물들 간에 주고받는 대화도 재미있다. 가족과 친구들의 마음에 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어린이 주인공이 겪는 고충이 자칫 과장되어 보여도 충분히 있을 법한 이야기다. 다만 워낙 소품이라 저학년 동화라 하더라도 서사가 빈약하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다른 에피소드가 더 덧붙여졌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조히의 해우소」는 박지원의 <예담선생전>에 나오는 똥 푸는 이에게 영리한 손녀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궁금증으로부터 시작하여 주인공 조히가 탐정 노릇을 하며 세 가지 수수께끼를 풀어 나가는 추리물이다. 조선 정조 시대를 배경으로 정조와 정약용, 사도세자 등 실존 인물과 실화를 바탕에 두지만 말하는 고양이가 탐정단의 일원으로 활약하는가 하면 사람을 해치는 대왕거미, 머리가 둘 달린 고양이, 아교풀 풍선 속 판타지 등이 등장해 에피소드를 이끌어 간다. ‘역사추적판타지’라는 작가의 구상은 참신하고 사건 해결을 겹겹이 쌓아 가는 이야기의 짜임새도 좋다. 그러나 역사적 사실에 판타지가 덧대어지면서 조화롭지 못하다는 인상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시작은 발랄하고 기대감을 갖게 하지만 판타지가 등장하면서 밸런스가 무너지는 느낌이다. 또한 기존에 출간된 역사탐정물과 비교했을 때 특별한 점이 없다는 것도 아쉬운 대목이었다. 

「도마뱀 구름의 꼬리가 사라질 때」는 다섯 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시간 여행, 외계인, 유전자 개량, 가상공간 같은 SF 모티프와 마녀, 늑대인간, 나무꾼 학교, 움직이는 나무 등 판타지 모티프가 자유분방하게 뒤섞이고 덧대어지면서 독특한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장르 문법을 활용하되 얽매이지 않는다는 것이 큰 장점이고 유연한 문장도 매력적이다. 첫사랑이나 친구 간의 경쟁, 잃어버린 기억 같은 보편적인 문학의 주제를 진득하게 밀어붙이는 맛도 있다. 다만, 한 편 한 편의 동화가 장편의 도입부처럼 보인다거나 서사를 파악하기가 모호하다거나 하는 등 단편의 구조적인 완결성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점은 한계로 남았다. 중학생 이상 높은 연령층의 독자에게 더 맞는 이야기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있었다. 

오랜 논의 끝에 심사위원들은 「도마뱀 구름의 꼬리가 사라질 때」를 우수작으로 선정하기로 했다. 다소 아쉬운 점이 있긴 하지만 이 작품이 가진 새로운 스토리텔링과 문학적 가능성은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잠재력을 지닌 작가에게 기대와 응원을 보내 주는 것도 공모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믿는다. 
수상자에게 축하의 인사를 전하며 다른 응모자들에게도 감사와 위로를 보낸다. 작품을 쓰는 동안 들인 공만큼 모두가 앞으로 나아갔으리라 생각한다. 그 자리에서 다시 시작하여, 새롭게 나아가기를!       
  
심사위원 김민령(대표 집필), 김혜정, 김태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