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인터뷰] 『기소영의 친구들』 정은주 작가

제2회 사계절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기소영의 친구들』

정은주 글|해랑 그림

 
 
 

             





           "자신의 슬픔을 인식하는 데도 시간이 걸리는법이라는 걸 얘기하고 싶었어요."
 
                   안녕하세요. 동화 작가 정은주입니다. 
                   제2회 사계절 어린이 문학상 대상 수상작
                   『기소영의 친구들』로 여러분과 만나게 되었네요.
                   『기소영의 친구들』 은 저의 첫 장편 동화이기도 해서,
                   첫 책을 출간할 때처럼 많이 설레고 떨리네요.
                   재미나게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Q <기소영의 친구들>은 어떤 이야기인가요?
어제까지만 해도 어울려 신나게 놀기도 하고, 사소한 일로 치열하게 다투기도 했던 친구가 갑작스런 사고로 떠나고, 남은 친구들이 처음엔 어쩔 줄 몰라 하다가 자기들 나름대로 먼저 간 친구를 애도하고 추모하는 이야기입니다. 


Q 이 작품을 쓰게 된 계기
작가의 말에도 썼다시피 몇 년 전 우연히 어떤 다큐멘터리를 보게 되었어요. 세월호 희생학생들의 친구들에 관한 것이었죠. 그 얼마 후엔 희생학생들의 많은 친구, 선후배가 남긴 손편지를 보게 되었어요. 인터뷰 영상와 메시지 내용을 보며 제 가슴 한가운데도 구멍이 뻥 뚫린 것처럼 멍해지고,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주 중요한 걸 놓치고 있는 느낌이랄까? 그때부터 그런 상황을 맞닥뜨린 아이들 얘기를 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쓰게 되었어요. 저는 무겁고 어려운 주제는 잘 얘기하지도 못하고, 차분히 쓰지도 못하는 편인데, 첫 장편동화가 어린이의 죽음에 관한 것이어서 어떨 땐 저 스스로도 신기하게 느껴집니다.


Q 이 이야기는 세상을 떠난 아이의 이야기라기보다 남은 아이들의 우정 이야기예요.
제 나름대로 동화작가를 ‘스토리형 작가’와 ‘캐릭터형 작가’로 분류하곤 하는데, 저 자신을 ‘캐릭터형 작가가 되고픈 스토리형 작가’라고 생각해요. 아직은 캐릭터 세우는 일이 제일 힘들어요. 그래서 어설프게나마 제 갈비뼈 하나씩 떼어내 주는 방식으로 캐릭터를 만들어요. 
그래서 채린이, 연화, 나리, 영진 모두에게 저랑 닮은 면이 있어요. 편집자님이 아이들의 대사가 누구 대사인지 구분이 잘 안 된다고 지적했을 때 얼마나 뜨끔했는지 몰라요. 편법을 들킨 것처럼…. 
가장 공들인 캐릭터는 채린이예요. 이유는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야 할 주인공이기도 하고, 이야기를 끌고 갈 화자이기도 하니까. 아무래도 원톱 주연 같은 캐릭터잖아요. 채린이를 주인공으로 삼은 이유는 소영이의 친구들 중에서 채린이가 이야기가 전개되는 동안 가장 많이 성장하고 변화할 인물이었기 때문이에요. 채린이는 소영이랑 친구관계뿐만 아니라 학급 임원이라는 역할관계로도 맺어진 사이에요. 평소 채린이는 반장, 부반장이란 역할관계에만 신경을 쓰죠. 그 관계에서 소영이는 채린이 눈에 탐탁치 않아요. 말 많고 답답한 부반장이지요. 채린이는 소영이의 죽음을 계기로 친구로서 소영이를 바라보게 되죠. 똑같은 행위와 말이 다르게 인식되는 순간을 맞이한 거죠. 그 깨달음에서 채린이는 친구에 대한 인식의 폭을 넓혀가는 거구요. 이 정도 이야기의 방향성을 세팅하고 나자, 채린이 말고는 주인공이 될 수 없겠다 싶었어요.

 
 

Q 주인공 채린이는 소영이의 죽음을 알고 슬퍼하기보다 당황스러워해요. 
가까운 누군가의 갑작스런 죽음을 맞이했던 저의 개인적 경험을 떠올려 보았어요. 제 경우엔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의 경험이었죠. 그때 저는 성인이었고, 어머니는 몇 개월간 투병하시다 돌아가셨는데도 막상 돌아가시니 그 상황이 정말 낯설고 당황스럽기만 하더라고요. 
성인인 저도 그랬는데, 아이들이라면 어떨까 생각해 보니 당황스러워하고 어찌할 줄 몰라 하는 게 오히려 당연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신의 슬픔을 인식하는 데도 시간이 걸리는 법이라는 걸 얘기하고 싶었어요. 


Q 어린이가 친구와 이별하는 방법을 스스로 고민하는 모습이 의미 있게 느껴졌어요. 
질문에 짚어주신 부분이 『기소영의 친구들』을 쓸 때 가장 신경 썼던 이야기의 방향성이었어요. 저는 동화를 쓰면 쓸수록 믿을 건 아이들뿐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모든 아이들은 내면에 스스로 성장하는 힘을 가지고 있어요. 그건 동화작가로서 저의 신앙 같은 것이죠. 이야기를 지을 땐 그 힘이 발휘되도록 하는 요인들은 뭘까 하는 고민을 해요. 어른들은 어린 시절의 슬픔이나 상처는 그저 빨리 벗어나고 잊어야 할 것으로 치부해 버리는데, 슬픔이나 상처야말로 아이들을 성장시키는 강력한 힘이 있다고 봐요. 물론, 잘 헤아려 주고, 위로해 줄 때 말이지요. 그런데 저를 포함하여 지금의 많은 어른들은 그걸 참 잘 못해요. 어린 시절 그런 위로를 받아 본 경험이 적어서 더 그런 거 같아요. 현실의 그런 면들이 답답해서 문학 작품을 통해서라도 어른도 아이들도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Q 어린이의 죽음을 정면으로 다루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무엇이었나요?
어린이의 죽음을 바라보는 통상적인 고정관념 같은 시각(안타깝다. 불쌍하다.)에 이야기가 물들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러기 위해선 어른들의 시각을 배제할 필요가 있었죠. 아이들이 누군가의 간섭도 받지 않은 채 친한 친구의 죽음을 바라보고 애도하는 길을 찾다 보면 뭔가 새로운 시각이 나오리라고 믿었어요. 


Q 어린이문학 작품을 쓰게 된 이유
어린 시절엔 노느라 바빠서 책을 거의 안 읽었어요. 특히 동화책을 안 읽었어요. 교과서에 나오는 동화 정도 본 게 다였죠. 그런데, 두 아이를 키우며 그림책을 읽어 주고, 동화책을 골라서 읽어 주는데, 왜 그렇게 재밌는 거예요?! 아이들보다 제가 푹 빠져서 이 재미난 세상을 내가 왜 여태 몰랐지? 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때부터 신나서 그림책과 동화책 쇼핑을 하고, 읽고 또 읽고 그랬던 거 같아요. 작가란 쓰는 사람이기 전에 읽는 사람이라는 말처럼 저 자신이 동화 읽기에 푹 빠졌으니 동화 쓰는 일로 자연스럽게 연결된 거 같아요.



Q 앞으로 꼭 쓰고 싶은 이야기, 앞으로의 계획
앞으로 꼭 쓰고 싶은 이야기는 장애아와 그의 친구에 관한 이야기인데, 정말 조심스러워 고민 중입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집안에 사 놓고 아직 못 읽은 책들 꾸준히 열심히 읽고, 미루지 말고 바로바로 독후활동(블로그에 리뷰 쓰기)도 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