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사계절그림책상 수상작 발표

제6회 사계절그림책상 수상작이 결정되었습니다.
 
대상
여서윤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노래가 있어』
 
우수상 없음
 

심사위원: 서현(그림책작가), 이지은(그림책작가), 조은영(그림책작가), 사계절그림책편집부
제6회 사계절그림책상 수상작은 2026년에 출간될 예정입니다.
제6회 사계절그림책상 공모에 응모해 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6회 사계절그림책상 심사평
 
제6회를 맞은 사계절그림책상 공모에 279편의 응모작이 모였다. 예심을 통과한 40편의 응모작 중에서 5편을 선정하여 최종심을 진행하였다. 올해는 다양한 스타일과 이야기의 완성도를 갖춘 작품들이 많이 응모되었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작품, 감각적인 그림체가 눈길을 끄는 작품, 높은 밀도와 성실함으로 만든 방대한 분량의 작품 등도 만날 수 있었다.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도 있게 담아낸 작품이 많았기 때문에 오히려 그 안에서 작가의 고유한 목소리가 독자에게 잘 들리는지 더 주목하게 되었다. 이미 출간된 책과 유사한 서사 패턴이나 레퍼런스가 느껴지면 과감히 원고를 내려놓았다. 새로움을 찾기 위해 분투한 창작자들의 남다른 노력을 더 세심히 살펴보려고 했다.
심사 기준이 글과 그림의 창의성과 완성도인 것은 분명하지만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끈 것은 완벽한 꼴을 갖춘 그림책보다 어디로 튈지 모를 작가의 가능성과 개성이 담긴 작품들이었다. 다듬어지지 않았기에 작가 고유의 색이 더 선명하게 드러나는 걸까? 이번 심사는 우리가 어떤 그림책을 사랑하고 응원하고 싶은지 되돌아본 시간이기도 했다.
최종으로 한 편의 작품을 대상작으로 선정했다. 목소리를 높이는 극적인 요소가 없고 가장 큰 소리가 독자의 마음에 일어나는 작품이다. 화려한 시각 요소 대신 작가가 만든 이야기의 호흡으로 내면에 오롯이 집중하게 만든다. 자신 안에 조용히 품은 작은 희망이나 가능성을 마주하게 한다. 심사위원들은 최종심에 오른 아래의 작품 5편을 치열하게 살펴보면서 대상작의 특별한 매력을 확신하게 되었다.
 
 
『밤의 정원사』는 마음을 치유해 가는 과정을 신선하게 시각화한 작품이다. 우리가 잠든 사이에 걱정과 불안으로 웃자란 마음의 정원을 돌보는 정원사가 있다니. 너무나 든든하지 않은가. 걱정은 낙엽처럼 훌훌 날려 버리고 불안은 가지치기하듯 잘라 내며 금 간 자존심은 보살핀다. 이 설득력 있는 상상의 정원에서 마치 ‘네가 잠든 사이에’ 비밀 하나를 알려 주듯 이야기의 무대로 독자를 초대하는 방식도 자연스럽다. 한밤의 정원 산책은 아름답고 특별했다. 다만 초현실적인 무드의 사이사이에서 분위기를 다소간 환기할 수 있는 인물의 역할도 고민해 보면 좋겠다.
 
『칫솔 유물전』은 하나의 사물을 작가의 상상력으로 치밀하게 파고든 작품이다. ‘칫솔’이라는 일상적 소재를 바탕으로 상상의 박물관을 세웠다. 화장실 한쪽에 축축히 꽂혀 있다가 금세 버려지고 마는 칫솔 하나를, 곧 우리의 이야기로 확장시켜 휴먼다큐로 완성한다. 익숙한 것을 낯설게, 사소한 것을 가치 있게 보며, 시치미를 뗀 듯 너스레를 떨지만 그 안에는 노련함이 절묘하게 숨어 있다. 관객이 된 독자는 작가의 상상을 진실로 믿으며 흔해 빠진 칫솔을 ‘유물’로서 한 점 한 점 들여다보게 된다. 마치 도록처럼 연출한 콘셉트와 아이디어가 돋보이지만, 그림책 구성의 묘미를 좀 더 살렸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하하 우주』는 읽는 이와 듣는 이 모두에게 웃음을 전파하는, 전염력 100%의 웃음 바이러스를 보유한 작품이다. 아기의 맑은 웃음으로 시작된 웃음 띠는 자연스럽게, 때로는 어이없게, 의외의 것에서까지 웃음을 끌어내며 세상을 휘돌아 감싼다. 치히히히 밥을 짓는 밥솥도, 다 익었다고 가아함하하 웃는 감도, 물렁한 감 폭탄을 맞고 허허 웃고 마는 할아버지의 어느 날도 웃음의 포용력 안에 사뿐히 들어온다. 공감 가는 상황의 유머와 청량한 색의 조합이 특히 매력적인 작품이다. 다만 앞서 쌓아 올린 웃음의 공감력이 결말부에 이르러 흐려진 점이 아쉽다.
 
『나의 하루살이』는 ‘하루살이’라는 모티프를 통해 현대인의 365일 일상을 채우고 있는 극한 직업인 택배 기사의 삶을 따라간다. 가느다란 팔과 굽은 등, 존재하지만 쓰지 않는 날개, 날개 대신 타고 다니는 오토바이. 단 하루밖에 주어지지 않은 삶을 상징하는 캐릭터는 온 시간을 타인의 심부름을 위해 달린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이미지가 쏟아지는 시대에, 7색 사인펜으로 그려 낸 듯한 투박한 그림, 뭉툭한 선들이 겹쳐지며 쌓인 색은 강한 현실감을 드러낸다. 작가의 작품 의도를 충분히 공감하였지만 다소 익숙한 장면 연출과 톤이 일정하지 않은 채색이 이야기의 몰입을 방해했다.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노래가 있어』는 무해한 귀여움과 사랑스러움이 천천히 스미듯 다가오는 작품이다. 개구리는 겨울잠을 자고 친구들의 따뜻한 기운은 어느새 개구리의 꿈속으로 스며든다. 작가는 개구리의 꿈속 세계와 현실의 장면을 작은 단서를 통해 절묘하게 연결시켜 독자가 꿈과 현실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오가도록 만든다. 결국 겨우내 차곡차곡 쌓인 마음은 봄을 맞이한다. 사각사각 연필 소리가 들리는 듯 그림은 차분하고, 과하지 않게 내비치는 종이의 단차는 고요하다. 한없이 평화롭고 조용한 이야기이지만 그 고요함은 완벽하게 조율된 평화의 상태이다. 읽는 동안 느껴지는 것은 ‘보호받는 감각’과 동시에 ‘무언가를 보호하고 싶어지는 감정’. 그림과 이야기에는 친절함, 다정함, 그리고 응원이 결코 과장되지 않게, 있는 그대로 조용히 놓여 있다.
이 작품을 읽고 나면 독자는 사랑받고 보호받고 있다는 안도감을 느낄 것이다. 동시에 소중한 누군가를 떠올리면서 함께 나누고 싶다는 연대감과 유대감이 들 것이다. 이러한 마음은 작아 보이지만 온전하고 때론 간절하다. 심사를 마치자마자 사계절그림책상 심사 당일의 전통대로 당선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야기 속 친구들처럼 개구리에게 기쁜 소식을 빨리 전하고 싶었다. 이 소식이 작가에게, 작가로서의 봄을 알리는 꽃걸음이길 바라며 진심으로 축하를 드린다.
 
이번 공모에 참여한 응모작들에서 모든 창작자들의 소중한 마음과 노력을 느낄 수 있었다. 귀한 원고를 정성껏 다듬어 사계절그림책상에 보내 주신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를 드린다.
 
대표 집필 조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