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인터뷰] 『근육 아저씨와 뚱보 아줌마‧숲』, 『근육 아저씨와 뚱보 아줌마‧호수』 조원희 작가

 
 
 
"자연과 동물. 기본적인 배려와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마음가짐.
이상적이긴 하지만, 함께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해요."



근육 아저씨와 뚱보 아줌마‧숲』, 『근육 아저씨와 뚱보 아줌마‧호수』조원희 작가 인터뷰
 


1. 근육 아저씨와 뚱보 아줌마 캐릭터를 만들게 된 계기를 말씀해 주세요. 
 
당시 동물이 중심이 되는 작업들을 한 직후라, 다음번엔 사람이 중심이 되는 작업을 하고 싶었어요.
제가 수영과 헬스를 열심히 배우던 때였고, 자연스럽게 근육과 몸의 모양에 관심이 생겼어요.
수영 새벽반은 50~60대 분들이 많았는데, 경직되어 힘을 못 빼는 저와 달리 물속에서 느긋하고 편안한 모습들이 인상적이었어요. 그때 운동하면서 만났던 사람들이 근육 아저씨와 뚱보 아줌마의 외모와 성격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해요. 인물들의 자세와 옷은 보디빌딩과 수영, 아쿠아로빅을 참고했어요.

 

2. 둘은 어떤 사이인가요?

숲에서 함께 사는 사이예요. 친구일 수도, 동거인일 수도, 연인일 수도 있어요.
이번에 손을 잡고 걷는 장면이 들어가면서 연인 쪽에 더 가까워진 것 같지만, 관계를 구체적으로 설정하진 않았어요.


 
3. 왜 숲과 호수인가요? 어디쯤의 숲일까요?
 
제가 살고 싶은 곳을 그렸어요.
숲 편에 "둘은 굉장히 크고 무섭게 생겼지."라는 문장이 나와요.
겉모습에서 오는 편견 때문일 수도 있고 그저 자연이 좋아서일 수도 있지만, 
아마도 사람들과는 좀 멀리 떨어져 있는 숲이 아닐까 생각해요.
 

4. 호수 편은 신작입니다. 10년만의 연작인 셈인데 어떠셨나요?
 
2012년에 책을 구성하면서 뚱보 아줌마 이야기는 많이 걷어 냈어요.
재출간을 하면서 두 권으로 내 보자는 건 편집자의 제안이었고, 더미 작업을 해 보고 결정하고 싶었어요. 이미 한 번 걸러서 나왔던 작업이라 다시 건드리는 것에 대해 확신이 들지 않았어요. 예전 노트를 보면서 또 한 권의 그림책으로 엮을 만한 이야기가 있는지, 그럴 만한 의미는 있는지 고민했어요.
첫 더미를 만들고 나서 작업의 완성도나 의미를 떠나서 제가 이 작업을 끝까지 하고 싶어 한다는 걸 알았어요. 다행히 더미를 본 출판사에서 긍정적인 답변이 와서, 계약 후 호수 편이 나오게 됐어요. 이야기는 원래 있던 에피소드를 재조합하는 거라 크게 어렵지 않았는데, 숲 편과 10년의 시간차가 있어 똑같은 종이, 물감, 붓인데도 똑같이 그릴 수가 없었어요. 처음엔 어디가 어떻게 다른지도 몰랐다가 편집자와 디자이너 의견 참고하며 이목구비, 몸의 모양, 톤 등을 수정했어요. 여전히 장면마다 생김새와 톤이 조금씩 다르지만 전체적으로 자연스럽다 판단해서 마무리했어요.

 

5. 요즘은 특히 ‘뚱보’라는 표현이 조심스럽지요. 이 그림책에서는 너무나 다정하게 쓰였지만요.
 
제가 먼저 고민한 건 아니고, 그런 의견들이 있다고 편집자로부터 전해 들었어요.
비하 의도가 없더라도 그렇게 보일 수 있다면, 가능한 한 피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여러 대안을 내 봐도 어색하고 이상했어요. 이 이야기는 외모에서 오는 선입관을 작게 깨트리는 이야기이기도 하니까, 조심스럽게 에둘러 표현하는 게 오히려 더 이상하게 느껴졌어요. 그냥 처음에 자연스럽게 나온 표현이 가장 좋을 거라 생각해서 바꾸지 않았어요.
 

6. 큰 인물들 곁에는 늘 작은 생명들이 있어요. 

커다란 몸과 힘을 거창한 것에 쓰지 않고 작은 것에 쓰는 게 귀엽고 다정하게 보였어요. 그 행동이 상대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을수록 귀엽게 보이는 것도 재미있고요. 몸이 크든 작든 서로 돌고 도는 작은 배려에서 오는 다정함과 재미를 그리고 싶었고, 크기 차이가 클수록 잘 보여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7. 작고 큰 구성원들이 함께 어울려 사는 느낌이 듭니다. 자연 속에서요.
 
제가 좋아하고 편안하게 느끼는 것들이에요.
숲에서 살고 있진 않지만, 산책을 매일 하고 등산도 좋아해요.
자연과 동물. 기본적인 배려와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마음가짐.
이상적이긴 하지만, 함께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해요.



8. 재료는 무얼 쓰셨나요? 
 
한지에 수채화 물감으로 작업하고, 캐릭터가 작게 들어가는 세밀한 부분은 붓펜과 펜을 사용했어요. 10년 전엔 종이 앞뒷면을 구별하지 않고 썼는데, 호수 편을 작업하면서 종이의 특성을 좀 더 살릴 수 있었어요. 스캔 후 컴퓨터에서 부분적으로 채도와 색을 조정했어요.
 

9. 작가님에게 있어서 이 두 작품의 의미를 말씀해 주세요.
 
저는 기본적으로 제 작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제 책 중 유일하게 좋아하는 작업이에요.
이 책에 나오는 어느 누구도 서로를 바꾸려고 하지 않는 게 마음에 들어요.
이야기나 주제가 아닌 캐릭터가 먼저 자연스럽게 나와서인지, 상대적으로 덜 경직되고 편안하게 작업할 수 있었어요.
재출간도, 두 권을 묶어 출간하는 것도 처음이고, 여러모로 저에게 새로운 경험이에요. 덮어 두었던 뚱보 아줌마의 이야기를 그릴 수 있어 좋았고, 10년 전의 근육 아저씨와 뚱보 아줌마가 여전해서 반가웠어요. 여전히 한 권으로 충분하다는 생각도 있지만, 두 권이어서 얻은 것도 많아요.

 

10. 다음 작품은요?
 
올해 말 일정으로 잡혀 있는 개인 작업은 전부터 관심 있던 유기견 이야기예요. 글 없는 작업이 될 것 같고, 차분하게 응시하는 듯한 느낌이기를 바라고 있어요.
지금까지 해 왔던 것처럼 그때그때 관심 가는 것들에 대해 계속 작업해 보려고 해요. 제가 바뀌는 대로 작업의 방향도 조금씩 바뀌지 않을까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