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양심이 없을 뿐입니다> 김경일 교수 추천의 글

                                                     
악인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에 대해 알려 주는 가장 구체적인 지침서
인지 심리학자 김경일 교수(아주대학교 심리학과)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보다 더 지혜로워져야 하는 우리들을 위한 이야기
마사 스타우트 교수의 인생작이었던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는 소시오패스들이 누구이며 그들의 폐해가 얼마나 집요하고 장기적인지를 우리로 하여금 뼈저리게 느낄 수 있도록 해 주었다. 그 전편의 결론이 이제 이 책의 제목으로 다가왔다. ‘그저 양심이 없는’ 그들. 이제 남는 질문은 하나다. 그들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책의 원제가 주는 메시지는 확실하다. ‘Outsmarting The Sociopath Next Door’. 그렇다. 우리는 그들보다 더 스마트해져야 한다. 더 많이 알고 내다보면서 대처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더욱더 본질적인 것을 하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바로 악(惡)이라는 것의 실체다.

양심 없다는 것의 의미
마사 스타우트는 책의 서두에서 단 한마디로 그 핵심을 정리했다. ‘진정한 악은 무언가가 빠져 있는 결함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아…… 완벽한 말이다. 소시오패스라고 불리는 악인들은 보편적인 인간에 이른바 악이라는 것이 추가된 단순한 존재가 아니라 선이라는 것이 결여돼 있는 인간들이기에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수많은 행동들을 저지르는 것이다. 따라서 그들의 악의적 측면을 제거한다거나 물리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그들에게는 보편적 양심, 선, 윤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확실히 주지해야 한다는 뜻이다. 소시오패스들은 그래서 양심이 없는 것이다. 마사 스타우트의 말처럼 ‘가족 간의 사랑, 우정, 배려, 다정함, 감사처럼 정상적인 인간관계에서 나오는 따뜻한 감정이야말로 양심의 근원’이다. 따라서 이러한 감정 없이 양심은 존재할 수 없다. 그러니 역으로 생각해 보면 쉽다. 소시오패스들에게 가족 간의 사랑, 우정, 배려, 다정함, 그리고 감사를 기대하면 안 된다. 그것이 바로 책의 원제에 포함된 Outsmarting의 핵심이다. 그들을 단순히 피해가는 것이 아니라 한순간도 놓치지 말고 경계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 경계 속에서 무엇을 봐야 하는가를 이 책에서는 정확하게 적시하고 있다.

그리고 마사 스타우트는 이 책에서 이 악인들에 대해 우리가 지금까지 피하고 싶었던 모든 불편한 현실들을 직시하게 해 준다. 그 핵심은 바로, 나의 부모와 자녀. 즉 가족이 소시오패스인 경우다. 이는 본질적으로 다른 경우다. 회피하고 싶고 묻어 두고 가고 싶은, 그러기에 궁극적으로 더욱 더 큰 비극을 만들어 내기 쉬운 경우다. 그녀는 이 경우를 직시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소시오패스에 관한 몇 안 되는 연구와 강의를 한 것이 전부인 필자도 정말 많은 분들에게서 고충을 전해 듣는다. 그리고 그 비밀스러운 털어놓기의 대부분은 자신의 부모나 형제가 소시오패스이거나 거기에 준하는 경우다. 그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그리고 나 자신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이 책은 현존하는 대중서들 중 거의 유일하게 답을 제시해 주고 있다.

죄책감이 없는 그들
이 책을 찬찬히 읽어 내려가다 보면 또 하나의 오래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볼 수 있다. 바로, ‘소시오패스’들은 개선이나 교화가 가능할까? 이 질문 역시 많이 불편하면서도 반드시 알아야 하는 내용이다. 왜냐하면 문화와 사회에 따라서 차이는 있겠지만 결국 100명 중 1~4명에 달하는 이들과 우리는 앞으로도 공존을 해야 하니 말이다.

마사 스타우트만이 내릴 수 있는 결론은 바로 이것이다. ‘보통의 아이들과는 달리 소시오패스 아이들은 사회적인 보상에는 그다지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런 아이들에게는 좋아하는 음식, 갖고 싶어 하는 전자 제품, 컴퓨터 사용 시간, 새 옷과 같은 물건들이 더 의미 있는 보상이며 아이들도 확실히 더 좋아할 것이다.’ 바로 이것이다! 그들은 마치 하나의 동물을 조련하듯이 훨씬 더 말초적인 방식으로 이른바 조형화(shaping)하는 것이 거의 유일한 대안이다. 동물들 역시 우리 인간 사회에서 보편적으로 작용해야 하는 양심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물들은 악하지는 않더라도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을 무수히 한다.

오랜 연구와 관찰을 해 본 마사 스타우트가 이렇게 우리에게 전하는 이야기들은 우리 삶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왜일까? 인간이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좋은 일이 많아야겠지만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나쁜 관계로부터 벗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사회의 훨씬 더 많은 비율을 이루고 있는 보편적이고 양심적인 우리들이기에 양심 없는 그들이 손쉽게 조종할 수 있는 우리의 양심을 지켜야만 한다. 우리 자신과 우리의 미래가 되는 다음 세대를 위해서.





김경일

고려대학교 심리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후, 미국 텍사스 주립대학교 심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인지심리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아서 마크먼 교수의 지도하에 인간의 판단 의사결정, 문제해결 그리고 창의성에 관해 연구했다. 현재는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국내 심리학 독자에게도 낯선 ‘인지심리학’을 흥미롭고 역동적으로 강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대학은 물론이고 국내 대기업이나 TV에서 강연 활동을 왕성하게 펼치고 있으며 2015년 매경 MBA포럼에서 역대 최고 강의로 선정된 바 있다. 지은 책으로는『이끌지 말고 따르게 하라』,『지혜의 심리학』,『어쩌면 우리가 거꾸로 해왔던 것들』이 있다.

도서 자세히 보기: https://bit.ly/3zhqCC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