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인터뷰] 제7회 한낙원과학소설상 작품집 『항체의 딜레마』 5인 작가 릴레이 인터뷰


올해로 7회를 맞이한 한낙원과학소설상의 작품집이 세상에 나왔습니다. 수상작인 「항체의 딜레마」부터 우수작인 「달 아래 세 사람」, 「외계에서 온 박씨」, 「달의 뒷면에서」 그리고 「여름이, 옵니까?」까지. 바이러스, 기후 위기, 환경오염 등 지금 이 시대의 고민들을 담아낸 SF 소설들로 가득 채워졌습니다.

이렇게도 알찬 『항체의 딜레마』는 어떤 작가분들이 참여를 하셨을까, 그리고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실까 궁금해지는데요. 그래서 작가 5인이 서로에게 묻고 답하는 릴레이 인터뷰를 마련하였습니다!




Q.
편집자가 임서진 작가님에게
안드로이드 A에 자유를 심은 설정은 어떻게 하시게 되었나요?


A. 임서진 작가님 답변
A를 ‘안드로이드’보다는 인간과 더 가까운 존재로 보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가장 인간다움에 대해 고민을 했습니다. 다양한 것들이 떠올랐지만, 그래도 안드로이드와 인간의 가장 단순한 차이는 ‘자유’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Q.
임성은 작가님이 임서진 작가님에게
주인공 기온은 농부가 되고 싶어 해요. 풀과 흙, 땅과 관련된 많은 직업 중에서 특별히 농부여야만 한 이유가 있을까요?


A. 임서진 작가님 답변
농부에게 땅은 생명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래서 흙과 땅을 열망하는 기온에게 딱 맞는 직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넓게 보면 지구 또한 농부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나무를 키우고 대지에 씨앗을 품어 작물을 자라게 하니까요. 그러고 보면 농부라는 직업이 가장 지구인다운 것 같습니다.




Q.
임서진 작가님이 소향 작가님에게
만약 은별의 아빠가 살아계셔서 타임머신을 이용해 ‘그때’로 가셨다면, 홍 유생을 만났을까요?


A. 소향 작가님 답변
전혀 다른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졌을 것 같습니다. 아마 서현우 작가(은별이 아빠)는 우연히 조선에 가게 된 은별이와 달리 완벽하게 준비하고 갔을 거예요. 서재에 한복을 미리 준비한 것도 그런 이유지요. 가능한 한 일찍 가서 자신이 사랑해 마지않는 도자기와 그림을 마음껏 감상했겠죠. 인연이라면, 천리경을 구하던 홍 유생과 만나 은별이처럼 천리경을 만들어 주고 좋은 친구 사이가 되었을 지도 몰라요. 그런 다음 홍 유생의 도움으로 신윤복을 만나고, 신윤복에게 <월하정인>을 그리는 순간 옆에 있을 수 있겠냐고 청했겠지요. 그러면 새로운 이야기 제목은 「달 아래 다섯 사람」이 되겠네요.




Q.
소향 작가님이 조윤영 작가님에게
작가님이 은하영웅처럼 IDR7 캡슐을 받는다면, 텔레포트하고 싶은 게 있나요?


A. 조윤영 작가님 답변
IDR7 캡슐을 선물 받는다면 은하계의 평화를 위해서 사용하……지 않고, 오롯이 제 호기심을 충족하는 데 쓰겠습니다! 은하영웅의 산실인 메다우스 별에서 가장 사랑 받는 스낵과 이야기를 우리 집으로 텔레포트할 거예요. 스낵은 ‘새우깡’처럼 스테디셀러도 좋고, ‘불닭볶음면’처럼 십대들의 잇템도 좋지요. 이야기는 세계적으로 사랑받은 <오징어게임> 시리즈 같은 드라마나 <듄>같이 다시 주목 받는 SF 명작 소설이면 좋겠어요. 현재(시간 개념은 다르겠지만)를 살아가는 메다우스인들과 교감할 수 있다니 생각만 해도 신나네요!




Q.
조윤영 작가님이 나혜림 작가님에게
‘달의 뒷면’이 은유하는 바와 이 이야기의 소재로 엮으신 이유가 무엇인가요?


A. 나혜림 작가님 답변
저는 전설적인 브릿팝 밴드 오아시스가 노래한
이라는 노래를 참 좋아하는데요. 이런 가사가 나옵니다. “너는 이제 갚아야 할 고지서와 딸린 애들을 걱정해야 하지. 우리가 살던 동네가 우릴 어른으로 만들어 버렸네. 그래도 괜찮아.” 제가 ‘그래도 괜찮아’라는 말에 위로받는 어른이라면, 빛나에게는 조금 다른 위로를 주고 싶었어요. 저와는 다른 꿈을 꿀 수 있는 밤을요. 그래서 달을 따 왔습니다. 게다가 달의 뒷면이라면, 그 어둡고 비밀스러운 땅에 뭐가 있을지 누가 알겠어요? 목숨을 바쳐도 좋을 소중한 이가 있을지.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저의 상상일 뿐이고, 이야기를 발표한 이상 ‘달의 뒷면’은 읽어 주시는 분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뭐가 되든지요. (혹시 아직 안 들어보셨다면 노래를 꼭 들어보세요. 진짜 좋아요!)




Q.
나혜림 작가님이 임성은 작가님에게
동물과 식물이 인간의 언어로 말한다면, 인간은 과연 그들에게 귀를 기울일까요? 아니면 그들을 탄압할까요?


A. 임성은 작가님 답변
안타깝지만 인간은 탄압에 가까운 행동을 할 것 같습니다. 이미 인간들은 수 세기 동안 자신들과 다르고 이해할 수 없는 존재들을 배척해 왔어요. 심지어 그 존재가 같은 인간이라 해도 말입니다. 그런데 인간과 전혀 다른 종의 생물이 이해할 수 없는 행동으로. 인간의 언어를 배워 말을 걸어온다면? 물론 처음엔 신기한 마음에 관심을 가지고 귀를 기울이겠지만, 결국 마지막엔 불쾌함을 느끼며 배척하게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배척되고 탄압당하는 그들을 돕는 소수의 인간들은 언제나 그랬듯이 존재할 겁니다. 저는 제가 그 소수로 남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