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회 사계절문학상 결과 발표

제23회 사계절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못갖춘마디], 채기성

제23회 사계절문학상 심사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제23회 사계절문학상에는 모두 111편의 작품이 도착했으며, 이송현(작가), 손원평(작가), 강수환(평론가) 세 분이 예심과 본심을 맡아 주셨습니다.) 선생님이 맡아 주셨습니다. 심사위원 선생님들이 보내 주신 심사평을 아래에 공개합니다.

수상 작가님께 축하를 전하며, 사계절문학상에 응모해 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수상작은 2025년 9월, 책으로 만나실 수 있습니다.       

 

[제23회 사계절문학상 심사평]

제23회 사계절문학상에는 111편의 응모작이 투고되었다. 올해는 유독 각양각색의 원고들이 모여들었다. 아득한 과거(역사소설)부터 먼 미래(SF소설)에 이르기까지, 가볍고 경쾌한 스타일(웹소설)부터 진중한 서술 기법(순문학)까지 실로 다채로운 시공간과 장르 사이를 종횡해야 했다. 그만큼 올해의 ‘경향’을 진단하기 위한 하나의 소실점을 마련하기 어려웠다는 것이 심사위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이것은 ‘정전’(canon)의 시대에서 ‘아카이브’(archive)의 시대로 이동하는 현시대의 반영일까. 아니면 세간의 경향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만의 소설을 쓰겠노라는 작가들의 꿋꿋한 태도에서 기인한 걸까. 어떤 이유에서든, 시대와 감응하면서도 자기 세계를 잃지 않고자 애쓴 작가들의 참여에 깊은 감사를 전하고 싶다. 덕분에 심사하는 내내 지치지 않고 즐거운 마음으로 원고들을 한 장 한 장 읽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이들 사이를 관통하는 한 가지 특징을 꼽자면 청소년을 위한 소설을 쓰겠다는 작가의 자의식과 태도가 선명히 읽히는 응모작이 상당수였다는 점이다. 이는 청소년문학에 있어 훌륭한 밑바탕이다. 다만 작가의 의도와 주제 의식에 비해 완성도의 측면에서 아쉬운 작품도 적잖았다. 특히 많이 지적된 문제는 작품이 내세우는 세계가 과하게 커다랗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협소하다는 점이었다. 전자는 보편적 메시지를 전하기는 하나 인물과 세계의 고유성이 부족하고 피상적인 까닭에 공허하며, 후자는 개성은 뚜렷하나 독자 대중과의 접점이 부족하여 소통이 어렵다. 양쪽 균형을 확보하면서 동시에 오늘날의 청소년 독자들과 생생히 호흡할 수 있는 새로운 작품을 찾는 것을 목표로 본심을 논의했다. 본심작은 아래와 같다.

『그 여름의 체리파이』는 통통 튀는 인물들과 위트 있는 서사가 특히 주목되었다. 여러 이유로 가족 관계가 해체된 상황 속에서 주인공이 건강하게 중심을 잡아가는 이야기를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작품이며, 인물 사이의 상호작용과 서사 진행 간의 관계가 유기적으로 잘 결합하고 있다는 점이 장점이었다. 그러나 죽은 언니의 서사가 충분한 비중으로 그려지기보다는 얼마간 주인공의 성장을 이끄는 매개이자 도구로 기능하는 면모가 크다는 점, 그리고 주인공이 부과된 임무들을 하나씩 완수해 가며 자기 성장을 마련하는 구성 또한 새롭지 않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되었다.

『난 기분이 좋아』는 문학을 대하는 작가의 자세가 짙게 묻어나는 작품이었다. 작품 속 중요한 소재인 ‘누에’는 자칫 청소년을 향한 식상한 비유로 전락하기 쉽지만, 소설은 학교를 떠나 양잠 기술을 배우는 주인공의 서사를 통해 자기 세계를 돌보는 방법을 조금씩 터득해 가는 청소년의 내적 성장을 신선하고 미덥게 그려 냈다. 다만 주인공이 일련의 사건을 통과함으로써 성숙에 이르기보다는 다소 이미 성숙해 있는 인물로 비쳐 흡사 청소년의 설정을 빌린 어른 화자처럼 읽힌다는 점이 약점으로 지적되었다. 그로 인해 청소년 인물의 입체감이나 실감은 서사의 중량감에 미치지 못했다는 의견도 있었다.

『못갖춘마디』는 서사의 활달함과 문학적 의미를 고루 갖춘 점이 돋보였다. ‘청소년다움’이 생생히 전해지는 작품으로, 재난의 피해자이자 실패한 아이돌 연습생이었던 주인공이 진솔한 태도로 시와 랩 가사를 쓰며 자기만의 무대를 펼치는 이야기를 담았다. 무엇보다 등장인물이 말초적인 복수 대신 성숙한 선택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설득력 있는 서사로 풀어낸 점이 미덕으로 지목되었다. 하지만 후반부의 서사가 드라마 문법을 향해 기운다는 점, 작중의 시나 가사가 주인공의 사연과 내면을 너무 직접적으로 제시한다는 점, 하나의 소설이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주제, 상황, 설정 등을 초과하는 듯하다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긴긴 논의 끝에 심사위원들은 『못갖춘마디』를 우수작으로 결정했다. 앞서 언급한 부분적 걱정들을 상쇄할 수 있을 만큼, 청소년 독자들에게 깊이 있는 문학적 감동과 더불어 소설 읽기의 즐거움을 선사하기에 손색없는 작품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수상자에게 뜨거운 축하의 박수를 보내드린다. 아울러 온 마음을 담아 작품을 투고한 모든 응모자에게 다시 한번 더 감사를 표한다. 청소년문학의 장이 더욱 깊어지고 풍부해질 수 있도록 앞으로도 함께 손을 모아 주실 것을 부탁 드린다.

-심사위원 
이송현(작가), 손원평(작가), 강수환(평론가, 대표 집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