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사] 빨강은 아름다워



생리를 시작한 친구들에게

여러분은 언제 처음 생리를 했나요? 생리를 처음 했을 때의 경험이나 느낌이 기억나나요?
생리를 시작했을 때 두려웠나요, 기뻤나요 아니면 생리인지도 모르고 시작했나요.
『빨강은 아름다워』는 생리를 이야기하는 책이에요. ‘생리’라는 현상은 우리 몸에서 어떻게 생기는지, 생리를 하면 우리 몸과 마음에서는 어떤 변화가 있는지, 옛날 옛적에는 생리를 어떻게 인식했는지……. 생리에 대해 마음껏 떠들고 있어요. 선생님들은 이 책을 읽고 생리에 대해 몰랐던 부분과 오랫동안 존재해 왔던 생리에 대한 편견과 부정적인 인식도 알게 되었어요. 특히 교과서에도 등장할 만큼 유명한 철학자들이 생리를 독과 같다고 말한 것에 굉장히 놀라기도 했어요. 심지어 그들은 생리를 경험해 보지도 않은 사람들이었죠. 그렇다면, 생리를 경험한 사람들의 목소리는 왜 들리지 않을까요? 그들의 이야기는 어디에 있는 걸까요?


예민한 도서관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한번 들어 볼까요?

해선 선생님은 초등학교 6학년 때 화장실에 갔다가 생리를 시작했다는 사실을 알고 엉엉 울었어요. 왜냐하면 생리를 하면 키가 더 이상 크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정말로 키가 크지 않을까 봐 너무 걱정되었고, 인터넷에서 생리를 안 하는 방법을 찾아보기도 했어요. 생리가 너무 두려웠던 선생님에게 누군가 생리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려 줬다면 첫 생리를 담담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을까요?
학교에 다닐 때는 생리통이 심해서 생리 기간에 아주 힘들었어요. 그래서 너무 아픈 날에는 보건실에 가서 생리통 약을 달라고 했지만 보건 선생님께서는 약을 주시지 않고 조금만 참아 보라고 하셨어요. 선생님이 어렸을 때는 생리통 약이 여성의 몸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는 이야기가 있었거든요. 어른이 되어서야 그 이야기가 사실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지요.

연승 선생님은 초등학교 5학년 처음 생리를 했을 때 그게 생리인지 몰랐어요. 피가 빨간색이 아니고 갈색이어서 당연히 생리가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엄마가 알려 주고 나서야 생리를 시작했다는 걸 깨달았죠. 그 후, 몇 개월 동안 계속 갈색 피가 나와서 ‘내가 건강하지 않은 걸까?’라는 걱정도 했었죠. 알고 보니 그건 이상한 게 아니었어요. 생각보다 생리 피의 색깔은 굉장히 다양했거든요.
걱정이 많은 선생님은 생리대를 항상 가방에 가지고 다녔어요. 준비를 철저하게 한다고 생각했지만, 주변 사람들은 왜 생리대를 주머니에 넣지 않고 다니느냐고 물었어요. 선생님은 궁금했어요. ‘왜 생리대를 다른 사람에게 보이면 안 될까?’ 선생님은 여전히 그 이유를 알지 못해서 지금도 가방에는 주머니에 넣지 않은 생리대가 있답니다.

다솜 선생님은 고등학교 1학년 때 처음 생리를 시작했어요. 다른 친구들은 이미 생리를 하고 있는데 선생님만 하지 않아 걱정하던 중이었죠. 그래서 한참 늦은 생리가 조금 반갑기도 했어요. 친구가 생리대를 선물하면서 축하해 줬던 기억도 나요. 그런데 그 후로도 생리를 자주 하지 않았어요. 때로는 생리가 골칫덩이처럼 느껴지기도 했어요. 생리를 할 때는 불쾌한 기분 때문에 힘들기도 했고, 생리를 하지 않으면 건강에 이상이 있을까 봐 걱정하기도 했어요.


이렇듯 생리에 대한 경험은 정말로 제각각이에요. 누군가는 두려움과 걱정을 가지고 생리를 시작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생리를 맞이하기도 해요. 그리고 누군가는 생리를 기쁜 마음으로 반기기도 하죠. 하지만 우리는 모두가 이런 다양한 생각과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걸 모르고 있어요. 왜냐하면 ‘그에 대한 이야기를 너무 안 하니까!’요.
선생님들이 어렸을 때, 생리에 관한 책을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었어요. 도서관의 많고 많은 책 중에서 왜 생리를 이야기하는 책은 없었을까요? 그리고 왜 아무도 생리에 관한 이야기를 해 주지 않았을까요?
생리는 지구에 사는 사람들의 절반이 하는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생리를 숨기거나 부끄러워할 이유가 없어요. 또한 건강한 삶을 위해 나의 몸과 나의 몸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잘 아는 것도 당연한 일이에요.
이 책을 읽고 여러분은 생리에 대해 어떤 것을 새롭게 알게 되었나요? 생리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게 되었나요? 선생님은 여러분이 생리에 대해 당당하게 말할 수 있길 바라요. 그리고 여러분이 어른이 되었을 때, 생리를 시작하는 어린이에게 생리에 대해 잘 설명해 줄 수 있는 멋진 사람이 되길 바랍니다.


- 예민한 도서관(김소연, 박다솜, 정승연, 주해선 선생님)

※ 예민한 도서관은 성평등 관점에서 어린이책을 읽고, 연구하고, 나누는 현직 초등교사 모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