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서평단] 바깥은 준비됐어 _ 우리 청소년들은 안녕하고 있을까요?

우리 청소년들은 안녕하고 있을까요? 요즘은 학생들의 심리적 혹은 표면적 변화가 보일 때 문득 코로나 때문인가? 하고 시대적 흐름의 영향력을 고려하게 됩니다. 코로나로 인해 사회성이 부족한가? 코로나로 인해 방황하고 있나? 코로나로 인해 학습능력이 떨어지고 있나? 등등 기상천외의 경험을 우리 성인들도 겪으면서 아마 많은 사람들의 생활양식이나 가치관에 변화가 생겼을지도 모릅니다.

이 책 '바깥은 준비됐어'는 다섯 편의 단편 소설로 2020년대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의 모습을 담아두었습니다. 충분히 공감되고, 우리 주변에서 이런 청소년들을 마주한다면 그저 토닥토닥 따스한 마음으로 눈빛을 맞춰주고 싶어졌습니다.

◆ 파티를 수락하시겠습니까? - 이재문 지음

세상은 온통 누렇기만 합니다. 지금의 코와 입만 가려도 되는 '마스크'가 오히려 고마울 정도로 '방독면'을 쓰고 다녀야 하는 시대를 배경으로 합니다. 그나마 학교는 각종 공기정화시스템 등 학생들의 등교가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어요. 환경이 변하면서 적응한거겠죠. 그러나 현실보다 메타버스 환경이 더 편한 선우는 현실을 대체하는 메타버스 세계인 '퓨처로드'에 접속한 채 매일 시간을 보냅니다. 세상에나 마법사에 가까운 실력을 갖췄기에 자신의 아바타를 만들어서 가상 출석이 인정되는 학교에 보내고 자신은 열심히 퓨처로드에서 게임이자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던 거죠.

여기서 학부모의 고민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완전몰입형 메타버스 게임인 '퓨처로드'는 리얼 가상현실인데, 여기에 접속해서 학교를 가도 출석으로 인정되다보니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전용 게임 캡슐을 부모들은 사주지 않을 수 없는 시대란 점이죠. 그런 딜레마는 시대를 막론하고 늘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고가의 태블릿 PC로 학습하는 학생들이 많아지면서 자녀가 사달라고 필요하다고 할 때 덜덜 손을 떨며 사주지 않을 수 없는 환경이 된 것처럼 말이죠.(각종 스마트 기기들은 대부분의 학생들이 사용하기엔 지나치게 고가이거나 불필요한 고급 소프트웨어를 탑재하고 있으니까요..)

선우는 그렇게 가상현실 게임 속에서 나름대로의 꿈을 가지고 있어요. 마법사가 되자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레아라는 아이를 만납니다. 서로의 레벨 업을 위해 꼭 필요한 존재였고, 매력적인 아이였죠. 그러다보니 선우의 마음이 레아를 향해 직진하고 말아요.

선우에게 현실은 너무 암담했거든요. 늘상 다투는 부모님의 소리가 그리울 정도로 엄마가 떠난 집은 적막했으니까요. 우리 청소년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어른들의 세계도 큰 몫을 한다는 걸 알기에 가상현실 속에서라도 선우가 정체성을 갖고 잘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까지 스물스물 피어올랐어요. 현실학교에서조차도 선우는 약자로 분류되어 괴롭힘을당하곤 했으니까요.

그러니 퓨쳐로드에서 만난 레아는 완벽한 친구 이상이었죠. 마지막 퀘스트를 달성해야 하는 선우로서도 '진정한 사랑' 퀘스트에 성공하기 위한 좋은 기회이기도 했죠. 서로의 통성명이 끝나고 서로의 능력을 확인한 후 퀘스트를 함께 진행하기 위해서 레아는 선우에게 손을 내밉니다. "파티를 수락하시겠습니까?" 선우, 고민할 필요도 없었죠.

그렇게 둘은 함께 퀘스트를 진행합니다. 힘든 미션도 완수하고, 서로를 칭찬하고 응원하며 가까워지기 시작한거죠. 선우는 심장이 뜨거워져요. 고백하지 않으면 터져버릴 것 같은 마음에 고백도 합니다.

"나.... 네가 좋아. 진짜야."

레아도 동의했고 닷새 동안 뜨겁게 사랑을 했죠. 그러나 이후 선우는 깨달아요. 레아가 완전히 사라져버린 사실을요. 퓨쳐로드 어디에도 없었어요. 어쩜 처음부터 없었던 사람처럼. 그리고 선우는 레벨 100퀘스트에 성공했다는 축하 메시지를 받죠.

​현실에선 계속 아버지와 갈등합니다. 현실에서 볼 땐 좀비처럼 축 늘어져 쓰러진 듯 누워있는 모습은 가상세계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선우를 상상할 수 없거든요. 여전히 현실로 깨어나라는 아버지의 훈계를 듣다가 문득 선우는 이렇게 말합니다.

"아빠는 사랑이 뭔지도 모르잖아요."

그러자 아빠는 능력이 있다면 사랑 따위 어떤 벽이 있어도 얼마든지 쟁취할 수 있다며 장담합니다. 가상세계에서 허우적대는 아들에 대한 속상함이 담긴 아빠의 말이었지만 우리 청소년 선우. 그 말에 힘을 얻네요. 곧바로 레아와 선우를 가로막는 거대 게임 업체의 정책이 문제라는 걸 깨닫습니다. 그리고 레아를 찾아 나섭니다.

사실 가상현실과 게임이란 것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이 많은 저로서는 선우의 부모였다면 한숨을 쉬다 바닥에 붙어버리는 건 아닐까 생각했어요. 그런데 관점을 조금 달리해볼 필요는 있겠다 싶습니다. 현실에선 좀비같지만 가상세계에선 사랑도 할 줄 알고 적극적으로 생각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선우의 마음을 이해해보는 건 어떨까요? 그리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 마음을 현실로도 데려올 수 있도록 핀잔보다 격려와 응원을 해준다면 선우가 현실에서도 자신의 마음을 잘 표현하고 자신의 삶에 능동적으로 변화되는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요?

요즘 아이들을 바라보는 어른의 시선에 조금 더 여유로움과 기다림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소설이었습니다..

◆ 바깥은 준비됐어 - 김선영 지음

대표 제목으로 선정된 단편소설은 뭔가 특별해보입니다. 왜 편집자들은 혹은 왜 작가들은 이 작품을 책의 대표 소설이자 제목으로 결정했을까요? 그래서 더 유심히 읽어보게 되지요. '바깥은 준비됐어'에는 고등학생이 나옵니다. 결코 마주치고 싶지 않은 친구와 원하지 않은 곳으로 배정된 학교에서 우연히. 아니 하필이면...

부유한 집 딸 유라를 도왔다가 친해져서 좋아하는 것도 순간, 친구들 사이에선 유라와 자신이 공주와 시녀 관계라는 놀림만 당합니다. 친해지고 싶은 친구였으나 결코 친해져서는 안되는 친구로 하루 아침에 바뀌는 현실 속에서 무엇이 진실인지도 모른 채 둘은 헤어지게 되죠.

그렇게 마음에 앙금이 남은 채로 살아가던 '나'는 고등학교에서 유라를 보자 마자 옛기억이 확 몰려옵니다. 나름대로 위로의 편지를 쓴다고 썼지만 무참히 무시당한 사건은 결고 시간을 되돌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었거든요. 그렇찮아도 원하지 않던 학교였는데..

결국 '나'는 학교를 땡땡이 칩니다. 엄마에게 등짝 스매싱을 당하면서도 발길을 학교와 반대 방향으로 돌리지요. 공원을 거닐고 거리를 돌아다녀보지만 1교시, 2교시.. 시간의 흐름에는 민감해집니다. 꼬르륵.. 배가 고픈 걸 보니 학교에선 벌써 급식 시간이겠구나 싶은 마음으로 공원 매점에 갑니다. 매점 아주머니는 단번에 알아보죠.

"너, 학교 안 갔구나?"

얼마나 대꾸하기 싫었을까요? '나'는 몸을 홱 돌려서 나옵니다. 온 몸으로 말 시키지 말라는 신호로 말이죠. 그런데 아주머니의 한 마디가 '나'의 마음에 와 닿습니다.

"에효, 그래 뭐 하루 학교 안 간다고 지구가 멸망하겠니? 깃털같이 맑은 날, 하루쯤 땡땡이 친다고 하여 인생이 어떻게 되지는 않지. 그렇다고 뭐 일상이 크게 달라질 것도 없고." (83p.)

그러게요. 나름 범생이로 살아온 저도 이 말이 참 위안이 됩니다. 사춘기를 거의 겪지 않았지만, 딱 하나 기억나는 건 여름방학 방과후 수업 마지막 날 마지막 교시를 땡땡이 쳐 봤거든요. 제가 갈 수 있는 곳은 별로 없었어요. 그저 바닷가에 가서 벤치에 앉아 하염없이 바다를 보며 노트에 끄적끄적 글만 쓰다가 집에 왔던 기억이 납니다. 그럴 때 이 아주머니처럼 저에게 저런 말 한 마디 해줬다면 죄책감에 사로잡히지 않았을 텐데.. 순간 이 소설의 주인공 학생이 부러웠습니다. 그런 말을 해주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도 큰 행운이자 인복이거든요. 사람의 마음이 둥글게, 부드럽게 되도록 변화시켜주는 힘이죠.

그렇게 해서 아빠 없이 엄마와 단 둘이 살며 온갖 신경을 다 곤두세웠던 '나'는 엄마의 추천대로 '쉼, 숨, 숲'이란 곳에 방문하게 됩니다. 상담센터 같은 곳이죠. 여기서 또 한번 '나'는 마음이 뽀송뽀송해지는 경험을 해요. 그곳에선 뭐가 문제냐 무슨 고민이 있냐 캐묻지 않습니다. 오히려 비둘기 알에 관심을 갖는 '나'에게 비둘기가 알을 잘 품고 고양이에게 알이 먹히지 않도록 보초병 역할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아요. 어쩌면 '나'스스로 그 역할을 자처한 거나 마찬가지였죠. 어디에도 가고 싶지 않았고, 누구에게도 소중하지 않다고 여겼던 '나'에게 아주 중요한, 생명을 보호하는 책임이 생긴거죠.

그건 완전히 다른 삶을 불어넣어주는 중요한 시작이었습니다.

아, 충분히 공감이 되었어요. 그렇게 치유받은 '나'는 마음의 갈등을 겪는 엄마의 모습을 그리거나 자기 자신을 나타내는 그림도 그려보며 조용하면서도 따뜻한 상담을 받고 이제 당당히 써봅니다.

구덩이 속에 갇혀 세상을 내다보는 쥐의 모습이 자신이란 걸 느끼며, 까치발을 든 생쥐의 뒷발에 바깥 세상에 대한 부러움과 동경을 가득 담아서 그린 그림 아래에 당당히 쓰기 시작합니다. 제목이죠. 바로 '바깥은 준비됐어.'

​반갑다고 인사하는 친구 유라의 문자에도 더이상 묵묵부답하지 않았어요. '내일 보자'고 당차게 답을 했죠. 이제는 이전과 다른 삶을 살아갈 '나'의 모습을 상상하니 저도 절로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참 좋은 에너지를 넣어주는 작가의 글 솜씨가 잔잔하고 강하게 마음에 와 닿았어요.


이 외에도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변화시키는 경험을 하며 성장한 아이의 모습을 담은 '백 투 더 퓨처', 다문화 가정에서 겪은 슬프고 안타까운 기억을 따스한 가족의 마음으로 이끌어주는 한 아이의 관심과 도움이 따스한 '주먹 쥐고 일어서' 그리고 형과 비교당하는 동생의 죽고 싶은 마음을 다잡아주는 또 다른 청소년의 단단한 위로와 관심을 담은 '옥상 정원'도 밑줄 긋고 생각에 잠기게 하는 부분들이 많은 작품들입니다.

​이 책을 통해 지금 우리 청소년들의 마음에 우리의 마음을 더해보는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요? 아무렇지 않게 따스해지는 말 한마디, 눈빛 하나가 오히려 청소년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힘이란 사실을 기억하고 배우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