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인터뷰] <마르그리트의 공원> 사라 스테파니니

“인상적으로 다가온 이야기를 옮긴 그림,
그리고 새 터전 새 집에 고향의 일부를 들여오고 싶었던
간절한 마음이 어우러진 거예요.”


『마르그리트의 공원』 사라 스테파니니Sara Stefanini 작가 인터뷰
 
사라 스테파니니는 이탈리아에서 활동하며 그래픽 디자인, 일러스트, 그림책 작업을 두루 하는 예술가입니다. 『마르그리트의 공원』 은 작가가 몇 년 전 스위스 출판사를 통해 처음 선보인 그림책입니다. 이후 팬데믹으로 인해 바깥과 단절된 환경에 익숙해진 지금, 그림책에 깃든 자연의 에너지가 더 아름답게 와닿는 듯합니다. 이번 한국 출간을 기념한 서면 인터뷰에서 사라 스테파니니 작가를 처음 소개합니다. 이 책의 뒷이야기를 들어 보았습니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첫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사라 스테파니니입니다. 이렇게 만나게 되어 반가워요. 저는 지금 밀라노에 있고, 이곳에서 산 지 어언 20년이 되었어요. 사실 제 고향은 스위스예요. 저는 대도시와는 달리 초록이 무성한 어느 교외의 작은 국경 도시에서 자랐어요. 이 사실이 저라는 사람에 대한 중요한 정보는 아니지만, 『마르그리트의 공원』 창작에는 중요한 배경이 되었어요. 저는 대학 진학을 하면서 밀라노로 이주했어요. 처음엔 브레라 예술학교Brera Academy에서 회화를 전공했고, 그다음 에우로페오 디자인 학교IED에 입학했어요. 그래픽 디자인은 뒤늦게 시작했는데, 제가 일러스트레이터로서 또 그 밖의 다양한 작업을 하는 작가로서 성장하는 데 값진 발판이 되었어요.
 

작가님의 첫 그림책이죠, 『마르그리트의 공원』 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네, 『마르그리트의 공원』은 제가 처음 쓰고 그린 그림책이에요. 언젠가 친한 친구가 들려준 이야기인데요, 한 여자아이가 작은 양동이에 흙을 담아 와서는 다락방에 차곡차곡 모았대요, 그저 놀이였던 거죠. 그리고 그 애 부모님이 집을 팔 때에서야 그 광경(다락방이 흙으로 뒤덮인)을 보게 된 거예요. 그 순간 그들 표정이 상상이 되죠? 고 아이가 누군지는 밝히지 않겠지만 여하튼 정말 있었던 일이었어요. 이 신선한 이야기가 제 마음을 사로잡았지요. 그래서 아이가 흙으로 가득 찬 다락방에서 할 만한 놀이가 무얼까, 도대체 왜 이런 특이한 일을 꾸민 걸까, 상상해 보았어요. 이 이야기를 접할 무렵은 밀라노로 온 지 몇 년 정도 지났을 때였는데, 그때까지도 저는 이 도시가 너무나 붐비고 나와는 너무 맞지 않는다 느꼈어요. 고향의 푸르른 향이 그리워 정을 붙이지 못했죠. 『마르그리트의 공원』은 이렇게 시작되었어요. 인상적으로 다가온 이야기를 옮긴 그림, 그리고 새 터전 새 집에 고향의 일부를 들여오고 싶었던 간절한 마음이 어우러진 거예요.
 
어떤 재료, 어떤 기법을 사용하셨나요?

저는 작업을 할 때 손쉽고 빠른 기법을 선호해요. 이 책에서는 아크릴 물감으로 칠한 배경에다 연필 드로잉과 수채화로 그린 캐릭터들을 콜라주했어요. 부분적으로 색감을 달리 하기 위해 불투명한 종이를 겹쳐 얹기도 했어요. 원화에는 작게 꿰맨 부분도 있고요, 재료나 기법을 풍부하게 섞어 작업했답니다.
 
책 오른쪽 페이지마다 둔 반쪽짜리의 흰 공간은 어떤 의미일까요?
 
저는 원래도 흰 공간을 좋아해요. 무언가 그림에 숨을 불어넣는 느낌이거든요. 이 그림책에서는 특별히 꿈이 어떻게 현실로 전환되는지를 보여 주기 위해 마련한 공간이었어요.
 

개와 개 주인의 초상이 인상적이었는데요, 모델이 있었나요?
 
물론 있었어요! 개와 개 주인은 닮는다고들 하잖아요? 어느 날 도심 한복판에서 한 여성분과 불독이 가는 걸 봤는데, 정말 똑 닮았더라고요. 둘이 걸을 때도 나란히, 멈출 때도 나란히, 정말 비슷한 걸음걸이에 얼굴 인상도 똑같았어요. 그래서 생각했죠, '와, 이걸 꼭 이야기에 풀어야겠다!' 그런데 초상을 완성하고 보니, 그림 속 여자와 개가 그때 그 여성분이 아니라 우리 할머니를 닮았다는 걸 깨달았어요. 제가 할머니 얼굴을 자연스럽게 불독 얼굴로 연상했다는 게 정말 웃겼어요. 할머니는 모르실 테죠. (죄송해요, 할머니.)
 
 

야외 드로잉도 많이 하셨나요?
 
저는 늘 걸으면서 메모도 많이 하고 드로잉도 종종 해요. 인상적인 것을 사진으로 찍기도 하고 핸드폰에 바로바로 쓰거나 그려 두죠. 이건, 좀 오래되었지만, 제가 『마르그리트의 공원』을 작업할 때 끄적였던 드로잉들이에요.
 

왜 주인공의 이름을 ‘마르그리트’라고 지으셨나요?
 
‘마르그리트’는 ‘데이지’를 뜻하는 말이에요. 집에다 공원을 심는 작은 여자아이의 이름으로 딱이라고 생각했어요. 데이지는 정말 귀여운 꽃이거든요!
 
작가님의 집 환경은 어떤가요?
 
다행히 지금은 밀라노에서도 녹지로 이사 왔어요. 집에는 멋지고 아담한 정원도 있고요. 이제는 고향의 숲을 그리워하지 않아요, 때가 되면 돌아가야 하겠지만.
 



2020년 볼로냐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되셨죠. 출품작 이야기를 살짝 들려주세요.
 
네, 2020년이었죠. 그땐 온라인 전시만 진행돼서 아쉬웠지만 그래도 즐거웠어요. 그 작업의 제목은 < Me&You>입니다. 우정에 관한 그림책이에요. 주인공 엘리자에게는 자신만의 상상의 세계가 있어요. 자기 방에서 상상 친구들과 노는 걸 좋아하는데, 힐러리라는 친구를 만나면서 서로 다른 두 세계가 만나 새롭고 아름다운 공간이 탄생돼요. 이 작업은 같은 해에 ‘dPictus’(영국의 그림책 큐레이션 그룹)가 주관하는 미출간 그림책 쇼케이스에 오르기도 했어요.
 
작가님의 블로그 글에서 ‘일에서 행복을 찾고 즐겁게 작업하며 그럼으로써 누군가에게 좋은 여운을 오래도록 남겨 주고 싶다.’는 메시지가 좋았습니다. 요즘은 어떤 작업을 하시나요?
 
이 문장이 마음에 드셨다니 기뻐요. 제 작품을 보는 사람들이 정말로 행복한 영향을 받았으면 해요. 제가 그린 그림이든 디자인 프로젝트든 어떤 작업 하나로 누군가가 깊은 인상을 받을 수 있다는 건, 제게 큰 책임감을 주는 동시에 작업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요.
바로 얼마 전 스위스 출판사에서 그림책 하나를 냈고 지금은 프랑스 출판사와 계약한 그림책을 마무리하고 있어요. 그리고 제가 한동안 서랍에 간직해 두었던 작업이 있는데, 그건 드디어 이탈리아 출판사와 함께하게 되었어요. 무척 행복하게 일하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