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도 친구일까?』 조은영 작가

『우리는 지금도 친구일까?』
2022 인터뷰 : 조은영 작가 편

“떡볶이 좋아해요. 밀떡이죠! with 김말이랑 오징어튀김!”


 
열여섯 때 이야기잖아요. 지금 이 이야기를 꺼낸 특별한 이유라면?
- 중3, 열여섯은 제게 허리케인 같았어요. 당시, 어른스러워지려는 친구들을 참 못마땅해했고요. 하지 말라는 건 한번 더 해보고, 해야 한다는 건 일단 하지 않았던 사춘기 때 이야 기예요. 갑자기 이 이야기를 꺼내는 게 제겐 이상하지 않아 요. 저는 아직도 열여섯 그때랑 생각과 마음이 똑같거든요. 그런데 키보드를 치고 있는 제 손을 보면, 나이를 많이 먹긴 했네요. 하하.


백여 장이 넘는 먹그림을 그리신 걸로 알아요. 작가님 작업방식은 어때요? 
- 백 장이요? 300장이요. 버린 오징어 그림도 세어 보면, 아마 500장은 될 거예요. 작업은 즉흥적이에요. 계획을 가지고 그리고 싶기도 하지만 무계획이 더 계획적으로 보일 때가 많아요. 그래서 500장은 그려야 쓸 만한 그림이 나오는지도 모르겠어요. 억지스럽지 않고 쏘아붙이지 않는 과감함이 좋아요. 과감함만 먼저 눈에 보이면 이젠 좀 머쓱해요.

 

‘오징어’만 그린 이유가 있나요? 독립출판물 『오징어』와도 느낌이 다른 오징어예요.
- 울릉도에 놀러가서 오징어 배를 탄 적이 있어요. 캄캄한 바다에서 오징어를 낚아 올렸는데 오징어가 야광 홀로그램처럼 반짝거렸어요. 슈퍼에 누워 있는 하얀색 오징어와 달랐어요. 하늘을 날아다니는 슈퍼맨 같았어요. 그 오징어에 매료가 되었는지, 오징어를 다양하게 그려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물 하나를 정해 놓고 변형해서 그리는 건 참 재밌어요. 레고 한 통을 뜯어서 비행기도 만들고 배도 만들잖아요. 한정된 재료지만 제약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오히려 그 답답함을 이겨내면서 얻는 짜릿함이 있어요. 독립출판물과는 어떤 식으로든 달라지고 싶었어요. 오징어 회도 맛있지만 오징어 볶음도 맛있고 말린 오징어도 맛있잖아요. 같은 재료지만 여러 가지 맛을 보고 싶은 것처럼요.


 
천수분식 얘기도 해볼까요? 추억의 떡볶이집.
- 당시 천수분식 아주머니는 좀 쌀쌀맞고 항상 피곤해하셨어요. 아이들에게도 인기가 없었는데 그래도 저에겐 ‘삐삐’란 별명도 지어 주시고 백 원 단위는 절사해 주셔서 감사했던 기억이 나요. 지금은 천수분식이 메뉴와 상호를 바꿔서 그 동네의 대박 치킨집이 되었어요. 저도 20년 만에 찾아가서 “옛날에 교복 입고 다녔던 삐삐 기억나세요?” 하고 알은척을 했지요. 반겨 주셨어요. 한국에 가면, 책을 들고 다시 한 번 찾아가 보고 싶어요.


출판 준비 작업은 미국에서 이어가신 걸로 알아요. 어떠셨나요?
- 아무래도 같은 작업을 장소를 옮겨서 하는 게 좀 어려웠어요. 미국에 있지만 작업 책상을 보면 한국에 있는 것 같아서 순간 아무것도 안 하고 넋 놓고 있을 때가 많았어요. 제 마음도 태평양 어딘가에 둥둥 떠다녔던 것 같아요. 한국과 낮밤이 다르다 보니, 어쩔 땐 하루 종일 낮을 살거나 하루 종일 밤을 살기도 해요. 텔레파시를 보내며 작업을 했지만 작가 없이 고생했을 편집자, 디자이너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달려 토토』 이후 쓰고 그린 그림책으로는 오랜만이에요. 독립출판물 작업으로 뵌 적이 있고요.
- 정말! 진짜! 너무! 오랜만이에요. 그동안 그림책 작업을 안 했던 건 아니지만 물속을 걷는 것처럼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었어요. ‘아이가 조금 더 크면 내 작업을 할 수 있겠지?’ 생각하며 하루 이틀 미뤄 왔던 것 같아요. 돌아보니 핑계가 많았네요.


미국 생활 어떤가요? 식생활은 괜찮아요?
- 미국에 한국 밀키트가 많이 나와 있어요. 남산 돈까스, 닭한마리 칼국수, 보쌈, 멸치볶음, 비빔용 나물 등 오히려 한국보다 달고 짜지 않아서 맛있게 먹고 있는데요. 다만 하나 아쉬운 점은 여기 닭갈비가 없다는 거예요. 둥그런~ 달덩이만 한 프라이팬에 밥까지 볶아 먹는 춘천식 닭갈비. 그게 먹고 싶어요. 2023년 여름이나 겨울에 컴백홈합니다.

 

마지막으로, 조은영 작가에게 친구란? 어떻게 해야 친구로 오래 남을까요?
- 친구는, 장난치고 싶은 사람. 뒷일 생각하지 않고 같이 남 욕할 수 있는 사람. 생일선물 받아 내고 싶은 사람. 내가 책을 냈을 때 물개 박수 쳐 주는 사람.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

같이 밥 먹자고 하면 밥 먹고, 같이 놀자고 하면 놀고, 먼저 연락해보기도 하고, 바빠 보이면 연락은 좀 안 하다가 고민이 있다면 고민도 들어 주고, 칭찬받고 싶어하면 칭찬도 해주고, 자랑하고 싶어하면 자랑하게 내버려 두고, 가끔 기프티콘도 보내 주는 것. 이런 걸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오래 가지 않을까요? 때로는 연애하듯 때로는 비즈니스하듯 그렇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