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인터뷰] <따끈따끈 찐만두 씨> 심보영 작가


 

“내가 제일 나답게 살아가는 것이 사실 정말 어렵잖아요.”

사계절 그림책

『따끈따끈 찐만두 씨』

심보영 작가 인터뷰

Q. 만두 좋아하세요?

저는 음식에 대한 다큐멘터리나 백과사전을 보는 걸 무척 좋아해요. 만두에 대한 많은 유래 중에 기억에 남는 설이 있는데요. 촉한의 제갈량이 이끄는 병사와 신하들이 남만과의 전쟁으로 인해 죽은 영혼을 달래자며 오랑캐의 머리를 바치자고 했대요. 하지만 제갈량은 사람 대신, 사람 모양으로 밀가루를 반죽해 고기와 야채를 섞어 만두를 만들었고 그걸 바치도록 했다는 일화가 전해져요. 물론 설이기 때문에 진위여부는 따지기 어렵지만 그때부터 뭔가 만두를 먹을 때마다 묘한 기분에 휩싸이곤 했어요.


 

 

Q. 어떻게 이 귀여운 주인공을 떠올렸나요?

저에게는 15살 고양이가 있어요. 하얀 터키시앙고라 종이에요. 긴 털을 지니고 있는 친구라서 여름이 되면 제가 직접 털을 깎아 주곤 하는데 그때 제일 신경 쓰는 부분은 얼굴이에요. 아주 동그랗게 다듬어 주면 정말 귀여워요. 그 동그란 얼굴을 손으로 감싸고 있으면 따뜻한 고양이의 체온이 느껴져요. 고양이는 사람보다 체온이 약간 높은 편이거든요. 따끈따끈한 그 온기를 느끼며 제가 부르던 애칭이 있었는데 ‘찐빵떡 씨’였어요. 된소리 발음이 재밌기도 하고 동그란 얼굴이 정말 찐빵 같기도 해서요. 이름을 부르다 보면 가끔 캐릭터가 살아날 때가 생기거든요. 그렇게 떠올린 찐빵떡 씨가 후에 찐만두 씨가 되었어요.



 

Q. 찐만두 씨는 김치 만두인가요? 고기만두인가요?

찐만두 씨는 김치 만두랍니다. 그렇게 설정한 이유는 김치가 호불호의 영역에 있는 음식이기 때문이에요. 사람마다 좋아하고 싫어하는 이유가 분명한 음식이요. 찐만두 씨는 어쩌면 어디에선 사랑을 받지만 또 다른 곳에선 아마 배척도 받을 거예요. 하지만 그 속에서도 찐만두 씨는 흔들리지 않고 자기만의 온도로 살아 내는, 진짜 강한 마음을 지닌 만두라고 생각했어요. 내가 제일 나답게 살아가는 것이 사실 정말 어렵잖아요. 저도 그게 잘 안 되는 사람이라서 늘 의식적으로 나답게 살아가자고 다짐을 하거든요. 찐만두 씨처럼 세상을 살고 싶어요.

 


 

Q. 작품 속에는 찜통마을과 냉동마을이 나와요. 어떤 마을을 더 좋아하나요?

냉동마을이요. 모든 계절을 사랑하지만 겨울을 가장 좋아해요. 코끝이 시리기 시작하면 겨울에만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할 생각에 마음이 설레요. 장작불 불멍, 눈 내리는 날의 뜨끈한 온천, 추운 날 마시는 따뜻한 차…. 그런 것들을 누리고 있으면 마음이 평온해져요.

 




 

Q. 굉장히 많은 조연들이 등장해요. 특별히 애착이 가는 캐릭터가 있나요?

사람이 사는 집도 청소를 미루다 보면 먼지가 쌓이는 것처럼 냉동만두 할머니의 냉동집도 시간이 흐르면 눈먼지가 쌓여요. 찐만두 씨는 눈먼지를 잘 모아서 눈사람들을 만들죠. 버려질 작은 것들을요. 그 눈사람들이 힘을 합치고 연대하여 이글루를 짓고 새로운 터전을 일궈 살아가거든요. 그런 존재들이 항상 눈에 밟히고, 또 대견하고 좋아요.

 


 

Q. 작품 속에서는 만날 수 없는 이야기가 궁금해요. 눈 강아지는 왜 할머니와 함께 남았을까? 펭귄은 어디서 온 친구들일까? 미스터리깜장봉지들의 소문은 무엇일까?

처음 작품을 시작할 때부터 할머니에 대한 쓸쓸함이 있었어요. ‘늙는다는 것은 어떤 걸까?’ 자주 생각하는 편이라 할머니에게 감정 이입이 많이 되었어요. 그렇다고 할머니를 시혜적으로 소비하긴 싫었어요. 할머니도 찐만두 씨처럼 단단하게 자신이 처한 현실과 앞으로의 상황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건강한 캐릭터였으면 했죠. 그럼에도 여전히 제 마음 한구석엔 할머니에 대한 연민이 있었나 봐요. 그래서 눈 강아지를 살포시 옆에 뉘었어요.

 

펭귄들은 추워지면 찾아오는 눈송이처럼 그저 존재만으로 귀엽고 반가운 냉동마을의 친구들입니다. 아무 이유 없이 제가 좋아하는 동물이기도 하고요. 사심입니다.

 

미스터리깜장봉지들은 사실 음식물 쓰레기봉투예요. 편집부에서 맨 처음 이 봉지들을 보고 너무 귀엽다며 마음에 들어 하셨는데 정체를 밝힌 후, 모두 한바탕 웃었답니다. 예전에 혼자 사는 친구 집에 갔었는데 적게 나오는 음식물을 처리하기 애매해 냉동실에 얼려 놓는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엄청 충격을 받았는데 생각보다 그렇게 하시는 분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래서 냉동실에 까만 봉지가 들어 있다면 ‘아, 열어 보고 싶지 않아. 그런데 대체 안에 뭐가 있지? 설마 음식물 쓰레기인가?’ 하고 상상을 할 것 같았어요. 그리하여 미스터리깜장봉지라는 이름이 탄생했지요.

 


 

Q. 그밖에 꼭꼭 숨겨놓은 디테일들이 있다면?

아마 다들 찾으셨을 지도 모르겠는데요. 설인이요. 냉동마을엔 설인이 살고 있어요. 작은 존재는 너무 작아서 지나치기 쉽지만 정말 큰 존재도 의외로 너무 커서 지나치게 될 것 같았어요. 있는 듯 없는 듯, 그런 설인이 항상 냉동마을에서 배회하며 산도 되고 나무도 되고 때로는 설인의 발자국으로 연못도 만들어져요. 어디 어디 설인이 있는지 찾으셨나요?




 


 

Q. 이번 책을 하면서 특별히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말해 주세요.

사실 찐만두 씨의 최초의 이름은 ‘찐빵떡 씨’였어요. 고양이의 별명이었기 때문에 이유를 따로 고민하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편집부와 이야기를 나누며 ‘할머니는 만두인데 왜 주인공은 찐빵이지?’ ‘찐빵이면 찐빵이지 떡은 뭐지?’ 그런 의문들이 계속 오고 갔어요. ‘뭐 어때?’ 할 수도 있었지만 이야기에 의미 없는 물음표들을 남기고 싶지 않아 오래 생각했어요. 찐빵은 발효된 밀가루로 만드는 음식이고. 만두는 얇게 빚어 만드는 음식인데 주인공의 성격을 생각하면 발효된 이미지는 무거울 것 같더라고요. (웃음) 그리고 무엇보다 할머니도 만두였기에 결국 찐만두 씨로 개명을 하게 되었답니다.

 


 

Q. 작가님의 하루가 궁금해요.

저는 사실 굉장히 불규칙적인 생활을 하던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동물을 키워 보면 아시겠지만 동물들은 굉장히 규칙적으로 살아요. 순전히 제 고양이 때문에 부지런한 사람이 되었어요. 아침 6시에 일어나 청소를 하고, 밥을 먹고, 도시락을 챙겨서 작업실로 출근해요. 작업실에 도착하면 그날 해야 할 일들을 종이에 쭉 적고 하나씩 지워 가며 일을 해요.

규칙성과 창의성을 같이 놓고 보는 걸 의외라고 생각했었는데 규칙적인 생활을 하며 느낀 건 규칙 속에서 능률적인 작업이 더 가능하다는 거였어요.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 규칙적으로 철저하고 성실하게 소설을 쓰는 일화들이 나오거든요. 그걸 보며 생각하죠. ‘(무려) 무라카미 하루키도 이렇게 사는데…!’ 그래서 매일 성실하게 책상에 앉아요.
 

 

Q. 그림책을 떠올리는 과정은 보통 어떤가요? 귀여운 캐릭터가 먼저 떠오르나요?

저는 두 가지인 것 같은데 캐릭터가 먼저 떠오르거나 소재를 먼저 떠올리거나 해요. 캐릭터를 떠올리면 외형에서 오는 성격과 말투, 그 친구의 뒷이야기들을 생각해요. 만약 소재를 먼저 떠오르면 바로 캐릭터를 만들죠. 그다음은 같아요. 이야기는 그렇게 캐릭터의 정체성대로 자연스럽게 흘러가요. 그 캐릭터가 할 만한 행동들을 하다 보면 이야기는 길게 늘어져요. 짧은 이야기를 늘리는 것보다 긴 이야기를 줄이는 것이 더 풍성하기 때문에 일단은 최대한 길게 이야기를 만드는 것 같아요. 그렇게 여러 이야기를 떠올리고 이어 가면서 방향을 잡아요. 편집부의 도움도 늘 많이 받는 편이에요. 제 마음대로 상상하며 날고 있으면 편집부에서는 타당성을 만들어 주곤 해요.




 


 

Q. 찐만두 씨를 만날 독자들에게 한 마디!

자기만의 온도로 살아가고 계신가요? 그 온도를 지키기엔, 현실이 녹록하지 않는 날이 더 많을 거예요. 나의 온도가 몇 도인지 잊고 사는 날이 더 많더라도 가끔 어떤 하루는 자신을 위해 생각해 보세요. 나는 나의 온도대로 살고 있는지. 따끈따끈 찐만두 씨처럼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