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발표


제20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이 결정되었습니다.
 
 
『우리의 정원』, 김지현

심사는 오정희(소설가), 오세란(문학평론가), 김해원(소설가, 제6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자), 정은(소설가, 제16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자) 선생님이 맡아 주셨습니다. 심사위원 선생님들이 보내 주신 심사평을 아래에 공개합니다.

수상 작가님께 축하를 전하며, 사계절문학상에 응모해 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수상작은 2022년 8월 사계절1318문고로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제20회 사계절문학상 심사평 

올해로 20회를 맞은 사계절문학상 공모에는 총 123편의 작품이 투고되었으며 저마다 다양한 소재와 기법을 활용하여 멋진 청소년문학의 면면을 보여 주었다. 투고 작품 중에 깊이 있는 문장으로 흥미로운 사건을 담은 작품이 적지 않아 수상작을 결정하기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공모의 의미를 살리고자 기존의 청소년소설과 소재나 서사가 대동소이한 작품보다는 청소년문학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 줄 변별력 높은 작품을 중심으로 본심작을 압축하였다. 또한 청소년에게 발생할 수 있는 심각한 갈등을 소재로 삼을 때 선정적인 장면으로만 재현한 작품 역시 제외하였다. 청소년기에 벌어지는 사건들은 단순한 소재가 아닌 인물과 독자의 삶이므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이번 본심에서 주목한 작품은 다음과 같다. 

『빅토리아』는 한국이라는 좁은 세상에서 벗어나 유럽의 한 나라에 터전을 둔 청소년 인물의 일상을 들여다본 이야기다. 한국인 어머니와 외국인 아버지를 둔 주인공의 삶은 유럽을 배경으로 삼아서인지 자유분방하고 무겁지 않은 모습으로 다가와 즐겁게 읽을 수 있었으며 청소년기에 겪는 여러 갈등도 개별성과 보편성의 시선에서 동시에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그러나 시간 순서에 따라 이야기가 단순 나열되다 보니 소설이라는 형식으로 작가가 독자에게 전해야 할 사건의 의미가 충분히 무르익지 못했다는 점이 아쉬웠다. 소설의 구성을 갖추지 않은 까닭이 모종의 의도를 가진 형식 실험의 결과라기보다는 창작 작업에서 거쳐야 할 플롯과 퇴고에 대한 고민 부족으로 여겨졌다. 이 생생한 기록들이 서사의 힘을 겸비한 작품으로 재탄생하기를 기대한다.

『나의 겨울』은 본심에 오른 원고 중에 가장 안정적인 문장과 묘사를 담보하여 심사위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어려운 처지에 놓인 주인공이 황량한 계절의 이미지를 담은 겨울 들판에 내려서는 첫 장면부터 어떻게 이야기가 전개될지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주요 인물들의 캐릭터가 전형적이다 보니, 뒤로 갈수록 기시감이 드는 서사로 흐를 수밖에 없었다. 또한 주인공이 자신에게 벌어진 삶의 난관과 정면으로 승부하며 성장의 문턱에 다가서는 결말이 아니라 봉합의 수순으로 마무리되어 아쉬움을 남겼다. 

『우리의 정원』은 타인과의 소통방식이 다양해진 현대 사회에서 주인공이 경험하는 각종 소통과 관계의 양상을 다룬 작품이었다. 이 작품에서 ‘아이돌 덕후’라는 주인공의 정체성은 단순한 소재가 아니라 또 하나의 사랑을 배우고 경험하는 삶의 자리로 자연스럽게 수용되고 해석되었다. 또한 온라인과 오프라인 공간 모두를 긍정하는 열린 시선, 상대방과 조심스럽게 거리를 유지하며 서로를 존중하는 인물들의 태도도 믿음직스러웠다. 나아가 따스한 숨결과 감촉을 느낄 수 있는 내 곁의 소중한 관계까지 관심을 놓치지 않고 있었다. 좋은 소설이 독자에게 정답을 알려 주기보다는 새롭고 진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라면 이 소설은 분명 그러한 장점을 지닌 작품이다.
 
심사위원들은 『우리의 정원』이 오늘의 청소년 독자와 만나 밀도 있는 교감을 나누며 뜻깊은 청소년소설로 자리매김하리라는 기대를 품고, 이 작품을 수상작으로 선정하였다. 이 작품이 출간되어 급변하는 청소년문학 생태계를 한층 풍요롭게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 작품을 보내 주신 모든 응모자들에게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청소년문학의 밭을 함께 가꾸어 가기를 청한다. 

심사위원
오정희(소설가), 김해원(소설가, 제6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자), 정은(소설가, 제16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자), 오세란(문학평론가, 대표 집필)